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출근길 지하철을 타러 역사에 내려가면 듣는 방송이 있다. "금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불법시위'로 인해 지하철이 상당시간 지연될 수 있으니 열차 이용에 참고해"달라는 서울교통공사의 방송이다. 2021년 12월 3일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는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탈시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한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주장하며 출근길 다수의 휠체어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는 방식의 시위이다. 그 '시위' 는 252일 차의 지하철 선전전과 141일 간의 삭발식과 47번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포함하고 있다.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타기가 본격화된 2022년은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사망한 후 이어진 전장연 이동권 투쟁 21년의 시간, 그 어느 때보다 전장연 그리고 전체 장애인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한 해였다. 높아진 관심이 전장연이 지하철을 타야만 하는 이유를 없애주진 못했다. 12월 24일 국회에서 통과된 2023년 예산안(약 1조 3천억)은 전장연이 요청한 장애인 권리 예산의 0.8(약 100억)%,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장애인 권리 예산안의 1.6%만이 반영됐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싣지 못하는 지하철에 브레이크가 걸릴 예정이다.
이 글은 '장애인의 권리(예산)보장'이라는 전장연 지하철 시위의 목적을 되돌아보기 위한 글과 말과 성명의 모음이다. 그간 비극적 소재로 활용되다 잊혀지거나 '예전보다 더 좋아졌자나'로 대표되는 '기다려야 하는 문제' 중 하나로 여겨졌던 '장애인의 권리'는 사라지고, "불모", "비문명", "법과 원칙", "무정차", "엄청 대응" 등으로 대표되는 '시위방식'만 이야기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왜 시위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요구를 수행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침묵은 전장연과 장애인 더 나아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나아가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와 시민의 불편은 저울질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으로 시위가 비춰지고, '전장연'이라는 '적'과의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재는 정치인들의 거친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이라면 당연히 참아야했던,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말로 기다려야했던 것들이 잊혀지고 있다. 계단을 올라가야만 탈 수 있는 버스, 설치되지 않는 엘리베이터로 인해 한 역쯤은 당연히 더 가야하고 지하철, KTX 밖에 이용할 수 없는 시외 교통수단, 한시간 쯤은 당연히 기다려야하는 지하철 콜택시 문제는 그 거친 발언들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무정차', '시민불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라치기 속 사라진 정치의 복원을 기원하며
2023년 1월 2일,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만이 끝낼 수 있었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다시 재개된다. 늘 달리던 지하철이 또 다시 멈춘다. 시민들은 지하철이 아니라 '국회'로 가라고 하지만 국회의사당과 용산에서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와 정치인은 또 다시 모습을 감출 것이다.
정치의 실종 속에서 지하철을 탈 때만 그마저 있는 '장애인의 권리'가 정치에서 다뤄질 것이고, 지하철이 멈춰질 때만이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서울시장의 공약이 '사회적 약자'에게 어떻게 닿는지 보여질 것이다. 사라진 정치의 장소에서 몇몇 언론들은 시위에 대한 즉각적인 욕설과 반응을 모아 비장애인과 시민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정치적 이익만을 탐닉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들이 계속될 것이다. 그 속에서 오늘도 지하철을 타는 모든 사람들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멈추고 가고를 반복할 것이다.
달리는 기차가 사회의 진보를 상징하는 시대가 있었다. 혁명이 달리는 기차와 함께 연상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는 타지 못한 채, 무정차한 채 진보와 혁명으로 나아간다고 믿어졌던 열차가 1년 여 가까이 멈추다 가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모두의 열차라고 믿으며 열차의 속도를 즐겼던 것에서, 이제 열차의 브레이크를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다. 그 목소리를 듣고 달리는 지하철을 멈추고 가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정치를 바꾸는 것은 시민들이다.
2. 2021-22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행동_전장연 주요 논평/성명과 시민사회단체 성명(시간역순)
2023년 예산안 통과 관련 전장연 논평 비장애인 시민권 대비 장애인 시민권 0.8% 참담한 장애인권리, 휴전 끝"(22.12.25)
기획재정부 힘에 밀려 ‘23년 장애인권리예산은 퇴색되었다.
증액예산의 절대적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장애인권리예산을 거부하였다. 다만 전장연 요구 장애인권리예산 대비 106억만 증액(0.8%)하였다.
전장연은 비장애인이 온전히 누리는 시민권에 대비하여 장애인 시민권은 0.8%만 보장한 윤석열정부에 참담함을 느낀다.
‘21년12월3일부터 출근길에서 시작한,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같은 수용시설에서 탈시설해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시민권 보장을 ‘장애인권리예산’으로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지하철에서 행동과 외침’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리고 욕설과 혐오, 갈라치기와 협박 속에 전쟁만 남게 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시민권 보장을 외치는 전장연을 전쟁에서 승리해야 할 적대적 관계로 설정했다.
‘휴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지하철 행동을 국회 예산 이후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관련 예산안 처리가 끝내 무산돠는 경우 시위 재개 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오세훈 시장)
그리고 휴전을 제안한지 하루만에 4, 5억원의 손해배상으로 협박했다.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비장애인 서울시민들과 전쟁을 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휴전은 끝났다.
지하철 무정차 시행 관련 전장연 성명 "무정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혐오정치 수단에 불과하다"(22.12.14)
전장연은 12월14일 오전8시, 23년도 정부 예산안 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248일차 지하철 선전전을 삼각지역에서 진행하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선전전이 시작되기도 전, 사다리를 반입하였다는 이유로 일부 대오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고, 곧바로 무정차 통과를 강행하였다. 선전전으로 인한 지하철의 심각한 지연은 없었으며, 사다리 반입 금지 또한 이전에는 전혀 언급조차 없었던 조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하철 무정차 통과 조치는 대통령실 요청으로 검토되었고, 지난 12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13일부터 지하철역에서 심각한 지연이 발생할 경우, 무정차 통과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일 무정차 조치는 서울시의 입장발표 이후 이틀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무정차 통과는 이미 수십년간 장애인의 권리 보장에 적용되어 왔기에 이번 일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비장애인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는 이미 두텁고 촘촘하게 장애인의 권리를 배제해 왔다. 장애인 예산 규모가 OECD 평균의 1/3 수준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권리보장에 대한 간절한 외침을 탄압해왔던 것도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 사안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정부여당의 정치인,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초부터 SNS를 통한 비방,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혜화역 엘리베이터 봉쇄 등의 무책임하고 조직적인 탄압으로 장애인의 목소리를 막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민을 갈라치며 혐오를 조장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금일 무정차 조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혐오 조장에 불과하다. 또한 1년 넘게 장애인들이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시민들과 부딪치면서까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침해이다.
책임은 정치에 있다. 법과 원칙은 장애인 권리보장에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무정차될 수 없다.
지하철 무정차 방침 관련 전장연 성명 "어차피 비장애인 열차는 장애인권리를 무정차로 지나가지 않았는가"(22.12.8)
오늘 일부 언론에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검토 결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출근길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다음 주부터 시위가 벌어지는 역사는 무정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보고를 들은 뒤 “경찰과 협의해서 무정차 통과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한다. 서울시의 해당 결정은 불법 파업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윤석열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 풀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정이 사실이라면, 먼저 서울시가 지금까지 법과 원칙에 따른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타는 열차에 타지 못했다. 법에 명시된 권리가 내팽개쳐졌다.
비장애인들의 권리만 보장하는 열차에 장애인들은 타지 못했다. 어차피 지금까지 무정차로 지나치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부끄러운 대책을 언급하는가.
