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담론 개념을 정의하기 Introduction: Defining the Concept of Discourse
David Howarth의 『Discourse』(Open University Press, 2000)의 서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이 책은 라클라우와 무페의 담론이론을 중심으로 소쉬르, 레비-스트로스, 데리다, 푸코, 서구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에 이르는 포스트-구조주의 담론이론의 궤적과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서문」을 시작으로 앞으로 책의 각 장을 번역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번역: 현우식(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담론 개념은 동시대 사회과학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언어학과 기호학과 같은 분과학문에서 유래한 담론분석은 인문사회과학의 많은 분야로 확장되어 왔다. 그 중요성은 담론분석의 개념과 방법을 활용하거나 그것을 확장적으로 적용하는 많은 연구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언어학과 문학이론은 말할 것도 없으며,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사회심리학, 문화·젠더·탈식민 연구, 정치과학, 공공정책 분석, 정치이론, 국제관계학 등의 분야에서 담론 개념은 문제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데 활용되어 왔다.
담론 개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복합적이며 이 책의 목적은 그것을 상세히 다루는 데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일련의 연관된 요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류 사회과학의 실증주의 접근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으며, 정치과학과 사회학과 같은 분과학문에서 실증주의의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과학에서 소위 ‘언어적 전회(linguistic turn)’의 뒤늦은 영향과 그에 따라 부상한 해석학, 비판이론, 포스트-구조주의와 같은 새로운 접근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Dallmayr and McCarthy, 1977; Rabinow and Sullivan, 1979; Rorty, 1992a; Finlayson, 1999: 47-68). 이와 유사하게, 서구에서의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부활, 사회과학에서 정신분석학 담론의 광범위한 확산은 사회과학의 영역이 보다 다양해지는 데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1970년대 언어학에서 담론분석의 독자적인 영역이 출현했고, 뒤이어 문화연구와 문학이론 분야의 실천가들이 새로운 담론 개념과 담론분석을 설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왔다(Van Dijk, 1985; 1997a; 1997b; Fairclough 1989; 1992; Jaworski and Coupland 1999b; Willing 1999).
담론분석의 이론과 방법론을 연구와 조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사회과학 영역에서의 발전에 집중한다. 이는 특히 중요한데, 사회과학에서 담론이론의 인식론적 지위와 방법론적 적합성에 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론분석의 개념들과 방법들이 어떻게 유의미한 방식으로 ‘구현(operationalized)’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담론분석가들은 사회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고 그들의 연구가 어떤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추상적인 이론들과 개념들을 경험연구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담론 개념 The concept of discourse
사회과학에서 늘어나는 ‘담론에 대한 담론’으로 인해 담론이라는 단어의 상식적인 의미는 급격하게 변화해 왔다. 어떤 이들에게 담론분석은 한 사람의 발화 또는 기껏해야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 집중하는 아주 협소한 과업으로 여겨진다. 다른 이들은 담론을 전체로서의 사회체계와 동의어로 보고, 담론이 문자 그대로 사회·정치 세계를 구성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크 데리다(Derrida, 1978a: 280)는 “언어가 보편적인 문제계(problematic)에 침입할 때 … 모든 것은 담론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으로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Laclau and Mouffe, 1987: 84)는 담론 개념을 “모든 사회적 구성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따라서 “담론적인 것은 사물의 존재와 동일한 외연을 갖는다”. 요컨대 담론 개념이 사회과학에서 적용되는 일이 늘어남에 따라 부가적인 의미와 함축이 축적되었고, 더욱 기술적이고 이론적으로 정교해져 왔다.
