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인문사회연구실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 (2024.06.08 기준)
2025. 1. 30. 21:58 - 인-무브서교인문사회연구실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
박기형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본 원고는 2024년 6월 8일에 열린 성신여대 인문도시사업단의 <인문학 대중화와 학술생태계의 재구성> 컨퍼런스 2부 "독립연구단체의 향방"에서 발표한 글이다. 서교연의 지난 8년 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전망을 고민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기형 회원이 대표로 작성하고 서교연 회원들의 논의 및 검토를 거쳤다.
원고 작성 시점 이후 변화한 상황은 반영하지 못하였다. 간략히 짚어보면, 2024년 말을 기준으로 신규 회원 5명 늘었고, 수도권 외 지역 거주 회원(충북, 강원, 경북, 경남, 제주 등)이 늘어 온라인 기반 활동의 활성화를 모색 중이다. 특히 컨퍼런스를 중심으로 한 공동 작업을 서교연 활동의 중심축으로 삼기로 결의하였으며, 1997년 IMF 외환위기 30주년을 맞이하여 2025, 2026, 2027년 총 3차례에 걸친 연속 기획 컨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서교연의 공간 운영에 필요한 재정 마련이 긴급하여, 서교연 후원회원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서교연의 주요 동력이었던 "페미이론학교"를 참고하여, 가칭 "비평이론학교"를 몇몇 회원의 주도 하에 기획하고 있다. 웹진 "인-무브" 또한, 2025년부터 새로운 편집진이 구성되는 걸 계기로 삼고자 한다. 서교연 회원들의 작업을 독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트랜스레이팅 페미니즘"과 같이 회원과 비회원이 함께 운영하는 식으로 웹진을 여러 연구자들과의 공동 작업과 교류의 장으로 만드려 한다.
앞으로도 가열차게, 재미나게 활동해나갈 테니, 많이들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1.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이 걸어온 길
1) 서교연의 운영 체계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이하 서교연)은 2017년 문을 열었고, 2024년 현재 8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교연에 관해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회원 제도와 재정
서교연은 단일 회원 체계로 운영 중이다. 현재 16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활동 중인 회원은 13명이다. 회원/후원 회원과 같은 이원화된 회원 체계로의 전환을 논의한 적도 있으나, 회원의 의무와 권리는 원하지 않으나 재정적으로 후원하고자 하는 사람의 경우 특별 회비 형식으로 후원하는 걸 열어두기로 하였다.
서교연 재정은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회비, 세미나와 강좌 회비, 포럼 참가비 등으로 충당된다. 회비는 회원 1인당 7만 원이다. 2019년 전후로 회원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회비 부담을 낮추자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회원 숫자를 늘리는 것 자체가 활동의 목표가 되는 걸 우려하여 회원 규모는 20명 이내로 하자는 원칙을 변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원 가입은 회원의 추천과 전체 회의에서의 승인을 거쳐 이뤄진다. 이러한 회비와 회원 가입 절차는 높은 수준의 결의와 숙의를 요구한다. 하여, 일부 회원이 탈퇴하거나 가입하는 등 인원 구성상 변동이 있었으나 회원의 전체 규모는 15명 전후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달리 말해, 회원 확대에 일정한 제약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② 운영 체계
서교연의 현 운영 체계는 1인 대표와 팀별 체계다. 1인 대표 하에 회계, 강좌/세미나, 포럼/컨퍼런스, 성평등위원회(성평등 위원장 1인과 위원 2인), 웹진 인-무브 편집위원회(편집장 1인과 편집위원 2인)를 두고 있다. 회계는 1인, 강좌/세미나는 2~3인, 포럼/컨퍼런스 1~2인이 담당한다. 컨퍼런스나 송년회와 같은 연례행사는 행사를 앞두고 별도의 인원을 배치하여 준비한다. 2017년부터 대표 체제를 운영하였다(전주희 2017~2018, 조지훈 2019~2020). 대표의 임기는 1년이고, 2월 전후 전체 회의를 통해 선출한다.
