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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보수 개신교의 역사적 진화와 그 의미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이른바 최근 ‘혐오 세력’으로 지칭되는 ‘극우 개신교’ 또는 ‘애국 기독교’ 결집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7년 차별금지법의 입법시도였다. 이후 극우 개신교는 지속적인 (소수자)인권운동 및 퀴어축제의 현장들 속에서 그 세력을 실체화하고 대중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정국 역시 이 세력을 다시 한 번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다. 극우 개신교 세력을 구성하는 여러 조직체들은 내부 결집을 도모하고 내부적 위기를 외부의 적에게 전가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동력으로 삼았다. 결국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19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각 지방자체 단체와 초중고교의 인권조례 역시 이들의 조직적인 방해를 통해 폐기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극우-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행위와 메시지는 부정선거로 말미암아 좌절된 이승만의 ‘기독교 국가 건설’의 꿈 또는 ‘개신교 독주체제’를 복원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전략적인 선택의 산물이다. 교세 위축과 남한사회가 친북반미사상을 지닌 이들에 의해 점령당해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은 이러한 극우적 혐오 메시지를 정당화하는 근거이자 이유였다. 그리고 여기에 (좌파이론에 물든) 소수자는 단순히 교리적으로만 배척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통일국가 건설과 '북한해방' 훼방하는 존재로서 그려지며, 국가적, 사회적, 종교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원인 제공자로서 등장한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극우적 이념의 중심에는 ‘독실한 크리스천’ 이승만이 있다. 이승만은 오늘날 보수 우익 정치 세력 전체를 아우를 뿐만 아니라, 에스더기도운동 네트워크 세력을 비롯한 이른바 ‘극우’ 세력이 재발견한 보수 이데올로기와 국가론적 비전의 비조(鼻祖)이다. 극우 개신교인들은 이승만을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주의, 그리고 북진통일로 규정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기독교적으로 세운 인물로 추앙한다. 한국이 미국처럼 애초에 기독교 국가로 세워졌다는 이들의 믿음은 한민족이 ‘이스라엘’ 유태인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선민’임을 의미한다. ‘애국기독교’ 집회에 선민의 상징 이스라엘 국기가 나부끼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들에게 기독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동일시된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기도로 시작된 제헌국회와 이승만 정권기의 향수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승만의 국가 비전을 이어받고, 그가 꿈꾸었던 나라를 오늘날에도 실현하고자 한다. 에스더기도운동은 이승만(기독교입국론)을 재발견, 재강조함으로써 일반 신자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종교적으로 의미있는 정치 행위로 전환시킨다.




  오랜 정교유착의 제도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속국가로서 (종교시장 내의 견제를 통해) 세속정치의 상대적 자율성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극우-보수 개신교는 국가(정치)와의 관계에서 개신교가 우위에 서는 것으로 그 관계를 역전시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보다 극단적이고 대중적이며 미시적인 전략을 펼치는 운동세력이 탄생했는데, 이러한 세력을 대표하는 조직체 중에 하나가 바로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다. 이 단체는 수많은 하부 단위 조직들과 네트워크 조직체들을 양산해내며 극우 운동체로서 ‘에스더기도운동’을 만들어냈다.