여타의 복합적이고 논쟁적인 사회과학 개념들과 같이 담론의 의미, 범주, 적용은 그것이 어떤 이론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Connolly, 1993: 10-44). 각각의 이론체계는 사회세계의 본성과 그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특정한 가정을 포함한다.이는 개념의 활용에 대한 적절한 ‘문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기능하는 다양한 이론적 맥락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실증주의자들과 경험주의자들은 담론을 ‘프레임(frame)’이나 ‘인지적 윤곽(cognitive schemata)’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담론이 “집단이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노력하여 세계와 자신들에 대한 공유된 이해를 형성하고, 그러한 이해가 집단적 행동을 정당화하고 촉진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McAdam et al, 1996: 6). 프레임으로 이해되는 담론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동의 지각과 이해를 조성할 수 있는 도구적인 장치로 여겨진다. 따라서 담론분석의 목적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담론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Snow and Benford, 1988).
이와 대조적으로, 실재론자들(realist)은 그들이 담론이론과 분석의 존재론적인 차원이라고 부르는 차원을 더 강조한다. 이 존재론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세계는 내재적인 속성과 본질적인 인과적 힘을 가지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련의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념이다. 실제 세계에서의 사건과 과정의 원인이 되는 것은 대상들의 우연적인 상호작용과 ‘생성적 기제(generative mechanisms)’이다(Harré and Madden, 1975; Bhaskar, 1978; 1979; Harré, 1979; Stones, 1996: 26-39). 여기서 담론은 고유한 속성과 힘을 갖는 특정한 대상으로 여겨진다. 실재론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구조화된 체계로서의 언어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담론분석의 과제는 “언어가 힘을 발휘하는 개념적인 생략과 혼동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더욱이 이러한 대상의 구체적인 인과적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들은 담론과 국가, 경제 과정과 같은 다른 사회적 대상과의 관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이러한 접근은 “텍스트를 구조화하는 역학에 대한 연구는 담론이 물질적 세계를 재생산하고 변형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 속에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담론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인 조건”을 드러내고자 한다(Parker, 1992: 1).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실재론자들과 기본적인 가정을 공유하면서 경제적 생산과 재생산의 모순적인 과정과 관련하여 담론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담론은 권력과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를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자연화하는 의미의 이데올로기 체제로 여겨진다. 이는 담론분석이 이러한 기만이 작동하는 기제를 폭로하고 해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적인 작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Althusser, 1969; 1971; Pechéux, 1982; Zizek, 1994).
노먼 페어클러프와 그가 소속되어 있는 학파는 안토니오 그람시, 미하엘 바흐친, 루이 알튀세르, 미셸 푸코, 앤서니 기든스, 위르겐 하버마스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회학적, 정치학적 사유의 흐름을 통합하면서 그들이 비판적 담론분석이라고 부르는 방법론을 개발했다(Fairclough, 1989; Wodak, 1996; Fairclough and Wodak, 1997). 예를 들어, 페어클러프와 루스 워닥은(Fairclough and Wodak, 1997: 259-60) 기든스의 구조화 이론을 활용하여 담론분석을 수행하기 위한 전반적인 사회학적 틀을 제공한다. 기든스(Giddens, 1984)의 사회이론은 사회세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의미와 이해를 중심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실증주의자, 실재론자,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설명과 구분된다. 그의 명시적인 ‘해석학적 사회이론(hermeneutically informed social theory)’은 사회적 관계를 재생산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인간 행위자의 행위와 성찰성을 더 많이 강조한다. 페어클러프는 ‘사회 구조와 인간 행위의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이어받아 담론과 그것이 작동하는 사회체계 사이에는 상호적인 구성 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담론분석의 과제는 이러한 변증법적 관계를 탐구하고, 권력자들이 언어와 의미를 활용하여 지배받는 자들을 기만하고 억압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와 같은 포스트-구조주의자들과 포스트-마르크스주의자들은 보다 포괄적인 담론 개념으로 나아간다. 이들은 의미의 사회적 차원을 해석학적으로 강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 구조 자체를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불완전하며, 우연적인 의미의 체계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데리다(Derrida, 1978a; 1982)는 담론을 텍스트 또는 글쓰기(writing)으로 보며, 모든 인간적, 사회적 경험이 차이(différance)의 논리에 따라 구조화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푸코적인 담론분석은 ‘담론적 실천’과 보다 광범위한 일련의 ‘비담론적’ 활동과 제도와의 연결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둔다(Foucault, 1972; 1981; 1991a). 한편으로 라클라우와 무페(Laclau and Mouffe, 1985; 1987)는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 이론을 탈구축(deconsturciton)하고,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을 활용하여 특정한 사회적 행위자 집단을 형성하는 모든 실천과 의미를 포괄하는 담론 개념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담론은 상징체계와 사회적 질서를 구성하며, 담론분석의 과제는 담론이 역사적이고 정치적으로 구축되고 기능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정확히 이 포스트-구조주의와 포스트-마르크스주의 전통의 분석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나는 다른 관점과 비교하여 이러한 전통을 구별하고 방어할 것이다.
