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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물리학자 생활 내 남성들의 무용담 - 03




번역: Andante | 페미니즘 번역모임



[책소개]

책 “입자선-시간과 생애-시간” (Beamtimes and Lifetimes)은 저자인 샤론 트래윅 (Sharon Traweek)이 참여관찰 방법론을 통해 과학자 사회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당시 과학기술학의 민족지 연구가 주로 다루던 ‘지식의 형성과정’이라는 화두를 넘어 공간배치, 기계, 연구자의 생애과정과 같은 사회문화적 측면을 다룬 저작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이라는 상이한 문화에서의 과학연구 양상을 비교하여 국가와 젠더가 과학의 구체적 실천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밝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서는 젠더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이 책의 3장 “순례자의 모험기 (천로역정): 물리학자 생활 내 남성들의 무용담” (Pilgrim's Progress: Male Tales Told During a Life in Physics) 을 다룰 것이다.

[위의 소개는 데이비드 J. 헤스 저, 김환석 역, "과학학의 이해", 당대, 2004, 256쪽을 참조하였음]

- 번역자


[본문]


학부생: 물리학이 말하지 않는 주변적인 것들에 의한 가르침 - (2/2)


(앞 내용은 "천로역정: 물리학자 생활 내 남성들의 무용담 - 02" 번역을 참조바람.) 


물리학자 사회가 자신들의 과학 활동을 초민족적이고 초문화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국가들과의 충돌로부터 그들의 사회를 분리하고 활동에 필요한 소통 창구를 유지하는 한 방법이다. 독일에서 영국으로, 일본에서 미국으로의 수 년 간의 이동은, 비록 정치적 압력이 물리학이 추구하는 바에 위협을 줄 수 있지만, 물리학자들이 정치와 민족주의를 초월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폴란드, 미국, 일본을 포함한 모든 민족국가의 과학자들은 이 초상화들에서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 이름과 다양한 출생지역에 대한 목록은 과학자는 모든 문화에서 출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과학과 그것에 대한 소질은 문화와 같은 변수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과학자로서 그들의 활동에 어떠한 문화적 영향도 없다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교과서의 나온 과학자들이 사진을 찍은 대학들은 모두 오직 입자물리학 분야의 주류 연구소와 계약되어있다. 이 남성들이 교육받은 학교들은 모두 훈련된 과학자들의 지도아래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좋은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입자물리학 지도에서 기준이 되는 국가 혹은 국제적 연구실이 많아야 10개라는 사실을 소개받는다. 물리학자 사회는 극도로 제한된 곳이고 어떤 사람이 교육받은 기관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첫 요소가 된다.


사진 캡션에 나온 분야 이동에 대한 정보는 물리학이 화학, 공학, 역사와 같이 그들이 떠난 분야와는 다르게 위대한 정신이 관심가질 만한 고유한 것이 있음을 암시한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한 물리학 교과서를 보면 입자물리학은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관통하는 창끝”으로서 묘사되어있다. [8] (남근 이미지는 남성 입자물리학자 사회의 많은 비공식적 담화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직업군에서 받는 훈련과정 안에서의 성적 언어, 혹은 성차별적 언어가 가지는 역할 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말들은 물리학자의 교육과정 각 단계에 아주 만연해있었다.) [9] 입자물리학자들은 이 창끝의 뒤에 이어지는 자루가 있다는 가정을 공유한다. 화학과 공학 뒤에 생물학이 뒤따르고 사회과학과 인문학이 이어진다. 또한 그들은 어떤 학문을 하는 데에 필요한 지능과 추론 능력의 수준도 위와 같은 순서를 따를 것이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입자물리학이 가장 높은 능력을 요구하고 인문학이 가장 적은 능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의미심장하게도 미술과 수학은 이 지식의 서열에서 빠져있다. 그들 각각은 입자물리학과 중요한 특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술과 물리학은 모두 창조적인 상상을 요구하고, 물리학과 수학에서는 모두 아주 뛰어나게 엄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그래서 입자물리학은 예술과 수학이 가진 장점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여겨지고, 나머지를 배제한다. 경계는 아주 확고하게 그려진다. 이론물리학자들은 다른 동료들에게 “너무 수학적이다”던가, “물리학적 직관”이 부족하다던가, “난데없이 꾸민 계략”이라는 질책을 받는다. 실험물리학자는 일상화된 공학자나 고도의 기계 공예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보이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