법과 원칙은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무정차 통과에 따른 후속대책이 장애인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는 대책이기를 요청한다.
금일 이뤄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삼각지역 무정차 통과 조치는 집회 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침해이며, 장애인 권리 보장에는 법과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권리 탄압에만 엄격히 적용되어왔던 법치주의의 이면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사건이었다.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 "전장연, 지구 끝까지 찾아가 사법처리 하겠다" 발언 관련 전장연 성명(22.6.20)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님 전상서"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님(이하,청장님)께서 말씀하신 시대적 소명에 대하여 잘들었습니다.
먼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전장연)때문에‘지구 끝까지’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전장연은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25, 5층에 있습니다.
전장연은 오늘로30번째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전장연은2001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 추락참사를 계기로 또한21년전부터 지금까지 지하철을 지속적으로 탔습니다.그때는 지하철로를 쇠사슬과 사다리를 매고 내려갔고,지하철 타기도 했습니다. 21년 동안 장애인의 권리를 외친 전장연은 그 모든 사건에 대하여 사법처리를 받았습니다.
청장님께서 현장 중심 경찰 조직으로 전환이 이 시대 경찰 화두라 말씀하셨습니다.다양한 민생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경찰분들의 노고 덕분에 치안이 유지되는 것에 감사드립니다.그러나 집회 현장은‘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경찰 분들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도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잘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장연은 헌법과 장애인관련 법률과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권리를 어느 곳이나,누구에게나‘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그 권리를 반드시 쟁취하겠습니다.
헌법11조.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했습니다.누구든지 차별받지 않는다 했습니다.장애인은 법 앞에 불평등했습니다.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그리고 비장애인 중심의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장애인은 배제하고,거부하고,감금하면서 특별하게 차별했습니다.
2019년3월28일,수원지방법원에서는 장애인 아들을 살해한 부모에게 징역3년 및 집행유예5년을 판결하면서“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단지 선언적인 것에 그치지 아니함은 명백하다.’(판결문2018고합609살인)”고 하였습니다.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지 않는“합법적인 상황”에서 장애인과 가족은 계속 죽음이란 극단적 선택에 놓입니다.
‘22년에도5월~6월2개월 동안 발달•중증장애인과 가족의 비극적 선택으로6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법적 권리가 있음에도 법과 제도가 보장하지 않아 철저히 외면받아 온 장애인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사회 곳곳에 알리고 이 차별과 배제의 사회를 바꾸기 위해 계속 외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전장연은 헌법,장애인관련법률,UN장애인권리협약이 단지 선언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걸고,삭발을 하며 우리의 목숨을 걸고 더 열심히 알려 나가겠습니다.
청장님.
먼저 시급한 문제는 기획재정부가‘23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실무협의를 할 수 있도록 주선 해주시는 것입니다.
2개의 사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기 전이며, 1건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에 일어난 지하철 행동이었다.
이 사건으로 서울교통공사로부터 고소된 사람은 박경석,이형숙,이규식,문애린4명으로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조사받는 사건을 비추어 보아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3월25일 페이스북으로 발언한“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라는 것은 거짓말이며,명백한 정파적 갈라치기임을 이번 사건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다시 한번,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정파적 갈라치기를 통해 혐오를 조장하고,전장연을 낙인화 한 것에 대하여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에 조사받은 지하철 캠페인은2021.12.3.부터 시작된28번의‘출근길 지하철 탑니다’행동과는 관계가 없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서울교통공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이후 처음으로 전장연의 지하철 캠페인에 대하여 경찰(혜화경찰서)에 고소하였고,민사로도 손해배상청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오늘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장애인의 권리 표시도 중요하지만,시민의 출근을 방해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며 선량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일정부분 제한이 돼야 한다"며"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사법 처리도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가재는 게편이라 했는가’
전장연이 지하철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기본적인 시민권 보장이라는 국가책무의 문제와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으로 생기는 권리의 침해 문제와 비교 대상으로 아니다.이 문제의 책임은 국가가 장애인 권리를 차별하는 무책임함이 그 원죄이며,그 책임을 전장연에 묻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21년 동안 외쳐도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권리에 대한 차별정도는 도를 넘겨 심각한 수준임을 서울경찰청은 명심하기를 촉구한다.
전장연은 지하철에서 불편함을 겪는 문제에 대하여 지하철 캠페인 현장에서도 무거운 마음으로 죄송함을 밝히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불편함 때문에 백가지의 욕설을 하시더라도,한번은 무책임한 정부에 대하여 한마디 비판을 부탁하고 있다.
오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경찰 조사를 통해 지하철 캠페인은 사법 처리의 영역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의 책임을 통해 해결해야함을 강조하였다.
일부 언론에서 "(박 대표가)불법 교통 방해는 인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박경석 대표는 혜화경찰서 조사에서 지하철 캠페인은 불법교통방해라는 사법처리의 잣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였다.
전장연은 이번 경찰조사를 통해 법정에서도 지금까지 기획재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지 않음으로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지 않았던 권리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하여 알려나갈 것이다.
민주당 의원 휠체어타고 지하철 타기에 대한 이준석 대표의 글에 대한 전장연 논평_"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갈라치기에 비아냥정치의 귀재인가" (22.4.7)
2022년 4월 6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로 출근길을 나서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체험을 하였다. 장애인들이 21년을 외쳐도 보장되지 않은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어 지역사회에서 함께 교육받고, 노동할 기회를 가지면서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환경의 변화를 정치가 책임지고 해결 할 것을 기대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휠체어로 지하철 타는 체험을 하기 전에 평소에 지하철을 자주 이용해보는 게 우선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한다.
이준석 당대표의 발언은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비아냥과 갈라치기 정치의 어록이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하여 공감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 상대 당 국회의원들에게 평소에 지하철 자주 이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 것은 또다시 갈라치기하면서, 비아냥으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것이다.
이준석 당대표는 더이상 국민을 갈라치고 혐오를 선동하는 비아냥*갈라치기 정치를 당장 멈추라.
(추신) 이 마저도 전장연을 특정정당 편든다고 개인 뒷조사에 음모론을 확대시키지 말것을 기대한다.
서울교통공사의 전장연 언론공작 관련 전장연 논평_"'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적 맞서기' 서울교통공사 언론공장 문서에 경악한다" (22.3.1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서울교통공사가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제목과 내용을 접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한다.
서울교통공사 직원게시판에 올라온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문서는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했다.
2001년 오이도역 지하철에서 일어난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건을 계기로 오랜 투쟁을 한 결과,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어 법 3조에는 ‘이동권’이 명시되었다. 오이도역 추락참사로부터 21년, 법에 ‘이동권’이 명시된지로부터 17년째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가장 기초적으로 누려야 할 이동할 권리조차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2022년 장애인의 현실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시작으로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는 것은 예산이 반영되어야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해왔다. 오늘 17일을 기준으로, 69일째혜화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출근길 지하철탑시다’ 캠페인을 23차례 진행하였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외침을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로 언론 공작하였으며, 언론은 이를 받아서 보도하였다. 그 결과, 일부 시민들이 ‘장애인이 죄없는 시민 발목 잡는다’며 지하철에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전장연 홈페이지와 SNS는 혐오와 협박으로 넘쳐났다.