이 책의 목적과 주장 Aim and arguments of this book
이 책의 주된 목적은 다섯 가지다. 먼저 담론 개념이 사회세계의 광범위한 양상에 적용되는 방식에 집중함으로써 개념의 서로 다른 의미와 활용 사례를 탐구할 것이다. 여전히 주류 실증주의와 경험주의 연구들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협소하고 기술적인 담론분석 개념에서부터 출발해서 구조주의 사상의 출현과 확장에 힘입어 개념이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구조주의에 대한 비판이 어떻게 포스트-구조주의와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 분석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 놓았는지를 탐구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이 계보학에는 많은 부분이 빠져 있다. 예컨대 여기에는 폴 리쾨르(Ricoeur, 1971; 1976)의 해석학적 접근과 위르겐 하버마스(Harbermas, 1984; 1987a)의 의사소통 행위이론이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포스트-구조주의 모델에 대한 하버마스의 비판을 소개하고, 포스트-구조주의와 해석학 접근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 포스트-구조주의, 해석학, 포스트-마르크스주의라는 세 가지 반실증주의 지적 전통을 통합하는 담론이론과 분석에 대한 특정한 접근을 제안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셸 푸코의 담론분석, 특히 그의 다양한 방법론적 제안과 제약과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가 발전시킨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다.
셋째, 위의 접근에 대해 제기된 몇 가지 핵심적인 비판을 다룬다. 여기에는 담론이론이 단순히 언어적 텍스트와 실천에만 집중한다는 주장, 그리고 담론이론의 사회 개념이 사회정치적 실천에 어떠한 제약도 없으며, 나아가 ‘모든 것이 가능하다(anything goes)’라는 발상을 방임한다는 주장이 포함된다. 이 책은 이러한 비판들이 핵심을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담론이론의 일부 측면은 향후 더 정교화되고 발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연구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넷째, 담론이론을 경험연구의 대상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앞으로 더 발전될 필요가 있지만) 담론이론가들이 발전시켜 온 방법론적 장치들을 고려한다. 특히 담론이론가들과 분석가들은 방법론적 아나키스트, 상대주의자, ‘현실과 유리된 이론가(armchair theorizers)’에 불과하다는 혐의를 반박하기 위해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저작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연구 방법에 의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증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담론이론을 적용하는 것의 이점을 보여주고 향후 연구 가능한 분야를 제시하기 위해 몇 가지 경험적인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또한 담론적 접근으로부터 도출되는 유익한 이론적 문제를 탐구할 것이다. 여기에는 구조, 행위성, 권력의 관계의 이론화, 정치적 정체성과 차이의 복합성, 헤게모니 구성체의 구축, 주체성의 생산과 결정이 이루어지는 논리, 사회과학에서 정체성과 이해관계(interests) 사이의 관계가 포함된다. 앞으로 이러한 주제들을 더 깊게 살펴볼 것이다.
