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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행위의 비너스(2/2) 두 행위의 비너스(2/2) 사이디야 하트만 번역: 정규식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 회원) (계속) 되풀이 비너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카이브의 경계를 침범할 것이었기에, 나는 그러지 않길 택했다. 역사는 사실, 증거, 문서고라는 한계를 충실히 지키기로 서약한다. 그 절대적 확실성들이 공포에 의해 생산됐을지라도 말이다. 나는 역사적 허구들 –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과거에 관해 말해질 수 있는 것을 결정하는, 소문, 스캔들, 거짓말, 조작된 증거, 가공된 자백, 변덕스러운 사실관계, 불가능한 은유, 우연한 사건, 공상 등 - 을 초과하는 로맨스를 쓰고 싶었다. 법률 문서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단순한 재발화와 전위(轉位)를 초과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간절히 쓰고 싶었다. 그 이야기는, 아카이브 내 .. 2023. 5. 1.
두 행위의 비너스(1/2) 두 행위의 비너스(1/2) 사이디야 하트만 번역: 정규식(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 회원) *저자 소개 사이디야 하트만은 아프리칸-아메리칸 문학 및 아메리칸 문학, 문화사, 노예무역사 및 노예제, 흑인됨(blackness) 등을 연구하는 미국의 연구자이자 작가이다. 하트만은 2008년 공개 이후 2,000회 가량 인용된 이 글에서 '비판적 우화화'라는 글쓰기 방법론을 개념화한다. 이 글에서 단 한 번 언급되는 그 개념은, 폭력과 과잉으로 점철된, 이미 언제나 권력의 배치-작동을 반영하는 (노예제) 아카이브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나아가 그로부터 무엇을 말해낼 (수 있고, 무엇을 말해낼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하트만의 고민으로 다듬어진다. 폭력, 스캔들, 무절제가 범람하는 아카이브의 언설들을 단순 재생산.. 2023. 4. 26.
영화에 기입된 역사를 읽어내기 위한 이론적 모색 -<비교의 항해술> 서평(2/2) 영화에 기입된 역사를 읽어내기 위한 이론적 모색(2/2): 하승우, 『비교의 항해술』 서평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어서 계속) 3. 영화 의 특권적 쇼트가 남긴 질문 저자가 이 책에서 펼쳐내는 비교영화 분석, 즉 비교의 항해술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글이 후반부는 저자의 영화 해석을 축약해서 다시 언급하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의 '예외적 분석', 다시 말해 4장에서 수행되고 있는 영화 에 대한 심층 분석을 검토해보며, 이를 통해 이 책에서 전개하고 있는 종별성 개념으로 영화 읽기의 어려움에 대해서 환기해보고자 한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먼저 특수는 보편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그리고 특수는 보편화의 원리 속에서 다른 특수.. 2023. 4. 11.
"시각문화 읽기"를 시작하며 - <비교의 항해술> 서평(1/2) "시각문화 읽기"를 시작하며 서교연의 동료들과 함께 "시각문화 읽기" 코너를 시작합니다. 영화, 미술, 전시, 연극, 공연, 드라마, 디자인 등등 다양한 시각문화를 다루고 있는 저작, 논문, 비평들에 대한 비판적 서평을 개시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시각문화의 재현 양식과 서사 구성이 어떻게 사회적 테마와 만나고 어긋나는지 명료한 이론적 언어, 그리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작품 읽기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영화에 기입된 역사를 읽어내기 위한 이론적 모색(1/2): 하승우, 『비교의 항해술』 서평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2022년 10월 2일 서교연에서 발표한 하승우 선생님의 원고에 대한 토론문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2022년 12월에 출간된 112호에 실린 동명의 서평을 수정·보강한 원고.. 2023. 4. 11.
