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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에 대항하는 연합 전선(1987)

 

 

토마스 상카라(Thomas Sankara)

번역 | 박기형(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연설자 소개:

토마스 상카라(1949-1987)는 부르키나베 마르크스주의(Burkinabé Marxist) 혁명가이자 범아프리카주의자로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을 역임했습니다.

 

 

연설문 전문

 

의장님, 각국 대표단장 여러분.

 

이 순간 저는 또 다른 긴급한 문제인 부채 문제, 즉 아프리카의 경제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건 평화만큼이나 우리 생존의 중요한 조건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몇 가지 추가 사항을 우리의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두려움에 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유엔 회의를 비롯해 그와 유사한 회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의장님,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연설하기 위해 정식으로 초청받은 아프리카 국가 원수들 중 몇 명이나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까?

 

의장님, 파리, 런던, 워싱턴에서 회의 참석을 요청받았을 때 거기에는 갈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곳 아프리카의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수도)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오지 못하는 국가 정상들은 몇 명이나 됩니까?

 

저는 그들 중 몇몇이 오지 못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의장님, 그렇기 때문에 저는 참석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국가 정상들에 대한 제재 또는 처벌의 규모를 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처럼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국가 정상들에겐 바람직한 행동을 한 것에 점수를 부여해 그 노력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제출하는 프로젝트에는 아프리카 계수(係數, a coefficient of Africanness)를 곱해야 합니다. 가장 적게 참석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불이익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두가 회의에 참석할 것입니다.

 

의장님, 저는 부채 문제가 숨길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자신은 여러분의 나라에서 용기있는 결정을, 심지어 나이와는 무관한, 백발인지 여부와 관계없는 무모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비록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하비브 부르기바 대통령 각하께서도 그가 튀니지에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용기 있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는, 이러한 다른 아프리카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시사해줬습니다.

 

하지만 의장님, 언제까지 각국 정상들이 자국의 안정을 위협할 지도 모르는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심지어 아프리카 연합의 건설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각자 알아서 부채 문제의 해결책을 찾도록 계속 방치할 겁니까? 제가 언급 한 이 사례와 또다른 사례들은 유엔 정상 회담이 부채 문제와 관련해 우리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응답을 제공한다는 걸 보증합니다.

 

우리는 부채를 그 기원(起源)에 대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채의 기원은 식민주의의 기원에서 비롯됩니다.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우리를 식민화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국가와 경제를 지배했던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대출자였던 그들의 형제나 사촌을 통해 아프리카에 빚을 진 식민자(植民者)들입니다. 우리는 이 부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빚을 갚을 수 없습니다.

 

부채는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입니다. 식민자들은 "전문적 조력자"로 자신을 탈바꿈해왔습니다. 차라리 "전문적 암살자"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재정적 후원자와 함께 자금을 제공합니다. 마치 누군가의 후원이 발전을 창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이 대출 기관들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좋은 조건의 금융 지원을 제안받았습니다. 우리는 50, 60년 혹은 그 이상 기간 동안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 사람들이 50년 넘게 그 약속 때문에 꼼짝 못하게 강제되었다는 걸 뜻합니다.

 

제국주의에 의해 통제되고 지배되는 현재 형태의 부채는 교묘하게 아프리카를 재정복하려는 것으로, 아프리카의 성장과 발전을 외국의 규칙들에 예속시킵니다. 따라서 우리 각자는 우리 나라에 돈을 집어 넣고 우리에게 갚아야 할 의무를 지울 만큼 기만적인 사람들의 금융 노예가 됩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갚으라고 질책하지만, 그건 도덕적 문제(moral issue)가 아닙니다. 갚고 안 갚고의 문제, 이른바 도의(道義, honor)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의장님, 우리는 노르웨이 총리[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Gro Harlem Brundtland]]가 바로 이 자리에서 연설할 때 경청하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유럽인이지만, 모든 부채를 갚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채 상환은 불가능합니다. 첫째, 만약 우리가 빚을 갚지 않더라도 대출 기관이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빚을 갚으면 우리는 죽어갈 것입니다. 이 또한 확실합니다. 우리를 빚더미에 앉힌 사람들은 마치 카지노에서 하듯 도박을 했습니다. 그들이 이득을 얻는 한 논쟁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손실을 입었고 상환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위기에 관해 얘기합니다. 아니요, 의장님. 그들은 게임을 했고 졌습니다. 그것이 게임의 규칙이며, 삶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갚을 방법이 없기에 갚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부채에 책임이 없기에 갚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갚을 수 없지만, 저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부로도 갚을 수 없는 빚, 즉 피의 빚(blood debt)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피가 흘렀습니다. 우리는 유럽 경제를 재건한 마셜 플랜에 대해 듣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경제와 안정이 위태로웠을 때 유럽이 히틀러의 무리에 맞설 수 있게 해준 아프리카 계획(the African plan)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유럽을 구했을까요? 아프리카입니다. 이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데요. 감사할 줄 모르고 침묵하는 이들과 공범이 될 순 없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저들이 우리를 찬양할 수 없다면, 적어도 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용감했고 우리 병력이 유럽을 구했고 세계를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말해야만 합니다.

 

부채는 또한 대립의 결과입니다. 경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위기가 갑자기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위기는 항상 존재했으나, 대중이 착취자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점점 더 크게 의식하게 될 때마다 위기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위기에 처한 것은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을 대중이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몇몇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돈을 외국 은행 계좌에 저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사적인 부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중은 게토와 슬럼에서 살기를 원치 않습니다. 소웨토(Soweto)와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의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투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금융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투쟁이 격렬해지는 게 걱정스럽습니다. 이제 우리는 균형의 공범자가 되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선호하는 균형, 대중에 맞서 균형에 말이죠. 안 됩니다! 우리는 공범이 될 수 없습니다. 안됩니다! 우리는 우리 인민의 피를 빨고 우리 인민의 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살인적인 방식을 따를 수 없습니다.

