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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빈곤

 

강준모(캔자스대학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얼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지구 온난화의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라는 경고했다.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으로 세계가 들끓고 있다. 작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50도에 근접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기록되었고, 같은 여름 유례없는 폭우 사태로 파키스탄의 1/3 잠겼다. 올해도 여지없이 재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4 지구 평균 온도가 측정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고,[1] 미국의  5 도시인 피닉스에서는 여름 하루 최고온도가 연속으로 43.4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도 작년 폭우 참사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연속적인 폭우로 기록적인 인명피해가 있었다.

 

현재 세계에게 350 이상의 주요 도시의 여름철 최고기온 평균이 35 이상이고, 2050년이 되면  970 개의 도시에서 비슷한 현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2100 까지 기온 상승을 2도까지 막는다 하더라도 세계 인구의 반이 폭염에 노출될 것이다.[2] 기상청은 20 서울의 여름일수가 142, 열대야일수는 42, 폭염일수는 38.6일이라고 전망한다.[3]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경험하고 있는 기후재난이 뉴노멀 되었고[4], 앞으로는 상황이 훨씬 악화될 것이다. 

 

우리가 이미 체감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모두에게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긴밀히 얽혀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이변의 횟수와 강도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취약 계층의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가령, 노년층은 재난 상황에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지난 20 동안 전세계적으로 노년층의 온열 관련 사망이 50% 이상 증가하였고, 2018 한해에만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노인인구가 30 명에 육박한다.[5] 폭염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사망률 변화를 연구한 국내의 연구에서도 열지수가 높아질수록 취약계층의 사망률은 증가하고 특히, 지역에서 소득 없는 노인과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은 구일수록 이상기후 현상에 취약한 것을 보여주었다.[6]

 

이처럼 빈곤은 기후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7] [8] [9] 유엔 인권 이사회의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특히 빈곤층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국가의 기본 서비스와 사회 안전망이 민영화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부유층은 돈을 지불해 더위, 기아, 분쟁을 피할테지만, 빈곤층은 극심한 고통을 겪게 것이며 수억 명이 식량 불안, 강제 이주, 질병, 사망에 직면하리라 예측했다.[10] 실제로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폭염시 가난한 지역일수록 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11] 국내에서도 기후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관련된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 쪽방촌이다.

 

작년 여름KBS 보도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띄어 쪽방촌과 신축 아파트의 옥상 온도를 비교하였는데, 쪽방촌의 표면온도가 신축 아파트보다 30 가까이 높게 나왔다. 이처럼 국가 내에서도 부자들과 빈곤층이 경험하는 폭염 등의 재난은 이미 매우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다.[12]

 

이에 연재에서는 기후변화와 매우 깊게 얽혀있는 빈곤과 불평등 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면에서 앞으로 차례에 나누어 한국에서 ”최후의 주거지”라고 불리는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의 일상에 폭염과 한파와 같은 기후변화 재난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복지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본 나의 연구를 소개할 예정이다.

 

쪽방은 0.5평에서 2 정도의 성인 사람이 잠만 있는 정도의 매우 작은 방으로, 공공임대주택, 비닐하우스촌, 지하셋방, 고시원 등과 함께 한국의 극빈층이 살고 있는 주거 형태이다.[13]지옥고(지하실 옥탑방 고시원) 아래 쪽방이라는 표현에서 있듯이 쪽방은 현재 존재하는 가장 열악한 주거형태이다.[14] 특히 쪽방은 폭염과 한파에 취약하기 때문에 쪽방촌은 매년 여름철과 겨울철이 되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쪽방촌 주민들은 언론을 통해 기후 “취약계층”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런 보도들은 실제 폭염과 한파가 쪽방 주민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주민들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대한이야기 보다는 재난불평등을 강조하기 위해 그들의 힘듦을 전시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15]

 

쪽방에 관한 선행 연구 역시 마찬가지다. 쪽방촌에 관한 연구는 열악한 주거환경 혹은 주민들의 생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없다. 예외적으로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2012년과 2016 차례에 걸쳐 폭염과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다.[16] 연구는 기존의 연구와 다르게 기후변화, 폭염에 관한 주제를 갖고 취약계층인 쪽방주민들을 대상으로 연구들 진행했다는 , 폭염이 주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탐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폭염에 대한 경험보다는 온도에 따라 주민들의 체온, 혈압 건강상태의 변화의 측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폭염에 관한 주민들의 체감과 대처경험에 대해서는 풍부하게 다루고 있지 못하다. 최근들어 쪽방촌과 폭염을 주제로 하는 연구들이 발표되고있지만[17], 역시 쪽방촌 주민들의 삶과 경험을 깊이 있게 다루기 보다는 기술주의적 해결방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에 연재에서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쪽방촌 주민들이 폭염과 한파에 어떻게 경험하고 대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연재에서 다룰 나의 박사논문  연구[18]2019 11월부터 2020 10 중순까지, 1 동안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며 현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한 문화기술지이다. 1 동안 동자동의 일상에 함께하고 다양한 경로로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동자동 쪽방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기관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진행한 참여관찰을 바탕으로 연구결과물이다.