공공기관의 언론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속담까지 사용하며 전장연을 악의적으로분석했다. 또한 장애인언론 ‘비마이너’는 ‘당(전장연) 기관지’라며 언론으로서의 존재를 깎아 내리고 모욕하는 내용을 가감없이 공개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교통공사의 실점은 최소화하고, 전장연의 실점은 디테일하게 찾고, 법적 대응은 승리가 확실할 때 시행하고, 물밑홍보를 펼치되,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자’는 다섯가지 지침까지 마련하였다.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문건을 접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무관심과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 그리고 정부의 무책임에 분노를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욕의 무덤 속이 아니라’, ‘권리를 외치는 삶의 막다른 절벽’이 두렵다.
우리의 요구는 법에 명시된 권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법에 명시된 법적 권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는 서울교통공사(교통사업자)가 이행해야 할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공사는 이제까지 이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수많은 역사에서 발생한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책임이 없다며 장애인의 피를 지우는데 급급했다.
장애인 또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다. 그러나 공사가 이야기하는 시민에 장애인의 존재는 없다. 이것이 이번 문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우리의 요구는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라는 것이었고, 이에대해 공사는 분명한 법적 책임이 있다.
공사가 지난 과오에 대해 빠르게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공사는 이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편가름하는 언론플레이 전술을 짜는데만 급급하고 있었다.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만든 것은 바로 공사다. 이번 문건이 바로 그 증거다. 공사는 “힘든 싸움이지만 ‘디테일’ 찾아내기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선 넘는 쪽이 진다”고 했다(2쪽). 하지만 공사야말로 존재하지도 않는 선을 만들고, 선을 넘어도한참을 넘었다. 이것이 공공기관이 할 행태인가?
최근 공사는 2024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연이 약속 또한 지금 당장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언플용’임이 드러났다. 공사는 문건에서 장애계의 요구에 대해 “근본적문제 해결이 어려운만큼 이동권 논의에서 공사가 이슈를 선점할 가능성은 매우 적음”(15쪽), “교통약자 위한 서비스는(실효성이 있든 없든) 언플용으로 좋은 소재”(16쪽)라고 밝혔다.
과거 우리(장애인이동권연대)는 오이도역(2001), 발산역(2002) 리프트 추락참사에 대해 서울시의 공식사과와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39일간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단식 농성과 지하철로 점거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2002년 이명박서울시장은 ‘서울시 장애인이동권보장 종합대책’에서 2004년까지 100%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지하철 건설 본부가 46개 역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여 이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5년 12월 3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선언’에서 ‘2022년까지 1역사 1동선 100% 설치’를 약속했으나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약속에 따르면 모든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어야 할 2022년 바로 올해, 서울교통공사는 또다시 2년 후로 약속을 유예했다. 그러나 이번 문건을 통해 서울교통공사는 이 약속조차 전혀 지킬 의지가 없음을 낱낱이 알렸다. 이 모든 약속은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덮기 위한 ‘언플용’이었던 것이다.
무책임한 서울시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우리는 먼저 서울시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을 두 차례나 어긴 것에 대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 오늘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문건의 출발은 문건에도 명확하게 나타나듯 서울시의 무책임에 있다.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문건 작성이 홍보실 언론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님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개적인 방식으로 공식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
마지막으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전장연을 죽이기 위해 작성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지침을 즉각 폐기하고,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전장연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전장연의 캠페인이 불법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하게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지하철로 만들기 위한 21년의 외침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길 요청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즉각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요구사항
-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개사과하고, 책임지고 사퇴하라!
-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손배소를 철회하라!
- 서울교통공사 오이도역, 발산역 등 리프트 추락참사공간 추모비 설치하라!
- ‘서울시는 2차례 장애인이동권보장 2차례약속 미이행을 공개사과하라!
- 서울시는 장애인이동권을 완전보장하라!
시민사회단체 성명_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을 지지하며, 차별과 혐오를 끊고 연대를 이어 평등 사회로 나아가자
오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찾아온 차기정부 인수위원회는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입법과 예산을 약속하라는 요구에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는 답변만을 두고 떠났다. 전장연은 인수위가 면담에 응하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이 관철되지 않았지만 요청을 받아들여 출근길 지하철탑승투쟁을 중단하고 삭발투쟁으로 이어가기로 결의하였다.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국민의힘은 장애인 혐오라는 프레임을 면피하기 위하여 전장연을 만난 것이 아니라면 이들의 요구를 새정부의 과제에 반영하고 기획재정부의 횡포를 방지하라. 또한 이준석 대표는 일련의 발언과 그 파장으로 발생한 거대한 장애인혐오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하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정치인의 혐오발언의 문제점에 대하여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이번 이준석 대표의 혐오발언들 역시 정치인의 발화가 여론에 끼치는 거대한 영향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의 SNS 글에 댓글과 기사의 댓글 등에서 장애인 혐오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혐오가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폭력의 기운을 시민들이 연대의 힘으로 부수어 나가고 있다. 전장연에 쏟아지는 후원 인증, 그간 한 가지 사안에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일이 드물었던 다양한 장애계 단체와 정치인들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지적과 비판, 발표되는 수많은 지지의 성명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장애인들이 여전히 이동권투쟁과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과 예산을 위해 날선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지하철 탑승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은 지난 5년, 그리고 지금까지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무겁다. 오늘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전장연을 만나 관련 법안의 제정, 제도의 개선, 관련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원, 국회의원 등 다양한 정치인들이 장애인 혐오를 쏟아내는 이준석 대표를 규탄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국민의힘의 정치와 다르다면 국회에 잠들어있는 차별금지법 논의와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전장연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든든한 투쟁과 연대의 동지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장애인도 이 사회의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사회,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전장연의 투쟁은 멈춘 적이 없었다. 그들이 이끌어낸 수많은 성과들이 있음에도 장애인의 현실은 여전히 철폐해야 할 많은 차별에 둘러싸여 있고,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는 불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장연 동지들이 나아가는 길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 우리의 연대가 차별과 혐오를 끊고 평등으로 나아갈 것이다. 혐오가 아닌 평등이 이긴다.
2022년 3월 29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시민사회단체 성명_2
분열과 혐오를 동력 삼는 정치,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이동권 보장 시위 비판을 보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 저격 발언을 자신의 SNS에 쏟아내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에서 시작한 혐오와 갈라치기의 언어가 소수자이면서 약자인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에게 옮아가는 형국이다.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서울시민을 볼모 삼은 무리한 요구’라 규정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탑승했을 뿐이다.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이것이‘목숨을 거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비장애인에게는 평범한 거리풍경이 장애인들에게는 안전한 이동을 가로막는 턱이 되거나 벽이 된다.
○이명박·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이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기에 장애인들은 출근투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동권은 우리가 누려야 할 교육받을 권리와 일을 할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출발점이다.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누군가는‘장애인 이동권을 이유로 시민의 일상이 볼모 잡힌 것이 아닌, 비장애인의 일상을 핑계로 장애인의 삶이 볼모로 잡혀 온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에 대해‘불편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서민주거지역 주민’이라는 말로 지하철 이용 시민들과 장애인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 대상은 명확하다. 관련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정부와 여당으로 향해있다. 그리고 이준석 대표는 이후 그 역할을 주요하게 수행해야 할 당의 대표이다. 권한을 쥐었음에도 이를 지우고,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을 트집 잡는 것은 공당의 대표가 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차별과 싸울 시간이라는 일갈을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사태를 보다 못해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자당의 국회의원, 김예지 의원이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무릎을 꿇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한 채“개인 자격으로 간 것”이라거나“사과할 마음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며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낀다.
