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인-무브

극한알바 택배상하차편”, 결론은 노동자 사망

 


정우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힘들어요가 아니에요. 이건 죽어요.”

 

지금은 종영한 무한도전 극한알바편에서 택배 상하차알바를 하던 하하가 내뱉은 말이다. 극한알바 편이 방송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택배 상하차 업무는 극한의 노동이며, 하하의 말은 실제로 나타난다. “이건 죽어요

 



폭염으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겪던 86, 대전의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한 명의 노동자가 출근 첫 날 감전 사고를 당했다. 그는 10일 뒤 사망했고, 현장 CCTV에는 더위에 지쳐 맨 몸으로 일하는 그의 모습과 극한의 더위 속에서 힘겹게 일하던 그의 사고 장면이 그대로 찍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23세 청년 알바노동자 김 군이었다. 그는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기다리며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친구와 함께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 군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안전에 대한 수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청년) 노동자들이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군이 사망한 날로부터 며칠 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다. 그는 50대 노동자로 김 군과 마찬가지로 상하차 업무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나라 최대 택배회사 CJ대한통운이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상하차를 하던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한 것이다. 이후 조사를 통해 김 군의 감전사는 라인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 감전이 되면 자동으로 전기가 멈추게 되는 부품을 제거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부품은 고작 몇 천원에 불과하지만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라인이 멈춰 작업 속도가 늦춰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제대로 된 휴식조차 없었던 극한의 노동환경 또한 그대로 적발되었다.

김 군의 감전사 이후 노동건강연대와 알바노조는 감전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대한통운 대표이사를 고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상하차를 하다 사망한 두 노동자는 모두 대한통운 소속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대한통운의 하청노동자였다. 예전부터 극한알바로 꼽혔던 택배 상하차는 인력파견 업체가 상시적으로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을 통해 인력을 구하고, 파견업체를 통해 공급된 인력은 대형 택배회사의 하청업체를 통해 대한통운과 같은 큰 택배회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김 군과 그 친구 그리고 사망한 50대 노동자 모두 이런 구조를 통해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됐다. 그럼 사고의 책임은 그들이 일하는 물류센터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대한통운일까? 아니면 근로계약서를 쓴 소속 업체일까?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은 대한통운에게 고작 수백만 원의 벌금만을 매기며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노동건강연대가 대한통운 대표이사를 고발한 것은 바로 작업장의 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원과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위험과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긴 뒤 이윤만을 가져가는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구의역 김 군, 메탄올로 실명한 6명의 노동자 그리고 대한통운의 김 군까지. 막 노동시장에 진입한 미숙련 청년/알바노동자들이 위험한 업무를 아무런 보호 없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한통운을 비롯한 대형 택배회사는 인력을 파견 받는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로 사고가 나기 1년 전 처벌을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김 군과 같은 알바를 계속해서 하청업체를 통해 사용해왔고, 그 누적된 결과로 이번의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구의역 사고도, 메탄올 실명사고도 그리고 이번 대한통운도 모두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다시 서두에 꺼낸 무한도전의 장면으로 돌아가 보면 택배회사의 원·하청관계 속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원청이 하청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고용관계는 특별히문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하가 상하차 알바를 하는 사무실 뒷배경에는 버젓이 당일 물류센터에서 필요한 인력이 각 파견업체별로 할당되어 있고, 할당량을 채웠는지에 대한 현황이 화이트보드에 찍힌 모습이 그대로 적혀 있다. 또 상하차 중 휴식시간은 차량이 빠지는 몇 분의 시간밖에 없다는 사실도 떳떳하게 나온다. ‘비정상이 제대로 처벌 받지 않다보니 일반화되어 문제시 되지 않은 것이다.

택배 상하차 업무는 극한 업무이다. 처리해야할 택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더 싸게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불법 파견도 서슴없이 자행하는 대기업 원청 택배회사 그리고 값싼 인력보다 값비싸게 느껴지는 이윤 추구의 경향이 택배 상하차를 극한알바로 만들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군대를 막 전역한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것이다. 이러한 일이 현재 진형형인 것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원청 대기업에 대한 제대로된 감시와 규제가 없고, 사고가 난 이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기만 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실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20177조의 매출과 2000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고, 올해는 그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너 만약에 여기 계속 온다고 생각해봐. 2일하면 너 죽어.. 3, 4일 하면” CJ대한통운 사고 이후 택배상하차업무를 잠입 취재하는 기자를 걱정하며 같이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해준 말이다. “힘들어요가 아니에요. 이건 죽어요라는 하하의 말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대통령임을 자부하며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윤이 있는 곳에 책임이 따른다라는 아주 간단명료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동료에게 일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건네는 끔찍한 상황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촛불은 아직 작업장에 닿지 못했다.


* 이 글은 생면안전 시민넷의 안전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 로드 중…

최근에 게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