담론의 간략한 계보학 A brief genealogy of discourse
아주 도식적으로 이야기하면, 담론이론은 세 가지 주요한 변화를 겪어 왔다. 전통적으로 담론분석은 ‘사용 언어(language in use)’의 탐구에 관심을 두며, ‘말과 텍스트의 맥락’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van Dijk, 1997b: 3). 이런 관점에서 담론분석은 다소 협소하게 이루어지며, 주로 말과 글 속에서 서로 연결된 일련의 문장들을 지배하는 규칙들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화행 이론(speech act theory)은 우리가 말하는 것이 동시에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누군가 ‘나는 약속한다’ 또는 ‘나는 이 배의 이름을 퀸 메리(Queen Mary)라고 짓는다’는 문장을 발화하고 그에 따른 ‘적정 조건(felicity condition)’이 충족될 때, 다시 말해 발화자가 약속을 지킬 의도가 있거나, 배의 이름을 붙일 권한이 있는 경우에 이들은 또한 행위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J. L. 오스틴(Austin, 1975)과 존 설(Searle, 1969)과 같은 언어 분석철학자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들은 화행(speech act)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에 있는 담론분석가들은 서로 다른 화행들을 분류할 수 있는 복합적인 분류체계를 만들어 왔으며, 발화자의 발화와 청자의 반응의 의도된 의미를 식별함으로써 예컨대 정신과 상담과 같은 의사소통의 다양한 양상을 설명하기 위래 노력해 왔다(Labov and Fanshel, 1977).
이와 관련하여, 대화분석가들(conversation analysts)은 가핑클(Garfinkel, 1967)의 사회학적 방법론인 민속방법론에 의존한다. 민속방법론은 개인들이 일상적 활동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연구하는 방법으로, 대화분석가들은 관찰을 통해 발화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그것을 하고 있는지를 추론하고자 한다(Trask, 1999: 57). 보다 구체적으로, 셰글로프와 삭스(Schegloff and Sacks, 1973)와 같은 담론분석가들은 대화에서 ‘말차례(turn-taking)’의 조직과 논리를 탐구해 왔다. 예컨대, 이들의 연구는 대화를 구조화하는 핵심 원리가 발화자들 사이에서 ‘공백(holes)’과 ‘겹침(intersection)’을 피하는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의 또 다른 측면은 통상적으로 대화 속 말차례의 논리를 일반적으로 지배하는 원칙들에 주목한다. 여기서 발화자들은 특정한 ‘발화자 역할(speakers role)’을 수행하며, 몸짓, 시선, 어조, 특정한 의례적 단어와 같은 관습적인 표지에 의존하여 발화한다. 이러한 특정한 형태의 담론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통찰은 “상호작용자들의 개별적인 관계 패턴, 더 큰 제도적 구조 속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전체 사회 조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Jaworski and Coupland, 1999a: 21).
그러나 1960~70년대 사회과학에서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해석학, 그리고 마르크스주의가 점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담론 개념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실천과 현상들로 확장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미셸 푸코의 작업은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의 초기 ‘고고학적’ 저작들에서 푸코(Foucault, 1970; 1973)는 담론적 실천이 담론구성체(discursive formation)의 대상과 주체를 형성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따라서 담론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체계적으로 형성하는 실천”(Foucault, 1972: 49)이며, 특정한 시공간에서 문법에 걸맞는 진술과 ‘실제로 말해진 것’을 구분하게 하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형성 규칙들(rules of formation)’에 의해 구성된다(Foucault, 1991a: 63). 경험주의적·실재론적·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이 객관적 세계의 본질이 담론의 성격과 진리성(veraticty)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과 달리 푸코는 특정한 담론 규칙이 주체로 하여금 대상, 진술, 개념, 전략을 생산할 수 있게 하며 이것들이 담론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후기 ‘계보학적’ 저작들에서 푸코(Foucault, 1987)는 이러한 담론에 대한 유사-구조주의적 개념을 수정하게 된다. 그는 이제 일련의 진술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적 규칙을 기술하기 보다는 어떻게 담론이 사회적 실천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다시 그것이 사회적 관계와 제도를 만드는지에 관심을 둔다. 전반적으로 푸코의 담론분석 접근은 이러한 작업들이 요구하는 방법론적 조건들을 강조하며, 연구를 수행하는 다양한 전략과 기법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노력을 기울인다.
