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인-무브

웹진 인-무브, 시작합니다. 





전주희 | 웹진 인-무브 편집장 





인적 드문 골목 한 모퉁이에서 웹진 인-무브를 시작합니다. 

이 곳에는 세상을 완전하게 설명해내는 새로운 철학 따위는 없으며, 

신자유주의 이후, 새로운 자본의 축적전략을 내다보며 전세계 ‘프롤레타리아 과학’의 이름으로 정치적, 계급적 전망을 구체적이고 유연하게 제시할 입장 역시 없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아닐지 모릅니다. 


작년 한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면 그것은 ‘강남역 10번 출구’와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서 출발한 운동이었습니다. 그 수많은 포스트 잇의 물결속에 이론의 ‘자리’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지난 겨울을 환하게 밝힌 수백만개의 촛불들이 더 뜨겁게 타오를 횃불이 되었는지, 간밤의 도깨비 불이 되었는지 모를 어리둥절한 정오의 시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이론은, 연구자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까요?


대학이라는 제도 안에서의 연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학 밖에서 좌파적인, 대안적인 연구소의 이론작업이라는 것도 현실과 운동의 흐름 속에 유리된 아카데미즘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뼈아프게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하는 이론작업이나 공부가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기에,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보탬이 되길 바라며 유보하는 지금, 

우리가 생산해내는 것은 추상적인 ‘좌파이론’이라는 관념이 아닌지 자문해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단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각자의 노트북안에서 잠자고 있는, 거친 연구노트들을 꺼내고 공유하는 것이겠습니다. 

자신의 연구에 필요해 거칠게 번역했던 작업물들이, 그리고 출판사를 찾지 못해 중단된 번역물들이 공유되고 소통되는 것이 미래에 당도할 최신 이론보다 더욱 새로운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출판되지 않은 번역물, 출판될 가망이 없는 번역작업, 완성되지 않은 연구의 파편들, 편협하고 소박한 주장들이 모여 이론의 운동을 만들고 연구자들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웹진 인-무브는 결과로서의 연구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연구를 제안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단절되고 고립된 연구들을 하나의 운동으로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최소한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완성하는 과정이 집단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질수록, 고립되고 파편화된 연구자들이 자신의 서툴고 다듬어지지 않은 연구작업들을 공유하고 소통할수록 이론의 생태계는 다시금 복원되고 풍성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사유를 용감하게 세상에 내놓고 그 구체적인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이론과 현실운동이 함께 커가는 새로운 실험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유와 현장이 상호 번역되는 교차로에서 

웹진 인-무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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