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무브 Writing114 ‘듣기 시간’으로서의 소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 ‘듣기 시간’으로서의 소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1] 지혜정 '[2026 서교연 비평이론학교] 시즌 2. 탈식민주의로 TEXT 횡단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성한 비평문입니다. 어떤 소설은 읽는 이의 감각을 바꿔놓는다.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불러들여 ‘사건’을 몸으로 겪도록 한다.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2024)가 그렇다. 소설이 다루는 것은 1945년 오키나와전투 시기, 구메지마에서 벌어진 학살이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백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 구메지마에서 일본군은 스파이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주민 20명을 사살했다. 그중 7명이 소설 속에서 ‘조선인 고물상’으로 불리는 구중회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여기에는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못한 젖먹이도 포함되어 있.. 2026. 6. 11.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세미나를 마치고 세미나를 마치고 김강현 세미나를 돌아보며 6주간 도시 읽기 세미나를 했다. 도서는 1961년 미국에서 출간된 제인 제이콥스 이다. 주에 다섯 챕터를 두 사람이 나누어 발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고 많지 않은 인원 덕인지 집중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비판이 오갔고 결론에 이르러서 다음 도서인 를 읽기 위한 계기가 자연스럽게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제인 제이콥스는 헤겔적 의미에서의 역사의 간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녀는 다양한 형태의 도시 및 건축 모더니즘에 대항하여 진정한 도시 경험의 근본적인 특징들을 옹호하며, 그 요소들을 나열한다. “그 요소들을 통해 쇼핑은 도시성을 대신하면서 미국의 병든 도심 지역을 소생시킬 수 있는 모델로서의 ‘가벼운 도시'를 창조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을 .. 2026. 5. 21. 카메라가 된 예술가:지윤구의 《Calibration》 카메라가 된 예술가:지윤구의 《Calibration》 전승혁 '[2026 서교연 비평이론학교] 시즌 2. 탈식민주의로 TEXT 횡단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성한 비평문입니다. 관객은 미술공간에서 무엇을 보는가. 대상을 재현한 이미지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배열된 전시라면 관객은 이미 주어진 시각 체계 안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본다. 그러나 기획이 있는 전시가 대상만이 아니라 보는 조건 자체를 문제 삼을 때, 관객은 감상자에 머물지 않는다. 전시는 폐기된 역사에 서사를 부여하고, 관객과 다시 읽어내는 시간을 만든다. 이로써 무엇이 보이는지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보도록 조정되고 있는지를 경험하는 자가 된다. 시각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은 능동성 여부에 따라 단일한 시점이 아니라 여러 층위를 거닐 .. 2026. 5. 11. 신자유주의에서 가족 장치의 구성과 그 기능 신자유주의에서 가족 장치의 구성과 그 기능- 1997년 IMF 사태를 중심으로 권범철(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2025 제5회 서교연 컨퍼런스 (2025.8.23)에서 처음 발표 후, 수정 보완하여 11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인용 시 해당 호를 참고 바랍니다(http://doi.org/10.52955/JCCF.2026.03.11.9). 1. 서론신자유주의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공적인 혹은 공통적인 것에 대한 공격이면서 사적인 일자리에서 사람들을 내쫓는 과정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공적인 지원 — 그런 것이 있던 사회에서는 — 도 약해지면서 재생산 영역은 크게 취약해졌다. 간단히 말해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다. 신자유주의는 바로 그 재생산 영역을 축적의 수단으로 삼았다. .. 2026. 4. 23. 조직화의 관점으로부터: 보그다노프와 아우구스티누스적 좌파 (2) 조직화의 관점으로부터: 보그다노프와 아우구스티누스적 좌파 (2) 로드리고 누네스번역: 김수환 | 한국외대 인류세의 보그다노프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에게는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를 동시대인처럼 보이게 만드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우주와 행성을 모든 것이 연결된 자기 조직화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 탈조직화라는 엔트로피적 힘, 그리고 인간의 활동-저항이 환경과 맺는 끝임 없는 긴장에 대한 강조, 그 어떤 관계에서도 환경과의 최종적 평형은 불가능하다는 확신, 그리고 생존 가능성과 적응의 명령은 인류에게도 적용되는 바, 이는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류를 잠재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도록 만든다는 이해 등이 그러하다. 이 모든 것은 보그다노프를 인류세를 살아가고 있.. 2026. 3. 15. 저항하는 자연: 제이슨 W. 무어,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서평 저항하는 자연- 제이슨 W. 무어, (갈무리, 2020) 서평 권범철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2020년 겨울호 제86호(246~255)에 게재된 글입니다. 인용 시 해당 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매해 기록을 경신하는 더위, 녹아 내리는 빙하, 사라지는 동·식물 등을 다루는 기사에 우리는 익숙해진 지 오래지만, 21세기 들어 그 징후는 더욱 분명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 기사들은 대체로 지구가 혹은 자연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심하게 파괴될 것인지 보도하고 예측한다. 그 기사들의 논조는 대체로 어둡다. 지구는 서서히, 그러나 점점 속도를 내면서 망가져가고 있다.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는 바이러스 사태는 이러한 자연.. 2026. 3. 13. 이전 1 2 3 4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