담론분석의 세 번째 단계는 부분적으로는 푸코의 다양한 기여에서, 또 부분적으로는 데리다적, 마르크스주의적. 포스트-마르크스주의적 통찰에서 발전하며, 담론분석의 범위는 비담론적 실천과 요소들까지 확장된다. 페어클러프(Fairclough, 1989: 25, 2000)의 비판적 담론분석은 정치적 텍스트와 발화, 그리고 그것들이 산출되는 맥락을 분석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담론이론의 초점을 넓힌다. 그러나 여전히 담론은 사회적 실천의 기호학적 차원을 의미하며, 전체 사회체계의 특정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 이와 달리 이 책에서 간단히 담론이론(discourse theory)이라고 부르고자 하는 라클라우와 무페의 접근은 모든 사회적 실천을 포함하도록 담론 분석의 범위를 확대하며, 담론과 담론적 실천은 사회적 관계의 체계와 동의어가 된다. 이 책은 이 관점을 지지하며, 이제 그 기본적인 윤곽을 살펴보고자 한다.
담론이론 Discourse theory
담론이론은 모든 대상과 행위가 유의미하며, 그것들의 의미는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규칙의 체계의 산물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에 따라 사회적 실천이 사회 현실을 구성하는 담론을 어떻게 구축하고, 쟁점화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실천이 가능한 이유는 의미의 체계가 우연적으로 구성되며, 사회적 의미의 장에서 결코 완전히 소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복합적인 일련의 진술을 분석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본적인 범주가 필요하다. 그 범주들이란 담론적인 것(the discursive), 담론(discourse), 그리고 담론분석이다. 담론적인 것이라고 할 때 내가 의미하는 것은 모든 대상이 담론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대상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규칙 체계와 유의미한 차이들에 의존한다는 뜻이다(Laclau and Mouffe, 1985: 107). 숲의 의미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류상의 규칙과 차이의 체계에 따라 고유한 자연적 아름다움, 고속도로 건설을 방해하는 장애물, 독특한 생태계 등이 될 수 있다. 유의미한 실천과 차이의 지평이 되는 담론적인 것이라는 관념은 모든 것을 언어로 환원하거나 세계의 실존에 대한 회의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담론이론은 우리가 언제나 의미화하는 실천과 대상들 속에 존재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회의주의와 관념론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고자 한다(Wittgenstein, 1953; Heidegger, 1962 Laclau and Mouffe, 1985: 108; Barrett, 1991: 76-77). 달리 말해 하이데거의 용어를 활용하자면 인간 존재는 유의미한 담론들과 실천의 세계로 ‘던져져(thrown into)’ 있으며, 이 세계는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대상을 식별하고 그것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준다(Heidegger, 1962: 91-148; 1985: 246).
이 책에서 말하는 담론은 주체의 정체성과 대상을 형성하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의미의 체계를 말한다(Foucault, 1972: 49). 보다 낮은 추상수준에서 담론은 사회적 관계와 실천의 구체적인 체계를 의미한다. 이 체계는 적대의 구축과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의 정치적 경계를 설정하는 급진적인 제도의 행위로 형성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따라서 담론의 구축은 권력의 작용과 그에 따라 사회 행위자들 사이에서 구조화되는 관계를 포함한다(Dyrberg, 1997). 더욱이, 담론은 우연적이고 역사적으로 구축되며, 언제나 그 과정으로부터 배제된 정치적 힘과 통제로부터 벗어난 사건들의 탈구적 효과(dislocatory effects)로 인해 위협받는다(Laclau, 1990: 31-36).
