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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에서 땅으로: 하나의 여정을 위한 이정표들 - 이자벨 스탱게르스 네트워크에서 땅으로: 하나의 여정을 위한 이정표들Des réseaux au terrestre: repères pour un trajet 이자벨 스탱게르스번역: 박동수 ​과학에 대한 물음은 분명 브뤼노 라투르의 작업 전반에서 일관된 주제이지만, 이 물음이 끊임없이 다시 다루어진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매번의 재검토마다 지난 40년간 나타난 문제들과 맞물려 있는 새로운 도전들에 응답하는 고유한 방식을 발명해왔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브뤼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과학 활동에 대한 그의 관점이 무엇보다도 인식론(épistémologie)의 지배로부터 과학을 해방시키려는 도전에 의해 방향 지어져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점은 내게 다소 놀라운 일이었는데, 내가 화학을 공부하던 학생에서 .. 2026. 7. 5.
라스트코 모치닉, 이해와 호명 이해와 호명Understanding and Interpellation 라스트코 모치닉(Rastko Močnik) 지음엄정후 옮김 [옮긴이의 말]라스트코 모치닉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실 수 있지만, 그는 슬라보예 지젝, 믈라덴 돌라르, 알렌카 주판치치 등과 함께 슬로베니아 학파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앞서 언급한 학자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면, 그가 전개하는 이데올로기론은 라캉의 이론보다는, 주로 담론 이론에 의거한다는 점입니다(물론 그 역시 라캉의 이론을 참조합니다.). 모치닉을 통해서, 슬로베니아 학파는 단순히 라캉의 이론에 의거하는 학자들의 집단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이론을, 또 아방가르드·펑크 예술을 통해 당시의 슬로베니아(와 유고슬라비아)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단이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2026. 6. 23.
마니글리에, 사물의 질서 사물의 질서 파트리스 마니글리에(Patrice Maniglier) 지음 함은호(연세대학교 비교문학 석사) 옮김배세진(정치철학자) 감수 아무런 예비 지식 없이 《사물의 질서(The Order of Things)》(OT)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텍스트의 제목과 ‘인간 과학human sciences의 고고학’이라는 부제 사이의 관계에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1] 인간 존재자human beings라는 우리 자신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기획과 사물이 질서지어지는 방식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 소박한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이미 《사물의 질서》의 핵심적인 의도를 이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우선 다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고학이라는 단어는 통.. 2026. 6. 23.
서문: 스탱게르스의 십볼렛 - 브뤼노 라투르 서문: 스탱게르스의 십볼렛Foreword: Stengers’s Shibboleth 브뤼노 라투르번역: 박동수​ ​*출처: 1997, Foreword to Isabelle Stengers, Power and Inventio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Minneapolishttp://www.bruno-latour.fr/node/378 Stengers’ Shibboletth | bruno-latour.fr-Would you say that Isabelle Stengers is the greatest French philosopher of science? -Yes, except she is from Belgium a country that exists only in part a.. 2026. 6. 21.
Pédés, 무제 (Untitled, Portrait of a Silent Fag), 2020 무제 (Untitled, Portrait of a Silent Fag), 2020 Julien Ribeiro번역: 임하은 «보시오, 이것은 예술가가 창조한 폭력의 찬가가 아니라, 현실이 직접 내지르는 비명이자 노래요...»1971년 영화 〈 Sweet Sweetback's Baadasssss Song〉 오프닝 자막에서 인용된 중세 전통 주문 2022년 여름, 진단이 내려졌다. 우울증. 12호선 선로 위로 몸을 던지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던 날, 그게 분명해졌다. 그로부터 다섯 달 전, 내 안에서충분히 단단하다고 여겼던 무언가가 부서졌다. 아무 예고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몇 주 동안 멈추지 않았다. 울면서 잠들고, 울면서 깼다. 슬픔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침묵과의 새로운 관계만큼은 .. 2026. 6. 17.
이다의, 자기 자신의 도굴법 ② 신호가 있고 일제히 거수했다 자기 자신의 도굴법② 신호가 있고 일제히 거수했다 이다의 부각시키고자 전면에 공개된 것, 우린 더욱 정교하게 겨눌 수 있게 된다. 관통상은 두부를 들고 있는 슈미트에게도 남는다. 머리는 머리를 움켜쥔 손으로부터 이어져 그 자신의 것이 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금과 같이 소유하고자 한다는 것, 출토된 유물은 어떻게 그 욕망으로 인해 유물로 남는지. 이제껏 머리에서 몸으로 무엇이 전달되는지 살폈다면 몸들이 꿈틀거리는 모습, 쏟아져 나온 인간들을 본다. 안전을 보장한다는 신호로써 국가는 소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신호를 우리는 왜 믿나? 실상 믿지 않는다. 국가의 개입과 비개입이 카드 뒤집기로 마주 운용된다 썼듯, 국가에 대한 미심쩍음은 양면 중 무엇을 지지하던 공동의 감각이다. 그러나 믿겠다 판단하.. 2026. 6. 15.
‘듣기 시간’으로서의 소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 ‘듣기 시간’으로서의 소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1] 지혜정 '[2026 서교연 비평이론학교] 시즌 2. 탈식민주의로 TEXT 횡단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성한 비평문입니다. 어떤 소설은 읽는 이의 감각을 바꿔놓는다.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불러들여 ‘사건’을 몸으로 겪도록 한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2024)가 그렇다. 소설이 다루는 것은 1945년 오키나와전투 시기, 구메지마에서 벌어진 학살이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백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 구메지마에서 일본군은 스파이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주민 20명을 사살했다. 그중 7명이 소설 속에서 ‘조선인 고물상’으로 불리는 구중회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여기에는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못한 젖먹이도 포함되어 있.. 2026. 6. 11.
[정치적 수사학] 권영국이라는 이정표 권영국이라는 이정표- 권영국. 2026. 『농담도 참 못해요』. 사월의책. 현우식(서교인문사회연구실) 권영국은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수십 년을 ‘거리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베테랑이지만, 노련한 정치인 같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정치인보다는 고지식한 선비에 가까워 보인다. 그의 정치는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는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유일하게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후보였다. 그럼에도 결과는 0.98%, 낙선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 아마 지금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권영국에게 기대하는 것은 깜짝 놀랄 만한 성적표보다는 무너진 진보정치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의 .. 2026. 6. 3.
기후위기와 AI 범용의 불확실성 시대의 대안적 대응 방안: 인프라의 확장, 공통화(commoning) 그리고 새로운 통화금융 질서 기후위기와 AI 범용의 불확실성 시대의 대안적 대응 방안: 인프라의 확장, 공통화(commoning) 그리고 새로운 통화금융 질서 빈재익 Ⅰ. 서론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의 확산은 현대 사회가 전제해 온 경제적·제도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탄소 순환의 교란,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 그리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매개로 한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의 재편은, 기존의 시장 중심적 자원 배분 체계와 국가 중심적 통치 메커니즘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회적 재생산과 생존 가능성(viability)을 지탱하는 기반시설(infrastructure)은 단순한 경제 성장의 투입요소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존재 모두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적 제도적 조.. 2026.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