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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제체의 '정치적인 것'과 포스트-민주화의 '스캔들': 집권민주화세력의 헤게모니 실천과 그 패착에 관하여"(1/2)


김현준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 본 원고는 지난 2022년 6월 14일 서교인문사회연구실에서 진행한 [2022 서교연 연속포럼 체제전환을 위한 정치학적 모색2]에서 김현준 회원이 발표한 내용의 일부를 녹취 형식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본문에 실린 그림은 모두 김현준 회원의 발표자료에 기반한 것입니다.







# 정치적인 것의 새로운 감각과 스캔들
발표를 맡은 김현준입니다. 이 포럼은 광고에서 보셨겠지만 예전에 김보명 선생님하고 저하고 대선 전에 썼던 글이죠. 그 당시의 문제의식을 청탁을 받고 썼던 건데, 그 문제의식이 대선 끝나고도 어떤 부분은 유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논의를 합니다. 정답을 얘기한 건 아니고요.

여전히 우리는 양당 체제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들도 있었습니다. 민주당 비대위원장 박지현님 같은 분도 그런 하나의 흐름일 텐데. 어떻게 양당 정치를 이용하면서도 그 안에 포섭되지 않는 민주적 정치/사회운동의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시도들이 있어왔습니다. 이를 이론적으로 아니면 학문적으로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작업을 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오늘 그 얘기를 좀 나누고 앞으로 더 어떤 고민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민주화 체제의 ‘정치적인 것’과 포스트-민주화의 ‘스캔들’: ‘집권민주화세대/세력’의 헤게모니 실천과 그 패착에 관하여”입니다. 본래는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중심으로 스튜어트 홀, 랑시에르, 부르디외 등등 몇몇 이론가들의 얘기를 끌고 가지고 와서 논의를 전개했는데요. 이번 발표에서는 이론적인 얘기는 좀 많이 생략을 했고요. 기본적인 키워드는 ‘포스트 민주화’입니다. 이제 87체제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에 포섭되지 않는 정치적 양상들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입니다. 당연히 제가 먼저 한 게 아니고 많은 선생님들이 하셨는데 그중에 한 분은 조희연 선생님인데요. “‘수동혁명적 민주화 체제’로서의 87년 체제, 복합적 모순, 균열, 전환에 대하여: 87년 체제, 97년 체제, 포스트민주화체제”(2013) 논문에서 이런 얘기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반독재 민주주의 담론, 민주 개혁 민주주의 담론이 이전과 같이 강력한 호소력을 갖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미 ‘87’ 이후 많은 논의들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예견했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이론이 포착하려고 했던 현상들이 좀 뒤늦게 이렇게 나타나는 경우들도 있는 것 같거든요. 대부분 이론은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이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촛불이나 페미니즘 운동도 그렇고 기존의 87년 민주화 체제의 틀로 포괄되지 않는 새로운 역동성이 출연한 것이죠. 그리고 ‘새로운’(?) 불평등 - 젠더, 세대, 계급 불평등 - 이 출현했습니다. 독재/반독재 구도와 민주/반민주 구도 안에서 중시했던, 그러한 구도 안에서 추진했던 민주주의 정치의 의제들 이외의 부조리 등이 더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물론 그 전에도 당연히 있었는데). 민주주의 87년 체제 하의 양당 구도 안에서 정치적 의제로서 상대적으로 잘 가시화 또는 담론화 되지 않고 있다가 근래에 더 많이 문제(스캔들!)가 되고 있는 겁니다.

‘공정’이나 ‘페미니즘’도 그러한 문제 중에 하나죠. 아주 범박한 예일 수 있겠지만 민주화 운동에서도 여성 차별이 있어 왔고, 소수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문제들이 이제 뒤 이어서 폭발하는 시기들이 도래한 것이죠. 이것이 새로운 정체성(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탈정치화 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지적을 하셨어요. 그게 전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어떤 세력들에게는 ‘탈정치화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굉장히 ‘쟤네들(새로운 정체성 운동들의 인민)은 정치를 몰라’ 이런 거죠. ‘쟤네들은 좀 중요한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것 같아.’ 이러한 태도가 기성 정치권에서 보이고 있어요. 새로운 정치적 운동들과 목소리들이 나타날 때, ‘너희들은 아직 정치를 잘 몰라’ ‘계급을 잘 몰라’ ‘계급 무슨 말인지 모르지? 계급 투쟁이 뭔지 잘 모르지? 그러니까 우리의 문제의식이 더 중요해!’ ‘너희의 문제의식이 별로 안 중요해’ 이런 식으로 응답하는 거죠.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로 그들에겐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덜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더더욱 기존 양당구조의 정치체제에 수렴되지 않는 방식으로 재정치화되는 흐름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사태 상황에서 미투 운동 나오고, 페미니즘 리부트가 되고, 조국 사태가 터지고... 이렇게 되면서 정치적인 것을 인식하는 새로운 감각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죠. 이것들을 저는 ‘스캔들’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스캔들이 ‘걸림돌’이라는 뜻이잖아요. 기성 정치권이 이 돌뿌리에 걸려 넘어진 거예요.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냐 하는 것이죠.