학생들은 위히만이 말하지 않은 여백을 통해 그들의 분야에서 무엇을 배제해야하는지 배운다. 교과서의 한 그림은 간단한 전기모터를 보여준다. 그림의 캡션은 비록 모터의 작동이 입자물리학자들의 양자역학으로 설명되더라도 그것의 디자인이나 제작은 공학자들의 영역인 고전역학이나 전자기학으로 기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그림의 캡션은 상업화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방식이 그저 상상이며, 입자물리학의 제대로 된 공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성들은 육체적이며 지적으로 그려진다. “선형눈금과 사물들”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여러 범위의 사물들을 소립자와 그들의 상호작용에 의존하여 순서를 매기고 있다. 여기에서 묘사된 사물의 크기와 진지함은 반비례의 관계를 가진다. 선형눈금의 가장 위쪽에는 나체의 여성부터 벼룩까지의 매력적이거나 징그러운 생명체를 예로 들고 있다. 학부생들은 그들의 관심을 눈에 보이고 감정적으로 호감이 가는 것으로부터, 교과서에서 근본적이라고 말하는, 맨눈이나 광학기구를 통해서 더 이상 접근 불가능한 선형눈금의 가장 아래쪽으로 돌리기를 요구받는다.


이런 말하지 않은 여백을 통한 메시지 너머 교과서 본문에는 학생들이 미숙한 물리학자로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대해 적혀있다. 그들은 매 단계에서 배우는 지식이 왜곡되었거나 부분적이며 다음 단계들을 통해 밝혀질 진실에 대한 거친 근사일 뿐이라는 점을 학습한다. 초보자들에게 이 첫 단계에서 진실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 [10] 스티븐 브러쉬는 학생들이 아인슈타인이나 디랙이 될 수 없고, 단지 존재하는 이론들을 이용한 퍼즐풀이를 하기 위해 자리 잡은 규칙들을 배우는 일개 병사가 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을 충고하기 위해 버클리 물리학 과정 시리즈의 교과서들을 사용해왔다. [11] 프랜시스 베이컨이 “신기관”에서 자신의 조사방법을 옹호한 이유가 가장 평범한 정신도 믿음직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12] 위히만의 교과서에 따르면 책에서 말해지지 않는 여백을 통해 규정되는 학생과 영웅 사이의 격차는 매우 크다.


이 그림과 캡션들은 브러쉬가 “이성적인 것으로서의 과학의 대중적 이미지, 열린 사고를 가진 연구원, 체계적인 진행, 반박의 여지가 없는 통제된 실험에서의 결과를 근거로 함, 진실을 객관적으로 탐색하는 것”으로 묘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13] 이런 이상화된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이미지에 따르면, 상이라는 형식을 통한 보상, 직책, 출판은 다음과 같은 과학의 정신을 따를 때 부여된다. 로버트 머튼의 말을 빌리면, “겸손, 보편주의, 조직된 회의주의, 청렴, 지적 재산권의 공산주의, 독창성, 합리성, 개인주의”이다. 그리고 이것은 의도치 않게 이 가치들은 모두 양립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14] SLAK의 선임 물리학자는 나에게 머튼의 묘사는 학생들이 대학원 시기와 박사 후 연구원 시기를 거쳐 보상을 받기 시작할 때 까지 일하게 만드는 청년기의 환상이라고 말했다. 한 사회학자는 그의 한 응답자가 (과학자) “문자 그대로 순수하게 객관적인 과학자의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일반 대중이나 과학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이라고 명시했다”고 보고했다. [15] 또한 브러쉬는 청렴함에 대한 수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을 계속하게 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이용됐다는 것을 알아냈다. [16]


이와 같이 교과서에서 그려낸 과학영웅의 모습, 그의 인격과 공적은 낭만의 소설적 서술양식과 매우 유사하다. 서술양식은 초보자가 물리학자가 되기 위해 훈련을 통해 성장함에 따라 바뀔 것이다. 하지만 낭만영웅으로서의 과학자 이미지에는 처음 시작을 하기 위한 중요한 장소가 등장한다. 노스롭 프라이는 (Northrop Frye) 낭만영웅을 놀라운 행동을 하고, 강한 고집과 위대한 통찰로 자연법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재구성하는 비범한 인물로서 묘사했다. [17] 일본 물리학자들은 나에게 동양과 서양의 공상과학영화를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지배적인 시각에 순응하기를 강요하는 압력에 대항해서 젊은 남성이 과학에 대한 그의 믿음과 강한 확신을 유지한다. 인류가 거친 위협에 직면했을 때 과학자는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위협을 통제가능하게 만든다.


[그림]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챌린저호 사고 때 간단한 실험을 통해 사고원인을 알아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https://www.awesomestories.com/asset/view/Dr.-Richard-Feynman-Discovers-the-O-Ring-Problem) 이처럼 20세기 중후반의 물리학자는 천재적인 발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전능한 영웅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20세기 초반에는 에디슨과 같은 소위 '발명가'들이 그런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한 사회에서 누군가를 영웅으로 호명한다는 것은 그 사람 혹은 직업군이 가진 능력이 비범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능력이 아주 첨예한 정치적 장 안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자에 대한 이런 독해방식은 여러 사회적 효과를 낳는데,  그 중에 하나로 이런 '탈맥락'적인 영웅서사와 내집단에서의 성적 대상화를 통해 과학의 역사에서 여성의 존재는 끊임없이 지워졌다. 한 직업군을 어떻게 이미지화하는지는 성평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 컴퓨터과학 분야의 경우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비범한 능력을 가진 너드-영웅 서사가 사회적으로 강해진 뒤 학제 내 여성 비율이 급감했다는 결과가 있다. (영화 "성평등을 코딩하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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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W. K. H. Panofsky and R. H. Dalitz, Particle Physics (thirteen chapters reprinted by SLAC, n.d., from Nuclear Energy Today & Tomorrow.)