스튜어트 홀이 분석한 영국 ‘대처리즘(Thatcherism)’의 사례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정치 담론의 좋은 예이다(Hall, 1983; 1988). 홀은 대처리즘 이데올로기가 수많은 이질적인 담론적 요소들을 접합함으로써 구축되는 방식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영국 보수당의 법과 질서, ‘영국다움(Englishness)’, 가족, 전통과 애국심과 관련된 전통적인 가치들이 포함되며, 한편으로는 자유 시장과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에 대한 고전 자유주의의 관념들이 포함된다. 나아가 그는 이러한 요소들이 보수당 내부의 ‘습파(Wets)’와 ‘건파(Drys)’ 사이, 그리고 위기에 처한 사회민주주의 담론을 지지한 세력과 그것의 급진적 재구조화를 원하는 세력 사이에 분명한 정치적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어떻게 서로 연결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담론분석은 담론적 형태로 의미화하는 실천을 분석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는 담론분석가들이 주체가 대상, 단어, 실천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텍스트’와 ‘글쓰기’를 포함한 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광범위한 대상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발화, 보고서, 연설, 역사적 사건, 인터뷰, 정책, 관념, 심지어 조직과 제도들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담론이론가들은 자신들의 존재론적 전제에 부합하는 언어학 및 문학이론의 여러 개념들과 방법들을 참조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데리다의 탈구축 ‘방법’, 푸코의 고고학적, 계보학적 담론분석 접근, 비유와 수사 이론, 소쉬르의 언어학적 구분,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rule following) 개념, 라클라우와 무페의 등가와 차이의 논리 등이 포함된다(Howarth, 1998: 284-288; Stavrakakis, 1999; 57-59, 76-78).
세 가지 전통 Three traditions
담론이론은 구조주의, 해석학,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사유와 비판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먼저, 구조주의 전통의 사유는 담론이론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 로만 야콥슨, 루이스 옐름슬레우와 같은 사상가들에 의해 발전된 구조주의는 의미와 의미과정이 기호체계에 의해 생산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단어와 언어가 세계의 대상에 상응한다고 주장하는 언어이론들과 달리 구조주의자들은 의미가 서로 다른 요소들의 체계 사이의 관계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라는 단어의 의미는 ‘아버지’, ‘딸’, ‘아들’과 같은 단어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Laclau, 1993: 432). 따라서 의미는 단어들 사이의 형식적 차이의 효과이며 단어와 사물 사이의 어떠한 상관관계의 결과이거나 텍스트, 대상, 실천에 내재하는 성격일 수 없다.
소쉬르와 같은 구조주의 언어 모델의 창시자들은 이 모델이 모든 상징화하는 체계와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들은 그러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지 못했다. 고전적인 언어학 모델은 기표, 단어, 구절, 표현, 문장의 분석에만 적용될 수 있었으며, 이는 담론이론의 출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르, 롤랑 바르트와 같은 후기 구조주의자들에게 남은 과제였다. 이들은 더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구조적(structural) 언어 모델을 활용했다. 이들은 사회에서 신화의 역할, 언어에 의해 형성되는 인간 주체성, 다양한 생산양식과 사회구성체에 대한 분석, 일상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는 요리, 식생활, 운동과 같은 다양한 상징적 코드들에 대한 탐구를 수행했다.
나아가, 고전적인 언어학 모델이 더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대상으로 확장되면서, 몇몇 연구자들은 구조주의 사유의 핵심 가정에 존재하는 약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체계의 역사적 구축과 요소들의 체계 사이의 고정된 관계, 사회 세계에서 인간 주체성과 행위성의 배제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와 맞닥뜨리면서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와 같은 연구자들은 구조주의의 몇 가지 심층적인 가정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는 포스트-구조주의로 알려진 사유를 가능하게 했다.
둘째로, 이 책이 주장하는 담론적 접근은 해석학 전통의 연구들을 선택적으로 참고한다. 한편으로 담론이론은 사회적 삶에 대한 실증주의, 행동주의, 구조주의의 설명 방식에 반대한다. 이 방식들은 단순히 관찰 가능한 사실과 행위에만 집중하거나, 비의식적이고 구조적인 법칙을 강조하느라 일상적인 사회적 의미를 경시한다. 이와 달리 담론이론가들은 인과적 기제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행위의 의미와 자기이해를 해석하기 위해 마르틴 하이데거, 루드윅 비트겐슈타인, 찰스 테일러, 피터 윈치와 같은 해석학 철학자에 의존한다. 이는 담론적인 사회 연구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서 생산되는 의미를 구조화하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규칙과 관습을 밝히는 것임을 뜻한다.
