웹진 인-무브

인종과 성의 교차점 탈주변화하기_네 번째

반차별 독트린, 페미니즘 이론, 반인종주의 정치에 대한 흑인 페미니즘의 비판

 

킴벌리 크렌쇼

번역: 단감/페미니즘 번역모임

 

 

 

3. 페인 대 트래브놀

 

흑인 여성 원고는 인종차별에 맞선 사회운동에서 집단의 공식 대표로 인정받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곤 했다. 이러한 문제는 주로 통계상 흑인 노동자와 백인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도 심각하지만 흑인 남성과 흑인 여성 사이의 불평등은 더욱 심한 경우에 불거졌다. 무어 판례의 근거를 반영한 논리로 법원이 그들을 대표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각주:1]. , 흑인 남성과 흑인 여성 간의 성차별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흑인 여성은 흑인 남성을 제대로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판례 중 하나가 두 명의 흑인 여성이 제약 공장에서 일하는 흑인 노동자 전체를 대표해 인종차별에 대한 집단 소송을 제기한[각주:2] 페인 대 트래브놀 사건이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흑인 남성까지 대표한다고 인정하지 않았고, 해당 집단을 흑인 여성으로 좁혀야 한다는 피고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최종적으로, 지방 법원은 그 공장에 광범위한 인종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흑인 여성 노동자 집단에 임금 및 체계적 연공서열을 보전해주었다. 그러나 포괄적 인종차별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해관계의 충돌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이 조치를 흑인 남성에게까지 확장하지 않았으며[각주:3], 5구역 항소법원에서 이를 확정하였다.

분명 트래브놀 사건의 원고는 비슷한 상황이었던 무어 사건의 원고에 비해 성과를 냈다. 그들은 해당 집단에 남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의 전반적 양상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통계 자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 전체를 대표하려 했던 무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흑인 노동자 전체를 대표하려던 원고의 시도는 집단의 이해관계에 대한 법원의 협소한 관점으로 인해 좌절되었다.

흑인 여성이 부분적으로 승리했다 하더라도, 트래브놀 사건은 반차별 원칙이 일반적으로 흑인 여성에게 안겨주는 딜레마를 선명히 보여준다. 흑인 여성은 자신이 겪고 있는 종속의 교차적 측면을 철저히 분리하여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고, 그로 인해 흑인 남성까지 대표할 능력을 빼앗기거나, 결과적으로 흑인 남성을 배제하는 주장을 하게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교차성을 덮어버려야 했다. 이 딜레마의 정치적 결과를 따져볼 때, 흑인 사회 구성원 중에서도 상당수가 흑인 여성이 지닌 이해관계의 이 고유한 절합을 위험한 불화의 요소로 봤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요컨대, 지금까지 다수의 법원이 제각기 상반되는 이유를 근거로 판결을 내리면서 그들은 교차성을 다룰 능력이 없음을 증명했다. 데그라펜레이드 사건에서 법원은 흑인 여성에 대한 복합적 차별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백인 여성의 고용 상태만을 역사적 근거로 삼아 그들의 주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백인 여성의 고용 경험은 흑인 여성이 겪는 특수한 차별 양상을 가려버렸다.