하지만 2020년부터 연구실 활동 회원이 줄어들고 코로나로 인해 연구실 활동에 어려움이 높아지면서, 팀별 체계를 가동하기 어려운 여건이 생겼다. 대표 1인이 활동 전반을 챙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무 대부분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에 공동 운영의 책임성을 높이고 몇몇 회원들이 연구실 운영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 대표-팀 체계에서 3인 운영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였다. 2021, 2022년에 걸쳐, 3인 운영위원회를 두고 운영위원이 역할 분담하여 운영 전반을 챙겼다. 이후 연구실이 활력을 되찾고 회원 내 운영에 대한 책임감과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다시 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되었다. 운영위원회 체제는 회원 전체의 참여를 독려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었으나, 연구실의 전망과 활동 방향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이게 대표-팀 체계로의 전환의 또 다른 이유였다.
③ 서교연의 주요 활동
서교연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학습과 연구, ㉡연구실 운영이다. 모든 회원은 학습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글을 쓰고 발표하는 걸 의무로 요구받는다. 그리고 연구실 운영(회의 참석, 청소 등 연구실 공간 관리, 프로그램 기획·참여·관리 등)에 대한 책임도 진다. 월 1회 전체 회의를 열고 연구실 활동을 점검 및 논의한다(매주 또는 격주 회의하던 것에서 빈도를 줄임, 일상적으로 논의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은 텔레그램 방을 통해 소통함). 그리고 회의나 포럼 등 연구실 회원 전체가 참여하는 자리에 앞서 함께 청소한다. 12월에는 성평등 교육과 송년회를 진행하며, 1~2월에는 한해 활동 평가(연구실 & 회원 각자)와 활동 계획 논의(1년 활동 기조 및 계획 논의, 대표 선출, 팀 구성 등)를 진행한다. 서교연에는 강좌나 포럼 등을 여는 강당 외에 연구실 회원들이 사용하는 연구 공간이 있다. 연구 공간은 현재 필요한 회원에게 좌석을 배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연구실 공간은 일상적으로 회원들이 오가며 공동으로 관리한다.
서교연의 프로그램은 크게 세미나, 강좌, 포럼, 컨퍼런스로 구분된다.
a. 세미나는 보통 주 1회, 월 3~4회로 운영되며 회원들이 각자 학습하고 싶은 주제나 책/논문 등을 선정하여 운영한다. 회원이 아닌 사람이 세미나를 열고 싶은 경우엔 회원을 통해 세미나 개설 의사와 세부 계획을 공유하고 전체 회의에서 검토받는다. 세미나는 연구실 활동의 기초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연구실 밖 성원들과 연구실 회원이 만날 수 있는 주요한 창구 중 하나이며, 강좌나 포럼에 비해 그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한편, 어떤 세미나를 여는지 연구실 회원들이 알 수 있기에, 내가 어떤 주제나 문제의식 하에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의미도 있다.
b. 강좌는 전체 회의를 통해 기획한다. 회원들의 강좌 개설을 우선하며, 비회원을 강사로 초청해야 할 경우엔 회원들이 관심갖는 주제인지, 회원 내 강의를 수강할 인원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결정한다. 단순히 재정상 필요만으로 강의 개설을 결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가능한 분기별로 열릴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다른 단체나 대학 등의 활동 시기와 보조를 맞추기 위함이다. 가장 중요시하는 목표는 강좌를 준비하며 그동안의 공부를 정리하거나 새롭게 연구주제를 찾는 등 회원들의 활동이 강좌를 통해 증진될 수 있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다. 강좌를 개설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서교연을 통해 학술장의 성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소 초기에는 입문 강좌, 강독 강좌 등으로 강좌 유형을 분류하고 대학의 학기/방학 주기에 맞춰 매분기 강좌 프로그램은 2~3개 운영하였다. 이는 연구실의 존재감 확립과 연구실 활동을 안착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역량이 투입되어야 했다. 하여 연구실의 활동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르고 안정을 찾으면서, 반대로 연구실의 활동 역량이 일정 부분 감퇴하면서 강좌 운영을 느슨하게 하는 걸로 변화했다. 분기별 개설을 의무로 삼기보다는 연구실의 필요에 따라 개설 여부와 개설 시기를 판단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변화다. 또한, 강좌 유형도 주제에 따라 논의를 통해 유동적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페미니즘 이론 학교(그리고 법 이론 학교)
서교연 강좌 중 특기할 것은 <페미니즘 이론 학교>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학술장 안팎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쟁점을 형성하고 논의를 활발히 이끌어내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또한 서교연의 정체성과 활동 전망에 있어서도 페미니즘을 분명한 한 축으로 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2018년 상반기 <페미니즘 이론 학교>에 관한 계획이 제출되었고 수차례 논의를 거쳤다. 당장 서교연에서 강의를 이끌 자원이 있는가(강사, 운영관리 담당자 등)에 관한 우려도 있었지만, 위의 두 가지 필요가 긴급하고 중요하다고 보았다. 시즌 형태로 장기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회원 중 장기간 참여하기로 결의한 인원들을 특정하였다. 또한, 서교연 밖에서 본 기획에 뜻을 같이하는 인원을 모았다. 그중 일부는 개소 초기에 운영했던 “페미니즘 정치경제학” 세미나 구성원들이었다. 그리하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페미니즘이론학교 기획단이라는 별도의 운영 주체를 마련하였고, 2018년 9월 <페미니즘 이론 학교>를 시작하였다.
