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은실내에서방안의전경을다담을수없을 만큼사방이매우좁다. 그림2는필자가현지조사를하던기간동안살고있던쪽방건물에같이살던주민 B 씨 (남, 60세) 방의일부로설문조사후그의동의를얻어촬영한것이다. 동자동에 30년이상거주하고있는 B 씨는이방에서만 20년이상살고있었다. 그의 2평남짓한방안에는일반가정에서사용하는크기의냉장고,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각종조리도구등을모두갖추고있었다. 그는자랑스럽게본인은하루세끼를다방에서해먹는다며냉장고를열어필자에게깔끔하게정리된본인이직접만든밑반찬을보여주었다. 사진을얼핏보면정리정돈이안된것같이보이지만, 잘살펴보면제한된공간에서모든것이매우깔끔하게각자의자리를잡고있다. 사진에는다나오지못했지만, 사진좌측에나온옷걸이밑으로는티브이와컴퓨터가자리잡고있었고, 필자가반대편벽에붙어이사진을찍으려고서있던곳은 B 씨이불을깔고자는공간이었다. 즉, B 씨의 2평의방안에일반가정의침실, 거실, 부엌이다집약된것이다.
이처럼쪽방은일반적으로화장실/세면실을대부분공동으로사용하고, 조리공간이없으므로방에서휴대용버너사용해야하고음식을해먹는주민들의경우설거지는화장실/세면실에서해결한다. B 씨처럼정리정돈을잘하고, 살림을잘하는사람마저도최소면적에도훨씬못미치는좁은방에서최소구조, 성능및환경기준에맞는생활을하기는제한적인것을볼수있다. 이뿐만아니라 B 씨의방에서볼수있는것처럼다양한전기제품이있지만전기설비설계기준상좁은방에콘센트의수가제한적이기이를모두사용하기힘들고, 그나마사용 시멀티탭을이용하여문어발식전기사용을할수밖에없어화재에도매우취약하다. 즉, 에너지를사용하고싶어도사용하지못하는물리적제약때문에탄소배출량이낮을수밖에없는것이다.
쪽방이라는물리적환경뿐만아니라쪽방의운영시스템역시주민들의에너지사용량을제한한다. 그림 3은필자가찍은동자동의한쪽방의계단에붙어있던공고문으로 “1인일 실에사용가능한전기제품은 TV 선풍기입니다. 다른제품사용 시 1만 5천원이추가됩니다.”라고적혀있다. 쪽방건물을돌아다니다보면이와비슷한공고문을심심치않게볼수있다. 많은쪽방주인/관리인들은온수나난방설비가되어있어도아예틀어주지않거나매우제한적으로틀어준다. 공고문이붙은쪽방역시난방비와따로받았지만제한적으로틀어주었다. 이외에도주민이자비를들여세탁기를들여와서공동으로사용하거나에어컨을설치하고싶어도주인/관리인이반대하여사용하지못하는경우도여럿있었다. 방값을내고도냉난방은물론사용할수있는전기제품의항목까지제약을받고있는것이다.
경제적빈곤역시낮은탄소 배출량의중요한요인이다. 그림4는연구자가친하게지냈던주민 E 씨 (남, 62세)가살고있는쪽방부엌의모습이다. E 씨의방은보증금 100만원, 월세 30만원으로동자동의다른쪽방보다비싸지만, 방앞에베란다가있어그는이곳을부엌겸세면대로사용하고있었다. B 씨와마찬가지로 E 씨역시매우깔끔하고정리정돈을잘하는주민이었다. 2020년여름어느날필자가 E 씨의방에놀러갔을때의일이다. 항상남을잘챙기는그는내가놀러 갈때마다믹스커피를주거나차를끓여주었다. 그날도 E 씨는커피를끓이기위해부엌에쭈그려앉아서통에담긴커피믹스와설탕을듬뿍담고는가스레인지를불을켜고물을끓였다. 불이켜진지얼마안돼서베란다의공기가후끈해졌다. E 씨는 “아더워”하고땀을닦으며부엌에서나오면서 “아이고~ 이렇게물도끓이는것도고역이야~”라고머슴쩍게웃으며한숨을쉬었다. 그의이야기를듣고베란다로들어가보니정말열기가후끈해서숨이막혔다. 나는부엌을나와안타까운마음에 E 씨에게물었다. “물끓이는포트있지않으세요? 그거사용하면훨씬덜더울텐데...” 이에그는 “있지. 근데커피한잔마시려고그거틀면전기료가많이나오잖아”라고, 대답했다. 일반적으로월세에에너지사용료가포함되어있는쪽방과다르게그가살고있는건물은층마다계량기를설치해서모든주민이매달가스사용료와전기사용료가따로내기때문에, 수급비로생활하는그에게는에너지사용료가경제적으로부담이되는것이었다.
그러면서 E씨는 “그래서믹서기같은것도있어도안쓰는 거야. 그거쓰면훨씬많이나와. 막 2만 원씩나와. 그래서주스같은것도갈아먹고싶어도못먹고안먹는거야... 그러니까돈이부담되니까뭐든지자꾸안 하게되는거야.”라고말했다.
쪽방에살고있는많은주민들은치아건강이좋지못한데, E 씨역시어금니외에는이빨이없고부분틀니를하고있어그에게믹서기는영양 섭취를위해꼭필요한요리도구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돈이부담되어거의사용하지못하는상황이더욱더안타깝게느껴졌다.
나: 일주일에 버스는 얼마나 타세요? A씨: 한 달에 2~3번?... 택시는 안 타요. 탈 돈도 없고. 지하철, 고속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이용 빈도와 자주 다니는 곳에 관해서 묻자 A 씨(남, 60세)는 짜증을 내며 “안 움직여요. 갈 때도 없고. 그냥 방콕 이야 방콕! ... 어디 갈 일이 없어요. 없어! 보름에 한 번씩 병원에 약 타러 가요!”라고 대답했다. 주민들 대부분은 시내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나 지하철뿐만 아니라 고속버스와 기차 역시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설문 결과 지난 1년 동안 고속버스를 이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기차를 이용한 사람은 단 4명뿐 이었다. 또 다른 주민 D씨 (여, 69세) 역시 연구자가 대중교통 이용에 관한 질문을 하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나: 최근에 여행이나 어디 다녀오신 적 있으세요? D씨: 없어~ 나: (조심스럽게) : 비행기[각주:4] 타보신 적은 없으시고요...? D씨: (화를 내며) 없어~!!!” 나: (또 조심스럽게) 그럼 지하철이나 버스는요? D씨: 못 타!
주민들의 삶을 생각해 보았을때 최근 1년 내에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했지만, 설문지 항목에 포함되어 있기에 꼭 물어보아야 했다. 평소 까칠한 말투의 D씨는 나의 질문에 평소보다 더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나 역시 질문을 하면서도 그녀의 짜증이 이해가 됐다. 내가 질문을 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주민들이 거의 동네 밖을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