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강압으로 화물연대노동자들의 파업이 진압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파업을 ‘집단적인 폭력면허’라고 규정하며, 오직 파업을 철회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화물연대와 대화를 거부한 것은 윤정부다. 화물연대의 파업 중에도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대화의 장을 촉구했고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그 자리에서도 ‘대화의 여지가 없음’을 반복한 것은 윤정부다.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유최안씨와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지 보름이 되었다. 이들의 생존을 건 싸움은 파업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파업과 시민적 저항의 불씨로 남아있다.
파업에 대한 불법화는 파업을 막지 못한다. 단지 노동자들의 무수한 생존권 투쟁들이 ‘불법’으로 간주될 뿐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요구를 불법화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합법적 외양을 띤 채, 정권에게 주어진 ‘폭력면허’, 공권력을 한계 없이 행사하고 있다. 폭력은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그 자체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그 어떤 법도 노동자와 시민의 생존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
1차 세계대전이 끝 난 후 국제사회는 국제노동기구(ILO) 헌장을 통해 “항구적 평화는 사회정의 기초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IMF 국가 위기’라는 명명아래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합법적으로 박탈되었고, 노동자의 희생과 침묵이 마치 사회정의인 양 호도되었다. 그 20년 동안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생존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국가가 강요한 ‘위장된 평화’가 바로 사회적 부정의임을 고발해왔다.
노조법 2조와 3조는 노동자의 지위와 권리를 박탈하는데 일조한 핵심 조항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집단적인 행위와 요구를 불법화하면서 사회전반의 불평등을 강화해 왔던 합법적 조치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한국사회에서 항구적 평화는 불가능하다. 또한 법의 테두리 안에 포함된 노동자와 법 바깥으로 밀려난 노동자가 분할되어 있는 이상 노동자의 권리는 존재할 수 없다. 노동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 생존을 위한 모든 권리 또한 완전하게 행사될 수 없다.
노동권의 회복을 위한 책임에 윤석열 정부 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와 여·야 정당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재하기 위해서라도 이전 정권에서 자신들이 무력화시켜온 노동법 개악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노동법의 본래적 의미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입법활동이 요구된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더 이상 시간을 끌며 정권탓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을 위한 싸움을 ‘불법’ 운운하지 말라. 국회 앞의 단식 노동자들의 피와 살이 말라가고, 뼈가 녹아내리는 이 시간을 조롱하지 말라. 생존에 대한 열망은 무한하지만 정권의 시간은 유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