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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바깥, 소설의 안쪽'을 시작하며






지영 | 국문학 연구자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떠오른 질문은 세 가지이다. 

소설가들은 왜 소설을 쓸까, 독자는 왜 소설을 읽을까, 나는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윤이형 작가는 소설은 혐오를 사랑으로 바꾸지 못하지만 ‘대책 없이’ 소설 쓰는 일이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이 ‘대책 없음’에 공감하고, 

이 ‘대책 없음’을 지지하며, 

사회의 바깥, 소설의 안쪽’에 놓여 있는 ‘우리=타자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실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소설은 무용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다. 

이해할 수 없거나 재미없는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도대체 작가는 이런 작품을 왜 쓴 걸까?’라는 의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짜증과 뒤엉켜 튀어오를 때도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소설 읽기’라니, 엄청난 호사취미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소설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추문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외면했던 수많은 삶의 진실들. 우리는 그 

추문들이 만들어내는 매력에 이끌려 소설을 읽고 또 읽는다. 




2017년 한국은 종종 ‘지옥’의 형상으로 설명된다. 

‘헬조선’, ‘지옥반도’, ‘망한민국’처럼 청년층에게 중점적으로 퍼져나가는 한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한국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한국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을까? 

그리고 지옥이 된 한국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소설 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이 연재의 목적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많이 아는 재미없는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단언하건데 재밌는 것들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재미 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은 자신이 끊임없이 타자로 재생산되는 와중에도 삶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그러니 재밌는 것만 하지 말고, 재미없는 것도 해보자. 

구원은 재미없는 것들, 혹은 지난한 작업을 통과해야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어떤 식의 구원이든 그 구원을 기다리며 2000년대 이후에 발표된 한국 소설들을 한번 읽어보자.  



이 연재는 한 달에 한번씩, 일 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2000년대 이후에 발표된 한국 소설들을 매개로 해서 한국 사회의 여러 쟁점들을, 

기존의 해석들과 필자의 의견을 버무려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 매체의 변화와 대중문화, 문화연구의 관점들을 함께 사용해 볼 예정이다. 

소설을 매개로 사회를 읽는 것이 주된 형식이지만, 아마도 이것저것이 마구 섞인 ‘잡종’이 될 가능성 매우 크다. 




이 연재에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문학의 환경이 바뀌었고, 

그래서 소설 속에서 새로운 존재들이 출현했으며, 

그러면서 환상이 소설과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지옥의 형상을 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사람들이 재현되는 방식, 

나・가족・공동체 등 사회적 관계와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우정, 사랑, 연민 등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존재론’, ‘인간학’, ‘사회학’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롭게 출현한 주체들은 어떤 형상을 띠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다룰 1화의 제목은 ‘21세기 존재론’이다. 

곧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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