[9] 젠더, 언어, 권력에 대한 소개를 한 학술서적으로는 다음을 참고하라. Barrie Thorne and Nancy Henley, eds., Language and Sex: Difference and Dominance (Rowley, Mass.: Newbury House, 1975); Sally McConnell-Ginet, Ruth Borker, and Nelly Furman, eds., Women and Language in Literature and Society (New York: Praeger Publishers, 1980); and Dale Spender, Man Made Language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1980). 언어적 경쟁과 사회적 행위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는 다음을 참고하라. Alan Dundes, Terry Leach, and Bora Ozkok, "The Strategy of Turkish Boys' Dueling Rhymes," in Directions in Sociolinguistics: The Ethnography of Communication, ed. John J. Gumperz and Dell Hymes (New York: Holt Rinehart and Winston, 1972), pp. 130-160. 나는 다음 사람들의 관찰에 빚지고 있다. Professor John Law, University of Keele, Professor Barrie Thorne, University of Michigan, and Frank A. Dubinskas, Boston College의 개인적 의사소통과 과학자 사회의 남성지배적 수사에 대한 경험과 관찰, 저속한 남성과 성차별주의자의 대화가 어떻게 침묵하는 여성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사용되는지에 대한 Professor S. A. Edwards, University of Pittsburg의 관찰. 미국 사업 커뮤니티에서 남성들의 “성적 방언”이 갖는 역할에 대한 논평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Betty Lehan Harragan, Games Your Mother Never Taught You: Corporate Gamesmanship for Women (New York: Warner Books, 1977), pp. 110-116, Rosabeth Moss Kanter, Men and Women of the Corporation (New York: Basic Books, 1977), pp. 223-226

[10] 앤서니 포지는 (Anthony Forge) 다음의 글에서 아벨람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형태의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Learning to See in New Guinea," in Socialization: The Approach from Social Anthropology, ed. Philip Mayer (London: Tavistock, 1970), pp. 269-291, especially 276-278. 초보자들에게 진실이라고 배운 것들을 이제 수정해야한다고 말하는 훈련방식은 긴 수련기간과 관련된다. 좀 더 복잡한 사회에서 같은 훈련방식에 대한 분석으로는 다음을 참고하라. Rue Bucher and Joan G. Stelling, Becoming Professional, Sage Library of Social Research, vol. 46 (Beverly Hills, Calif.: Sage Publications, 1977), and Charles L. Bosk, Forgive and Remember: Managing Medical Failure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9), and Benson R. Snyder, The Hidden Curriculum (New York: Knopf, 1971)

[11] Stephen Brush, "Should the History of Science Be Rated X?" Science, 22 March 1974, p. 1170.

[12] Francis Bacon, The New Organon and Related Writings, ed. Warhat, pp. 352, 358. P. B. Medawar 또한 다음에서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Advice to a Young Scientist (New York: Harper and Row, 1979)

[13] Stephen Brush, "Should the History of Science Be Rated X?" (n. 11), p. 1164.

[14] Robert K. Merton, "Priorities in Scientific Discovery: A Chapter in the Sociology of Science,"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December 1957, pp. 635-659. 머튼이 옹호한 다음의 기능주의적 사회체계이론과 다변량 통계분석들에 따르면 미국 과학사회학자들은 과학의 보상체계에 대한 많은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Bernard Barber, "Science: The Sociology of Scienc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1968), vol. 14, pp. 92-100.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논문에서 멀케이는 (Mulkay) “‘연구의 사회적 규범’에 대한 약속과 관련한 직접적 자료가 없다는 것은 놀랍다. 이 규범이 논의된지 30년이 지났고, 각종 문헌에서 수도 없이 언급되었다.”고 말했다. M. J. Mulkay, "Sociology of the Scientific Research Community," i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A Cross-Disciplinary Perspective, ed. Ina Spiegel-Rosingand Derek de Solla Price (Beverly Hills, Calif.: Sage Publications, 1977), pp. 135 and 97-99. 다음도 확인하라. M. J. Mulkay, "Some Aspects of Cultural Growth in the Natural Sciences," Social Research, Spring 1969, pp. 22-52.

[15] Mulkay, "Sociology of the Scientific Research Community" (n. 14), p. 108.

[16] Brush, "Should the History of Science Be Rated X?" (n.11)

[17] Northrop Frye, Anatomy of Criticism: Four Essays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1), pp. 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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