○결국 장애 당사자인 김예지 의원이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제발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며 무릎을 꿇던 5년 전 그 학부모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자녀가 제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였다. 김예지 의원은 이날 장애인들에게도, 불편을 느낀 시민에게도 사과하였다. 우리는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당연하게 빼앗기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분노한다. 당연한 권리조차 빼앗긴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만 관심이 쏠리는 현실을, 그 견고한 차별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전장연의 이동권 쟁취 투쟁에 연대한다.
○혐오를 동력 삼는 정치는 틀렸다. 이준석 대표는 너무 늦지 않게 이를 깨닫기 바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사회 각층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장애인들을 오로지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현실을 규탄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 및 청각장애,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 역시 대중교통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소외되거나 안전조치의 사각지대에 몰리지 않도록 철저하고 세심하게 지원하길 바란다.어린이 청소년은 학교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학교에서 장애 이해 교육을 하는 교사들을 더는 부끄럽게 하지 말라.
2022년 3월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성명_3
차별의 사슬을 끊어낸 평등 사회를 향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에 연대하며
장애인이동권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투쟁부터 삭발 투쟁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목소리에 대한 혐오 발언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소란’을 피우며 시민의 일상에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단체라며 질책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제목의 내부문건을 공유하며 전장연을 싸워야 할 ‘적’으로 상정했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SNS를 통해 ‘독선’과 ‘아집’, ‘비문명적 태도’라는 등 전장연을 겨냥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4월 1일 다른 장애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전장연을 공격하는 노골적인 갈라치기 행보를 보였다. 모든 시민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책무를 지닌 대중교통 운영기관과 차기 여당 대표가 될 자가 공적인 위치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사회적 소수자 혐오 확산에 공모하고 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
차별의 현실은 홀로 일순간에 생기지 않는다. 사회 전 영역에서 누군가의 배제를 당연히 여기는 순간들이 축적된 사회적 결과다. 다양한 정체성을 기준으로 시민들을 서열화하고 배제해온 법‧제도‧문화‧인식은 사슬처럼 엮여 차별을 공고히 한다. 성인‧남성‧비장애‧선주민‧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여성‧장애인‧소수자의 차별 경험은 일상적으로 지워졌다. 장애인은 ‘보호’가 필요한 무능‧무력한 대상으로 상정되고, 그에 따라 노동시장을 포함한 일상에서의 소외와 배제, 시설 수용이 정당화되었다. 비장애 중심 사회는 장애인이 대중교통과 일터에서 보이지 않아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그 결과 잇따른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 장애인수용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등의 문제에도 이를 해결할 합리적인 수준의 예산 책정이나 적극적 조치가 없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묻고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을 악마화하며 낙인과 혐오를 쏟아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생존권과 언제나 직결되며,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위한 노동권‧교육권‧주거권과도 연결된다.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실효성 있는 탈시설전략 수립과 대중교통 정책의 개선, 최저임금법 제7조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시정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모든 시민의 평등한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 정책의 수립은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자 책무다. 정치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이 아닌, 보편적 인권 기준에 따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성찰의 윤리를 망각한 이 대표의 끊임없는 오판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혐오를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사회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 대표는 차기 여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전장연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전장연은 장애인을 배제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싸워왔으며 투쟁의 결과들은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시민의 권리 증진과도 연결되었다. 우리는 전장연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며, 장애인과 사회적 소수자에 박탈되었던 권리를 되찾는 과정에 함께할 것이다. 정치권은 무엇이 진정 부조리한 현실이며 누가 부조리의 사슬을 끊지 않으려 하는지 직시하라. 민주주의 가치는 배제와 차별에 있지 않다. 우리는 단단한 연대로 차별의 사슬을 끊어내고, 모두의 해방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2. 04. 04.
한국여성단체연합
시민사회단체 성명_4_모두의 차별 없는 이동 보장 촉구 4.4 공동 기자회견
“우리 모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
정치권과 정부는 모두의 차별 없는 이동권을 적극 보장하라!
장애인들의 정당한 이동권 투쟁을 두고 정치권이 나서 이들의 기본권을 옹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소수자를 혐오하고 시민들 간의 갈등을 부추겼다. 한편 주요 언론들은 정부에게 시민의 기본권인 이동권 보장 책무를 묻는 대신, 장애인 대 비장애인, 공사 직원 대 장애인 단체의 대립 구도로만 보도해 논란을 키웠다. 우리는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정당한 요구를 폄훼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세력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모두를 위한 평등한 이동권을 지키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서울지하철 시위에 대해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하는 비문명적인 방식’이라며 비난했다.동의할 수 없다. 장애인 이동권은 국제인권규범인 UN장애인권리협약, 대한민국 헌법인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서 보장한 권리다.그동안 법적 책임을 다 하지 않았던 정부와 정치권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를 유발시킨 책임을 간과하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엉뚱한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전장연의 투쟁은 소속 회원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헌법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기에 이들 역시 선량한 시민이다. 더불어국민의힘 의원들이 장애인 이동권·교육권 보장을 위한 법안의 심사를 지연시킨 일이나, 문재인 정부가 법 이행에 소요되는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입법 취지를 무력화시킨 일이야말로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들이다.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시민적 권리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려는 권력에 대항해 싸워 얻은 것이다.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1960년대 평등한 투표권과 시민권을 요구했던 미국 ‘민권운동’에서도 탄압의 핑계는 시민 불편과 불법이었고 1920년대 여성들이 남성과 평등한 투표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탄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권리가 박탈된 존재들의 요구와 시위는 필연적으로 불편을 동반하게 되며 불법의 올가미로 탄압받아 왔다. 이 모든 역사의 증거인 시민들의 존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이 대표는 시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동권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서 존엄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권과 인권 문제임을 다시 확인 한다. 전장연이 요구한 이동편의시설은 장애인에게 특권을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모든 시민의 기본적 권리로서 교통 수단 이용에 차별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2011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는 대중교통 이용 차별에 관한 진정이 24건 이상 접수 되었고, 차별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이들의 입장표명과 시정권고만 수십 번 이상 나갔다. 10년이 넘도록 여러 번 바뀐 서울시장들은 인권위 권고가 있을 때마다 모든 지하철 역사의 이동편의시설 설치를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않았고 장애인을 비롯한 시민들의 피해는 여전하다.
지하철역의 안전하지 않은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하다 목숨을 잃은 동료시민들을 위해 전장연은 오랫동안 싸워왔다. 교통약자(交通弱者)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에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사람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통약자의 사회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위배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는 합당하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일시적 또는 점진적 장애를 겪는 모든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이동권 확보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동편의시설은 장애인은 물론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모든 교통약자를 위한 필수 시설이다. 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이동편의시설의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교통약자는 전체 승객의 약 34%로 이중 장애인의 비율은 9%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교통약자는 2020년 기준 전체인구(5180만명)의 약 29.4%인 1522만명으로 약 4명 중 1명꼴이다. 2018년 약 13만명 증가했으며 노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10년 내에 약 40%가 교통약자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통약자 중 고령자(65세 이상)가 약 800만명(약 52.7%)으로 가장 높다. 누구나 연약한 아기로 태어나 노인으로 쇠약해지며, 언제든 다치거나 아파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시민들이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나서는 이유이다.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은 노동자의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이동편의시설 대신 설치된 위험한 리프트 사용의 보조로 신체적 부상, 민형사상 책임,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철 이동편의시설의 부재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 지하철 노동자들이 전장연의 시위로 인한 열차지연 관련 극심한 민원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맞닿아 있는 이동권 보장 요구에 적극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시민들의 불편 민원에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그 동안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침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함을 규탄한다.
