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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3월 31일 안드레아 마자리노(Andrea Mazzarino)가 <Counterpunch>라는 좌파 매체에 기고한 "The Costs of (Another) War, When We Could Be Fighting Climate Change" 칼럼을 박기형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이 옮긴 것이다.

 

*원문링크: https://www.counterpunch.org/2022/03/31/the-costs-of-another-war-when-we-could-be-fighting-climate-change/

 

 

 

(또 다른) 전쟁 비용, 우리는 언제 기후변화와 싸울 수 있을까?

 

안드레아 마자리노

번역 ㅣ 박기형

 

 

미국의 6세 아동과 러시아의 85세 노인 사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반대편에 있다는 것 외에 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들 모두 온난화 행성(a warming planet)이 가하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거야?” 지난 여름 메릴랜드 주 집 뒤의 숲을 헤매고 있을 때, 어린 아들이 내게 물었다. 나는 머뭇거리다 ‘잘 모르겠어’라고 대답했다. (나도 스스로에게 매일 이렇게 묻지만 내가 어머니로서 내놓은 이 대답은 가장 안심을 주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날 우리는 내 어린 딸아이를 집에 남겨두고 떠났었다. 왜냐하면, 섭씨 37.8(화씨 100도)가 넘는 7월의 어느 아침, 아이는 발을 떼자마자 숨쉬기 힘들어하며 쌕쌕거렸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여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4,500마일 떨어진 마을을 방문했을 때 한 나이 지긋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더워졌지?” 내 딸처럼,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속해서 문 쪽을 힐끗 쳐다봤다.

 

나는 인권과 전쟁을 전공하는 인류학자로서 1990년대부터 러시아를 여행했다. 당시 나는 내 친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도시 포위 공격의 생존자로서 받은 정부 보조금으로 구입한 식량 외에, 농작물을 추가로 재배하고 있던 농장을 방문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녀는 과수원에 있는 사과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과들로 매년 가을 통조림을 만들어서 식량으로 활용했는데, 해가 갈수록 사과 수확량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궁금해졌다. 만약 어떤 전쟁이 일어나 그속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그녀는 굶주림과 더위로 죽게 되지 않을까?.

 

평소에 내가 기후 온난화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하면, 그녀는 그저 농담을 하곤 했다. 그녀는 목조 주택 주변에 고드름이 드리워진 풍경을 가리키며, "우린 러시아에서 약간의 지구 온난화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라며 말했다. 나는 겨울이면 폐가 따끔거릴 정도로 공기가 차가운 러시아 전역의 도시들에서 그러한 풍자적 후렴구의 여러 버전들을 종종 듣곤 했다.

 

그러나 내가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방문했을 때, 그곳의 추위와 더위가 어느때 보다 더 심각하고 예측할 수 없게 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지인들과 활동가 동료들 사이에서 삼림 벌채와 수질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NGO들은 정기적으로 위협에 직면했고 심지어 정부가 폐쇄를 강제할 수 있는 정치적 혐의를 받고 있었기에, 자신들의 발언에 신중을 기했다.

 

그래도 러시아 전역에서 지방 당국이 그러한 활동가들의 말을 듣고 때때로 지역 사회의 식량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벌목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지역 우물을 오염시키는 공사를 중단하는 것과 같은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례들을 보았다. 그리고 러시아의 전제주의적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도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기후 변화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시베리아는 말 그대로 불타고 있고, 녹고 있는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은 잠재적인 재앙과 같은 온실 가스의 "메탄 시한폭탄"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환경 비용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주장하는 지도자가 이 행성에서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새로운 전쟁(바로 우리가 필요로 했던 것이다!)을 일으켰다는 게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해, 내 머릿속에선 전쟁 중에 등장한 기후 변화의 여러 이미지가 떠나지 않았다. 수백만 명의 민간인이 러시아 군대의 파괴적인 폭격으로부터 계속 도망치는 가운데, 키이우와 같은 우크라이나 도시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 사람들의 연이은 교통량으로부터 배출되는 배기 가스, 또는 러시아가 공격한 서부 우크라이나의 군사기지 위에 피어오른 연기나 포위된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절망에 빠진 주민들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장작을 태우는 장면 등을 떠올려보라.