다른 한편, 담론이론가들은 행위자들이 어떤 이유로든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실천의 심층적인 의미를 드러내거나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실천에 부여하는 해석을 단순히 복구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러한 작업은 의미가 사회적 실천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해석자에 의해 회수되거나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일단 식별되면 한 주체에서 다른 주체로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달리 포스트-구조주의 언어 이론에 의존하는 담론이론가들은 의미를 ‘기표들의 놀이’의 효과로 이해하고 의미의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바로 그 조건들이 동시에 그 과정을 문제적이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들은 해석을 사회의 표면적 차원이나 심층적 차원 가운데 어느 한쪽에 위치시키는 대신, 사회적 실천의 의미를 보다 넓은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맥락에 위치시킴으로써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고자 한다.
담론이론의 출현과 발전에 주된 영향을 준 세 번째 전통은 마르크스주의이다. 담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접근에서 눈에 띄는 점은 관념, 언어, 의식을 심층적인 경제와 정치적 과정과 관련된 이데올로기 현상으로 여기는 방식이다. 이는 착취와 지배관계에 도전하고 이를 비판하는 사회 행위자의 역할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이데올로기 모델은 이데올로기를 경제적 생산이나 계급투쟁과 같은 보다 결정적인 사회적 과정으로 환원한다. 이 문제는 안토니오 그람시, 루이 알튀세르, 미셸 페슈에게 남은 과제였다. 이들은 사회와 역사적 변동에 관한 비환원론적이고 반본질주의적인 설명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들 연구자들은 이데올로기를 순수하게 정신적이거나 재현 (불)가능한 속성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이데올로기의 물질적이고 실천적인 성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지배적인 가정들에 갇혀 있었다.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해석학 전통의 사유에 의존하면서 포스트-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제약되어 있는 가능성을 따라 관계적이고 반본질주의적인 담론 연구의 접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 책이 주로 집중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종합이다. 물론 이것은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비판과 평가 Critique and evaluation
이 책에서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담론이론은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많은 논쟁을 유발해 왔다(Geras, 1987; 1988; 1990; Dallmayr, 1989; Mouzelis, 1990; Osborne, 1991; Aronowitz, 1992; Mouffe, 1996; Sim, 1998; Wood, 1998). 실재론자, 마르크스주의자, 실증주의자들은 담론이론에 관념론과 텍스트주의(textualism)라는 혐의를 부여해 왔다. 이들은 담론이론이 사회체계를 관념과 언어로 환원한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담론이론은 사회적 의미가 생산되고 변형되는 과정의 물질적 조건, 제도, 자연적 제약을 고려하지 못한다. 또한 비판자들은 담론이론가들이 개념적, 도덕적 상대주의로 치우치면서 진리와 타당성에 대한 주장이나 자신들이 연구하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증주의자들은 담론이론가들이 객관적인 사실의 체계적인 수집을 포기하고 그 대신에 사회 현상을 주관주의적이고 방법론적으로 아나키즘적인 방식으로 해석한다고 비판한다. 이와 유사하게 행동주의자들(behaviouralists)은 담론이론가들이 의미와 언어를 다루는 방식이 사회정치적 행동에 대한 가치중립적 탐구를 불가능하게 하고, 이데올로기적이고 주관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과장한다고 주장한다.
