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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매디언, <들뢰즈의 팔레스타인> 들뢰즈의 팔레스타인[1] 캐슬린 매디언 (Kathryn Medien)번역: 갈피 초록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이스라엘 국가의 형성 그리고 뒤이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강탈 행위와 식민화를 되돌아보는 일련의 글들을 집필하였다. 지금까지 잘 논의된 바 없는 들뢰즈의 이 텍스트들은 이스라엘 국가를 식민주의 국가로 명명하며, 이스라엘의 식민화 프로그램을 미국의 식민화 프로그램과 선주민족들에 대한 집요한 강탈과 연결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들뢰즈는 식민지적 폭력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심도있게 고려하는 자본주의적 발전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고는 주장하고자 한다. 들뢰즈의 팔레스타인 관련 저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면서, 본고의 결론부에서는 왜 이러한 텍.. 2025. 11. 17.
비평의 트랙, 평론가의 자리 비평의 트랙, 평론가의 자리 필자: 수차미 박동수 평론가가 씨네21에 쓴 글 「밀레니얼의 문화 코드를 노려라, 게임 원작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읽었다. 지면에 올라갈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커뮤니티를 보며 생각 외의 반응이 나와 놀랐다. 씨네21이 왜 영화가 아니라 게임을 다루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대충 ‘씨네21이 망했다’는 식의 지적이었다. 어딜 가나 ‘망했다’는 말은 불만의 표시로 사용되니 별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 반응이 지적하는 건 사실 유효하다. 게임과 영화를 한 자리에 두는 건 어쩌면 게임 웹진이 해야 할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영화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지만 반대로 게임은 영화가 아니면 다른 분야로 뻗어 나가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영화는 음식과 음악, 사회학과 인류학 등.. 2025. 11. 14.
우리는 웃어야 해서 웃는다 우리는 웃어야 해서 웃는다We Laugh Because We Must 에만 이드 Eman Eid 번역: 서제인 *원문 출처: https://wearenotnumbers.org/we-laugh-because-we-must We laugh because we must - We Are Not NumbersWhen we laugh in Gaza, it’s the kind of laughter that burns in our throats, hides our screams, and keeps us from unraveling.wearenotnumbers.org이 글은 올해 4월에 발행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많은 수의 당나귀를 동물보호 명목으로 압수해서 사람들의 이동이 더욱 힘들어졌으며, .. 2025. 11. 11.
“그러나 되돌릴 수 없어”: t.A.T.u의 레즈비언 모티프와 러시아식 신자유주의 “그러나 되돌릴 수 없어”: t.A.T.u의 레즈비언 모티프와 러시아식 신자유주의 이종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1. ‘그녀가 그녀를 사랑한다’, 또는 신자유주의적 성 해방 2003년, 유럽 각국이 대표를 보내 최고의 대중가요를 선정하는 축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열렸다.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1994년부터 이 행사에 참여해 온 러시아는 그해의 대표로 여성 듀오 ‘t.A.T.u’(이후 ‘타투’)를 선발했다. 이 그룹의 러시아어 이름은 ‘타투(Тату)’로 ‘그녀가(та) 그녀를(ту) 사랑한다(Та любит ту)’의 약어다. 그룹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 레즈비언 커플로 설정된 두 멤버는 유로비전 무대에서 믿지 마, 두려워하지 마(Не верь, не бойся)>라는.. 2025. 11. 9.
Pédés, 검은 피부, 무지개마스크 (Peau noire, masque arc-en-ciel) 검은 피부, 무지개 마스크 (Peau noire, masque arc-en-ciel[1]) ANTHONY VINCENT번역: 임하은 시작에 모욕이 있다. Didier Eribon, Réflexions sur la question gay에서.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 마티니크의 어느 여름 오후. 다섯, 여섯 살쯤 되었을 때, 엄마와 대모에게 장바구니를 들어드린다고 했어요.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요. 가방을 팔꿈치에 걸쳐 들었을 때, 두 사람이 제가 너무 makoume[2]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먼저 부끄러움이, 그 감정은 제 몸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강했습니다. 그 모욕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욕설과 침, 그리고 폭행으로 이어졌습니.. 2025. 11. 6.
Pédés,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Nanténé Traoré번역: 임하은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믿음입니다. 파스칼의 결혼식에서 저는 어떤 사람이 ‘그 모든 일, 필립을 뒤로 하고 그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니 다행이다.’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어요. 필립 크루치, 그의 음악, 그의 이미지들, 어머니, 공간을 가득 채우던 그의 미소, 그 웃음에 대한 기억, 어머니가 사무실에 간직해 둔 사진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집에서 울고 있던 필립, 그리고 밖에서 울고 있는 크루치, 밤에, 우리는 그의 삶을 공유했고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랑과 작별이 나에겐 그의 죽음과 연결되지 않아요.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 2025. 11. 5.
질 들뢰즈, 돌멩이들(LES PIERRES, 1988) 돌멩이들(LES PIERRES, 1988)[1] 질 들뢰즈 Gilles Deleuze번역: 갈피 *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1975년부터 1995년까지 정식 출간되지 않은 들뢰즈의 텍스트들을 모은 두 번째 선집[2]인 《광기의 두 체제(DEUX RÉGIMES DE FOUS)》에 마흔여덟 번째로 수록된 기고문 〈돌멩이들(LES PIERRES)〉로, 들뢰즈가 팔레스타인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편집장으로 있는 문예지 《정원(Al Karmel)》지에 다르위시의 요청에 따라 기고한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이 ‘돌덩이들’인 것은 ‘인티파다(Intifada)’와 관계가 있다. 아랍어로 인티파다는 ‘봉기’, ‘항쟁’을 뜻하며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벌인 항쟁을 의미.. 2025. 11. 5.
토이사이드(toycide), 장난감의 학살 토이사이드(toycide), 장난감의 학살 박용준 (역사교사ㆍ대학원생) 가자의 어린이들‘에게도’ 인형이 있다. 전쟁과 학살 중에 찍힌 그들의 손과 품에는 인형들이 소중히 안겨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위태로워보이는 이 인형들을, 공습이나 포격이 벌어지면 놓치기도 한다. 그러면 잠시의 틈을 찾아 어린이들은 그것들을 되찾으러 온다. 손을 잃어버린 아이는 다른 손으로 그걸 주워 올리고, 저만큼 날아가서 따뜻한 피가 쏟아지고 있는 아이의 인형은, 이윽고 곧 죽게 될 다른 아이가 주우러 오는 것이다. 무수한 인형들이 포탄 한 발, 총알 한 발마다 떨어졌다가 주워지고, 다시 떨어지길 반복한다.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수많은 학살과 파괴에 비하면, 인형과 장난감들의 ‘죽음’이란 정말로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 2025. 10. 22.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1편] 조르주 바타유의 죽음과 주권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강길모 (현대정치철학연구회) 연재를 시작하며 푸코는 『안전, 영토, 인구』 강의에서, 사회주의 정치의 기획이 성립하려면 다른 통치성과는 구별되는 사회주의 통치성이 발명되어야 했으나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주권적 폭력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채 국가폭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주의 국가들과 대동소이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 그 외의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국가장치에 통치를 의존했었던 사실 등은 현실사회주의가 사회주의 이전의 국가들과 다른 통치성을 발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시일 것이다. 반면 오늘날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 지배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2025.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