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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물리학자 생활 내 남성들의 무용담 - 08




번역: Andante | 페미니즘 번역모임



[책소개]

책 “입자선-시간과 생애-시간” (Beamtimes and Lifetimes)은 저자인 샤론 트래윅 (Sharon Traweek)이 참여관찰 방법론을 통해 과학자 사회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당시 과학기술학의 민족지 연구가 주로 다루던 ‘지식의 형성과정’이라는 화두를 넘어 공간배치, 기계, 연구자의 생애과정과 같은 사회문화적 측면을 다룬 저작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이라는 상이한 문화에서의 과학연구 양상을 비교하여 국가와 젠더가 과학의 구체적 실천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밝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서는 젠더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이 책의 3장 “순례자의 모험기 (천로역정): 물리학자 생활 내 남성들의 무용담” (Pilgrim's Progress: Male Tales Told During a Life in Physics) 을 다룰 것이다.

[위의 소개는 데이비드 J. 헤스 저, 김환석 역, "과학학의 이해", 당대, 2004, 256쪽을 참조하였음]

- 번역자


[본문]


그룹리더 (1/2)


그룹리더는 그의 직무수행기간 동안 검출기, 타겟,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다. 이 뿐만 아니라 물질적이지 않은 형태이지만 훨씬 더 중요한 학술 공동체 내에서의 명성을 얻는다. (일본의 경우 이 부는 코자 전체에 의해서 분배된다. 코자는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그 명성은 리더가 공동체 전체에서 쟁취할 수 있는 힘이다. 그것은 어떤 실험이 받아들여질 지를 결정하는 실험실 프로그램 자문위원회 (Laboratory Program Advisory Committee) 멤버십과 전 세계 실험실 및 물리학과를 망라하는 네트워크 통제로 상징된다. 이 재산은 부지런히 관리되어야한다. 그것은 상속 여부가 불명확하다. 모든 강력한 선임 물리학자들은 자신이 속한 계보를 호출하여 그의 스승과 스승의 스승을 지명할 수 있다. 리더가 그와 함께 일한 박사 후 과정 연구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은 한 리더에서 다른 리더로 이어지는 이 계보의 직속 후계자이자 그에 수반되는 특권, 권리, 그리고 의무이다. 각 세대는 약 15년의 간격을 둔다. 이는 그룹리더가 약 25명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중 한 명을 그의 예비 후계자로 지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9] 하지만 그룹리더가 후임자를 대신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주장하면 다른 그룹리더들이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한다. 이는 마치 그룹리더가 양보하고 후계자를 지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그는 자신의 재산 일부를 조금이라도 남기고 떠나야한다. 이 때문에 그의 지위는 약화된다. 이제 후계자가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은 자신의 것이다. 이 세대 리더들의 권력이 정점에 이르듯, 그들이 다음 세대 리더를 지명할 수 있는 역량은 연구비의 감소와 함께 사라진다.

그룹리더는 다섯에서 열 명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을 그들이 다른 부서나 연구실에서 경력을 쌓는 동안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대개 한 명에서 두 명이 그룹리더의 위상을 달성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이 박사 후 과정 연구원들은 리더의 직접적인 범위에서 멀리 떨어진 밖으로 나가는 것이 자신의 경력에 더 좋다고 느낀다. 그가 만약 그룹리더의 암묵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면, 이 젊은 물리학자는 그룹리더의 명성, 영향력 및 네트워크를 확장하여 고갈되지 않게 할 것이다. 리더와 후배는 각 세대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서로를 도울 것이다. SLAC의 한 그룹리더는 SLAC의 또 다른 리더와의 대립에서 매우 화가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그의 실험 중 하나의 지원이 철회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몇 년 후 후자의 그룹리더가 매우 중요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처럼 보이자 전자의 그룹리더는 다른 그룹의 후배에게 정보를 유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그룹은 중요한 데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발견이 발표되었을 때 성과는 두 그룹이 공유해야 했다. 다소 출처가 불분명한 본 이야기는 말하는 이에게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이 이야기가 리더와 각자 다른 영역에서 서로를 도우며 자신의 세대에서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그의 충성스런 후배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임 물리학자들에게 입자물리학 공동체에서 자리를 확보하는 과정은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1935년 이래로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학점 인플레이션이다. 그들은 대학들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책무를 스스로 저버렸기 때문에 학부생 때 발생해야 하는 “제적”이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수준에서 발생한다고 믿는다. 한 사람이 말하기를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한 17세의 모든 사람들은 현재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그룹에 대한 지원자가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저 아무도 고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충분히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버팀목이고 오히려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를 이유로 그는 일부 박사 후 연구원들에게 별로 어렵지 않게 이 분야에서 나가라고 말한다. 많은 다른 그룹리더들도 이러한 감정을 표현했다.

선임 물리학자들은 그들이 물리학에 대한 강한 헌신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더 젊은 물리학자들이 매력과 흥분을 느끼고 이 분야에 들어왔을지 몰라 두려워한다. 어떤 이들은 유행을 따르는 학생들이 물리학 분야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생물학의 유행을 반긴다. 그럼에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많은 물리학과 학생들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40] 나는 미드웨스턴 대학의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경제적 기회는 생물학에 더 많이 있지만, 진짜 “과학”은 과거부터 항상 물리학에 있었다는 내용을 거의 한 시간 동안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두 번째 문제는, 선임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1970년 즈음부터 입자물리학에 대한 자금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자금지원에 대한 증가율이 하락한 것이다.) 그들은 그때까지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시기로 규정한다. [41] 이는 1970년 이전의 충분히 재능이 있는 대학원생이 대학원에서 5년, 박사 후 과정에서 5년, 연구 그룹에서 5년을 일하고 그룹리더가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들은 더 이상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새로운 그룹은 예산 감소로 인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이것은 재능 있는 물리학자가 그룹리더가 될 준비가 되었더라도 선임물리학자들의 세대가 (현재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은퇴할 때만 자신의 그룹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거의 아무도 15년에서 20년 동안 자신들의 발자취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선임물리학자들은 그들의 후배들을 더 이상 주요 기관에 보낼 수 없고, 이런 그들의 네트워크 성장 둔화와 함께 자신의 세대에서 그들의 영향력 증가 또한 감소한다.

