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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vit의 노래 두 편 - <실루엣>, <스트라드차> 

 

 

이종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매일 미사일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떤 음악을 만들고 들을까?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뒹굴거리는 사람이나 할 법한 한가한 질문이다. 한가한 사람의 취향을 또 어떻게 알았는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질문에 답이 될 법한 영상들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에는 어떤 음악인지도 모르고 신나게 들었다. 제목은 '실루엣', 신나고 멋진 리듬과 감각적인 영상이 매력있었다. <꿩 먹고 알먹는 우크라이나어 첫걸음> 덕분에 익히게 된 우크라이나어 실력을 발휘해 노래에 대한 정보와 가사를 찾아보았다.  

 

 

 

SadSvit이라는 뮤지션의 노래였다. 영어로 '슬픈'을 뜻하는 'sad '와 '세상'을 뜻하는 우크라이나어  'світ'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본명은 보흐단 로즈바도브스키로 2004년생이다. 2020년부터 사운드클라우드에 음악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이 흐른 4월 18일, 아조우 연대는 그의 음악 <카세트테이프>을 활용해 마리우폴을 지키는 연대원들의 일상을 찍은 영상을 공유한 바 있다.

 

 

AZOV - YouTube 

 

십대 후반을 전쟁과 함께 보내고 있는 그가 만드는 음악은 어떤 것일까? 그가 최근에 만든 노래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첫 번째는 2022년 10월 28에 공개한 싱글 <실루엣>의 영상과 가사이다. 

 

SadSvit - Силуети (feat. СТРУКТУРА ЩАСТЯ) Lyric video - YouTube

 
Люди йдуть, йдуть в пітьму
Нема слідів, але чому?
Вітер стих - Божі вісники
Та без сенсу кричать всі провісники
Це твій шлях і він брехня
Це не ти, лиш зупинись
Поклонись святим вогням
Зорі там, лиш посміхнись
Я поглянув тобі в очі
Силуети кажуть що там спокій
Та згадав всі наші ночі
Силуети кажуть, що там спокій
Все ж надіюсь, що там добре
Силуети кажуть, що там спокій
Ще всі бачуть небо й море
Силуети кажуть, що там спокій
Дофамінова гра
Дофамінова яма
«Амінь» тебе відправить в рай
Міна під ногами - мана
Емоційне вигорання
Емоції - плями
На шляху емотивіст
Задарма зірве їх зубами
Невербальна участь сирот
Перетворить світ в порок
Більшість з нас росли без тата
Замість диму курим смок
Минулий рік був дійсно краще
Минула ніч нас зґвалтувала
Сьогодні день роззявив пащу
Щоб завтра точно не настало
 

실루엣

사람들이 간다, 어둠 속으로 간다

흔적이 안 보여, 왜일까?

바람이 잦아들었어, 신이 보낸 사자들인가

모든 예언자들은 의미 없는 말을 외쳐

이것이 너의 길이다, 그 길은 거짓말이야

이것은 네가 아니야, 잠깐 멈춰서서

신성한 불에 절을 올리고 

그곳에는 별들이 있으니 한번 웃어줘

 

나는 너의 눈을 바라봤어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나는 우리의 모든 밤들을 떠올렸어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정적이 흐른다고

그곳이 괜찮기를 나는 항상 바라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그리고 모두에게 하늘과 바다가 보여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도파민의 게임

도파민의 함정

아멘이라는 말이 너를 천국으로 보내줄 거야

두 발 아래 지뢰는 거짓말

감정의 퇴색

감정은 얼룩

감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길을 가면서

이빨로 감정들을 찢을 거야

고아들의 말없는 운명은

세계를 죄악으로 만들 거고

우리들은 아빠 없이 자랐어

우리는 연초 대신 전자담배를 피우지

지난해는 정말로 더 괜찮았어

지난밤은 우리를 강간했어

오늘이 아가리를 벌렸어

반드시 내일이 오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눈을 바라봤어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나는 우리의 모든 밤들을 떠올렸어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그곳이 괜찮기를 나는 항상 바라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그리고 모두에게 하늘과 바다가 보여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나는 너의 눈을 바라봤어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나는 우리의 모든 밤들을 떠올렸어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그곳이 괜찮기를 나는 항상 바라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그리고 모두에게 하늘과 바다가 보여