반대로 무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오직흑인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주장했기 때문에 감독직 및 상급 숙련직의 전반적 성차별을 보여주는 통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흑인 여성이 겪는 차별이 사실 전체 여성에 대한 불평등 효과에 관한 통계로 증명할 수 있는- 성차별이기도 하다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트래브놀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서 법원은 성별로 인한 추가적 불이익이 존재하는 경우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흑인 여성은 흑인 집단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에 따라 드물게 흑인 여성에게 전반적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통계 사용이 허락되는 경우에는 흑인 남성이 구제책을 똑같이 적용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흑인 여성에게 반차별 법이 적용되는 방식을 내가 일관성 없이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어떤 사건에서는 법원이 흑인 여성의 고용 경험이 백인 여성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흑인 여성의 주장이 기각되고 그들의 경험이 무마되었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흑인 여성의 주장이 백인 여성 혹은 흑인 남성의 주장과는 너무나 다른 것으로 인식되면서 흑인 여성이 전체 집단을 대표할 수 없도록 법원이 제지했기 때문에 흑인 여성의 이해관계가 침해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내가 흑인 여성도 다른 집단과 똑같은데 다르게 취급되면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말하거나, 그들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취급을 받으며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어느 쪽으로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토록 뚜렷한 모순을 통해 교차성이 도전하고자 하는 단일 이슈 분석의 개념적 한계가 다시 한 번 명백히 드러난다. 핵심은 흑인 여성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을 겪을 수 있기에, 그들이 차별을 소명할 때 반드시 일방향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는 모순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교차로에서 네 방향 모두로 오고가는 교통 흐름을 생각해보자. 마치 교차로를 지나는 차들처럼 차별은 이 방향에서도 저 방향에서도 올 수 있다. 만일 교차로에서 사고가 난다면, 이것은 어느 방향에서 오는 차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모든 방향의 차가 전부 원인일 때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이 교차로에 있다는 이유로 권리를 침해받는다면, 그것은 성차별 때문일 수도 있고 인종차별 때문일 수도 있다.

흑인 여성이 특정한 하나의 집단으로 성립한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교차적 구제를 명령하는 판결은 사고 현장에서 의사가 오직 의료 보험에 해당되는 상해만 치료하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중 하나만 문제로 삼을 때에만 법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상황은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입힌 상해가 무엇인지 확인된 후에만 구급차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사고를 복기하는 일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바퀴자국과 상해가 그저 동시에 일어났다는 점 외에는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어서 어느 쪽 운전자가 피해를 입혔는지 특정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 어느 운전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어떤 처치도 실시되지 않으며, 관련자들이 그저 자기 차로 돌아가서 급히 달아나는 경우도 상당하다.

비유에서 돌아오자면, 나는 흑인 여성이 백인 여성 및 흑인 남성과 비슷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방식으로 차별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때로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이 겪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차별을 경험하고, 또 때로는 흑인 남성과 비슷한 차별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중적 차별 인종에 기반한 차별과 성별에 기반한 차별이 함께 가해지며 나타나는 복합적 효과- 을 겪을 때도 많다. 그리고 때로 그들은 흑인 여성으로서 차별을 겪는다. 이는 그저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합친 것이 아니라, 흑인 여성으로서 맞닥뜨리는 고유의 차별이다.

흑인 여성의 경험은 차별 담론이 제공하는 일반적인 범주보다 훨씬 넓다. 그러나 흑인 여성의 요구와 필요가 그들의 경험을 완전히 뭉그러뜨리는 범주적 분석의 필터를 통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는 한, 그들의 필요는 거의 다뤄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1. 스트롱 대 블루크로스블루실드 보험회사 사건(1980), 해먼스 대 폴저 커피회사 사건(1980), 에드먼드슨 대 사이먼 사건(1980), 부야니치 대 달라스 리퍼블릭내셔널뱅크 사건(1979), 콜스턴 대 메릴랜드 컵회사 사건(1978)을 보라. [본문으로]
  2. 이 소송은 피고에 의해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군의 사람들을 대표하여 세 노동자가 1972년 3월 2일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원고는 성차별 혐의를 추가하기 위해 고소를 수정했다. 최초 대표 소송인 세 명중 한 명은 흑인 남성이었고 두 명은 흑인 여성이었으나, 소장을 제출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3년 동안 대표 소송인 중 유일하게 남자였던 원고는 종교적 이유로 소송에서 빠지길 요청하여 법원의 허락을 받았다. [본문으로]
  3. 트래브놀 사건이 지적했던 이의로서, 변호사가 흑인 일반에 대한 차별을 증명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한 후에 흑인 남성을 조치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 흑인 남성을 제외한 이유가 흑인 남성과 흑인 여성 간의 잠재적 갈등이라면, “이 사건에서 오래된 속담을 적용하자면, 흑인 남성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원고의 능력의 증거는 그것의 대표 속에 있다.” [본문으로]
댓글 로드 중…

최근에 게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