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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은 폭염과 한파에 취약한가?  (2/2)

 

강준모(캔자스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계속)

 

3)    사회적 요인

 

사회적 요인은 개인이 타인과 맺는 관계인 사회적 관계를 말하는데, 이는 재난의 취약성을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1] 재난이 일어났을 신뢰와 사회적 상호 작용이 강한 공동체일수록 대응할 있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취약계층의 경우엔, 구성원 간의 강한 응집력과 친밀감이 재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극복하는 도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2]  반대로 사회적 관계로 인해 오히려 재난이 발생하기도 한다. 1995 시카고의 폭염을 다룬 <폭염사회>에서 에릭 클라이넌버그는 폭염을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규명하는데, 그는 연구를 통해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비교했다. 희생자가 속출한 지역은 경제적으로 쇠락하여 인구도 줄고 건물이 즐비하며, 범죄가 많은 지역이었다. 연구에서는 지역의 빈곤한 노인들이 범죄가 두려워 더워도 창문을 열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되어 피해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 지역 커뮤니티가 무너진 것이 참사가 발생한 원인 하나가 것이다.

 

2019 서울시의 설문에 따르면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77.4% 누구와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고 답했을 정도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 또한, 도움을 요청할 이웃이 있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과반수가 이상이 없다고 대답했고, 명이 있다는 응답한 비율도 20.6% 불과했다.

 

하지만 필자가 현지 조사 관찰한 동자동 쪽방촌의 사회적 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쪽방 거주민들의 이중심리를 분석한 연구에서 쪽방 주민들의 사회적 관계를 때로는 밉지만, 결국 의지하게 되는복합적인 심리를 보여주었다.[3] 그림4 같이 서로를 경계하고 타인에 대한 적대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민들에 대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2021년에 출판된 정택진 선생님의 동자동의 사회적 관계를 다룬 연구인 <동자동 사람들>에서는 쪽방촌에서 만난 형님을 위해 병간호를 하고, 가족이 없는 이웃을 대신해 무연고 장례까지 상주가 되어 곁을 지키는 주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이 년에도 수십 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동자동에서 마지막까지 병간호하고 주위를 지키는 이들이 이웃인 경우는 자주 있다.

 

그림 4. 쪽방문 앞에 걸려있는 경고문

 

 

이처럼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도움을 청할 있는 이웃이 없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떤 지역보다 재난이 일어났을 서로 도움을 있는 역량이 있는 곳이 쪽방이다. 필자는 여름철 쪽방 문에 신발 끈이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림5.1. 여름철 문이 열려 있는 쪽방 복도의 모습
그림5.2. 신발끈으로 고정한 문

그림 5에서는 모든 문들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있다. 여름철 너무 더우므로 거의 모든 주민은 문을 열고 생활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방문은 저렴한 재질의 판자로 되어 있는데, 너무 가벼워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문이 활짝 열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발 끈과 같은 줄로 문손잡이를 매달아 둔다. 필자가 쪽방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던 주민에게 다들 신발 끈으로 문을 걸어두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주민은 문이 열리면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수도 있고, 괜히 시비가 걸릴 수도 있어 그런 애초에 방지하고자 거두는 거라고 대답해 주었다. 특히나 여름철에는 더워서 사소한 일로도 싸움으로 번질 있기 떄문에 서로 조심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바로 이것이 쪽방의 사회적 관계를 가장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심이기도 하고, 갈등을 피하려는 방법이기도 하며, 아주 미세한 바람이라도 느끼기 위한 생존 수단이기도 것이다. 그리하여 살짝 문이 열려 틈새로 보면 타인이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있는 정도, 바로 생사 확인이 가능한 정도의 관계가 쪽방촌의 사회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4)    경제적 요인

 

재난에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한 경제적 자원은 매우 중요하다. 쪽방촌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난에 대비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2020 기준 쪽방촌 주민들의 7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달에 50 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생활한다고 보는데, 이는 필자가 주민들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참여자들은 평균 40 정도의 소비를 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식비로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건강이 좋지 못해 일을 하지 못하거나, 수급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자활근로 일자리를 하면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의 쪽방촌 주민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자동에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마을은행이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협동하고 신뢰를 쌓아 서로 돈을 모아 스스로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2011년에 사랑방마을주빈협동회(이하 협동회) 만들어졌다. 300 정도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고, 그들이 모은 돈은 급하게 병원비를 내야하거나 혹은 몇십만원이 없어서 방에 쫓겨날 위기에 있는 주민들의 급전으로 사용된다. 필자는 현지 조사를 하는 동안 협동회에서 자원활동가로 함께했는데, 협동회의 통계를 보면 주민들은 2020 월평균 주민들은 20 정도를 출자했고, 평균 대출금액 역시 비슷했다. 대출 규모를 보면 절반 이상이 10 이하의 소규모 대출로 대출받은대부분 생활비 (67%) 보태거나, 가족 혹은 지인을 돕거나 (10%) , 병원비 (8%), 주거비(5%) 등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쪽방촌 주민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인지 간접적으로 있게 해준다.