그동안 수강 기간이 가장 긴 강좌는 강독 강좌였는데, 보통 10회 내외였다. <페미니즘 이론 학교>는 18주 내외로 구성되었으며, 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1학기에 해당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페미니즘 이론에 기반한 연구를 생산하는 걸 목표로 내걸었다. 하여 별도로 글쓰기 워크숍을 배치하였고, 해당 글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각 주차별로 발제자의 발제문과 발제자 외 참여자들의 쪽글을 제출토록 하였다. <페미니즘 이론 학교>는 시즌1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이론과 정치철학”(2018년 9월), 시즌2 “교차성 페미니즘과 신자유주의”(2019년 3월), 시즌3 “페미니즘 미디어 이론: 차이, 정동 & 플랫폼”(2019년 9월), 시즌4 “몸과 정동”(2020년 4월)으로 총 4차례 운영되었다.
이후 사회이론학교와 같은 아이디어가 제출되는 등 <페미니즘 이론 학교>와 같은 형식을 차용해서 색다른 시도를 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중 구체적 형태로 시도한 게 바로 <법 이론 학교>였다. 사회이론 중 법철학에 관련된 학자와 주제를 선정하여 시즌별로 다루고자 했다. 하버마스, 헤겔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출판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는 등 연구실 밖의 자원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법 이론 학교>는 수강생 부족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장기 계획을 미처 실현하지 못한 채 부득이 종료하게 되었다.
c. 포럼은 월별로 정기/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일회성 발표 또는 특강의 형식을 띤다. 포럼에선 회원들의 연구를 발표하거나 연구실 밖 연구자 중 주목되는 연구, 연구실에 초대하여 듣고 싶은 연구를 찾아서 섭외한다. 개소 초기에는 유명 연사들의 1회성 특강을 열기도 하고, 강좌 홍보의 의미로 강좌 개설 전 해당 강좌의 주제와 연관된 특강을 열기도 하였다. 그러다 점차 강좌와 연계하는 대신 포럼의 독자성이 확립되어 갔다. 특히, 2022년에는 컨퍼런스 준비라는 맥락에서 ‘체제 전환’이라는 기획 하에 3회에 걸쳐 연속 포럼을 시도하였다. 여기서 발표한 원고들을 웹진에 올려서, ‘전환’이라는 키워드로 연구실 활동을 연계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갔다. 올해인 2024년 상반기에는 컨퍼런스 주제인 ‘폭력과 시민성’을 두고서 회원 내부 세미나로 대체해서 운영 중이며, 하반기에는 연구실과 접점을 만들 수 있거나 만들어 봤으면 하는 연구자들을 포럼 자리에 초청하려고 논의 중이다.