 

2011년, 나는 브라운 대학교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Cost of War Project)’를 시작하는 걸 도왔다. 이 프로젝트는 우선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과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국가 간 무력 충돌의 인적, 금전적 비용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았다. 너무 비참하게도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명백히 깨달아야 하는 것은 모든 전쟁은 이 행성의 ‘또 다른 살인자’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그 살인자는 ‘기후 변화’다.

 

전쟁 비용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전투의 혼란상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의도적인혼동을 감안할 때 무력 충돌의 실제 사상자와 금전적 비용을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그에 반해, 너무나 명확한 또 다른 비용이 있는데, 우리는 이 비용을 인식해야 한다. 전투기를 띄우거나,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군인들을 이동시키고 보급하며, 키이우를 향해 탱크들을 보내는 데 소비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생각해보라. 이제 그 자체로도 재앙과 다를 바 없는 이 모든 것은 완전히 또 다른 전쟁의 일부가 되었다. 그것들은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으며, 거의 80억에 가까운 지구의 거주민 모두에게 벌써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의 전쟁은 불안할 정도로 에너지 집약적이다. 2017년에 두 대의 미국 B2-B 스텔스 폭격기가 리비아에 위치한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약 12,000마일을 비행한 임무 하나만 놓고 생각해보자. 두 대의 폭격기만으로도 약 1,000톤의 온실 가스가 배출되었다. 다음의 것 또한 고려해보자. 우리는 미군의 연간 온실 가스 배출량이 덴마크, 포르투갈, 스웨덴과 같은 국가들의 배출량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잠시 러시아를 잊어보자. 미국은 여전히 ​​​​85개 이상의 국가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을 한다는 것은 에너지와 자원을 지속가능한 발전보다는 살육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분쟁에 연루된 국가는 다른 전쟁인 환경 전쟁에 대응하는 데 훨씬 더 제한적인 능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의 이탈리아와 독일을 생각해보라.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천연가스 및 기타 연료를 교체해야 하는 필요성에 직면한 이탈리아는 이전에 폐쇄된 석탄 발전소의 운영을 재개할 잠정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반면에,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이 없어 더 큰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마지막 석탄 발전소를 2030년까지 폐쇄하려던 계획을 연기할 수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작은 기후 재난이다.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이 기후 변화에 언제 다시 대처할 수 있게 될 지 상상할 방법이 없는 건 분명하다. 지금은 파괴된 마리우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마리우폴은 한때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European Bank of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의 녹색 도시 프로그램(Green Cities Program)으로부터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수질 오염 정화 노력에 가장 많이 "참여한"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도시 자체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분쟁과 환경 관측소(the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에 따르면, 2014년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 간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그곳의 주요 발전소는 오염 위험이 큰 저급 연료 비축분을 사용해야 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서 공급하는 고급 연료는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와 같은 전쟁들의 다른 영향에는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숲을 벌목하고 가스 발전기로 캠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의 소각장과 같이 폐기물을 위험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전쟁 상황에서 종종 허용되는 환경 파괴의 또 다른 예이다.

 

 

미국과 기후변화 대응

 