 

의장님, 우리는 클럽들에 대해 듣습니다. 로마 클럽, 파리 클럽 등 여러 클럽들에 관해서 말이죠. 5개국 모임, 7개국 모임, 10개국 모임, 100개국 모임에 관한 얘기도 듣습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우리도 우리만의 클럽과 우리만의 그룹을 갖는 게 당연합니다. 이제 아디스아바바가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는 중심이 되게 합시다. 아디스 아바바 클럽. 부채에 대항하는 아디스아바바 연합 전선을 창설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건 상환 거부가 우리 측의 공격적 행동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기 위한 동지애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더욱이 유럽의 대중은 아프리카의 대중의 반대 입장에 있지 않습니다. 아프리카를 착취하려는 자들은 유럽도 착취하려는 자들입니다. 우리에게는 공동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디스 아바바 클럽은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도덕, 존엄성 및 약속을 지키는 것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저들과 똑같은 도덕성을 가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은 동일한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성경과 코란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자를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없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으니,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성경과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코란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존엄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상환하는 사람들의 공로와 상환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받아 들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는 가장 부유한 사람이 가장 큰 도둑이 되는 게 정상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만 합니다. 가난한 사람이 훔치는 것은 단지 절도, 오로지 생존과 필요를 위해서 벌인 사소한 범죄일 뿐입니다. 부자들은 국고와 관세를 훔치고 인민을 착취하는 자들입니다.

 

의장님, 제 제안은 단순히 자극을 주거나 볼거리를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 각자가 생각하고 바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 부채가 완전히 탕감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원하지 않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바로 세계은행으로 가서 갚으면 됩니다! 우리 모두는 부채 탕감을 원합니다... 제 제안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이 부르키나파소의 제안을 성숙하지 못하고 경험 없는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혁명가들만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게 단지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이고 의무라는 점을 인정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혁명가와 비혁명가, 청년과 노인을 막론하고, 빚을 갚지 말라고 조언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부채를 상환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는 혁명가이긴 하지만 제 또래는 아니었지만 말이죠. 아프리카 국가들, 가난한 나라들은 갚을 수 없다고 말한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itterand)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저는 앞서 언급한 총리(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노르웨이 총리)도 꼽고 싶습니다. 물론 그녀의 나이를 모르기에 제가 물어봐야 하는 게 부끄럽지만요. 이 또한 좋은 예입니다. 펠릭스 후푸에-부아니(Félix Houphouët-Boigny) 대통령도 거론하고 싶네요. 저와 같은 연배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국에 관한 한 코트디부아르(Ivory Coast, 코트디부아르의 과거 명칭)가 부채를 갚을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적어도 프랑스어권 아프리카(Francophone Africa)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여기서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합니다. 의장님, 이건 결코 도발이 아닙니다. 저는 의장님께서 매우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우리 회의에서 우리가 빚을 갚을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전적 정신으로 적의에 차서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가 개별적으로 암살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부르키나파소가 단독으로 상환을 거부한다면, 저는 다음 회의에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필요로 하는 여러분들의 지지가 있다면, 우리 모두의 지지가 있다면, 우리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변변찮은 자원을 우리 자신의 개발에 바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프리카 국가가 무기를 구매하는 매순간 아프리카 국가가 불리해지는 것이라는얘기로 끝을 맺고 싶습니다. 그건 유럽 국가에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아시아 국가에 맞서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아프리카 국가와 부딪히는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 문제를 활용해야 합니다. 저는 군인이고 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장님, 저는 우리가 무장 해제하길 원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가 가진 유일한 총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총이나 무기를 숨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모두의 지지로 우리는 국토와 우리 집을 평화롭게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땅과 그 기반이 풍요롭기 때문에, 우리는 아프리카를 개발하는 데 우리의 엄청난 잠재력을 활용할 것입니다. 북쪽에서 남쪽까지, 동쪽에서 서쪽까지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 광활한 시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든 기술과 과학을 창조하거나 최소한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적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의장님, 부채에 맞선 아디스아바바 연합 전선을 구성합시다. 약하고 가난한 국가들 사이에서 군비 제한을 약속합시다. 우리가 사들이는 곤봉과 칼은 쓸모가 없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생산하고, 아프리카에서 혁신하고, 아프리카에서 소비하는 아프리카 시장을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시장으로 만듭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생산하며, 수입하는 대신 우리가 생산한 것을 소비합시다. 부르키나파소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심고, 부르키나파소에서 짜고 엮으며, 부르키나파소에서 생산한 면직물을 부르키나파소 인민들이 입는 모습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 대표단과 저는 우리 직조공들과 농부들이 만든 옷을 입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실은 단 한 올도 없습니다. 패션쇼를 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아프리카인으로 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것이 자유롭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의장님.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출처: https://viewpointmag.com/2018/02/01/united-front-debt-1987/

 

이 글은 1987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단결기구(Organisation of African Unity, OAU) 회의에서 행한 토마스 산카라의 연설 "아프리카 단결에 대한 연설(Discours sur le Front Uni Contre La Dette)"을 수정·번역한 것입니다. 현재 버전은 이 연설의 자막 동영상 녹화본(위 하이퍼링크)과 최근 <자료 14: South as a State of Mind>에 게재된 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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