d. 컨퍼런스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연례행사다. 2019년부터 시작하였고, 2019, 2020, 2023년 세 차례 열렸다. 발표는 주로 서교연 회원이 맡고, 토론은 서교연 바깥의 연구자들을 초청하였다. 2019년, 2020년에는 서교연 회원들의 연구를 모아서 대주제로 묶어내는 식, 즉 기존의 학술대회 형식을 차용하여 기획하였다. 특기할 점은 2019년 컨퍼런스 3부 “법, 규범, 수행성” 세션은 ‘주디스 버틀러’에 관한 연구로 묶였으며, 이는 2018년부터 열었던 <페미니즘 이론 학교>에서의 함께 학습하고 각자 연구한 뒤 서로의 연구를 모아보는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2023년 컨퍼런스는 앞선 컨퍼런스들과 달리(지난 두 차례에서는 연구실 회원의 연구 성과를 밖으로 알리는 계기이자 연구실 회원들의 연구결과물 생산을 독려하는 성격이 강했음), 연구실에서 공동의 활동을 증진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하여 2022년 2월 활동 계획을 논의하면서 ‘전환’을 키워드로 삼아 2023년 활동 전반을 꾸려보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2023년 2월에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위기와 전환의 감각>을 주제로 1부 “전환의 정치와 경제”, 2부 “문학의 전환”을 기획하였다. 사회 전반의 위기와 체제의 전환이라는 걸 키워드 삼아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할 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1년간 포럼과 웹진 등을 통해 준비해나갔다.
물론 3부 “참사를 생각하다”는 비록 전환이라는 공통 주제에 해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4명의 회원이 모여 재난 참사에 관한 기존 연구와 주요 사례를 공동으로 학습하고 연구주제를 함께 찾아보는 과정을 거쳐 기획되었다. 이후 2023년 하반기에 재난 참사에 관한 연속 포럼을 운영하면서 컨퍼런스에서의 공동 연구를 확대 및 발전시켰다. 2024년 하반기에는 지난 컨퍼런스와 연속포럼의 성과들을 갈무리하여 재난 참사 관련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2024년 8월에 열릴 컨퍼런스에서도 공통 주제/키워드를 선정하여 세션을 구성하고 발표 원고를 준비할 예정이다. 2023년 하반기 몇 차례 논의를 거쳐, ‘폭력과 시민성’을 공통 주제로 삼기로 결정하였고, 2024년 상반기 매월 회원 내부 세미나를 통해 주요 텍스트를 함께 공부하며 각자 발표할 거리를 찾는 중이다.
서교연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평등위원회이고, 다른 하나는 웹진 인-무브다.
a. 성평등위원회
2018년 전후로 활동가, 연구자, 연구단체들 내에서의 성폭력 사건이 여러 차례 이슈화되면서, 서교연 내에서도 성폭력 사건 대응과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조직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긴급하고 중요하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다. 이에 2018년 초 반성폭력교육을 실시한 뒤 회의를 거쳐 2018년 3월 반성폭력규약 제정을 결정하였다. 반성폭력규약 제정을 위한 기획팀을 구성하고 제정 과정과 이후 활동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반성폭력규약 제정 기획팀은 3인으로 구성되었고, 팀 회의를 거쳐 2018년 5월 회원 전체가 참여하는 1차 내부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2018년 6월에 반성폭력규약 초안을 제출하였고 2차 내부 워크숍을 열어 초안을 검토하였으며, 2018년 7월 서교연 회원과 세미나 등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해온 성원 일부를 초청하여 규약에 대한 토론을 거쳤다. 이후 2018년 8월 7일 반성폭력규약을 제정하고 그에 의거하여 성평등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설립 직후에는 반성폭력에 관한 교육과 활동에 집중하였고, 점차 서교연 내 성평등 문화 조성에 집중하였다.
성평등위원회는 서교연의 성평등 문화를 제고하고 성폭력 사건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상시 기구다. 반성폭력규약은 홈페이지와 연구실 강당에 게시하였으며, 세미나나 강좌 등 프로그램 운영 시 참여자들에게 프로그램 시작 전에 안내하고 있다. 성평등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위원 2인 이상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12월경 회원 전체에게 참여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성평등교육을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해 성평등교육을 진행 중이며, 한국성폭력상담소나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와 같은 단체를 통해 교육받거나 서교연 자체 워크숍을 열어 성평등위원회에서 선정한 도서/자료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폭력 사건 대응부터 재생산 권리, 교차성 논의 등 다양한 현실적, 이론적 쟁점을 다뤄왔다.