최근 들어, 환경 재난을 경고하는 헤드라인이 전쟁에 관한 헤드라인으로 완전히 대체되어 버렸다. 우리는 모두 제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럽에 급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군사력 증강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인의 단결을 호소해 의원들로부터 당을 막론하고 박수갈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연설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언급을 본질적으로 생략했다는 사실은 우리 시대의 전형임(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 António Guterres는 예외)을 명심해야 한다. 한때 사회복지서비스와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3조 5천억 달러를 지출할 수도 있었을 바이든의 더 나은 재건 법안(BBB Acts, Build Back Better Acts)[1]은 대폭 축소되었지만, 그 조차도 상원을 통과할 만큼의 충분한 표를 자신의 정당에서 모으지 못했다. (고마워요! 석탄왕 조 매친 Joe Manchin[2]님!)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시작된 지 불과 2주 만에 상원의 양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136억 달러의 군사 및 인도적 지원을 담은 1조 5천억 달러의 정부 지출 법안에 대해 68 대 31로 찬성했다. 해당 정책 패키지에는 나토 국가들에 수만 명의 미군 병력을 파견하고, 이미 우크라이나 군에 보낸 3억 5천만 달러의 무기 비용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지원,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금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수도꼭지가 열린 게 분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3주차까지 우크라이나 군을 위한 8억 달러 상당의 무기와 보호 장비를 추가했다. 가장 최근에는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도록 지원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추가할 것을 약속하고, 그와 함께 미국 땅에 1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맹세했다.

 

물론 전쟁으로 인한 인적 비용은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파괴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전투로 사망함에 따라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문제의 일부다. 전쟁의 실제 비용을 계산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전쟁터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또 다른 전쟁을 분명히 드러내기 도 전에 장기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환경 전쟁은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환경 대학살, 당시와 현재

 

기후 변화는 모든 곳에서 사람들의 건강, 자연 환경 및 사회 인프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의 정부 간 패널(the U.N. Intergovernmental Panel)에서 나온 기후 변화에 관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인 날씨의 수준이 심화하며, 질병의 발생 빈도가 늘고 확산세가 심해지며, 매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며, 홍수와 가뭄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심각해지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세계의 현재 에너지 소비율과 그에 따른 온도 변화를 고려할 때, 2100년까지 다음과 같은 결과들, 즉 홍수나 산불과 같은 극단적 기상 현상이 5배나 증대하고, 치명적인 열 스트레스에 노출된 세계 인구의 비율이 48%에서 76%로 증가하며, 이번 세기 중반까지 해수면 상승 및 기타 기후 위험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해안 주민이 10억 명 이상에 달할 것이며, 그때까지 1억 8,300만 명이 추가로 영양실조에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부정적인 기후위기 관련 소식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밝은 희망이 어디인가에는 존재할 수 있다. 국경을 아랑곳 않는 잠재적 기후위기는 지정학적 적들과 우리가 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푸틴의 기후 특사가 항의 표시로 사임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보다는 그 가능성이 훨씬 낮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세계를 만들기 위한 집단행동이 없다면 우리는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질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때 보다도 기후 외교의 진전이 시급하다.

 

2010년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 근처 크라스노다르(Krasnodar) 지역까지 4일 간의 기차 여행을 간 적이 있다. 7월의 더위는 이미 숨막히는 것이었다.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유럽 러시아(European Russia) 전역을 휩쓸었고, 모스크바는 썩은 연기로 뒤덮였다. 열과 오염 그리고 화재와 관련된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나처럼 다른 승객들도 바람을 쐬기 위해 침대차의 창문을 열었지만, 매캐한 연기가 너무 자욱해서 몇 분 만에 우리 얼굴은 그을음으로 뒤덮였다. 어느 순간, 얼굴에 여드름이 난 마른 청소년들로 이뤄진 러시아 신병들이 내가 있는 기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러시아의 분쟁에 휩싸인 국경지대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으려 노력할 때, 대신 어떻게 그곳의 공기 덕분에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운 것처럼 느낄 수 있었는지 농담을 했다. (당시 푸틴의 군대는 인근 체첸 지역에서 반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남은 잔돈을 긁어 모았고, 정차하는 기차역의 야외 시장에서 구입한 물품으로 우리 모두가 나눠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하자고 고집스레 얘기했다.