제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조는 인간의 존엄성의 우선하고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공공성 투쟁을 지난 시간 지속해 왔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3월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운수노조의 요구안을 인수위에 전달한 바 있다.이동권은 공공성의 핵심적 요구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지하철을 시민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인권 문제로 보지 않고 자본의 논리 즉 적자 타령만 하고 있다. 지하철의 적자는 시민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의도된 적자 즉 좋은 적자임에도 마치 직원들의 잘못인 양 몰아가고 있다.수익성 중심의 운영은 코로나19 시대 더더욱 중요해진 사회안전망을 약화시키고 공공교통의 후퇴는 시민안전을 위협하며, 편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박탈한다. 대안이자 유일한 해법은 공공성 강화다.
2020년 대중교통의 공공성에 주목한 룩셈브루크는 국가 단위로는 처음으로 대중교통의 완전 무료화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에스토니아 탈린과 미국의 캔자스 등에서도 대중교통 무료화를 시행 중이며 한국 역시 경기도 화성, 충남 등에서 시범실시 중으로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모두 한결 같은 철학에서 출발한다. 이동할 권리는 교육을 받고, 일을 하며, 타인과 교류하며 존엄하게 살 필수조건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치권과 차기정부는보편적 권리로서 이동권을 헌법 상 권리로 명시하고 이를 보장하는 입법 및 예산 배정과 집행을 더 이상 미루어선 안 된다.
우리 모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선진국다운 진짜 선진국,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보수와 진보, 장애와 비장애, 청년과 노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혐오를 멈추고 미래로 나아가자. 우리 노동자, 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양육자, 노인 시민들은 전장연 이동권 투쟁을 지지하며, 차기 정부를 이끌 윤석렬 당선자와 국회에 모든 시민들의 차별 없는 이동권 보장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16일 오전 8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무정차 통과’ 조치를 규탄했습니다.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정차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발언문을 낭독했습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아 발언문 전문을 게재합니다.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무정차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발언문을 낭독했다.
‘노들장애학궁리소’와 ‘읽기의 집’에서 활동하는 고병권입니다. 오늘 저는 ‘지하철의 무정차’라고 하는 끔찍한 폭력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한 달에 한 번, 신문에 칼럼을 씁니다. 지난주 출근길 지하철 탑승 투쟁 중에 있었던 삭발 결의식에 대해 썼습니다. 우리 모두 잘 알듯이 출근길 지하철 투쟁은 두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삭발식이 열리고 그다음에 단체 탑승 행동을 합니다.
언론은 두 번째 장면만을 주목합니다. 출근길 대란, 열차 연착, 열차 안에서의 다툼 같은 게 사람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고 보는 거지요. 그런데 이번 시위가 왜 일어났는지, 이번 시위의 이유를 말해주는 것은 첫 번째 장면입니다. 매일 아침 한두 분이 나와서 삭발하기 전 발언을 했습니다. 왜 자신이 이번 시위에 나섰는지. 5분, 10분, 정말 짧은 시간인데 거기에 자신의 수십 년 생애를 담아냈습니다. 삭발자가 웃으며 말하는 날에도 듣는 사람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삭발식이 끝나면 삭발자를 따라 줄지어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이것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였고, 무려 141차례나 이것을 반복했습니다. 이 소중한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 칼럼을 썼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서울시는 무정차보다 장애인 권리 보장하라’고 적힌 스티커를 서울시청 외벽에 붙이고 있다. 사진 복건우 그런데 신문사에 원고를 보낸 날, 서울시가 장애인이 시위를 벌이는 역에서는 지하철 무정차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순간,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칼럼 주제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니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손을 들어도 버스도, 택시도 서지 않았던 세월, 탈 수 있는 대중교통을 가져보지 못한 세월을 숱하게 보냈고, 아직도 곳곳이 그런 상황인 나라에서, 장애인들 앞에서 대중교통을 세우지 않겠다는 말을, 그것도 공공기관이 서슴지 않고 내뱉다니요. ‘무정차’라고 하는 세 글자는 그동안 이 나라에서 장애인이 평생 당해온 차별과 폭력을 압축한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당국에서 장애인을 협박하며 쓰고 있습니다.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서울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를 접수한 국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하더군요. 전언에 따르면 대통령실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저를 정말로 부들부들하게 만든 것은 ‘아이디어’라는 말이었습니다. 무정차가 아이디어랍니다.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는 거죠. 도대체 뭐가 기발하다는 거죠? 장애인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기막힌 방법을 찾았다는 건가요? 지난 1년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싸워온 장애인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골탕 먹일 방법을 찾았다는 건가요? 아니면 정부가 손쓰지 않고 시민을 갈라쳐서 싸움 붙이는 방법을 찾았다는 건가요? 뭐가 아이디어입니까, 뭐가 기발합니까. 이게 공무원 머릿속에서 나왔다고요?
저는 공무원의 머릿속에서 ‘무정차’를 떠올린 것의 정체, 그 생각을 듣고 ‘아이디어’라고 환호한 사람들, 정말로 ‘묘수’라고 손뼉 쳤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의 정체, 또 그것을 듣고 그렇게 하라고 했던 서울시장의 머릿속에 있는 것의 정체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무정차라는 말속에서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을 머릿속 그 괴물 말입니다. 그 괴물이 바로 우리를, 우리 장애인을 바깥에 못 나가게 집에 가두거나, 시설에 내던진 그 괴물 아닙니까. 그 괴물 이 바로 우리를, 우리 장애인을 학교나 일터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만든 그 괴물 아닙니까. 그 괴물이 바로 우리를, 우리 장애인을 짐짝이라고 부르고, 출근길 방해하지 말라고 욕설을 퍼붓는 그 괴물 아닙니까.
지난해 3월, 계단버스인 B1버스가 장애인을 버려둔 채 비장애인 승객만 싣고 떠나려고 하자, 이형숙 회장이 버스 차체 밑으로 기어들어가 출발을 저지시켰다. 사진 강혜민 수십 년이 지나도 우리 장애인이 기다리는 차들은 좀처럼 오지 않고 우리가 타야만 하는 차들은 좀처럼 우리 앞에 서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지 않는 버스, 서지 않는 택시, 서지 않는 열차 앞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들입니다. 다시 생각해보건대, 지난 141차례 매일 아침 삭발자의 이야기는 모두 서지 않은 열차, 장애인 앞에서 무정차 했던 열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첫번째 삭발자였던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님. 삭발하시며 말했죠. 지하철 타며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시민 여러분,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마치 타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탄 것처럼 말이죠. “장애인으로 살면서 항상 무엇이 미안한지, 무엇이 죄송한지, 입에 껌딱지처럼 달고” 사셨다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열차를 타는 일, 장애인도 열차를 타야 한다고 말하는 일이 ‘죄송하다’고 말하는 일이어야 하는 사회인 겁니다.
작년에 신문에서 읽은 이형숙 회장님과 따님인 은별 씨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김포로 이사한 후 귀가를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추운 겨울날, 장애인이 탈 수 없는 ‘계단버스’가 계속 지나갔습니다. 은별 씨는 그때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수다를 떨었다고. 장애인이 감수해야 할 당연한 불편함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엄마가 조용히 말했답니다. “한 시간째다. 계단 있는 버스여서 타지 못하고 그냥 보낸 게.” 평생을 그렇게 보낸 버스가 그날도 그렇게 지나간 겁니다.