b. 웹진 인-무브
2017년 서교연 개소 당시, 2017년 3월 운영회의에서 ‘공동 연구’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 연구실 회원들이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하고 다른 누군가의 기획에 동원되어 결과를 내도록 요구받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모든 회원이 각자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근저에 있었다. 경험과 역량이 있는 몇이 주도하고 그 밑에 도제식으로 수련받고 대신 운영 전반의 실무는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전적으로 도맡게 되는 걸 우려하였다. 이미 축적된 누군가의 경험과 역량을 조직적 차원에서 잘 활용하는 것, 그리고 그걸 아직 갖추지 못한 이들이 자신만의 경험과 역량을 쌓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회라는 명목으로 구상과 실행의 분리, 권한과 책임의 분리, 즉 조직 내 권력 불평등, 부당한 위계가 생겨나선 안 된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해당 단체가 특정한 연구자로 대표되는 것, 상징적 인물 중심의 단체 운영을 지양하기로 하였다. 앞선 연구자들이나 다른 연구단체들이 제기해온 논점, 만들어온 연구와 쟁점을 형성하면서, 색다른 논점과 다른 시각을 견지하는 연구를 해볼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기로 하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 중 하나로 각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와 연구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되,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창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걸 위해 2017년 4월 운영회의에서 웹페이지를 만들어 웹진을 운영해보기로 하였다. 논문 리뷰, 칼럼, 자료 아카이브, 번역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을 웹진에 싣기로 하였다. 각 회원의 활동을 모으고 알리는 창구로 기능할 수 있길 기대하였다. 각 회원이 자신만의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되었다. 그럼으로써 회원의 활동을 장려하고 책임감을 고취하는 한편, 회원이 연구자로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출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알릴 기회를 조직적으로 마련해주기 위함이었다. 웹진 이름을 정할 때, 서교연 회원들만의 활동 공간이 아니며 다양한 연구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의미도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서교연과 연관되는 명칭은 지양하기로 하였다. 2017년 5월 운영회의에서 <웹진 인-무브(En-Movement)>라고 이름을 정하고, 웹진 담당 팀을 구성한 뒤 한 달간 준비과정을 거쳐, 2017년 6월 웹페이지를 개설하였다.
현재 웹진팀은 편집장 1인과 편집위원 2인, 총 3인으로 구성하였다. 웹진 코너는 크게 <인-무브 Translation>과 <인-무브 Workshop>, <In Moving Zone>으로 구분되어 있다.
<인-무브 Translation>은 주로 해외 연구자들의 글을 번역하여 실었고, 별도의 번역팀(회원과 비회원)을 구성하여 각 코너를 운영하였다. “트렌스레이팅 페미니즘”(셀마 제임스, 도나 해러웨이, 킴벌리 크랜쇼, 주디스 버틀러, 사라 아메드, 조앤 W. 스콧 등, 초창기에는 페미니즘 번역팀을 꾸려서 운영하였다가 현재는 활동 중지), “발르바르와 정치”, “발리바르, 공산주의를 사고하다”(본 코너에 실린 글을 가지고 연속 강좌를 열기도 함), “푸코의 진실, 푸코의 용기”, “영화이론 읽기”로 구성되어 있다.
<인-무브 Workshop>는 서교연 회원들 각자가 맡아서 운영하는 코너, 서교연 회원을 포함한 한국의 연구자들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싣는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서교연 회원들의 원고를 모으는 “서교연 워크샵”, 청년노동이나 재난참사, 노동안전보건 이슈 등을 다루는 “희대의 노동”, 법철학에 관한 세미나를 하면서 발굴한 원고들을 싣는 “법 앞에서”, 부채 경제와 국제 금융 체제에 관한 글을 소개하는 “DaP(Debt as Power)”,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반전평화에 관한 글을 소개하는 “니 비니!”, 한국의 사회운동이 특정 이슈나 국면을 마주하여 발표한 성명서들을 아카이빙하는 “성명서 모음.zip”, 영화와 디자인 등 예술 비평을 기고하는 “시각문화 읽기”, 비판적 사회이론에 관해 해설하거나 주요 원고를 번역해서 싣는 “비판이론 읽기”, 기후위기와 빈곤이 교차하는 현장과 그에 관한 이론적 작업을 알리는 “기후위기와 빈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적 기반인 신탁에 관한 연구들을 소개하는 “신탁의 정치학”이 있다.
그 외 <In Moving Zone>은 세미나 참여자들의 서평, 포럼이나 컨퍼런스 등에서 발표한 원고, 서교연 회원이 다른 곳에 기고한 원고 중 일부 등을 싣고 있으며, 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한 동료들의 원고 기고가 마무리된 코너들은 <연재 완료> 코너로 모아두었다.