포스트민주화와 표상의 정치(2/2) 포스트민주화와 표상의 정치(2/2) 김현준(서교인문사회연구실) *포스트민주화와 표상의 정치(1/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 글은 제3회 서교연 컨퍼런스에서 발표되었습니다. 3. 과두적 엘리트 지배(87체제 헤게모니)와 민주화세력의 역사인식(인민 표상의 역사) 3-1. 대표/위임/임명의 정치사회학 이제 “사적 권력” 엘리트에 대해 논의해 보자. 이들은 민주적인 제도를 통해 통제되는 국가권력에 대한 규제를 민주적인 제도를 통해 해체하는 힘을 행사한다. 규제되지 않은 사적 권력, 즉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는 기업이나 자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사법부와 검찰, 관료기구, 언론, 심지어 과학이 포함(Crouch, 2020)되는데, 우리의 문제의식에서 민주화세력과 종교를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 2023. 4. 4.
포스트민주화와 표상의 정치(1/2) 포스트민주화와 표상의 정치(1/2) 김현준(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이 글은 제3회 서교연 컨퍼런스에서 발표되었습니다. 포스트민주주의 한국 정치의 성격은 무엇인가? 최근 우리가 겪은 사건들의 민주주의적,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 글은 콜린 크라우치의 포스트민주주의론을 중심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인민(또는 포퓰리즘)의 표상을 헤게모니의 봉합과 균열의 부침 속에서 비판적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이 글은 포스트민주주의의 핵심적 속성인 과두적 엘리트 지배와 인민의 정치적 소외의 관계를 민주화세력과 인민과의 관계 속에서 재독해하고(1장), 인민의 정치적 소외와 정체성(들)의 출현, 그리고 그에 따른 정치적 대표/재현/위임 권력의 발생 관계를 논한다(2장). 그리고 이 표상의 문제에 민주화세대의 문.. 2023. 4. 4.
전쟁사전 5: 허수아비에서 설탕까지 (마지막 편) 전쟁사전 5: 허수아비에서 설탕까지 (마지막 편) 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그림 출처: https://pen.org.ua/slovnyk-vijny-korotki-istoriyi-ukrayinskogo-sprotyvu 허수아비 올레흐 코차레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한창인 요즘, 다들 알다시피 가장 이상한 일들은 바로 점령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점령지가 해방되고 나면 우리는 그 일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데 점령지는 우리가 희생자들, 고문을 비롯한 여러 잔혹 행위에 대해 알게 될 때 경험하는 두려움이나 공포만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점령지는 그 고유의 섬뜩함 때문에 관찰 대상으로서의 흥미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는 매우 독특하고 일시적인 반(反)공간,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들,.. 2023. 3. 31.
두 편의 ‘페미니스트 반전(反戰) 저항’ 선언문 두 편의 ‘페미니스트 반전(反戰) 저항’ 선언문 번역: 황유경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회원 이종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2022년 2월 2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직후 러시아의 페미니스트들이 결성한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Феминистское антивоенное сопротивление, ФАС)은 선언문을 공개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이 운영하고 있는 텔레그램 채널에는 전쟁 발발 이후 첫 달 동안 26,000명의 구독자가 모이기도 했다. 결국 작년 12월 23일 러시아연방 법무부는 이 단체를 '외국대행기관' 목록에 포함시켰다. 2022년 3월에는 전세계 151명의 페미니즘 활동가들이 러시아 페미니스트들의 반전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을 공개했다.. 2023. 3. 29.
평화를 새롭게 사유해야 한다면: 우크라이나 좌파와의 대화가 제기하는 도전들 평화를 새롭게 사유해야 한다면: 우크라이나 좌파와의 대화가 제기하는 도전들 마크 게르트너(Mark Gärtner) 번역: 한상원 [이 글은 독일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이 발간하는 온라인 기사를 번역한 것다. 이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 시민사회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번역했다. 원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s://www.rosalux.de/news/id/50000/wenn-frieden-neu-gedacht-werden-muss] 이 글은 2023년 1월 20일부터 1월 30일까지 우크라이나 조직들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전달하기 위한 대표단 여행에서 수행된 대화들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여행은 linXXnet Leipzig가 조직했으며, 율레 .. 202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