지난달 25일, 송현우 활동가가 삭발 후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건너편에 비장애인 승객들이 좌석에 앉아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이 탈 수 없는 버스, 장애인 앞을 지나쳐가는 버스는 버스모양만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은 이 사회 전체가 이런 버스입니다. 얼마 전 삭발을 했던 이천이삭장애인자립생활 센터의 송현우 활동가님의 말에서도 그 계단버스를 보았습니다. 학창 시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체육 시간에도, 체험학습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장애인이니까, 걷지 못하니까, 뛰지 못하니까, 너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너는 교실에 남아 교실을 지켜.” 그렇게 그를 교실에 혼자 남겨둔 채로 체험학습도, 체육 시간도 계속 무정차 통과해 버렸습니다.
너는 장애인이니까 집에 남아 있어. 너는 장애인이니까 시설에 남아 있어. 너는 장애인이니까, 너는 걷지 못하니까, 너는 듣지 못하니까, 너는 말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이제는 훈계하듯이 말합니다. 너는 장애인인 주제에 고분고분하지 않으니까, 너는 장애인인 주제에 출근하려고 드니까, 이제부터는 너를 태우지 않을 거야, 너는 승강장에 그대로 있어.
우리는 이형숙 회장님이 기다린 버스 승강장에서, 송현우 활동가님이 남아 있던 교실에서, 그리고 엊그제 무정차한 이 승강장에서 너무 오래 기다려온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받은 것은 ‘노력한다’는 말뿐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장애인이 탈 버스는, 열차는 오지 않는데, 기다리면 그 버스, 그 열차가 올 거라는 말을 수십 년을 들었습니다. 지하철 이동권 시위가 본격화된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와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인 지금도 우리는 2004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5년 박원순 시장은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2022년이 지금 끝나가고 있습니다.
더 거슬러 가 볼까요. 40년 전 김순석 열사가 ‘서울 거리의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쓰고 음독 자결하던 날. 그 유서의 공식 수신인이었던 염보현 당시 서울시장은 “조간신문에 눈물겹도록 기막힌 이야기가 씌어있었다”며 “교통 건설 보사국 등 관련 부서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횡단보도나 건축물에 장애자의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을 단계적으로 갖추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합니다. 40년 전의 충분한 대책이 시행되기를 우리는 40년이 지나도록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시간이 가고 하루가 가고 1년이 가서, 40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기다리다가 인생이 다 끝날 지경입니다.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다고 하니, 더 기다리지 않으면 아예 무정차 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지난 4월, 3호선 경복궁역 지하철 안. 비장애인 활동가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고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들이 일렬로 들어오고 있다. 그의 옆으로 승객들이 앉아 있다. 사진 강혜민 열차가 인류사에 처음 출현한 이래로 세상의 진보를 믿었던 사람들은 곧잘 역사를 열차에 비유해왔습니다. 우리는 삼각지역을 거쳐 숙대입구역으로, 그리고 서울역으로 열차가 나아가듯 인류는 진보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의 이전 역에서는 남성의 권리만 보장받았지만 다음 역에서는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고, 이전 역에서는 인권이 사실상 백인만의 권리였지만 다음 역에서는 유색인의 권리이기도 할 것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역사가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역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열차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더 보편적인 권리로 사회 진보의 열차가 나아가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일을 보니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혐오는 더욱 악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이 기차의 통제실에서는 수십 년째 장애인이 열차를 타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신, 장애인 탓에 열차가 운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열차의 기관실, 이 열차의 머릿속에는 ‘무정차’라는 말이 기막힌 아이디어라며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21년의 투쟁으로 우리의 열차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 그것은 이 열차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비장애인 중심주의의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를 태우지 않는 기차, 우리 앞에서 정차하지 않은 기차가 우리를 우리가 원하는 역까지 데려다 줄 리 없습니다. 이 열차가 달리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한 세기 전, 발터 벤야민이라는 비평가가 말했습니다. 혁명은 기관차가 아니라고. 혁명은 이 열차를 타고 있는 인류를 위한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라고. 이 열차를 세워야 합니다. 비상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계단버스를 막아야 저상버스가 들어오고, 무정차 열차를 막아야 정차하는 열차가 들어옵니다. 그제야 우리의 기다림이 끝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4호선에 영혼이 갇혔다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하곤 합니다. 무려 서너살때부터 살아온 과천은 4호선만 지납니다. 초중고를 모두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서 다니고 대학도 4호선에서 다녔습니다. 비록 워낙 외근이 많아서 매일 명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졸업논문 제출 다음날부터 명동에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출퇴근을 한지 만 5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4호선을 타고 등하교, 출퇴근을 하는 마음을 조금은 압니다.
그래서 지금 4호선을 중심으로 생활반경이 이루어진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아침마다 얼마나 착잡할까요. 저는 전장연의 지하철투쟁으로 출근시간이나 회의에 늦어지는 것이 매우 양해되는곳에서 지내고 있으니 그 마음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가끔은 절대 늦어서는 안되는 기자회견, 토론회, 면담자리 등이 있을때면 전날밤부터 깊은 고민을 합니다. 버스 우회를 할 것인지, 더많이 일찍 출발할지를 따져봅니다. 4호선 구간을 지날때까지 긴장을 늦추지도 못하면서 전철에서 안내방송이 나올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누군가 나의 동료들에게 욕설을 내뱉을까 신경이 곤두서있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투쟁이니 모두가 아주 흔쾌한 마음으로 지지해야한다는 말도 차마 하지 못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장애인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오길 바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장 내 눈 앞에 삶을 조여오는 시간의 압박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자는시간을 빼고, 아니 자는시간보다 긴 시간을 사회운동에 쓰는 저조차도 예측 못하고 탄 전철이 지하철투쟁으로 연착중일때 한숨도 쉬고, 복잡한 마음으로 전장연의 sns 중계를 보며 시간계산을 하곤 하니까요.
어제도 오늘도,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있는 전장연 동료들을 보고있노라면 마음이 아픕니다. 몇 달 전, 함께 회의를 하던 전장연의 달주 대표님께서 내일 한동안 중단되었던 전철투쟁을 가야한다며 한숨 쉬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전철을 멈춰세우고, 맨몸으로 날선 목소리에 마주 해야하는 것은 그 누구도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휠체어를 탄 누군가들의 죽음이 있었고 지하철투쟁과 같은 거친 싸움들이 있었기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빠른 속도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빠르게 설치된 승강기들은 실은 비장애인들이 훨씬 많이 이용합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이동할 때,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거나 반깁스를 할 때, 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몸이 천근만근일 때, 나에게 자녀가 혹은 조카가 생겨서 유아차와 이동할 때,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과 이동할 때 우리 모두 그 승강기를 탑니다.
