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성의 교차점 탈주변화하기_세 번째
반차별 독트린, 페미니즘 이론, 반인종주의 정치에 대한 흑인 페미니즘의 비판
킴벌리 크렌쇼
번역: 쏠/ 페미니즘 번역모임
법원은 이들의 주장에서 인종적 관계를 없앤다고 더 포괄적인 주장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주장하는 백인 여성만큼 모든 여성을 대표하기 좋은 위치는 없을 것이다. 흑인 여성에 대한 차별을 주장함과 동시에 모든 여성을 대표하고자 하는 흑인 여성에 비하면 말이다. 법원이 선호하는 “여성들에 대한”이라는 표현이 특별히 더 포괄적이지는 않다. 그저 요구에 인종적 윤곽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흑인 여성에 대한”보다 “여성에 대한”을 더 선호하는 법원의 태도에서 우리는 성차별의 정책적 개념화가 암묵적으로 백인 여성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인 여성들이 ‘성차별을 주장’할 때, 그들은 그저 자신의 젠더가 아니었다면 받지 않았을 차별에 대해 발언하는 셈이다. 백인 여성들은 백인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명시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인종은 해소하고자 하는 불이익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축된 차별에 대한 시각은 인종적 특권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그러므로 백인 여성에 대한 차별은 표준적 성차별이고 이 기준에서 벗어난 주장들은 일종의 복합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건, 흑인 여성들의 주장이 복합적인 것으로 간주되면서 그들은 “순수한” 성차별 주장을 하는 이들을 대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분명 모든 여성을 차별하는 정책이나 관습이라 해도 이것이 특히 흑인 여성들에게 더 가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흑인 여성 원고들이 백인 여성들과 갈등하게 될 수도 있다.
무어 사건은 반차별법의 교정 범위 및 규범적 비전의 한계 중 하나를 보여준다. 복합적 약자 계급이 한 부분만 취약한 다른 사람들을 대변하지 못하게 막으면, 기회의 분배를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좌절되는 것은 물론 구제책도 기존 계층 내에서 최소한의 조정만 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가능한 해결책을 부당하고 협소한 범위에 가두는 제한적 관점으로 인해 전체 고용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차별 받는 모든 사람들을 규합하는 상향식 접근법이 가로막힌다. 만약 이런 “상향식” 교차적 항의가 일상적으로 허용되었더라면, 피고용인들은 차별적 제도에 집합적으로 이의제기를 하는 것이 차별당하는 집단 각각이 개별적으로 제도 내에서 자신의 특권을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용 시스템을 사소하게 수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반차별 정책이 있는 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직원들의 승진 기회는 제한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특권을 가진 직원들은 아마 이익을 늘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동시에 자신의 이권을 지키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흑인 여성 -그들이 지닌 교차성 때문에 모든 형태의 차별에 문제제기 할 수 있는 피고용인 집단- 은 본질적으로 고립된 채, 그들 스스로 자립해야만 하는 상황이 늘어난다.
무어 사건에서 법원은 모든 흑인과 여성을 대표하려던 원고의 시도를 기각하면서 무어는 오로지 흑인 여성 차별에 대한 통계 증거로만 자신의 인종차별 및 성차별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백인 여성이나 흑인 남성을 대변할 수 없었기 때문에, 휴스 사에 존재하는 전반적 성차별 및 인종차별에 관한 통계를 쓸 수 없었다. 그녀는 차별의 불평등 효과 이론(disparate impact theory)에 의거하여 소송을 제기했었기에, 오직 흑인 여성에 대한 통계만으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법원은 상급 숙련직 및 관리직에 승진할 자격이 있는 흑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통계만 인정하는 것으로 제한을 강화했다. 법원에 따르면, 무어는 자신의 교섭 단위나 노동자 일반에 이 직급에 올라갈 자격이 있는 흑인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관리직 중 흑인 여성의 비율이 피고용자 중 흑인 여성의 비율과 같아야 한다는 무어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여전히 휴즈 사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흑인 여성 두 명만 관리직으로 승진해도 그 직책에 기대되는 흑인 여성 비율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불평등 효과의 증거를 갖춘 사건이라는 점이 입증되었다고 동의하려 하지 않았다.”
무어의 성차별 및 인종 차별 주장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따르자면, 설령 그녀가 승진 자격이 있는 흑인 여성의 존재를 입증했더라도 통계적 표본이 너무 적은 나머지 불평등 효과 이론에 따른 차별을 입증할 수 없었다. 무어 사건은 반차별 정책이 근본적으로 흑인 여성의 고유한 경험을 지운 결과 그들의 차별 경험을 근거 없는 것으로 만드는 또 한 가지 방식을 분명히 보여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