미국 물리학자들은 학생의 질적 저하와 지원 예산의 감소라는 두 가지 문제가 입자물리학 공동체 외부의 세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결과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제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진입을 제한하고 자신의 연구그룹을 가진 선호하는 후보들을 얻는데 걸리는 막대한 시간을 의무적으로 고려한다.

일본 물리학자들 또한 물리학자 사회에서 동일한 증가율 감소를 보였지만, 대부분 학제 성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고에너지 물리학은 일본에서 새로운 분야였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대부분 대학원생과 영년직 연구위원들이었다. 새로운 석좌교수 자리들이 생겼고, 저에너지 물리학 분야의 석좌교수들은 종종 대학원생과 영년직 연구위원들을 고에너지 물리학자들로 채용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 젊은 스태프들은 조교수와 정교수로 급속히 성장했다.

1980년대에 이 분야는 성숙했고, 앞으로 성장은 더 느릴 것이다. 일부 학과에서는 새로운 영년직 석좌교수 자리가 1950년대와 1960년대와 동일한 비율로 계속 설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제한된 영년직 연구위원 자리에 배치할 수 없는 과도하게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수는 계속 유지되어왔다. 결과는 “오버닥터”라고 불리는 박사과정과 영년직 연구위원 사이의 새로운 직책의 출현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미국의 박사 후 과정과 같은 새로운 직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42]

일본 대학의 석좌교수 시스템은 영국, 프랑스 및 독일 모델과 비슷하다. [43] 대학교육을 위한 정부 자금은 조직이 아니라 코자에 전달된다. 코자는 관례적으로 교수 한 명, 부교수 한 명, 연구위원 한 명, 조수 두 명으로 이루어져있다. 교수, 부교수 및 연구위원들은 영년직이 아니지만 보통 위에 한 자리가 생기면 자동으로 승진하게 된다. 교수가 은퇴할 때 조교수와 연구위원은 승진하고 새로운 연구위원이 채용된다. 이는 일본 물리학 공동체의 경우 진입과 배제가 결정되는 순간이 미국의 경우와 같이 박사 후 과정의 끝에서가 아니라 대학원이 끝나는 시점에 있음을 의미한다. 추가적으로 일본 학술 시장에서는 일 하는 도중에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44] 코자는 그룹 구성원의 명확한 구분과 비경쟁적인 그룹 구성원의 수직적 위계질서에서의 맥락에서 평생 직업적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강화한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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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Fox, Kinship and Marriage (n.21)

[40] 물리학 분야에서의 채용 및 취업 문제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Martin L. Perl and Roland H. Good, "Graduate Education and the Future of Physics," Eugen Merzbacher, "Physics as a Career in the Seventies," and L. Grodzins, "Where Have All the Physicists Gone?", Conference on Tradition and Change in Physics Graduate Education, Pnsylvania State University, August 1974; "Tradition and Change in Physics Graduate Education," Physics Today, November 1974, p.91; "Changing Career Opportunities for Physicists," Physics Today, October 1977, pp. 85-86; and Thomas L. Neff, Melvyn J. Shochet, Walter D. Wales, and Jeremiah D. Sullian, "Report on HEPAP [High Energy Physics Advisory Panel], Subpanel on High Energy Physics Manpower," Februrary 1978.

[41] 과학자 공동체 규모 증가율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Derek de Solla Price, Science Since Babylon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61), pp. 110-116.

[42] 일본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실시된 나의 현장연구는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광범위하고 자세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간단한 설명은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 대한 나의 견해는 통상적으로 훈련받은 물리학자들이 일본 물리학 공동체의 확립된 집단에 어떻게 진입하는지에 대한 논의에 국한된다. 일본 과학 발달에서 대학 및 연구기관의 역할에 관한 논의로는 다음을 참고하라. Shigeru Nakayama, "The Role Played by Universities in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Development in Japan," Cahiers d'Histoire Mondiale, Special Issue on Society, Science, and Technology in Japan, vol. 9, no. 2 (1965), pp. 340-363; Kiyonobu Itakura and Eri Yagi, "The Japanese Research System and the Establishment of the Institute of Physical and Chemical Research," Hirosige Tetu, "Social Conductions for Prewar Japanese Research in Nuclear Physics," and Yoshinori Kaneseki, "They Elementary Particle Theory Group," all in Science and Society in Modern Japan: Selected Historical Sources, ed. Shigeru Nakayama, David L. Swain, and Eri Yagi (Tokyo: Tokyo University Press; and Cambridge, Mass.: MIT Press, 1974).

[43] James R. Bartholomew, "Japanese Modernization and the Imperial Universities, 1876-1920," Journal of Asian Studies, February 1978.

[44] William K. Cummings, "Understanding Behavior in Japan's Academic Marketplace," Journal of Asian Studies, February 1975, pp. 313-341; Michiya Shimbori, "The Academic Marketplace in Japan," Developing Economics, December 1969, pp. 617-639.

[45] Thomas Rohlen, For Harmony and Strength: Japanese White Collar Organization in Anthropological Perspective (Berkel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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