지금 전장연이 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장애인 권리 예산때문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예산에서 잘려나간 예산이 훑어만보아도 다음과 같습니다. 특별교통수단운영비,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활동지원 시간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 장애인노동권 보장을 위한 각종 편의보조 비용. 2023년에도 장애인의 이동, 교육, 노동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장애계의 투쟁은 본격적인 지하철 투쟁을 시작한 1년전부터 시작된 요구가 아닙니다.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인 한국사회에서 끝없이 싸우고 끝없이 욕을 먹으며 활동보조사 제도를 만들고 장애인콜택시를 도입하며 넓혀온 '보통의 일상을 살아갈 권리'들입니다.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 지하철 투쟁의 기간중 지하철 투쟁이 멈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이 요구들이 기사에서 사라졌습니다. 고개를 숙이거나 비난을 하던 정치인들의 언어도 사라졌습니다. 시끄럽게 욕을 먹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그 누구도 이 이슈에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4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등하교를 하는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장애인 동료들이 시민들의 날선 시선속에 내던져지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위한 마땅한 사회적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가가 마땅히 지불해야하는 예산을 편성하도록. 그리하여 장애인도 시설이 아닌 나의 집에서 등하교를 하고 출퇴근을 하는 일상을 살 수 있도록. 이 싸움이 하루빨리 끝이 나도록 아주 약간의 마음을 내어주기를 부탁합니다.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이 1년이 되었다. 장애인에게도 교육받고, 노동하고, 시설이 아닌 동네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말을 당연한 말로 만드는 것이 참 힘들었다. 20년 전부터 선로에 뛰어들고 도로를 기어가는 일을 숱하게 반복하고 나서야 이동편의증진법,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이 제정되었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미흡한 법률도 문제였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 컸다. 정부는 매년 예산이 아니라 말을 책정해왔다. ‘노력하겠다’, 이것은 말이지 돈이 아니다. 그리고 말로써는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담은 투쟁이 이토록 계속된 것은 정부가 자꾸 돈 대신 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출근길 지하철탑승시위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국회에서 예산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참 반향이 큰 시위였다. 감히 출근길 대란을 일으키다니. 엄청난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사상 처음으로 여당 대표와 TV 토론도 할 수 있었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제법 생겨났다.
이 시위는 크게 두 장면으로 이루어져있다. 뉴스 화면에 잡히는 것은 주로 두 번째 장면이다. 출근길 대란, 열차의 연착, 열차 안의 다툼. 하지만 위대한 사건은 소란이 아닌 고요 속에 있다고 했던가. 정작 이번 시위가 왜 일어났는지를 말해주는 것은 거의 보도되지 않는 첫 번째 장면이다. 탑승 시위 전에 열리는 삭발 결의식. 삭발에 나선 당사자는 자신이 이 투쟁에 나선 이유를 들려준다. 겨우 3분, 5분, 10분의 시간에 그는 자신이 살아온 10년, 30년, 50년의 세월을 담는다. 웃으며 말할 때조차 그는 참석자 모두를 숙연케 한다. 그가 이야기를 마치고 삭발을 하고 나면 동료들은 그를 따라 객실 안으로 줄지어 들어간다. 이것이 지하철탑승시위다. 이 일이 무려 141차례 있었다.
인터넷 언론 ‘비마이너’에는 이 141차례 삭발식에서 178명이 꺼내놓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첫날 삭발자였던 장애운동가는 곧 쏟아질 욕설들을 알고 있었다. “제가 지하철 선전전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시민 여러분,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입니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항상 무엇이 미안한지, 무엇이 죄송한지, 입에 껌딱지처럼 달고 말을 합니다.” 그는 지하철에서만 욕을 먹은 게 아니라고 했다. 길을 가다가 걸리적거린다고 욕먹었고, 엘리베이터 늦게 탄다고 욕먹었고, 식당에서 휠체어 때문에 공간 많이 차지한다고 욕먹었다고 했다. “오늘은 또 시민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욕설을 할까요?” 그는 그날도 ‘죄송합니다’로 말을 시작했고 예상했던 대로 무시무시한 욕설을 들었다.
둘째 날의 삭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단지 지하철을 타는 우리 시민분들의 삶이 부러웠습니다.” 다섯째 날의 삭발자는 집에서 40년, 시설에서 15년을 살았노라고 했다. 태어나서 무려 55년 동안 학교를 다녀보지 못했고, 뒤늦게 야학을 다녔다고, 제발 장애인들의 교육을 보장해달라고 했다.
무려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삭발했던 4월19일. 중증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평생 ‘내가 우리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면 좋겠다’고 소망해왔습니다. 이제는 이런 소원 품지 않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있든 없든 자식이 당당하고 평등하게 사는 게 제 첫 번째 소원입니다.” 중증발달장애인 손자를 둔 할아버지도 머리를 밀었다. “내 나이가 80을 앞두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눈물입니다. 지금은 기력이 돼서 손자를 돌보고 있지만 딸에게 오롯이 손자를 안기고 인생을 어찌 떠날 수 있을까요. 죽어서도 계속 손자 곁을 맴돌며 눈물 지을 것 같습니다. 국가책임제가 만들어지는 그날까지, 제 여생을 바쳐 최후 순간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한 장애운동가는 삭발 중에 옛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아무 말도 못하고 (계단 앞에서) 30분을 그냥 있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척수성근위축증을 앓는 어느 장애인은 “처절한 제 삶의 약함을 드러내며 함께 살고 싶다고, 저도 한 시민으로 존엄하게 살고 싶다고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섰노라”고 했다.
이들 모두가 머리를 밀었다. “머리가 꾸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던 뇌병변장애인도, “시설에 있을 때 만날 머리를 빡빡 밀고 살아서 시설에서 나오고는 머리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탈시설장애인도 머리를 밀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마음을 담아 활동가, 사회복지사, 기자, 의사, 연구자들이 머리를 밀었다. 141차례 다른 사람들이 141차례 다른 이야기를 꺼내며 모두 머리를 밀었다. 141일의 아침은 쏟아지는 욕설은 같았을지라도 모두 다른 아침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언더도그마(‘사회적 약자는 선하다’는 맹목적 믿음)에 빠진 대중과 정치권 탓에 제대로 통제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 비판의 최전선에 있다. 막강한 발언력을 지닌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시위를 멈추라며 장애인 단체에 대한 언더도그마를 지적했다. 전장연은 가장 뜨거운 비판과 논쟁의 중심에 섰다.
장애인은 그저 ‘약자’가 아니다
정말 우리 사회는 장애인 단체의 시위에 관해 언더도그마에 빠져 있을까? 장애인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선하다는 부당한(?) 취급을 받기보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민폐의 존재라고 여겨진 일이 많을 것이다. 몇몇 대표적인 온라인 게시판을 둘러봤다. 장애인을 선하다고 순진하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고, 오히려 “장애인들 직접 상대해보면 어떤지 실체를 알게 된다”는 유의 주장이 있었다. 장애인 단체가 건물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er Free) 인증제도를 이용해 갑질을 한다는 고발도 있었다(이준석을 지지하는 어떤 유튜버는 페이스북에 좌파-중국-장애인 단체의 커넥션을 암시하며 “건물주인 당신, 주사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그런데 BF 인증 사업을 가장 크게 하는 단체는 이준석이 협력을 공언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고, 전장연은 BF 인증 사업을 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한 여러 쟁점에서 합리적 접근보다는 감성적인 태도만을 취해왔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2021년 4월12일 <조선일보> 인터넷 기사 ‘감 떨어진 민주당 ‘갬성’ 정치에…2030 어리둥절’) 이준석은 페미니즘 논란을 비롯해 관련된 여러 사안에서 자신을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과 대척점에 있는 이성적인 인물로 재현하려 애썼다. 전장연에 대한 언더도그마를 비판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민주당이 감성정치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타당한지는 더 따져볼 일이지만 172석을 가진 여당이 그간 지하철 시위에 진지한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다가 이준석에 의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자 “약자의 하소연”(양이원영 의원 페이스북)을 들어야 한다고 말을 얹고, 의원 10여 명이 느닷없이 휠체어를 타고 출근길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들이 감성이 충만함은 분명해 보인다.
