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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Writing93

자유의 이념은 여전히, 보편사는 다시 한 번 : 『헤겔, 아이티, 보편사』 서평 자유의 이념은 여전히, 보편사는 다시 한 번  『헤겔, 아이티, 보편사』 서평 김도형 | 현대정치철학연구회     모든 인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가 1789년에 프랑스 인권선언을 통해 선언되었지만 이 이념의 완전한 현실태는 현재까지도 구현되지 못했다. 그 이후에 수많은 투쟁의 역사를 거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여성-유색인종-소수자-이민자들이 차별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현상들에 있어서 한 가지 주목해야만 하는 점은, 차별을 행하거나 이에 대해 묵인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해야 한다는 규범을 받아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행하는 차별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이 차별하는 대상은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된다고 생각.. 2018. 6. 21.
청년 여성이라는 자리(1) 청년 여성이라는 자리(1) 소영 청년 여성이라니. 이 단어는 어딘가 이상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년은 성별에 상관없이 젊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다. 청년정책이 젊은 남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것처럼. 그렇지만 동시에 청년은 젊은 남성을 상상케 한다. 노동자가 남성을 상상케 하듯이, 학생이 남성을 상상케 하듯이. 젊은 여성은 아가씨지, 청년이 아니다.표준국어대사전은 청년을 이렇게 설명한다. ①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② 성년 남자. 요컨대 ‘청년 여성’은 ‘인간 여성’만큼이나 이상한 단어지만, 청년이 인간만큼이나 명백하게 남성을 가리키고 있는 이상(혹은 그렇게 이야기되고 있는 이상)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단어다. 기존 청년세대 담론이 단지 젊은 남성의 문제로 .. 2018. 5. 24.
노마디즘의 그림자 -미셸 마페졸리『부족의 시대』서평 노마디즘의 그림자-미셸 마페졸리, 『부족의 시대』(1988/2017, 문학동네) 서평 박기형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1. 미셸 마페졸리의 전반적 문제의식 『부족의 시대』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미셸 마페졸리의 삶과 그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논의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려 한다. 마페졸리가 위치한 마주침과 헤어짐의 맥락을 쫓아가면서 그의 저작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마페졸리는 1944년 프랑스 남부 그레스삭의 광산촌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여러 이유들로 이주해온 이탈리아인들, 폴란드인들, 포르투갈인들 그리고 그 후 알레지인들과 모로코인들이 공존하는 마을이었다. 이와 같은 조건은 마페졸리가 ‘노마디즘’, ‘역동적 뿌리내림’ 등의 주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 2018. 5. 1.
어떻게 비평 '제도'를 해체할 것인가? 어떻게 비평 '제도'를 해체할 것인가? -롤랑 바르트의 비평 이론에 대하여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23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도 비평 대 아마추어 비평 소르본 대학의 권위 있는 라신(프랑스 극작가) 연구자 레이몽 피카르(Raymond Picard)는 1965년 「새로운 비평인가 새로운 사기인가?」라는 팜플릿을 통해, 박사학위도 취득하지 않는 어느 아마추어 비평가의 라신 비평집을 저격한다. 이 책의 어휘는 생물학, 정신분석, 철학 등에서 빌려온 것이며, 여러 분야에서 만나게 되는 신어를 본 따서 솜씨 있게 만든 상당수의 신조어를 포함하고 있다. 나는 비평가에게 은어를 쓴다고 비난하는 자는 아니다. 그것은 은어이니까 말이다. (...) 바르트의 은어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내고 있다. 순진.. 2018. 4. 20.
파산으로서 여성빈곤-<여성파산> 서평 파산으로서 여성빈곤  -, 2017  지안   프리터와 흙수저라는 이슈   빈곤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가령 세대별로 본다면 노인 빈곤, 아동 빈곤, 청년 빈곤 등이 있으며 빈곤의 유형별 접근은 성별이나 계층, 지역, 학력 등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빈곤은 단순히 주머니에 돈이 없는 가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이 다양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회/경제적 상태이다. 최근 40대 빈곤율이 20대 빈곤율을 앞질렀다는 기사를 읽으며 한국사회에서 빈곤하지 않은 집단이 있기는 한 건가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빈곤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특정한 빈곤이 이슈가 되며 다른 집단의 빈곤은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하고 감춰진다면 그건 어떤 이.. 2018. 4. 12.
관대한 법원, 책임지지 않는 기업, 죽어가는 노동자 관대한 법원, 책임지지 않는 기업, 죽어가는 노동자 -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판결에서 보여주는 (원청)기업처벌의 중요성 정우준(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 이 글은 94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최종 수정이 되지 않은 글이므로 인용과 토론은 본문을 참고하십시오. 4000만원, 한 명의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 2015년 8월 29일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한 명의 노동자(이하 A)가 사고(이하 강남역 사고)로 사망했다. 안전조치도 없이 혼자 일을 하다 역사 내부로 진입하는 전동차와 충돌하여 두개골 골절로 사망한 것이다. 2013년 성수역에서 발생한 사고(이하 성수역 사고)와 동일한 사고였지만 2년의 세월과 그간의 대책이 무색하게 똑같은 구조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마찬가지.. 2018.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