 

그러면 경제적 빈곤함은 더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필자가 친하게 지내던 주민의 방에 한여름에 놀러 적이 있다. 그는 아주 작은 베란다가 딸린 쪽방에 살고 있었다. 그는 베란다를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직접 그의 방은 동네에서도 좋은 축에 속했다. 그는 내가 때마다 간식과 커피를 대접해 주었는데, 매번 베란다의 부억에서 가스불로 물을 끓여서 믹스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하루는 내가 물을 받으러 베란다에 잠깐 들어갔는데, 순간 찜질방의 불한증막 문을 것과 같이 푹푹 찌는 더위가 느껴져 깜짝 놀랐다. 땀을 뻘뻘 흘리며 베란다에서 나오는 그에게 너무 더우니 워터포터를 사용하는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그는 이미 워터포트를 갖고 있지만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쓰지 못한다고 했다.

 

그림 6. 겨울철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는 쪽방의 공고문

 

겨울 역시 마찬가지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쪽방촌은 에너지 기본권 박탈 상태이다. 겨울철 대부분의 쪽방건물은 난방이나 온수를 제공하지 않거나, 보일러를 돌리더라도 추가로 요금을 받고 가장 추운 새벽 시간 등에만 시간 트는 최소한으로 제공한다. (그림 6) 대표적인 에너지 빈곤 대응책인 에너지바우처 제도 역시 쪽방 주민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수급자 중에서 65 이상 혹은 장애를 갖고 있어야지만 신청 대상이 될뿐더러, 이에 해당하더라도 거지주에 개별적 에너지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어야 지원을 받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쪽방은 혜택을 받을 없다. 작년 겨울철 난방비 특별지원 대책의 일부로 쪽방에는 1,200매의 전기장판이 지급되었다. 하지만 그림 6 (아래) 같이 집주인이 전기장판 사용을 자제시키는 에너지 기본권 박탈 상태에서 이런 정책은 유명무실하다.

 

이처럼 안타깝게도 주민들의 경제적 빈곤함은 기후 위기와 맞물려 주거환경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기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있는 능력마저 제한시킨다.

 

 

5)    정치적 요인

 

사회적 취약성을 설명할 있는 마지막 요인은 정치적 자원이다. 정치적 자원은 재난을 대비하는 있어 근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흔히 도시 빈곤층이 집중된 쪽방촌은 정치적 자원이 결여되어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필자가 경험한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동자동 쪽방촌의 경우 대한민국의 빈곤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매년 엄청난 양의 후원 물품과 대기업 사회공헌팀의 봉사자들이 찾아온다. 또한, 매년 특히 여름철과 겨울철 혹인 명절에는 정치인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곳이다. 필자가 동자동에 있을 때도 연말에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보낸 이불이 선물로 나왔고, 삼성, 현대 대기업에서 선물꾸러미, 봉사팀이 나왔다. 당시 국무총리 역시 방문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위치로 이동한 쪽방상담소의 당시 건물 한켠에는 서울시장, 국무총리 희망의 메세지를 적힌 타일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쪽방촌은 표면적으로 정치적인 관심과 자원이 집중 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방의 빈곤은 계속되고 폭염과 한파 등에 계속해서 취약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이러한 정치적 관심이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아니라, 오히려 가난하고 힘없는 주민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일반 대중의 동정심을 얻고자 하는 기업이나 정치인들이 일회성 관심이나 후원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복지제도의 한계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보았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한계로 인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정치적 자원은 넘처나지만, 실질적 정치적 자원을 많지 않은 것이다( 연재의 나중에 다루겠지만 필자는 이걸 일회용 복지라고 부른다.) 오히려 일회성 퍼포먼스 나눔에서 베푸는 자들과 대조적인 불쌍한 수혜자들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빈곤의 구조적인 원인은 가려진다는 점에서 정치적 자원에는 마이너스가 된다고 본다.

