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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랑종>에 드러나는 신자유주의가 여성의 몸을 좀비로 만드는 방법 공포영화 랑종>에 드러나는 신자유주의가 여성의 몸을 좀비로 만드는 방법배경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영화 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는 “공포는 인간의 고통 속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엄숙하고 항구적인 것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붙잡아 그 고통의 은밀한 원인과 결부시키는 감정”[1]이라 서술되어 있다. 공포란 결국 인간의 고통의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감정인 것이다. 독일의 영화학자 안톤 캐스는 공포영화란 안전한 거리에서 관객이 쇼크나 죽음 직전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트라우마를 재현함으로써 작동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포 영화를 보면서 ‘무서움’이나 ‘두려움’이란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공포 영화가 우리의 고통스러운 기.. 2025. 12. 7.
러시아의 신자유주의 도입 하 포스트소비에트 인간의 정체성 이행: 빅토르 펠레빈의 『P세대』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신자유주의 도입 하 포스트소비에트 인간의 정체성 이행: 빅토르 펠레빈의 『P세대』를 중심으로 황유경| 서교인문사회연구실 1. 1991년 12월 26일, 지상 최대의 공산주의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했다. A. 유르착(A. Yurchak)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원하리라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진’ 날이다. 이 날은 70년 가량을 존속해온 과거의 세계에 대한 완전한 부정과 외부 세계의 돌연하고 전면적인 유입의 감각을 불러 일으켰다. 단절의 감각이 팽배했던 개혁의 시기에 러시아에서 성장하고 형성된 신러시아인 세대는 ‘P세대’로 명명된다. 이 명칭은 1993년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빅토르 펠레빈(Виктор Пелевин)의 동명의 소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P’는 펩시 콜라를 의미한다... 2025. 12. 6.
“그러나 되돌릴 수 없어”: t.A.T.u의 레즈비언 모티프와 러시아식 신자유주의 “그러나 되돌릴 수 없어”: t.A.T.u의 레즈비언 모티프와 러시아식 신자유주의 이종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1. ‘그녀가 그녀를 사랑한다’, 또는 신자유주의적 성 해방 2003년, 유럽 각국이 대표를 보내 최고의 대중가요를 선정하는 축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열렸다.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1994년부터 이 행사에 참여해 온 러시아는 그해의 대표로 여성 듀오 ‘t.A.T.u’(이후 ‘타투’)를 선발했다. 이 그룹의 러시아어 이름은 ‘타투(Тату)’로 ‘그녀가(та) 그녀를(ту) 사랑한다(Та любит ту)’의 약어다. 그룹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 레즈비언 커플로 설정된 두 멤버는 유로비전 무대에서 믿지 마, 두려워하지 마(Не верь, не бойся)>라는.. 2025. 11. 9.
상상의 채석장,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Konstellation)': 김수환, 『비교의 산파술: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 겹쳐 읽기, 문학과지성사, 2025. 상상의 채석장[i],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Konstellation)’[ii]:김수환, 『비교의 산파술: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 겹쳐 읽기』, 문학과지성사, 2025. 조정훈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인 ‘비교의 산파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요컨대, 내게 필요했던 것은 단순한 연결과 대질의 작업을 넘어설 수 있는 어떤 것, 이를테면 외견상 결코 서로 연결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대상과 주제들을 다소간 ‘폭력적으로’ 연결시키고, 그와 같은 부딪힘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기술이었다. 한마디로 내게는 ‘비교의 산파술(maieutics)’이 요구되었던 것이다.”[iii](16)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의 흥미로운 교차점들, 저자 식으로 말하자면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의 빛나는 .. 2025. 10. 19.
옛날 옛적에...가자에서는 - 『팔레스타인 시선집』을 읽고 옛날 옛적에...가자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선집』(2025, 접촉면)을 읽고 박기형 (회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 내가 죽어야 한다면 너는 살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 (...) 내가 죽어야 한다면 희망을 낳기를 이야기로 남기를- 리파트 알아리르(Refaat Alareer), “내가 죽어야 한다면” (번역 류송)2023년 10월 7일 이후, 2년 여가 흘렀다. 역사는 이 기간을 어떻게 기록할까? 아니,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까? 1945년 1월 27일. 폴란드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소련군에 의해 해방된 날이다. 1945년 8월 6일. 미군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오카 마리는 『기억·서사』(김병구 옮김, 고유서가, 2024) 서문에서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처럼 지명(地名)이 ‘홀로코.. 2025. 10. 15.
순간에서 지속으로, 자연에 대한 혁신적인 이해 - 『자연의 개념』 서평 순간에서 지속으로, 자연에 대한 혁신적인 이해 - 공간도 시간도 와 의 사건 존재론으로 미선 정강길 “『자연의 개념』 이 작품은 자연 철학에 관한 가장 심오한 저작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 앙리 베르그송 “우리는 점들이 아닌 지속들 속에 살고 있다.” - A. N. 화이트헤드 화이트헤드의 중기 시절 대표작 중 하나인 『자연의 개념』(The Concept of Nature, 1920)은 1919년 11월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행한 타너 강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전 저작인 『자연 인식의 원리에 관한 탐구』(1919)와는 한 짝을 이루는 서로 보완적인 책이다. 당시 이 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철학자는 흥미롭게도 화이트헤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 2025.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