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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Writing103

노마디즘의 그림자 -미셸 마페졸리『부족의 시대』서평 노마디즘의 그림자-미셸 마페졸리, 『부족의 시대』(1988/2017, 문학동네) 서평 박기형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1. 미셸 마페졸리의 전반적 문제의식 『부족의 시대』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미셸 마페졸리의 삶과 그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논의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려 한다. 마페졸리가 위치한 마주침과 헤어짐의 맥락을 쫓아가면서 그의 저작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마페졸리는 1944년 프랑스 남부 그레스삭의 광산촌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여러 이유들로 이주해온 이탈리아인들, 폴란드인들, 포르투갈인들 그리고 그 후 알레지인들과 모로코인들이 공존하는 마을이었다. 이와 같은 조건은 마페졸리가 ‘노마디즘’, ‘역동적 뿌리내림’ 등의 주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 2018. 5. 1.
어떻게 비평 '제도'를 해체할 것인가? 어떻게 비평 '제도'를 해체할 것인가? -롤랑 바르트의 비평 이론에 대하여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23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도 비평 대 아마추어 비평 소르본 대학의 권위 있는 라신(프랑스 극작가) 연구자 레이몽 피카르(Raymond Picard)는 1965년 「새로운 비평인가 새로운 사기인가?」라는 팜플릿을 통해, 박사학위도 취득하지 않는 어느 아마추어 비평가의 라신 비평집을 저격한다. 이 책의 어휘는 생물학, 정신분석, 철학 등에서 빌려온 것이며, 여러 분야에서 만나게 되는 신어를 본 따서 솜씨 있게 만든 상당수의 신조어를 포함하고 있다. 나는 비평가에게 은어를 쓴다고 비난하는 자는 아니다. 그것은 은어이니까 말이다. (...) 바르트의 은어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내고 있다. 순진.. 2018. 4. 20.
파산으로서 여성빈곤-<여성파산> 서평 파산으로서 여성빈곤  -, 2017  지안   프리터와 흙수저라는 이슈   빈곤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가령 세대별로 본다면 노인 빈곤, 아동 빈곤, 청년 빈곤 등이 있으며 빈곤의 유형별 접근은 성별이나 계층, 지역, 학력 등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빈곤은 단순히 주머니에 돈이 없는 가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이 다양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회/경제적 상태이다. 최근 40대 빈곤율이 20대 빈곤율을 앞질렀다는 기사를 읽으며 한국사회에서 빈곤하지 않은 집단이 있기는 한 건가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빈곤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특정한 빈곤이 이슈가 되며 다른 집단의 빈곤은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하고 감춰진다면 그건 어떤 이.. 2018. 4. 12.
관대한 법원, 책임지지 않는 기업, 죽어가는 노동자 관대한 법원, 책임지지 않는 기업, 죽어가는 노동자 -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판결에서 보여주는 (원청)기업처벌의 중요성 정우준(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 이 글은 94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최종 수정이 되지 않은 글이므로 인용과 토론은 본문을 참고하십시오. 4000만원, 한 명의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 2015년 8월 29일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한 명의 노동자(이하 A)가 사고(이하 강남역 사고)로 사망했다. 안전조치도 없이 혼자 일을 하다 역사 내부로 진입하는 전동차와 충돌하여 두개골 골절로 사망한 것이다. 2013년 성수역에서 발생한 사고(이하 성수역 사고)와 동일한 사고였지만 2년의 세월과 그간의 대책이 무색하게 똑같은 구조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마찬가지.. 2018. 4. 9.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_2018분 이어말하기_현장스케치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_2018분 이어말하기_현장스케치   증언과 증인 그리고 그 사이 단단    지난 3월 22일 청계광장에서는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분 이어말하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개인과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 다양한 위치의 여성들이 검은색 리본을 배턴 터치하듯 이어받아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쏟아냈습니다. 미투 운동에 가해지는 ‘백래시’처럼 차가운 바람은 발언자와 청중 사이를 후벼 파듯 갈라놨습니다. 그러나 담요로 몸을 감싸며 버티는 청중의 뒷모습은 역행할 수 없는 어떤 흐름을 아련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약 340개 단체가 모여 지난 15일에 출범, 그 중 한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상근 활동가 세 분이 오랜.. 2018. 3. 28.
호네트 대 프레이저, 그리고 정치경제학 비판 호네트 대 프레이저, 그리고 정치경제학 비판 백선우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들어가며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현 시대를 한편으로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대두와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의 위기 등으로 인해 한 때 정의론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경제적 문제와 평등주의적 분배의 요구가 중심적 위치를 상실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1970년대 탈-경제중심주의적인 신좌파의 등장과 그 이후 신사회운동의 등장 등과 함께 섹슈얼리티, 젠더, 종교, 민족, 인종 등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적 갈등의 증가와 차이에 대한 인정의 요구 혹은“정체성 정치”가 앞의 분배의 정치를 탈-중심화 시키며,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녀는 이러한 시대진단으로부.. 2018.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