 

여러 가지 예가 있지만 이런 상황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화재 대비였다. 쪽방촌에는 매년 지역 소방서에서 화재 대비 훈련을 한다. 필자가 현지 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지역구 담당 소방서에서 나와 화재 대비 훈련을 진행했다. 해당 구의 20 정도 되는 소방대원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 소방차와 환자를 이송할 쓰는 트롤리와 함께 지역 의용소방서 대원들과 함께 동자동의 공원에 모여 있었다. 화재 대비 훈련의 시작은 쪽방 주민들에게 나눌 과일박스를 쌓아두고 주민들에게 과일을 나누어주는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시작되었다. 선물을 나누어 주고 소방대원들이 의용소방대원들과 조를 나누어 개의 쪽방 건물의 화재 대비 점검 소화기 배치를 하는 시간이었다.

 

필자는 당시 동네 안내 등을 업무 지원을 나갔던 사회복지사들과 동행하여 조를 같이 따라다녔다. 쪽방 화재 대비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쪽방 주민들은 무료 나눔을 때를 제외하곤 참여하지 못했다. 심지어 건물 앞에서 중견급의 소방대원이 화재 알람 벨의 원리에 관해서 설명을 하기 위해 입구를 막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주민이 소방대원의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모습을 있었다. 그러다 소방대원이 화재 알람 벨을 실수로 눌러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방대원이 말단의 대원에게 빨리 가서 끄라고 지시하여 금방 일단락되었지만, 필자가 충격을 받은 화재 경보기가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이 너무나 놀라 옆에 있던 사회복지사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런 식의 훈련이 하루 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다 보니 실제로 불이 나도 주민들이 안에 있는 아니겠냐며 오히려 화재 예방에 대한 의식이 떨어지는 같다며 토로했다.

 

그림7. 지역 소방서의 화재 대비 훈련

쪽방촌에는 화재 대비를 위한 물적 자원이 투여된다. 쪽방과 고시원에 화재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2013년에 전국 쪽방촌 전기설비 개선 사업을 시행하여 3년 동안 총 4,746개 가구의 전기 설비를 전면 개보수했다. 이 외에도 쪽방에 화재경보기설치 등 화재 대비를 위한 수년에 걸쳐 여러 가지 지원이 이루어졌다. 필자가 현지 조사를 하는 기간에도 소방서에서 노후화된 소화기 교체 및 방에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스프레이용 소화기가 1,000개 이상 지급되어 무료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림 8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쪽방촌에는 소화기가 충분히 지급되어 있다. 이 사진은 필자가 소화기 교체 활동을 함께 나갔을 때 찍은 것으로 LPG 가스 옆에 소화기가 4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화기 한 개는 아예 박스채 미개봉상태로 비치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8. LGP 가스 옆에 소화기4 대가 비치되어 있는 쪽방 건물의 모습

 

소방 훈련을 진행했던 마침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지역구의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려고 당시 과일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던 주민들과 악수하는 모습을 있었다. 모습을 함께 보고 있던 사회복지사는 동자동 쪽방촌의 공원은 모두를 위한 공간인 같다며 주민들을 위한 놀이터이자, 소방서를 위한 놀이터, 정치인들의 놀이터라며 반어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이것이 쪽방촌의 정치적 자원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쪽방촌의 자원은 넘쳐난다. 매년 소방 훈련을 하기 위해 인적자원이 투여되고, 화제의 취약성을 낮추기 위해 물적 자원이 투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방촌에서 계속해서 화재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쪽방에서 재난의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가며

 

쪽방촌이라는 공간이 폭염과 한파에 취약하다는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쪽방촌의 사회복지사는 기자들이 전화가 많이 오기 시작하면 계절이 바뀌었느냐고 느낄 정도로 쪽방촌의 더위와 추위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다. 필자는 글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쪽방촌이 폭염과 한파에 취약한지 맥락을 파악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물리적, 인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으로 나누어 취약성을 검토했지만, 모든 것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있다. 쪽방촌이라는 공간의 내재된 취약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폭염과 한파와 같은 재난을 맞닥뜨렸을 증폭되는 있었다.

 

(끝)

 


[1] Meyer, M. (2017). Elderly perceptions of social capital and age-related disaster vulnerability. Disaster Medicine and Public Health Preparedness, 11(1), 48–55. https://doi.org/10.1017/dmp.2016.139

[2] Reininger, B. M., Rahbar, M. H., Lee, M., Chen, Z., Alam, S. R., Pope, J., & Adams, B. (2013). Social capital and disaster preparedness among low income Mexican Americans in a disaster prone area. Social Science & Medicine, 83, 5060. https://doi.org/10.1016/j.socscimed.2013.01.037

[3] 한소영, & 탁장한. (2017). 쪽방거주의 지속에 내재된 주민들의 이중심리 분석서울도시연구18(1), 9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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