 

12년 전 그 여행에서 이미 러시아와 세계의 관계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언론인들은 정부, 특히 군부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것을 점점 더 어려워하고 있었다. 고급 레스토랑, 자동차 판매대리점, 화장품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었지만,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기차가 작은 마을에 정차하자 할머니와 아이들이 집에서 만든 치킨 커틀릿과 오이가 담긴 종이 쟁반을 들고 승객들에게 팔려고 들어왔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바람에 닳고 그을음으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체첸으로 향하는 50대 경찰관이 내가 속한 침대칸에 합류했다. 그들은 당시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장악하고 있던 크림 반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내게 “크림 반도가 한때 러시아의 소유였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일부였던 자신의 어린 시절에만 해도 그의 가족들이 그곳에 가는 것이 더 쉬웠으며, 우크라이나는 매우 아름답기에 꼭 가보라고 덧붙였다. 그와 그의 아내는 젖은 수건으로 그을음이 묻은 자녀들의 얼굴을 번갈아 닦았다. “맙소사, 언제부터 이렇게 더웠습니까?” 그는 정확히 나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 공기, 행성에게 물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그 당시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던 더위와 우리가 변화하는 기후를 마주하고서 공유했던 인간성(humanity)에 대해 처음에 느꼈던 그 감각을 결코 잊은 적이 없었다. 물론, 지난 해 기록적인 화재와 열돔(heat domes) 및 극심한 가뭄을 경험한 미국 서부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우리의 너무나 연약한 민주주의는 아직까지는 고맙게도 러시아의 독재 정권과 다르다. 하지만 둘의 공통점은 근시안적이라는 점이다. 근시안적인 양국의 정치 계급은 뿌리깊은 역사를 지닌 지정학적 문제에 있어 군사적 해결책에만 몰두하고 있다. - 참혹한 테러와의 세계 전쟁을 기억하는가?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2019년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푸틴에게 처음 손을 내밀었을 때, 우리가 핀란드나 이스라엘과 같은 중개인들의 지지를 모았더라면 어땠을까? 오래 전에 워싱턴이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의 후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오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계를 핵전쟁의 실존적 가장자리로 내몰 수 있는 NATO의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청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폭력적이고 외교적인 조치다. 이는 외교가 군국주의를 이기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파괴를 이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가까이에 있든 멀리 있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창구가 닫히고 있다는 사실에 속이 메스꺼워진다. 그 순간의 끔찍한 살인과 파괴뿐만 아니라, 우리가 초래한 환경 피해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고통은 우리 모두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의 악몽을 끝내기 위해 주요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한다. 세계의 강대국이 조속히 결집해 기후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참고: 이 글은 TomDispatch에서 배포하였고, Counterpuch에 2022년 3월 31일 게시되었다.

 

*저자 소개: Andrea Mazzarino는 브라운 대학교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로, 전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는 활동가이자 사회복지사다. 그녀는 재향군인(Veterans Affairs) PTSD 외래환자 클리닉, Human Rights Watch 및 지역사회 정신건강관리기관을 포함해 다양한 임상, 연구 및 관련 직책을 역임했다. 그녀는 신간 <War and Health: The Medical Consequences of the Wars in Iraq and Afghanistan>의 공동 편집자다.



[1] 옮긴이 주. ‘더 나은 재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을 담은 법안이다. 사회 인프라 구축 관련 예산 지출 법안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재건을 선언하며 내놓은 것으로, 사회복지 및 기후위기대응과 관련한 예산이 골자를 이룬다.

[2] 옮긴이 주. 조 맨친은 민주당 소속의 웨스트버지니아주를 대표하는 미국 상원 의원으로, 미국 상원의 에너지천〮연자원위원의 위원장이다. 민주당 내에서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그가 속한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석탄 산업에 경제적 기반을 둔 지역으로, 조 맨친은 원유, 석탄,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기업들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2021년 11월 19일 바이든 행정부의 ‘더 나은 재건법’이 미 하원을 통과했지만,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의 비율로 의석을 나눠 갖고 있는 미 상원에서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무산되었다.

 

(또 다른)전쟁비용, 우리는 언제 기후변화와 싸울 수 있을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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