④ 서교연의 독특성
서교연 회원들은 관심 연구주제가 서로 다르고 다양한 분야에 속해있다(인권, 문화연구, 노동안전보건, 기술비판이론, 지식사회학, 근현대 정치철학, 국제정치경제, 현대 시, 문학이론, 예술 비평 등). 특정 분야나 특정 주제, 특정 사상가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모인 게 아니다.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교차해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방성과 포괄성이 높지만, 서로의 연구를 나누고 공동 연구를 기획하는 등 합을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원심력이 높은 탓에 각자의 활동이 파편화될 위험이 있다. 대신, 회원들 사이의 (친목이라기보다는) 유대가 상대적으로 공고한 편이어서, 이게 연구실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구심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런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노력을 의식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개소 초기부터 제안된 “공동 연구”에 대한 기획이다.
“왜 우리는 이곳에 모여서 이런 걸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매년 한해 사업 평가와 한해 사업 계획을 논의할 때마다 제기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정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아마도 못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가면서, 연구실에 모인 이유를 각 상황고 조건에 맞게 재정립해나가는 과정을 밟는 게 단체의 결속을 다지고 전망을 모색하는 동력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서교연 컨퍼런스>라는 연례행사를 배치하고 그를 위한 공동의 연구주제를 설정하여 일 년간 함께 학습하고 각자의 연구과제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상정하고, 서교연 활동 전반을 회원들끼리“(그리고 서교연 밖의 연구자들과) 서로의 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가지는 방향으로 기획 및 운영하고자 노력 중이다.
2) 서교연의 지향
서교연의 지향은 소개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서교연에 관한 소개는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다. 2017년 개소 당시 작성한 후, 2022년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소개문을 수정하였다. 매년 서교연의 한해 활동을 평가하고 계획을 논의하는데, 특히 2022년 1월에는 서교연의 지난 활동을 긴 호흡으로 되돌아보았다. 이를 위해 서교연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서교연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그걸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서교연에선 무엇을 지양해야 하는가? 서교연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현재 운영체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앞으로 서교연이 어떤 곳이 되길 바라는가?) 그걸 바탕으로 서교연의 정체성, 활동 방향 등을 재정립하였다. 서교연 소개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7년 연구실 소개문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1.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연구자들이 모여 함께 학습하고 활동하는 집단입니다. 2. 현실적 쟁점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회와 삶의 형식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3.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낡은 선택지를 넘어, 현실 안에서 사유하고 사유 속에서 현실을 구체화하는 공부를 지향합니다. 4. 2017년 첫 발을 뗀 서교연은 해방적 사유와 실천의 전통 속에 우리 스스로를 기입하며,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가 되고자 합니다. 2017.02.21 |
*2022년 연구실 소개문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1. 교육제도와 학술제도의 안과 밖을 가로지르며 자율적인 공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2. 독립적인 연구와 활동의 공동기반을 창출하고, 지식생산의 과정을 공유하는 학술운동을 지향합니다. 3. 학문적, 사회적 의제에 개입하고, 비판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학술운동체입니다. 4. 새로운 사회와 삶의 형식을 만드는 사회운동과 연대하며, 학술사회와 운동사회를 매개하고자 합니다. 2022.02.22 |
두 소개문을 비교함으로써 서교연의 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바뀐 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원 구성(전업 연구자, 학부생, 활동가, 직장인 등)과 회원 각자의 삶에서의 변화(생애주기, 직업 선택 등)를 감안하여 연구실 회원의 자격을 ‘연구자’에서 ‘~공부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폭을 넓혔다.
