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교인문사회연구실12

“더 이상 어디에도 바깥은 없어”의 안쪽을 따라서 그리는 일 “더 이상 어디에도 바깥은 없어”의 안쪽을 따라서 그리는 일: 『팔레스타인 시선집』(접촉면 펴냄, 2025)을 읽고 길혜민(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당신은 집에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았을 때, 느닷없이 내 이름을 부른 목소리가 자신을 “다윗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그때, 당신은 깨달아야만 한다. 이 전화가 끊기는 순간부터 58초 사이에 나는 집으로부터 가장 멀리 뛰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전화벨이 울렸고, 그 전화를 받은 뒤로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결혼식 앨범이나 내 아이의 애착담요, 또는 제출 직전의 대학 입학지원서를 챙겨서 집으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는 것에 대하여. 전화를 받기 직전까지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 2025. 12. 9.
캐슬린 매디언, <들뢰즈의 팔레스타인> 들뢰즈의 팔레스타인[1] 캐슬린 매디언 (Kathryn Medien)번역: 갈피 초록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이스라엘 국가의 형성 그리고 뒤이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강탈 행위와 식민화를 되돌아보는 일련의 글들을 집필하였다. 지금까지 잘 논의된 바 없는 들뢰즈의 이 텍스트들은 이스라엘 국가를 식민주의 국가로 명명하며, 이스라엘의 식민화 프로그램을 미국의 식민화 프로그램과 선주민족들에 대한 집요한 강탈과 연결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들뢰즈는 식민지적 폭력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심도있게 고려하는 자본주의적 발전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고는 주장하고자 한다. 들뢰즈의 팔레스타인 관련 저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면서, 본고의 결론부에서는 왜 이러한 텍.. 2025. 11. 17.
Pédés,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Nanténé Traoré번역: 임하은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믿음입니다. 파스칼의 결혼식에서 저는 어떤 사람이 ‘그 모든 일, 필립을 뒤로 하고 그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니 다행이다.’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어요. 필립 크루치, 그의 음악, 그의 이미지들, 어머니, 공간을 가득 채우던 그의 미소, 그 웃음에 대한 기억, 어머니가 사무실에 간직해 둔 사진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집에서 울고 있던 필립, 그리고 밖에서 울고 있는 크루치, 밤에, 우리는 그의 삶을 공유했고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랑과 작별이 나에겐 그의 죽음과 연결되지 않아요.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 2025. 11. 5.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1편] 조르주 바타유의 죽음과 주권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강길모 (현대정치철학연구회) 연재를 시작하며 푸코는 『안전, 영토, 인구』 강의에서, 사회주의 정치의 기획이 성립하려면 다른 통치성과는 구별되는 사회주의 통치성이 발명되어야 했으나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주권적 폭력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채 국가폭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주의 국가들과 대동소이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 그 외의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국가장치에 통치를 의존했었던 사실 등은 현실사회주의가 사회주의 이전의 국가들과 다른 통치성을 발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시일 것이다. 반면 오늘날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 지배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2025. 10. 22.
옛날 옛적에...가자에서는 - 『팔레스타인 시선집』을 읽고 옛날 옛적에...가자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선집』(2025, 접촉면)을 읽고 박기형 (회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 내가 죽어야 한다면 너는 살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 (...) 내가 죽어야 한다면 희망을 낳기를 이야기로 남기를- 리파트 알아리르(Refaat Alareer), “내가 죽어야 한다면” (번역 류송)2023년 10월 7일 이후, 2년 여가 흘렀다. 역사는 이 기간을 어떻게 기록할까? 아니,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까? 1945년 1월 27일. 폴란드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소련군에 의해 해방된 날이다. 1945년 8월 6일. 미군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오카 마리는 『기억·서사』(김병구 옮김, 고유서가, 2024) 서문에서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처럼 지명(地名)이 ‘홀로코.. 2025. 10. 15.
웹진 인-무브 소개문 & 필진 모집 **웹진 인-무브 소개문**인-무브는 사유와 현장이 상호 번역되는 교차로에서 '과정으로서의 연구'를 제안합니다. 거친 노트, 다듬어 지지 않은 원고, 출판이 요원한 번역물, 서툰 사유의 파편들을 용감하게 세상에 내놓고 그 구체적인 자리를 같이 찾아갑니다. 단절되고 고립된 작업들이 서로 얽히며, 이론과 운동을 함께 키워가는 연구자들의 생태계를 만들어갑니다.+참고: "웹진 인-무브, 시작합니다" https://en-movement.net/15 [인-무브 필진 상시 모집]고이 잠자고 있는 원고들을 깨워서 세상에 내놓아주실 "필진"을 기다립니다!!! 웹진 인-무브는 2017년 첫 문을 열었습니다. "이론"에 관한 낙관과 비관을 모두 경계하며,기성 학술-교육 제도의 경계 위에서 연구자들이 서로의 지식 생산 과정을.. 2025.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