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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트랙, 평론가의 자리 비평의 트랙, 평론가의 자리 필자: 수차미 박동수 평론가가 씨네21에 쓴 글 「밀레니얼의 문화 코드를 노려라, 게임 원작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읽었다. 지면에 올라갈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커뮤니티를 보며 생각 외의 반응이 나와 놀랐다. 씨네21이 왜 영화가 아니라 게임을 다루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대충 ‘씨네21이 망했다’는 식의 지적이었다. 어딜 가나 ‘망했다’는 말은 불만의 표시로 사용되니 별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 반응이 지적하는 건 사실 유효하다. 게임과 영화를 한 자리에 두는 건 어쩌면 게임 웹진이 해야 할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영화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지만 반대로 게임은 영화가 아니면 다른 분야로 뻗어 나가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영화는 음식과 음악, 사회학과 인류학 등.. 2025. 11. 14.
우리는 웃어야 해서 웃는다 우리는 웃어야 해서 웃는다We Laugh Because We Must 에만 이드 Eman Eid 번역: 서제인 *원문 출처: https://wearenotnumbers.org/we-laugh-because-we-must We laugh because we must - We Are Not NumbersWhen we laugh in Gaza, it’s the kind of laughter that burns in our throats, hides our screams, and keeps us from unraveling.wearenotnumbers.org이 글은 올해 4월에 발행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많은 수의 당나귀를 동물보호 명목으로 압수해서 사람들의 이동이 더욱 힘들어졌으며, .. 2025. 11. 11.
Pédés, 검은 피부, 무지개마스크 (Peau noire, masque arc-en-ciel) 검은 피부, 무지개 마스크 (Peau noire, masque arc-en-ciel[1]) ANTHONY VINCENT번역: 임하은 시작에 모욕이 있다. Didier Eribon, Réflexions sur la question gay에서.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 마티니크의 어느 여름 오후. 다섯, 여섯 살쯤 되었을 때, 엄마와 대모에게 장바구니를 들어드린다고 했어요.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요. 가방을 팔꿈치에 걸쳐 들었을 때, 두 사람이 제가 너무 makoume[2]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먼저 부끄러움이, 그 감정은 제 몸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강했습니다. 그 모욕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욕설과 침, 그리고 폭행으로 이어졌습니.. 2025. 11. 6.
Pédés,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Nanténé Traoré번역: 임하은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믿음입니다. 파스칼의 결혼식에서 저는 어떤 사람이 ‘그 모든 일, 필립을 뒤로 하고 그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니 다행이다.’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어요. 필립 크루치, 그의 음악, 그의 이미지들, 어머니, 공간을 가득 채우던 그의 미소, 그 웃음에 대한 기억, 어머니가 사무실에 간직해 둔 사진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집에서 울고 있던 필립, 그리고 밖에서 울고 있는 크루치, 밤에, 우리는 그의 삶을 공유했고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랑과 작별이 나에겐 그의 죽음과 연결되지 않아요.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 2025. 11. 5.
질 들뢰즈, 돌멩이들(LES PIERRES, 1988) 돌멩이들(LES PIERRES, 1988)[1] 질 들뢰즈 Gilles Deleuze번역: 갈피 *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1975년부터 1995년까지 정식 출간되지 않은 들뢰즈의 텍스트들을 모은 두 번째 선집[2]인 《광기의 두 체제(DEUX RÉGIMES DE FOUS)》에 마흔여덟 번째로 수록된 기고문 〈돌멩이들(LES PIERRES)〉로, 들뢰즈가 팔레스타인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편집장으로 있는 문예지 《정원(Al Karmel)》지에 다르위시의 요청에 따라 기고한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이 ‘돌덩이들’인 것은 ‘인티파다(Intifada)’와 관계가 있다. 아랍어로 인티파다는 ‘봉기’, ‘항쟁’을 뜻하며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벌인 항쟁을 의미.. 2025. 11. 5.
토이사이드(toycide), 장난감의 학살 토이사이드(toycide), 장난감의 학살 박용준 (역사교사ㆍ대학원생) 가자의 어린이들‘에게도’ 인형이 있다. 전쟁과 학살 중에 찍힌 그들의 손과 품에는 인형들이 소중히 안겨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위태로워보이는 이 인형들을, 공습이나 포격이 벌어지면 놓치기도 한다. 그러면 잠시의 틈을 찾아 어린이들은 그것들을 되찾으러 온다. 손을 잃어버린 아이는 다른 손으로 그걸 주워 올리고, 저만큼 날아가서 따뜻한 피가 쏟아지고 있는 아이의 인형은, 이윽고 곧 죽게 될 다른 아이가 주우러 오는 것이다. 무수한 인형들이 포탄 한 발, 총알 한 발마다 떨어졌다가 주워지고, 다시 떨어지길 반복한다.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수많은 학살과 파괴에 비하면, 인형과 장난감들의 ‘죽음’이란 정말로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 2025.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