실루엣이 말해, 그곳은 조용하다고

 

 

두 번째 노래는 2022년 11월 4일에 공개한 <스트라드차>이다. '스트라드차(страдча)'는 우크라이나 민속 신화에서 등장하는 악마적 존재로서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죽은 아이, 혹은 그 영혼을 가리킨다고 한다. 민요의 리듬, 가사가 흘러나오고 마지막에는 부차, 마리우폴 등에서 죽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SadSvit은 이 영상을 올리면서 유튜브에 다음과 같은 글도 남겼다.

 

"오늘 우크라이나와 모든 주민들은 전쟁을 겪으며 친구들과 가족들을 잃는, 믿을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지니게 되었다. 어제, 오늘, 내일도 우리는 싸워왔고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이 클립은 바로 '오늘들'에 대한 것이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당신은 승리를 위해 오늘 무엇을 했는가?"    

 

Лея&SadSvit - Страдча (official video) - YouTube

 
У глибокім лісі, під вербою золотою
Сяяли-блищали маленькі дитячі сліди
Десь поміж гілками силуетам не давали спокою
Кровавіїї стежки, що тягнулись далі сюди
Страдча, Страдча, не вини, я знаю
Мене в ліс тягнула темна воля війни
Страдча, Страдча, я їх повбиваю
Тільки в ліс їх ніччю мани
Дай мені хреста, тоді я тобі поможу
Вічність тут блукав, як і ти, не по своїй вині
Тільки прибери з мого дому клятий дух ворожий!
Знаєш, скільки страдч з'явилось по війні?
Матінка-верба плаче, вітер виє за водою
Доля в нас одна: я помер, і ти за мною
Дай мені хреста, дай ім'я і кинь свою хустину
Ще одну сім'ю убили: мужа (мати) і дитину
Страдча, Страдча, не губи, я знаю
Мене в ліс тягнула темна воля війни
Страдча, Страдча, я за це їх страчу
Тільки в ліс їх ніччю мани
Іван та Марія
Хрещу тебе во імя Отця, Сина і Святого Духу
І будеш ти Северин
Амінь 

 

깊은 숲속 금빛 버드나무 아래

아이들이 남긴 작은 흔적이 빛났네

어디선가 나뭇가지들 사이로 실루엣들을 가만 두질 못하네

먼 곳에서 이곳으로 이어진 피 묻은 오솔길

 

스트라드차, 스트라드차, 탓하지 말렴, 나는 알고 있단다

나를 숲으로 이끈 것은 전쟁의 어두운 뜻이란다 

스트라드차, 스트라드차, 나는 그들을 죽인다

밤에 그들을 숲으로 꾀어 오렴

 

내게 십자가를 다오, 그럼 내가 너를 도와줄게

나도 너처럼 아무 탓도 없는데 이곳을 영원히 떠돈단다

우리 집에서 저주받을 적들의 혼을 내쫓아주렴!

그거 아니, 전쟁이 일어나고 얼마나 많은 스트라드차가 생겨났는지?

 

엄마 같은 버드나무가 우네, 바람이 물 뒤에서 울부짖네

우리의 운명은 하나란다. 내가 죽었으니 너도 내 뒤를 따르렴

내게 십자가를 다오, 이름을 다오, 너의 그 머릿수건은 버리렴

그들이 가족 하나를 또 죽였다. 남편과 (어머니)와 아이를

 

스트라드차, 스트라드차, 죽이지 말아다오, 나는 알고 있단다

나를 숲으로 이끈 것은 전쟁의 어두운 뜻이란다

스트라드차, 스트라드차, 나는 그래서 그들을 벌할 거란다

부디 그들을 밤에 숲으로 꾀어 오렴

 

이반과 마리야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너의 이름은 세베린이다

아멘

 

 

부디 우크라이나에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이 찾아오기를. 

'오늘들'에 대한 노래가 꼭 슬픈 것만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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