담론이론을 평가함에 있어서 나는 이러한 비판이 불만족스럽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비판자들의 비판은 분석의 존재론적(ontologcial) 차원이 아닌 존재적(ontical) 차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담론이론이 사회 세계를 텍스트와 말하기와 같이 좁은 의미의 언어로 환원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정치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담론이론의 심층적인 존재론적, 인식론적 가정이 많은 비판자들이 제기한 상대주의라는 혐의를 비켜갈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담론이론을 사회정치 분석에 있어 완전하고 무결한 접근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담론이론이 경험적 증거를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새로운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하더라도, 담론이론이 사회정치 세계에 대한 분석에 있어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문제들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담론분석을 수행하는 전략과 방식에 대한 일련의 방법론적 문제가 포함된다.
담론이론을 적용하기 Applying discourse theory
이 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담론이론을 구체적 경험 사례에 적용하여 이 접근이 사회와 정치의 다양한 양상을 연구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에 때때로 부여되는 ‘방법론적 아나키즘’ 또는 ‘인식론적 비합리주의’라는 혐의에 대항하여, 나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담론이론의 포괄적 가정을 ‘구현’할 수 있는 연구 방식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또한 담론이론을 경험적인 사례에 적용할 때 그러한 사례들을 어떻게 추상적인 범주에 종속되거나 순진한 실증주의로 빠지지 않게 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룬다. 나아가, 나는 담론이론에는 경험적 설명의 개연성과 타당성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일련의 고유한 기준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이데거와 푸코 철학을 따라 나는 특정 사례의 진리와 허위는 해당 문제가 어떤 의미틀(또는 패러다임)에 의해 다루어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회과학에서 최종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는 곳은 학자들의 공동체이며, 담론이론의 연구 프로그램이 진보적인지 퇴행적인지는 그러한 작업이 연구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책의 구성 Plan of the book
이 책의 장 구성과 구조는 전체 글의 주요한 목표와 논지를 반영한다. 1장은 사회정치 분석의 담론적 접근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구조주의 언어모델과 그 함의를 탐구한다.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이론으로부터 출발하여 레비-스트로스가 사회적 관계를 상징체계로서 분석하는 데 있어서 소쉬르의 언어모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다룬다. 2장은 데리다의 구조주의 언어모델에 대한 탈구축 작업을 따라 소쉬르와 레비-스트로스가 담론에 대한 일관적인 개념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데리다의 탈구축 방법은 소쉬르와 구조주의 전통에서 가려져 있던 가능성을 드러내고, 담론을 글쓰기 또는 텍스트로 이해하는 포스트-구조주의 담론 이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3장과 4장은 푸코의 담론이론과 분석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평가한다. 푸코의 초기 저작에서 드러나는 담론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을 고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나는 담론적 실천에 대한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설명을 발전시키려는 이러한 대담한 시도가 결국 좌초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는 그러한 작업이 푸코가 표방한 무의미한(meaningless) 진술들에 대한 순수한 역사적 기술이라는 목표와 모순되기 때문이다. 4장에서는 푸코의 후기 담론 연구 접근법인 계보학과 문제화(problematisation) 방법이 담론적 실천과 비담론적 실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보다 확실한 토대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5장과 6장에서 나는 라클라우와 무페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이론을 탐구한다. 5장은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이데올로기와 정치 이론을 검토하고, 그람시, 알튀세르, 페슈와 같은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어느 정도 넘어설 수 있었는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정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접근을 탈구축하는 작업이 포스트-마르크스주의적 대안을 검토할 수 있는 길을 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6장은 라클라우와 무페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이론을 소개하고 평가하며, 이들의 개념에서 파생되는 사회정치 분석의 접근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해명과 연구가 필요한 일련의 질문들을 제기하고 논의하면서 장을 마무리한다.
7장은 담론이론을 실제 경험연구에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여기서는 담론-이론적(discourse-theoretical)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인식론적, 방법론적 어려움을 제기하고 이를 다룬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연구 대상의 정의, 담론분석의 적절한 방법과 방식, 앞에서 언급한 이른바 ‘적용’ 문제, 그리고 증거의 산출과 평가를 둘러싼 쟁점들이 포함된다. 나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이 장은 담론이론을 적용하기 위한 일련의 방법론적 지침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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