  보수우익 개신교는 70~80년대 ‘국가조찬기도회 정치’를 시작으로, 90년대 한기총의 ‘광장정치’와 기독당을 거쳐, 2000년대 역시 기독당과 기독교 뉴라이트라는 ‘전문적 사회운동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2010년전후 에스더기도운동이라는 혐오와 차별 기반의 전방위적 세력으로 그 전략적 형태를 바꾸며 발전해왔다. 그 과정에서 극우 담론은 상대적으로 보다 치밀해졌고, 개교회와 하위 집단 내의 극우 이데올로기는 강화되어왔다. 기본적으로 개신교 보수주의는 반공주의와 근본주의를 그 핵심으로 하는데, 최근의 극우적 보수주의는 반공주의에 동성애혐오, 여성혐오(반여성주의), 이슬람/이주민혐오(인종주의)를 추가하며, 혐오와 차별 주장을 '공공성' 담론으로 포장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최근의 개신교발 가짜 뉴스는 대개 성소수자 및 이주민(이슬람) 혐오선동을 주제로 하면서도 학문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은 마치 ‘싱크탱크’처럼 가짜 뉴스를 비롯해서 정책에 대한 (왜곡된) 해석들과 새로운 우파 담론들을 각종 미디어와 학술회의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생산, 공급하고 있다. 예컨대 ‘종북게이’나 ‘좌파 포스트모더니즘’, '동성애독재'와 같은 직관적인 용어들은 낡은 반공주의 프레임인 ‘종북좌파’에 동성애 혐오와 퀴어페미니즘 이론에 대한 반지성주의를 덧붙임으로써 반공국가의 위기(적화)를 사적 일상(연애, 결혼, 가족, 건강)의 위기로 재현한다. “종북과 동성애는 한패”이며 “가족을 지키는 것이 신앙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 종북좌파가 일상에 침투해 있으며, 공산주의가 페미니즘 운동에 침투해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네오-맑시즘을 짜깁기한 변종 나치즘”이며, 공산주의자들의 기만적 적화 혁명전략이다. 성해체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낳고 성소수자 운동과 미투 운동을 통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합법화됨으로써 성혁명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수 국민들의 인권과 일상이 공산주의자들의 ‘성정치 혁명전략’(페미니즘과 퀴어이론)에 의해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극우 개신교의 이러한 담론전략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보다는 섹슈얼리티나 성소수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더 만연해 있으며, 후자가 전자보다 보다 쉽게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기 쉽다는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물론 이 양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서로를 강화할 것이다. 페미니즘 운동이나 퀴어운동에 대한 ‘백래쉬’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창립된 2007년 바로 그 해에 ‘동성애입법반대 국민연합’을 조직하여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운동을 펼쳤고, 2008년에는 서울시청광장에서 광우병 촛불 반대 기도회도 열었다. 2010년에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동성애 미화라며 반대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2012년에는 학생인권조례 폐기 운동을 주도했다. 이용희 대표는 동성애 합법화 저지를 위해 ‘바른교육교수연합’과 ‘바른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을, 2017년에는 군동성애/성매매합법화반대국민연합도 결성했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서는 통일광장기도회(월요기도모임), 느헤미야 국가금식기도회(화, 연세중앙교회), 에스더 목요/금요철야기도회, 미스바 구국연합기도회(토) 등 거의 매일 기도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 24시 기도의 집 개척, 기도선교사훈련학교, 인터넷/미디어 선교학교, 이스라엘선교학교, 이슬람권 선교학교, 탈북민 구출 등의 운동도 진행하면서, 반동성애와 반북을 중심으로 극우 의제의 대중적 확산과 지지자 양성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성인들을 대상으로 “주사파보다 강한 예수파”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북한구원 예수군대, 지저스 아미 컨퍼런스(Jesus Army Conference)”라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21세기 선교의 최전방”으로서 “인터넷 선교”를 강조하고, 2014년부터 이론 교육과 실습 훈련을 시키는 ‘인터넷/미디어 선교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에스더기도운동은 북한의 대남 인터넷 선동을 기정 사실화하고, 이에 맞서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안티기독교·반국가적 활동의 배후에는 이를 조종하는 북한과 종북좌파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인터넷 선교사의 양성은 “마귀의 간계를 파하기 위한 하나님의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 왜냐하면 “북한 구원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치열한 영적 전쟁의 영역에는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터넷 영역을 제자 삼음으로 하나님의 진리가 선포되는 영역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한반도의 영적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전략”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인터넷선교사를 파송하여 인터넷에 만연한 음란과 반기독교적 사상과 김일성 주체사상과 국가적 분열을 초래하는 모든 음해와 거짓을 대적하고, 빛과 진리와 사랑으로 인터넷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크리스천언론인협회 아고라젠 커버스토리).

 이렇게 이들은 세를 과시하는 기존의 ‘광장 정치’ 전략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정치/신앙교육과 온라인/미디어 전략도 함께 사용한다. 이러한 전략들을 통해 이들은 보수정치(이데올로기)장에서 혐오를 ‘팔릴 만한 상품’으로 공급함으로써 급격한 사회변동과 불안, 이데올로기적 공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수요를 창출하고 극우 이데올로기 시장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의 낡은 반공주의와 그에 대한 위기의식을 대체하거나 보충해서 새로운 담론, 이데올로기, 서사, 정서를 대중들에게 일상적으로 공급하고 혐오를 조장함으로써 극우 정치 의제를 부각시킨다. ‘다수자 인권’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들이 국민대중에게 유발시키려는 정서는 명확해 보인다.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통한 여론의 동원이다. 이렇게 극우 개신교 세력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저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감내하며 인정투쟁의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통의 이유를 제공하고 혐오와 차별의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가짜 뉴스의 반지성주의는 이러한 현실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한국사회의 극우화를 추동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 한겨레신문 지면 한계상 다 실리지 못한 기고문(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4057.html)의 풀버전 원고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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