둘째, 학술운동에 관한 지향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우리는 왜 서교연에 모였는가’,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인가’ 등 연구실의 활동 방향과 정체성에 관한 논의와 연관된다. 예컨대, 연구실에 함께 하는 데는 ‘투고할 논문 작성에 필요한 공부를 추가로 하려고?’, ‘혼자 보긴 힘든 책, 대학원에서 잘 하지 않는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등 그런 이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각자 하고 싶은 연구,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왜 대학 밖에서 이러고 있는가? 단순히 학교 내에서 동료를 찾기 힘들어서?’라는 수세적인 반응을 넘어서 보기로 했다. 코로나 전후로 맞이한 서교연 내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학술운동체로서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회원들에게 주문함으로써 연구실의 활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물론 학술운동체로서의 뚜렷한 목표나 활동 의제가 있는 건 아니다. 대학과 국가 중심의 학술장 밖에서 연구한다는 것, 함께 모여서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와 활동상에 관해 의식적으로 토론하는 계기를 지속해서 마련함으로써 공동의 활동을 점검하고 전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셋째, 연구와 활동의 ‘공동기반’과 지식생산 과정의 ‘공유’를 만들어 간다는 목표를 구체화하였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서교연 회원들 각자의 활동과 공부에 그치지 않고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논의하면서 정한 것이다. 공동기반은 (조금 거칠지만) 재정과 공간과 같은 물질적 측면과 지식과 같은 비물질적 측면 모두를 가리킨다. 제도 안과 밖을 오가며 학술운동을 하기 위해선, 회원 각자의 존립이 가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교연 또한 외부의 지원이나 특정 회원의 헌신에 기대지 않고 단체 자체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안정된 기반이 필요하다. 따라서 회원 모두가 이 목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현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을 명시하였다.
그리고 연구실 회원들은 자신들의 연구결과물을 생산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이는 그저 각자 알아서 연구를 해오라는 게 아니라, 함께 문제의식을 찾아내고 연구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함의한다. 따라서 연구실 동료들에게 자신의 연구를 공유하는 시간, 그리고 동료들이 그 연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연구실 구성원 모두의 활동으로, 연구실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삼기로 하였다. 일상적으로 얘기를 나누는 것 외에 포럼과 컨퍼런스라는 연구실의 주요 활동으로 녹여내도록 하였다. 이에 연구실 운영과 활동 전반에서 이 목표를 의식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다.
다음 두 가지 목표는 아직은 바람으로 남겨둔 것에 가깝다. 넷째, 비판적 담론 형성을 통한 학문적, 사회적 의제 개입과 다섯째, 사회운동 연대, 학술사회와 사회운동의 매개이다. 이 둘은 서로 연관된 지향이다. 앞선 지향들이 서교연 회원들을 엮어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 두 지향은 연구실이 ‘제도 밖 학술단체’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질 것인가에 관한 물음에서 비롯되었다.
“대학이라는 공간 밖에서 학술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리고 지녀야 할까?” 그렇다고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가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지식 기반이 될 거라는 식의 거창한 기대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대학과 국가가 마련한 학술장에서 하는 활동과 우리의 활동은 어떤 점에서 다르고, 왜 달라야 하는가”는 피할 수 없는 물음에 나름대로 답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록 잠정적 답변이고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여전히 ‘비판적’인 게 뭔지, ‘운동사회’와의 연대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걸 할 충분한 역량과 여유, 조건이 뒷받침되는 상황인지 등 논의해나가야 할 쟁점이 많다.
그럼에도 위 목표를 의욕에 차서 내건 만큼 뭐라고 하자는 얘기가 서교연 내부에서 제기되었고, 그에 맞게 활동하기 위해 컨퍼런스 주제를 선정할 때도 ‘전환’, ‘위기’, ‘붕괴’ 등과 같은 현실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고자 했고,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재난 참사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글로 쓰려고 했으며, 웹진 인-무브에서 반전평화 코너나 성명서 아카이브 코너 등을 기획해서 운영하려고 시도 중이다. 그 외에 서교연 회원들과 집회에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연대기금을 마련하거나 다른세계로길을내는모임, 체제전환운동 등에 학술운동 단위 중 하나로 참여하기도 했다.