출근길 지하철 안의 그 장애인 활동가들은 그저 ‘약자’가 아니다. 이들은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경쟁하고 협동하는 동등한 시민이지, 체험하고 들어주고 감동하는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다수 시민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시민들은 동정심에 눈물을 훔치느라 시위를 묵인하지 않았고, 장애인의 이동권과 자립생활 권리를 지지하는 이성적인 이유에서 지하철 안 불편을 감수하거나 활동가들에게 커피를 사주며 격려했다. 반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비판하고 욕하며 소리를 지르고 수사기관에 고발도 했다.
그러는 동안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동아시아에서 다섯 번째쯤 많은 욕을 먹었고 전과 27범이 됐다. 동시에 나를 포함해 많은 장애인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엄청난 부채감을 느끼는 장애인 인권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전장연은 강하고 정당한 만큼의 지지를 받고 있고, 나쁘고 불법을 저지르는 만큼의 욕과 비판을 받는 중이다. 한쪽에서는 장애를 체험하고, 다른 쪽에서는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장애인들 비판도 못하냐고 따지지만, 지하철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동등한 시민들 간의 주장과 지지, 비판과 갈등이다. 여기에 언더도그마가 어디 있는가?
이준석은 ‘용기 있게’ 일주일 남짓 사이 수십 개의 페이스북 게시물로 전장연을 폭격했다. 정당의 대표이자 방송인인 그의 계정 팔로어는 17만 명이 넘고, 방송사와 인터뷰할 기회도 언제든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불법시위를 하는 것은 ‘비문명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어쩌면,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에 열광하던 지식인들 가운데서 고고히 혁명의 ‘비문명적’ 행태를 비판했던 영국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의 전통을 이으려 했는지 모른다. 지적이고 용감한 정치인이던 버크는 1790년 11월 펴낸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법률과 전통 속에 구현된 한 사회의 질서를 대중이 보편적 인권(자연권)을 내세워 공격할 때 공동체는 분별력을 상실하고 폭력과 무질서의 길로 접어든다고 지적했다. 버크는 혁명적 분위기에 휩싸인 대중(People)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 교회 재산을 몰수하고, 왕과 왕비를 끌고 가 목을 치는 모습에 경악했다. 버크는 앙시앵레짐(구체제)에 억압받는 대중의 삶에 동정심을 가졌지만 민중의 봉기로 사회를 뒤집는 일은 결코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고 믿었다. 프랑스혁명은 이후 버크의 예상대로 흘러가 결국 민주적 공화정을 수립하기는커녕 나폴레옹 제국의 시대로 가는 문을 연다.
의미있는 정치적 논쟁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1970년대 일본 장애인단체 푸른잔디회는 “비장애인의 문명을 부정한다”는 행동강령을 내세우고 버스와 목욕탕, 도로를 점거했다. 주디스 휴먼이 이끄는 미국의 장애인들은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연방정부 건물을 24일간 점거하고 교차로 한가운데를 휠체어로 점령했다. 영국의 장애인들은 런던 시내의 버스를 휠체어로 가로막았다. 전장연을 비롯해 한국의 장애인들도 지난 20여 년간 지하철과 버스를 세우는 시위를 통해 이동권과 자립생활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왔다. 이 역사는 억압받는 사람들이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에 근거해 기존 법질서와 ‘문명’에 도전한 상징으로서 선명하다. 이러한 도전이 오늘날에는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으로 불린다는 점을 강조해두자. 지하철과 버스를 세우는 행위는 장애인이 시민들의 질서에 저항하는 행위가 아니다. ‘시민’인 장애인이 지배적인 질서에 불복종하는 것이며, 시민적(civil)이라는 말 자체가 문명(civilization)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에드먼드 버크와 그 후계자들의 생각처럼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한 사회의 법과 질서를 뒤흔드는 시도는 종종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은 충분히 정당하다. 전장연이 지하철을 타는 행위는 왕비의 목을 치는 것과 관련이 없고, 이준석이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행위는 버크의 저술에 비교하기 민망하지만, 장애인의 용감한 지하철 시위와 정당 대표의 주저 없는 비판은 전통적으로 의미 있는 정치사상적 가치 논쟁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늘어난 것은 강렬한 댓글과 어떤 유튜버의 구독자 수
그러나 아쉽게도, 이준석과 그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는 지하철을 점거하기는커녕 휠체어를 탄 6명이 탑승하느라 20여 분을 지연시킨 행위에 관해서조차 분별력 있게 대응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이준석의 페이스북 포스팅은 전장연이 박원순 서울시장일 때 하지 않던 시위를 오세훈이 시장이 되자 한다는 코멘트로 시작한다. 박경석은 이명박부터 박원순까지 모든 서울시장을 괴롭힌 사람임을 알 텐데도, 그는 뒷배경이 있다는 듯 의혹을 던진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는 시민에게 한 시위 참가자가 ‘버스를 타고 가라’고 외치는 영상을 게재한다. 이 참가자는 사과하면서 버스를 타고 가시라고 말했지만, 그 맥락은 편집된 영상이었다. YTN에 출연해서는, 박경석의 부인이 정의당의 부대표이며 전장연의 전 정책국장 부인이 김예지 의원실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넌지시 언급한다(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전장연을 찾아가 정치인으로서 책임지고 사과했다). 이에 호응하듯 한 보수 진영의 대표 유튜버는 언급된 이들의 실명을 공개했고 이들이 ‘주사파’와 연계됐다는 의혹을 (아무 근거도 없이) 제기했다. 그는 TBS에서 일하는 어떤 진행자의 자리를 탐내는 꿈나무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억압받는 사회적 소수자가 법질서에 맞서 제기하는 시민불복종의 당위성과, 공동체 운영의 책임을 맡은 정당 대표의 문제 제기에 관한 가치 있는 정치적 논쟁은 등장할 여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늘어난 것은 장애인 단체와 주사파의 커넥션을 제기한 유튜버의 구독자 수, 이준석의 포스팅 아래 달린 강렬한 댓글이었다. 댓글 가운데는, 장애인을 모두 한군데 모아 불을 지르자거나 “몸만 병신이 아니라 마음도 병신인” 자들을 선로에서 밀어버리자는 증오가 가득했다.
정치인 이준석은 혁명적인 열정을 품은 ‘약자’의 저항을 온건히 포섭해 건설적인 사회를 추구하려 했던 위대한 보수주의자와 조금도 유사한 점이 없었고, ‘감성정치’를 비판하던 자신의 입장과도 정반대로 향했다. 공론장에는 증오의 감정이 넘실거리는데, 그는 여전히 장애인들에 대한 세상의 ‘언더도그마’(이 무슨 역설일까?)를 공격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약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감상주의’를 단호히 꾸짖는 자칭 합리적 자유주의자들이 결국 강력한 반동의 정서를 집결시켜 누구보다 감성적인 정치로 나아가는 일은, 정치의 역사에서 드물지 않다(마크 릴라의 <난파된 정신>을 보라).
필요한 말과 보여주는 말
4월13일 JTBC에서 박경석과 이준석은 생방송 토론을 예정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박경석은 달변이 아니고 생방송 토론 경험 따위도 없으므로 망신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공개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고 세상에 필요한 말이라면 하고야 말 것이다. 반면 자신을 구체제에 맞서는 영웅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