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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혜민2

“더 이상 어디에도 바깥은 없어”의 안쪽을 따라서 그리는 일 “더 이상 어디에도 바깥은 없어”의 안쪽을 따라서 그리는 일: 『팔레스타인 시선집』(접촉면 펴냄, 2025)을 읽고 길혜민(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당신은 집에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았을 때, 느닷없이 내 이름을 부른 목소리가 자신을 “다윗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그때, 당신은 깨달아야만 한다. 이 전화가 끊기는 순간부터 58초 사이에 나는 집으로부터 가장 멀리 뛰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전화벨이 울렸고, 그 전화를 받은 뒤로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결혼식 앨범이나 내 아이의 애착담요, 또는 제출 직전의 대학 입학지원서를 챙겨서 집으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는 것에 대하여. 전화를 받기 직전까지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 2025. 12. 9.
[금요일의 시방] 이연주의 시전집을 읽고 [금요일의 시방] 이연주의 시전집을 읽고   길혜민(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문제는 맨몸으로 기도문 한 구절 없이 버티는 용기와 저항의 힘이란다.                                                                「신생아실 노트」 중에서  벌써 시방을 시작한지 1년이 넘었다. 작년, 오션 브엉의 시집을 읽고 작은 에세이를 한편 쓰고 나서 다음 에세이는 이연주의 시전집을 대상으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1년이 넘은 마음인 것 같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끝나지 않은 박사논문 때문에 여러 논문을 읽고 계속해서 확장성을 얻어나가려는 의욕에 충만했던 것 같다. 그때 마침 내가 꽂혀있던 소재는 1980년대 여성시인들의 작품에서 일종의 ‘궁핍상’ 같은 것이 비춰.. 2024.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