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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연재완료/러시아 현대시 읽기20

[번외편] 혁명적 시간의 시학: 횔덜린과 만델시탐(1) 혁명적 시간의 시학: 횔덜린과 만델시탐 #1 아르테미 마군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소개하는 말] 지난 에서 다음에는 아르카디 드라고모셴코의 시를 읽어보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가 너무 어려워서 '읽기'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의 연작 를 읽고 번역하고 있지만, 심지어 한련화 씨앗을 사서 화분에 심고 그 씨앗이 싹을 틔워 꼬불꼬불 자라나고 있지만 여전히 시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러시아에서는 어떻게 시를 읽고 있는지 힌트를 좀 얻어보려고 정치철학자 아르테미 블라디미로비치 마군(А.В. Магун)이 횔덜린과 만델시탐의 시를 분석한 것을 읽어보았습니다. 그의 글 역시 대단히 난해해서 번역이라도 해 보면 조금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세 번에 나눠 번역을.. 2019. 7. 8.
달력, 아침, 페테르부르크, 권총 - 레오니드 아론존의 시 몇 편 - 달력, 아침, 페테르부르크, 권총- 레오니드 아론존의 시 몇 편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오볼두예프의 시에 대한 글을 쓰고 한국을 다녀오니 12월 말이었습니다. 연말이라 술을 마시고 정초라서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새 세 달이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인 레오니드 아론존의 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론존이라는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쯤 학교에서 열린 학회에서였습니다. 이 학회는 학과에 개설된 “문학에서의 시각적인 것”이라는 세미나에서 봄마다 개최하는데,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됩니다. 조직도 학생들이 하고 발표도 학생들이 하고 토론도 학생들이 합니다. 학회의 하루 일정이 끝날 때면 이십분 가량 ‘오늘의 총평’도 합니다. 작년의 학회 주제는 “부조리,.. 2019. 3. 20.
너의 음식은 그림자처럼 싱거워 - 게오르기 오볼두예프의 시 몇 편 너의 음식은 그림자처럼 싱거워- 게오르기 오볼두예프의 시 몇 편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레기스트라치야지난 6월 중순에 프세볼로트 네크라소프에 대한 글을 쓰고 한동안 연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게오르기 오볼두예프를 소개하겠다며 호언장담하고 그의 시집 두 권을 중고책 직거래로 구해 읽어보았는데 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여름마다 모스크바에 찾아오는 잡다한 손님들을 맞이하며 돈을 좀 벌었고 바로 집 옆에 있는 티미랴젭스키 숲에 가서 보드카를 좀 마셨고 가장 더울 때는 조지아를 다녀왔습니다. 신비로운 트빌리시에서는 포도주 찌꺼기를 증류한 독한 술 ‘차차’를 마셨고 탄산수로 유명한 보르조미에서는 계란 썩은 냄새가 나는 약수를 마셨고 산마루에 있는 유황온천에서 수영도 했습니다. 흑해 연안에 있는 바.. 2018. 11. 12.
나는 사후의 영광을 바라는가? - 프세볼로트 네크라소프의 시집 『리아노조보』 - 나는 사후의 영광을 바라는가?- 프세볼로트 네크라소프의 시집 『리아노조보』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네크라소프 1, 2, 3 러시아 작가들 중에는 네크라소프라는 성을 가진 유명한 세 사람이 있습니다. 우선 19세기 대표적인 리얼리즘 시인인 니콜라이 알렉세예비치 네크라소프(Н.А. Некрасов, 1821-1877)가 있습니다(‘네크라소프 1’이라고 하겠습니다). 그의 시 「신문풍자시」(Газетная, 1865)의 한 구절은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 2018. 6. 12.
시라는 것을 아는 뻔뻔함 - 얀 사투놉스키의 후기 시 시라는 것을 아는 뻔뻔함- 얀 사투놉스키의 후기 시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지난 4월 10-11일, 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에서 이라는 제목의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문학작품의 ‘제목’만을 주제로 다루는 이 학술대회는 올해로 벌써 개최된 지 스물두 번째 해를 맞이했습니다. 운 좋게 저도 여기서 발표하게 되었고 제 발표 주제는 였습니다. 에피그라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발표에서 써 먹었으니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사투놉스키가 쓴 ‘시에 대한 시’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얀 사투놉스키(Ян Сатуновский, 1913-1982)는 필명이고, 본명은 야코프 아브라모비치 사투놉스키(Яков Абрамович Сатуновский)입니다. 그는 리아노조보 그룹의 다른 시인들보다 열 살 정도 나이가 많습.. 2018. 5. 4.
반쯤 지워진 비문 - 예브게니 크로피브니츠키와 리아노조보 그룹 반쯤 지워진 비문- 예브게니 크로피브니츠키와 리아노조보 그룹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작년 말 우연히 삽기르 학술대회에 들렀다가 삽기르의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에 나온 친구 홀린의 시도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둘의 스승이었던 예브게니 레오니도비치 크로피브니츠키(Евгений Леонидович Кропивницкий, 1893-1979)의 시를 읽기에 이르렀습니다. 보통 러시아 현대시를 읽을 때는 1990년대 한국에 번역되었던 예브게니 옙투셴코,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벨라 아흐마둘리나 등을 큰 줄기로 삼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인들도 이 시인들을 잘 알고 이들의 시를 참 좋아합니다. 삽기르, 홀린, 크로피브니츠키는 요즘 러시아 사람들한테도 생소한 시인들.. 2018.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