그림은 민주/반민주 구도를 표현한 거고요. 저는 집권 민주화 세력과 비집권 민주화 세력을 구분했습니다. 집권 민주화 세력이 민주/반민주 구도를 이어받죠. 근데 집권 민주화 세력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조국과 검찰 개혁이 이제 ‘우리 편’이고 그렇죠. 반조국은 ‘반대 편’이고 이렇게 된 거죠.
근데 이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자기들이 하는 것들이 계급 정치란 말이죠. 계급 정치라고 정의를 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 있는 정치적 운동들은 ‘도덕 정치’라고 비난합니다. 또 (쟤들은) ‘계급을 잘 모른다’고 비판하죠. 또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성정치 악용’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방식의 주장들이 나오는데. 이런 민주당 이데올로기를 교란하는 정치적 흐름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대표적인 게 ‘공정’이랑 ‘페미니즘’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런 흐름들이 기존 민주/반민주와는 다른 적대의 전선을 만들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은 우리가 자유주의적 공정이라 비판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정치적 구도의 재편 가능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아직은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잘 전화되지는 않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기성 정치 프레임에 하나의 도전으로 얘기를 할 수가 있고요. 페미니즘도 급진적 페미니즘(또는 TERF) 등 여러 가지 입장들이 존재하지만 크게 보아서 미투 운동, 페미니즘 리부트, ‘여성의 정치 세력화’ 이런 것들을 포괄하자면, 하나의 새로운 정치적 전선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죠.




# 포스트 민주화?
[그림 해설] 여기 그림에 민주/반민주의의 구도가 있는데요. 여기에 집권 민주화 세력이 있고. 녹색 화살표는 민주화 운동이구요. 민주화 운동과 87년 체제, 그리고 정당정치를 통해서, 집권 민주화 세력이 헤게모니를 확장하죠. 이 과정에서 민주 vs 반민주 구도는 강고해 집니다. 이 상태에서 집권 민주화세력이 판단한 건, ‘조국 대 반조국의 전선으로 가면 헤게모니가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이죠. 그림 상에서 이제 ‘오른편으로 확장될 것이다’라는 걸 노린 겁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반 조국’이 왼쪽으로 이동을 하는 거예요. 전선이 왼쪽으로 이동을 하면 어떻게 됩니까? 이제 집권 민주화 세력이 가지고 있는 전선이 딸려 들어왔어요. 같이 딸려 들어오면서 축소가 되죠. 그러니까 이제 민주에서 왼쪽으로 선이 축소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헤게모니가 줄었다. 세력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쉽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힘의 영역이 줄어들었다. 헤게모니가 축소됐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는데. 그러면서 파란색으로 이렇게 표시를 해놓은 거는 결국 하나의 독점적인 당. 그러니까 어떤 특정한 정당의 질서 내부로 모든 논의가 제한된다는 거죠. 즉 독과점적인 정치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죠. 그중에 하나는 결국 이 ‘포스트 민주화’라고 하는 흐름입니다. 밑에서 올라왔다는 거죠. 여러 버블처럼 발생하는데, 이를 추동하는 여러 가지 힘들이 있죠. 다중적인 여러 세력과 정체성들이 출현을 합니다. 이 때문에 이 조국/반조국 전선이 집권 민주화 세력(민주당)이 의도했던 오른쪽 방향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왼쪽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기존의 87년 민주화 체제에 포섭되지 않는 이러한 포스트 민주화의 정체성 정치도 그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정체성 정치가 무조건 나쁜 게 아니고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가 있는데. 이러한 정치들을 추동하는 흐름 중에 크게 두 가지가 이제 ‘페미니즘’과 ‘공정’ 담론 같은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공정 담론은 양가적인 의미를 다 가지고 있는데. 이건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어떤 정치적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이재명 측에서 박지현 위원장을 영입한 것 같은 것도 이러한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지지를 표명한 민주당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은 동일한 것이란 거죠. 이는 민주당 집권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였고, 이것이 곧 ‘민주화’(의 완성)라는 인식이었던 겁니다. 나아가 이것이 곧 ‘계급 투쟁’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요. 이를 지지하는 어떤 지식인들에 의하면, 여기서 계급 투쟁의 반대 말은 ‘도덕 정치’입니다. 그러니까 ‘조국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건 도덕 정치다’ 이런 식으로 반조국 담론에 비판 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민주당 이데올로그)이 생각할 때 현재 우리의 정치 담론과 공론장이 지나치게 도덕 정치화 돼 있다는 겁니다. (물론 사실 정치 공론장의 도덕 정치화 문제는 그간 진보적 지식인들도 많이 비판했던 바예요) ‘조국’이나 ‘586’ 에 대한 비판담론을 “도덕적 순결 정치”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니까 ‘(조국의) 도덕을 가지고 뭐라 하는 거는 다 우파에게 빌미를 주는 문제가 있다’라는 식으로 반응을 했던 것이죠. 조국의 개인적인(?) 윤리 이런 거 문제가 있다. 그것까지는 인정을 좀 하는 듯해요. 그러나 ‘그것을 비판하는 거는 지나친 순결주의다’라고 반박하면서 조국을 옹호하는 것이죠. 그리고 조국을 비판하는 지식인들에 대해서도 비판합니다. 이들이 보수 언론이나 검찰의 음모, 그리고 대중들의 도덕적 감성에 부하뇌동하는 것. ‘대중들이 좋아하는 말만 하는’ “인기 영합주의”라는 것이죠. 심지어 권력형 성폭력 비판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봐요. ‘반민주 세력의 성정치 악용에 이용당하는 거다’ 이런 논리를 들어 실제로 이렇게 주장한 사회학자가 있습니다. 결국 조국 비판하는 지식인이 우파 기득권 및 언론, 검찰과 다 한 통속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노무현 트라우마와 정치적 부채감일 겁니다. 노무현과 노회찬을 도덕 정치 희생양이라고 보는 것이거든요. 분명 도덕정치의 피해자들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는 그런 분들이 생기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조국이 도덕 정치의 희생양인 겁니다. ‘정치적 희생양’ 내지 ‘정치적 순교자’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이런 죄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진보에만 왜 이렇게 가혹하냐’라고 하는 어떤 피해의식이 원인으로 작용해서 이런 주장을 강하게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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