 

폭염과 한파와 같은 기후재난은 쪽방촌 주민들의 (lived experience)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쪽방촌 주민들은 폭염과 한파를 어떻게 바라보고 경험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통해 기후취약계층이라고 불리는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깊이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재난에 대한 사회복지의 역할을 살펴봄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생태 복지적인 접근에 대한 의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각주

 

[1] Leo Sands, "This July 4 was hot. Earth's hottest day on record, in fact," Washington Post, July 5, 2023. https://www.washingtonpost.com/climate-environment/2023/07/05/hottest-day-ever-recorded/ (accessed August 5, 2023)

[2]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지구. 추수밭(청림출판)

[3] 고정근, 기후위기 시대 폭염의 집에 갇힌 사람들, 공기는 지독하게 뜨거워지고 있지만 그들의 방어막은 너무 얇다. 폭염불평등리포트, 2021

[4] David Gelles, “Climate Disasters Daily? Welcome to the ‘New Normal.” New York Times, July 10, 2023.

[5] Watts, Nick, Markus Amann, Nigel Arnell, Sonja Ayeb-Karlsson, Jessica Beagley, Kristine Belesova, Maxwell Boykoff, et al. “The 2020 Report of the Lancet Countdown on Health and Climate Change: Responding to Converging Crises.” The Lancet 397, no. 10269 (2021): 129–70. https://doi.org/10.1016/s0140-6736(20)32290-x

[6] 이나영, 조용성, 임재영, 폭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사망률 변화 분석, 보건사회연구, 456 - 484

[7] Leichenko, Robin, and Julie A. Silva. "Climate change and poverty: vulnerability, impacts, and alleviation strategies." Wiley Interdisciplinary Reviews: Climate Change 5, no. 4 (2014): 539-556. https://doi.org/10.1002/wcc.287

[8] Hallegatte, Stephane, Marianne Fay, and Edward B. Barbier. "Poverty and climate change: Introducti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Economics 23, no. 3 (2018): 217-233. https://doi.org/10.1017/S1355770X18000141

[9] Hallegatte, Stephane, and Julie Rozenberg. "Climate change through a poverty lens." Nature Climate Change 7, no. 4 (2017): 250-256.https://doi.org/10.1038/nclimate3253

[10] Alston, Philip. “Climate Change and Poverty :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Extreme Poverty and Human Rights.” United Nations. Accessed August 18, 2023. https://digitallibrary.un.org/record/3810720?ln=en#record-files-collapse-header.

[11] Yin, Yi, Liyin He, Paul O. Wennberg, and Christian Frankenberg. “Unequal Exposure to Heatwaves in Los Angeles: Impact of Uneven Green Spaces.” Science Advances 9, no. 17 (2023). https://doi.org/10.1126/sciadv.ade8501.

[12] Shonkoff, Seth B., Rachel Morello-Frosch, Manuel Pastor, and James Sadd. "Minding the climate gap: environmental health and equity implications of climate change mitigation policies in California." Environmental Justice 2, no. 4 (2009): 173-177.

[13] 이소정. "판자촌에서 쪽방까지-우리나라 빈곤층 주거지의 변화과정에 관한 연구." 사회복지연구 29 (2006): 167-208.

[14] 이혜미. (2020). 착취도시, 서울: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 글항아리

[15] 탁장한. "추방된 쪽방촌 도시빈민의 대항기억 탐구: 진보언론보도와 빈민운동기록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20, no. 1 (2020): 169-219.

[16]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폭염이 서울시 쪽방촌 독거노인에게 미치는 건강영향 조사 II, 2016

[17] 유남규, 김민성, 김봉주. "쪽방촌의 여름철 더위해결을 위한 방안 제시." 한국건축시공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019): 102-103. 유원택, 서현철, 홍원화. "대구 쪽방촌 주거환경실태 조사 열환경 분석 연구." 한국주거학회논문집 32, no. 6 (2021): 101-109.

[18] Kang, J. (2022). The Vulnerability of a Poor Urban Neighborhood to Extreme Weather Disasters and the Role of Ecosocial Work: The Case of Tongja-dong Jjokbang-chon in Seoul,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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