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물리학자 생활 내 남성들의 무용담 - 06
번역: Andante | 페미니즘 번역모임
[책소개]
책 “입자선-시간과 생애-시간” (Beamtimes and Lifetimes)은 저자인 샤론 트래윅 (Sharon Traweek)이 참여관찰 방법론을 통해 과학자 사회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당시 과학기술학의 민족지 연구가 주로 다루던 ‘지식의 형성과정’이라는 화두를 넘어 공간배치, 기계, 연구자의 생애과정과 같은 사회문화적 측면을 다룬 저작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이라는 상이한 문화에서의 과학연구 양상을 비교하여 국가와 젠더가 과학의 구체적 실천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밝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서는 젠더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이 책의 3장 “순례자의 모험기 (천로역정): 물리학자 생활 내 남성들의 무용담” (Pilgrim's Progress: Male Tales Told During a Life in Physics) 을 다룰 것이다.
[위의 소개는 데이비드 J. 헤스 저, 김환석 역, "과학학의 이해", 당대, 2004, 256쪽을 참조하였음]
- 번역자
[본문]
박사 후 과정 물리학자 (2/3)
박사 후 과정의 상황은 주로 선임 과학자들에 의해 공개적인 방식으로 약간 다르게 묘사된다. 폴 베르그 (Paul Berg)는 그의 1980년 노벨 화학상 수상에 대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학생과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제 작업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작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저와 함께 일한 사람들, 즉 박사 후 과정 연구원과 학생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한 일을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유용한 아이디어의 상당수는 제가 없는 동안 학생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저와 같은 팀의 우두머리가 인정을 받으면, 연구실의 모든 사람들은 그 인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5년 동안 제 손으로 연구를 진행해오지 않았습니다. 그 작업들이 저로부터 시작되거나 제가 이끌었을 수는 있겠지만 많은 작업들은 자신의 경력을 구축하려는 여러 학생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하나로서 일합니다. 우리는 그 아이디어의 기원이 누구인지 대부분의 경우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상황에 적응하고 수정되며 자주 변할 것이고, 다른 것으로 이어져 결국 그곳에 돌파구가 있을 것입니다. [32]
공동 작업을 협동이라고 말하는 공식적 묘사와, 경쟁과 규칙위반 만이 승리할 것이라는 은폐된 지속적인 메시지 사이의 불일치는 “이중구속”을 형성한다. 이중구속이론의 창시자인 그레고리 베테슨 (Gregory Bateson)은 이런 행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중략) 심한 고통과 부적응은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중요한 관계의 감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잘못된 규칙들 속에 위치시킬 때 발생한다. (중략) 그리고 두 번째, (중략) 만약 이런 병리학으로부터 피하거나 이에 대해 저항할 수 있다면, 이 총체적 경험은 창조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33]
이런 이중구속을 늦게 발견한 박사 후 과정 연구원들은 그들이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화를 낸다. 한 그룹리더는 “불만에 가득 찬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은 우리가 원하는 연구원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면서 불평하는 사람들은 일을 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두 나이든 물리학자들은 이 시련에 대해서 다른 말로 인정한다. “어떤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그들이 하겠다고 한 것을 해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당신에게 왜 이것이 불가능한 지에 대해서 많은 변명들을 늘어놓을 겁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같은 실수에서 맴돌지만, 유능한 사람들은 좋은 기여를 하죠.”
박사 후 과정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자기가 속한 그룹에 크게 공헌하고 장래를 보장받는 “크게 성공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퍼져있다. 한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상위 5퍼센트, 다음 50퍼센트, 그리고 나머지. 가장 높이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죠. 그 다음 50퍼센트의 사람들, 그들은 미래가 밝지만 운과 판단 그리고 크게 성공하기 위한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치도 필요하죠. 나머지는 해내지 못합니다.”
한 유럽 출신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은 미국인들이 지독하게 경쟁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팔고 숨기면서 자신을 위한 이름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쿼크를 찾고있어요.” 미국에서 교육받은 한 아시아 출신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긴장되어있고 불안한 상태에 있어요. 그들과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어요. 사람들은 나를 어느 저개발 국가 출신이고 기술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급했어요. 대학원생들도 내 말을 듣지 않았죠.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그들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어요. 모든 사람들은 물리학에 대한 직관이 있습니다. 그것은 경험과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아직 결정화되지 않은 것입니다. 한번은 제 보스가 이렇게 말했어요. “이것은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가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인종차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경쟁에서 비롯된 겁니다. 모두가 자신을 나아보이게 만들고 남을 나빠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다른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은 그가 여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화가 나있었다. 그의 박사 후 과정을 재검토함으로서 그는 이제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안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에는 경력 있는 실험가들이 누가 “카리스마”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박사 후 과정 연구원들이 대화하는 법을 지켜본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때 자신 있고, 공격적이고, 거칠게 나가는 것이다. 그는 그가 이 스타일의 중요성을 이해했다면 그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단계는 흥미롭고, 변화무쌍하고, 세련된 “뜨거운 감자” (action sector)를 찾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매력”에 대해서 가르쳐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문제가 어디에 놓여있고, 어디에서 관련된 연결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예상해야만했다. 그 다음 단계는 다른 사람들이 그와 이야기하기를 원할 만큼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자 권한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이상적으로는 그는 자신의 실험을 제안해야한다. 대신 그는 충실함과 약속 때문에 그에게 주어진 일에만 묶여있었다. 이제 그는 이것이 그의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의 경력을 낭비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가 이런 책임자 권한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올드보이 클럽” (old boys' club) 바깥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가 대학원 생활을 한 연구실에서 그의 학부과정 대학교는 “유명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은 과거를 회상함으로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자신의 지난 몇 년과 성공한 다른 동료들의 과거를 비교했다. 그 이후로 그는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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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Stanford University, Campus Report, October 15, 1980, p. 4. 강조는 필자가 하였음.
[33] Gregory Bateson, Naven (n. 21), p.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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