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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코 모치닉, 이해와 호명 이해와 호명Understanding and Interpellation 라스트코 모치닉(Rastko Močnik) 지음엄정후 옮김 [옮긴이의 말]라스트코 모치닉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실 수 있지만, 그는 슬라보예 지젝, 믈라덴 돌라르, 알렌카 주판치치 등과 함께 슬로베니아 학파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앞서 언급한 학자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면, 그가 전개하는 이데올로기론은 라캉의 이론보다는, 주로 담론 이론에 의거한다는 점입니다(물론 그 역시 라캉의 이론을 참조합니다.). 모치닉을 통해서, 슬로베니아 학파는 단순히 라캉의 이론에 의거하는 학자들의 집단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이론을, 또 아방가르드·펑크 예술을 통해 당시의 슬로베니아(와 유고슬라비아)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단이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2026. 6. 23.
마니글리에, 사물의 질서 사물의 질서 파트리스 마니글리에(Patrice Maniglier) 지음 함은호(연세대학교 비교문학 석사) 옮김배세진(정치철학자) 감수 아무런 예비 지식 없이 《사물의 질서(The Order of Things)》(OT)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텍스트의 제목과 ‘인간 과학human sciences의 고고학’이라는 부제 사이의 관계에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1] 인간 존재자human beings라는 우리 자신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기획과 사물이 질서지어지는 방식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 소박한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이미 《사물의 질서》의 핵심적인 의도를 이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우선 다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고학이라는 단어는 통.. 2026. 6. 23.
서문: 스탱게르스의 십볼렛 - 브뤼노 라투르 번역자: 박동수(이 글은 https://blog.naver.com/taiot 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서문’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 글은 이자벨 스탱게르스의 책 Power and Inventio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7)에 실린 브뤼노 라투르의 서문으로, 스탱게르스의 철학을 영어권에 처음으로 소개한 글이다. 한편으로 라투르 자신이 스탱게르스에게 배운 교훈을 정리하는 글이자, 스탱게르스의 철학이 지닌 주요 논점과 변천 과정을 1997년 시점에서 매우 명쾌하게 정리한 글이기도 하다. 브뤼노 라투르의 사상을 끊임없이 재형성하는 데 스탱게르스가 끼친 영향력은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마찰하는 동반자 관계”(도나 해러웨이)를 담은 한 권의 책 이 나.. 2026. 6. 21.
Pédés, 무제 (Untitled, Portrait of a Silent Fag), 2020 무제 (Untitled, Portrait of a Silent Fag), 2020 Julien Ribeiro번역: 임하은 «보시오, 이것은 예술가가 창조한 폭력의 찬가가 아니라, 현실이 직접 내지르는 비명이자 노래요...»1971년 영화 〈 Sweet Sweetback's Baadasssss Song〉 오프닝 자막에서 인용된 중세 전통 주문 2022년 여름, 진단이 내려졌다. 우울증. 12호선 선로 위로 몸을 던지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던 날, 그게 분명해졌다. 그로부터 다섯 달 전, 내 안에서충분히 단단하다고 여겼던 무언가가 부서졌다. 아무 예고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몇 주 동안 멈추지 않았다. 울면서 잠들고, 울면서 깼다. 슬픔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침묵과의 새로운 관계만큼은 .. 2026. 6. 17.
이다의, 자기 자신의 도굴법 ② 신호가 있고 일제히 거수했다 자기 자신의 도굴법② 신호가 있고 일제히 거수했다 이다의 부각시키고자 전면에 공개된 것, 우린 더욱 정교하게 겨눌 수 있게 된다. 관통상은 두부를 들고 있는 슈미트에게도 남는다. 머리는 머리를 움켜쥔 손으로부터 이어져 그 자신의 것이 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금과 같이 소유하고자 한다는 것, 출토된 유물은 어떻게 그 욕망으로 인해 유물로 남는지. 이제껏 머리에서 몸으로 무엇이 전달되는지 살폈다면 몸들이 꿈틀거리는 모습, 쏟아져 나온 인간들을 본다. 안전을 보장한다는 신호로써 국가는 소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신호를 우리는 왜 믿나? 실상 믿지 않는다. 국가의 개입과 비개입이 카드 뒤집기로 마주 운용된다 썼듯, 국가에 대한 미심쩍음은 양면 중 무엇을 지지하던 공동의 감각이다. 그러나 믿겠다 판단하.. 2026. 6. 15.
‘듣기 시간’으로서의 소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 ‘듣기 시간’으로서의 소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1] 지혜정 '[2026 서교연 비평이론학교] 시즌 2. 탈식민주의로 TEXT 횡단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성한 비평문입니다. 어떤 소설은 읽는 이의 감각을 바꿔놓는다.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불러들여 ‘사건’을 몸으로 겪도록 한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2024)가 그렇다. 소설이 다루는 것은 1945년 오키나와전투 시기, 구메지마에서 벌어진 학살이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백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 구메지마에서 일본군은 스파이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주민 20명을 사살했다. 그중 7명이 소설 속에서 ‘조선인 고물상’으로 불리는 구중회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여기에는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못한 젖먹이도 포함되어 있.. 2026.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