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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기고12

비평의 트랙, 평론가의 자리 비평의 트랙, 평론가의 자리 필자: 수차미 박동수 평론가가 씨네21에 쓴 글 「밀레니얼의 문화 코드를 노려라, 게임 원작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읽었다. 지면에 올라갈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커뮤니티를 보며 생각 외의 반응이 나와 놀랐다. 씨네21이 왜 영화가 아니라 게임을 다루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대충 ‘씨네21이 망했다’는 식의 지적이었다. 어딜 가나 ‘망했다’는 말은 불만의 표시로 사용되니 별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 반응이 지적하는 건 사실 유효하다. 게임과 영화를 한 자리에 두는 건 어쩌면 게임 웹진이 해야 할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영화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지만 반대로 게임은 영화가 아니면 다른 분야로 뻗어 나가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영화는 음식과 음악, 사회학과 인류학 등.. 2025. 11. 14.
Pédés, 검은 피부, 무지개마스크 (Peau noire, masque arc-en-ciel) 검은 피부, 무지개 마스크 (Peau noire, masque arc-en-ciel[1]) ANTHONY VINCENT번역: 임하은 시작에 모욕이 있다. Didier Eribon, Réflexions sur la question gay에서.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 마티니크의 어느 여름 오후. 다섯, 여섯 살쯤 되었을 때, 엄마와 대모에게 장바구니를 들어드린다고 했어요.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요. 가방을 팔꿈치에 걸쳐 들었을 때, 두 사람이 제가 너무 makoume[2]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먼저 부끄러움이, 그 감정은 제 몸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강했습니다. 그 모욕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욕설과 침, 그리고 폭행으로 이어졌습니.. 2025. 11. 6.
Pédés,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Nanténé Traoré번역: 임하은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믿음입니다. 파스칼의 결혼식에서 저는 어떤 사람이 ‘그 모든 일, 필립을 뒤로 하고 그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니 다행이다.’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어요. 필립 크루치, 그의 음악, 그의 이미지들, 어머니, 공간을 가득 채우던 그의 미소, 그 웃음에 대한 기억, 어머니가 사무실에 간직해 둔 사진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집에서 울고 있던 필립, 그리고 밖에서 울고 있는 크루치, 밤에, 우리는 그의 삶을 공유했고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랑과 작별이 나에겐 그의 죽음과 연결되지 않아요.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 2025. 11. 5.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1편] 조르주 바타유의 죽음과 주권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강길모 (현대정치철학연구회) 연재를 시작하며 푸코는 『안전, 영토, 인구』 강의에서, 사회주의 정치의 기획이 성립하려면 다른 통치성과는 구별되는 사회주의 통치성이 발명되어야 했으나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주권적 폭력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채 국가폭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주의 국가들과 대동소이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 그 외의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국가장치에 통치를 의존했었던 사실 등은 현실사회주의가 사회주의 이전의 국가들과 다른 통치성을 발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시일 것이다. 반면 오늘날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 지배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2025. 10. 22.
뫼비우스의 우주를 넘어서 뫼비우스의 우주를 넘어서 필자: 수차미 “예술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건 ~다’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작품에서 요소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무엇과 무엇이 대립하고, 무엇이 무엇과 유사한 관계가 있는지 하는 짜임새(구조)를 관찰한다. 작품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꽤 어려운 작업으로, 많은 작품을 통해 연습해야 한다. 아마 이게 어려워서 도중에 관찰을 포기하고 ‘이 요소는 사실 작가의 이런 메시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식의 수수께끼 풀이로 바뀌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지바 마사야) 지바 마사야의 글 「예술 작품이란 '풀 수 없는 문제'다」를 읽었다. 이 글의 주요 논의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대개 ‘.. 2025. 10. 18.
데모스를 해체하기(Undoing the Demos), 2장 데모스(The Demos)를 해체하기:신자유주의의 은밀한 혁명 Undoing the Demos: Neoliberalism’s Stealth Revolution (2015) 웬디 브라운(Wendy Brown)번역: 임인호 2장 푸코의 강의록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신자유주의적 통치 합리성을 분석하기 우리는 오늘날 재구성되는 새로운 세계, 즉 시장, 제도, 그리고 일상적 삶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주적인 시민의 신자유주의화를 어떻게 분석하고 이해해야 할까? 이전의 자본주의 양식과 지속되면서도 불화하는 모든 종류의 주체, 시민, 가족, 국가, 사회 규범 그리고 제도에는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의 황혼(dusk)보다는 여명(dawn)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 것인가? 학자들은.. 2025.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