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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연재완료/인권의 전선들12

형제복지원, 혹은 문명화 과정의 효과로서 야만(2) 3.물신화된 규율과 폭력의 문화적 과정 유신정권 이후 들어선 전두환 정권에서도 부랑인 정책의 기조는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었다. 내무부 410호 훈령은 전두환 정권의 말기인 1987년 2월에서야 폐지된다. 같은 해 1월 형제복지원의 실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의 일이다. 형제복지원 역시 기본적으로는 내무부 410호 훈령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랑인의 타자화와 배제의 전략 속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자로 규정되어 ‘건전한 사회질서’로부터 배제된 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야만적 폭력’의 지대였다. 그곳에서 행해진 잔혹한 폭력과 끔찍한 인권유린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형제복지원은 야만이 지배하는 상태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때 ‘야만적’이라는 느낌은 정확히 문명적인 것의 반대편에 있어야.. 2018. 5. 11.
형제복지원, 혹은 문명화과정의 효과로서 야만(1) *이 글은 2013년 학단협, 민주법연 등이 공동주관한 학술대회 에서 발표하기 위해 작성했던 글이다.당일 나는 몸이 너무 안좋아서 참여를 하지 못했다.이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형제복지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감금 및 수용시설은 건재한 상태이다.이 문명화의 결과로서 창출된 야만은 언제까지 지속될런지... 형제복지원, 혹은 문명화 과정의 효과로서 야만(1) 1.섬이란 어디에도 없다 영화 (2005)와 (2010, 이하 )은 모두 그 공간적 배경이 섬이다. 육지로부터 한 참 떨어진 어느 외딴 섬. 그래서 육지의 외부인들이 거의 드나들지 않고 심지어 제대로 된 관공소조차 없는 어떤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두 영화는 담고 있다. 이때 섬은 고립의 공간이자 외부세계와의 단절된 공간을 의미한다. 외부의 .. 2018. 4. 15.
인권선언과 세 가지 정치(3) 보편화의 정치 반복이란 최초의 기입-사건을 반복하는 것이며, 이는 새로운 권리 주체들의 출현을 의미한다. 투쟁을 통한 권리 주체들의 지속적인 확장과 증식. 이것이 바로 반복의 정치가 갖는 효과이다. 그리고 기입-사건의 반복이 결국 새로운 권리 주체의 확장과 증식이라는 함은 또한 인권선언이 제시하는 권리의 보편화를 뜻한다. 어떤 제한이나 단서도 없이 모든 개인들이 권리주체가 되는 보편화. 인권선언의 세 번째 정치성은 보편화의 정치이다. 1789년의 인권선언은 이 보편화의 성격을 매우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 선언은 역사적으로 너무나 큰 의미를 가지지만 그 선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부실’했다. 프랑스에 권리선언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삼부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시행된 1879년 3월에서 4월 사이에 작성된.. 2018. 3. 29.
인권선언과 세 가지 정치(2) 반복의 정치 그러나 아무리 인권선언이 국가제도 안에 인간과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기입해 넣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국가가 이 권리들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왔던 것은 아니다. 이는 단지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만이 아니라 근대 최초의 공화정을 탄생시킨 미국독립혁명과 그 혁명의 방향성을 천명한 미국의 「독립선언문」(1876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한 소비에트연합에서 선포된 「노동 피착취 인민의 권리선언」(1918년)조차도 ‘선언’의 문장이 현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현실은 ‘선언’이라는 형식으로 기입된 인간과 시민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배반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기입의 정치란 한때 인민의 결집된 힘이 권리를 억압하는 권력체제.. 2018. 3. 14.
인권선언과 세 가지 정치(1) 인권선언과 세 가지 정치 정정훈(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발리바르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받았던 충격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새로웠던 것은 그의 프랑스혁명해석, 특히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에 대한 해석이었다. 나름 투철한 맑스주의자이자 유물론자로 자처하던 내게 프랑스대혁명의 이념이나 소위 ‘인권선언’은 부르주아지의 관념적 공문구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내게 맑스를 다른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이론적 관점과 맑스를 경유하는 정치를 사고하기 위해 유용한 개념적 수단을 제공해주던 발리바르가 프랑스대혁명의 인권선언을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여기서 인권의 정치를 적극적으로 개념화하는 부분에서는 이 선언에 대한 나의 선입관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여러 계기로 인.. 2018. 2. 14.
작업실을 열며 : 인권에 전선이 필요하다구? 작업실을 열며 : 인권에 전선이 필요하다구? 정정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웹진 인무브에 온라인 작업실(workshop)을 열면서 간판에 ‘인권의 전선들’이라고 적어놓았다. 이렇게 작업실의 이름을 짓고 보니 무언가 어색하다. 왠지 인권이란 말에 스며있는 평화의 이미지와 전선(戰線)이라는 단어에 깃든 전쟁의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충되는 느낌이다. 하긴 전쟁만큼 인권침해의 장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인권의 전선들이란 그래서 모순적 조어인거 같기는 하다. 어쩌면 그 모순적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작업실의 이름을 ‘인권의 전선들’이라고 지은 것은. 모순에는 긴장과 갈등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사고한다는 것은 그러한 긴장과 갈등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인권이라는 이념은 과연 그 의미가 확정되고,.. 2017.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