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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위험이 모이면 힘이 된다_공공운수노동조합 산재 투쟁 사례집(2023)

 

일터의 산업재해는 위험이 숨겨지고 관리되지 않아서 사고와 질병으로 드러난다. 

숨겨진 위험을 드러내고, 파편화된 위험인식을 모아내는 노동조합의 산재 투쟁은 위험의 또다른 사용법을 제시한다.

"위험이 모이면 힘이 된다" 어떤 위험이든, 위험 조차도 드러나고 모이고 연결되는 양상에 따라 힘이 된다. 

이 사례집은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동조합의 산업재해 투쟁 분투기를 모으고 담았다. 

 


이토록 미약한 싸움들의 힘

전주희(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보고서는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실과 기획, 자료수집, 조사·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안들 뿐만 아니라 노조에서 유의미한 실천을 이끌어낸 사례들을 모으고 의미와 중요성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외부 연구자의 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심각하게 후퇴되었고, 이를 막아내기 위한 제도는 구멍이 숭숭 뚫려 그 공백으로 노동자들의 참여권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그럴수록 노동자들이 관련 법과 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복되면서 개별적인 대응보다는 법과 제도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나 법·제도 개선은 현장의 작은 투쟁들이 쌓이고, 연결되는 지난한 과정이 없다면 정작 법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눈’과 ‘문제의식’이 현장에 있을리 만무하다. 이번 사례집은 내 이웃의 동료들 싸움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어떤 장애물을 만났고 어떻게 넘어섰는지, 그 결과 어떤 성과와 의미를 남겼는지를 모았다.
현장의 위험을 더 넓고 깊게 알 수 있는 공통감각을 만들기 위해서다.
노동자의 죽음을 통해서 드러나는 위험을 들여다 볼 때마다 먹먹해지는 감정은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조력과 연대의 힘이 연결되어야 하는지도 새삼스러웠다. 이 보고서에 실린 동료의 아픔과 죽음으로 현장을 바꾸어내는 대부분의 싸움은 거대하지도, 전투적이지도 않은 미약한 실천들이었다. 가령 KT 상용직 노동자들이 동료의 사망을 걸고 싸움을 하는데, ‘시청 앞에서 40여명이 모여 집회를 했다’는 식이다. 연구자의 시선이라면 이 정도의 실천은 대수롭지 않게 무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싸움의 현장에서 함께 투쟁을 만들어온 노조 활동가들은 그 40명 의 집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임금 노동자가 자신의 일당을 포기하고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전투적인 실천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단 한 줄이라도 기록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끊임없이 제안하고 요청했다.
이 보고서는 노안활동의 좋은 사례들을 모아 공유하고 전파한다는 실용적인 목적에 부합하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그 때 그 시절 현장의 노동자와 함께 고군분투 해온 싸움과 갈등, 때로는 눈물겨운 타협과 실망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건조하게 기록된 글자들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른다면, 그것은 이 보고서에 담긴 무수한 노동자들의 싸움과 실패, 그리고 미완의 성공에 대한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실 활동가들의 경험이 일부나마 전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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