2.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이 걸어갈 길
1) 당면한 고민거리
(1) 회원의 삶과 연구실의 활동 간 연계성 고취
연구실이 당면한 고민거리를 확인하기 가장 좋은 자료는 매년 시행하는 “00년 사업 방향 및 계획” 평가 회의 문서다. 2023년과 2024년 문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22년 사업 및 조직 평가에 기반한 2023년의 사업 방향은 다음과 같았다. 1. “2023년은 회복 이후의 다음 단계를 고민할 시기다. 연구실 회원들의 여건 변화, 연구실이 놓인 학술장의 상황 변화 속에서 연구실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기치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2. 각자가 속한 학술장 안에서 연구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할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학술장에서 연구실 활동으로 유입되는 인원은 줄고 있다. 연구실 활동에 주목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지만, 단순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그칠 뿐 연구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로 나가고 있진 못하다. 연구실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기관이 아니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3. 현재까지 해온 프로그램을 문제 없이 운영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연구실의 공간과 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일 뿐이다. 연구실이 제도 안팎에서 의미 있는 연구 공간이 되기 위해선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학술장에서 새로운 연구 경향을 조성하고 이끌며 연구자들을 조직하고 회원들 각자의 연구를 펼쳐낼 수 있도록 하는 거점이 되려면, 보다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천을 모색하고 풀어나기 위해선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조직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자임할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2022년 집단운영체제는 회복을 목표로 소극적 방향으로 운영되었다. 2023년은 회복 이후 변화한 상황에 맞서 서교연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그 방향을 고민할 시기다. 4. 다만, 엄청나게 새로운 무언가, 거대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건 아니다. 또한, 많은 공력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 또한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쇄신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선, 회원 각자의 활동을 연구실 활동 속에서 풀어갈 수 있도록 매개하고 독려하는 조직, 연구실에서 각자의 전망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조직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
이런 고민은 2024년 사업 계획 논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하여 2024년 전체 활동 기조는 연구실과 회원 활동 간 연계를 높임으로써 회원 참여를 독려하고, 개별 연구를 외화하고 공동 연구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지속해서 마련하며, 프로그램 운영의 정례화와 활성화를 통해 연구실 운영의 안정성 및 서교연의 존재감 고취로 정하였다.
(2) 회원 재생산
이와 함께, 서교연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는 서교연에서 활동하는 회원의 재생산이다. 회원들의 생애주기 변화, 회원들 각자의 형편과 상황 변화에 따라 연구실 운영을 뒷받침하는 회원들의 활동이 부침을 겪는다. 이는 모든 조직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생업이나 학업의 사정으로 인해 서교연 운영에 긴밀하게 결합하기 어려운 인원이 생기기도 하고, 학술활동을 중단하여 서교연을 탈퇴하게 된 인원도 있었다. 현재 서교연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해야 하거나 학부를 마치고 유학을 떠나거나 학술장 외 영역에서 일하게 되는 등의 삶의 변화를 앞둔 인원들이 있다. 그런 상황 변화에 대비하여, 다양한 형태로 서교연 활동과 운영에 결합할 수 있는 방안(온라인 회의 참여 활성화, 업무 분담 방법 모색 등)을 찾아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특정 회원에게 운영 책임이 쏠리지 않도록 하려면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활동하는 회원의 수 자체를 확대하여 역량 상의 여유를 확보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하여 활동할 회원을 조직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한때 포럼에 발표자를 초청하여 회원의 가능성을 타진해보자거나, 세미나 참여자들을 웹진 기고, 세미나 또는 강의 개설 제안 등을 통해 연구실과 접점을 지속해서 만들어가며 회원 가입을 요청해보자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시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회원 탈퇴에 관한 규정과 관례를 어떻게 바로세울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있었고, 회원 가입 시 특정 인원의 추천만으로 충분한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추천된 인원과 다른 회원들과의 교류를 가입 전후로 촉진할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나아가 후원회원 제도 신설 등 서교연의 회원 제도 변경에 대한 수차례 토론도 있었다. 또한, 신규 회원이 공동 연구, 공동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자는 조직적 결의도 제기되었고, 그와 함께 그가 그러한 활동에 대한 욕구와 의지가 있는지, 어떤 이유로 이런 공간에서 활동하고자 하는지를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2024년 사업 계획 논의를 통해선 비회원들의 세미나 개설 장려, 웹진 필자군 확대 등 연구실로 연구실 밖 성원들이 지속해서 유입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하였고, 신규 회원 후보를 보다 의욕적으로 물색하고 조직하려는 시도를 해보기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교연에서 왜 활동하고 싶은지, 서교연에서 어떤 활동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등을 여러 회원과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지기로 하였다.
2) 향후 전망
향후 서교연이 하고자 하는 것들 몇 가지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연구실의 연단 및 필진 확대 : 연구 역량 증진
우선 연구실의 연단 확장, 필진 확대다. 연구실의 활동은 운영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도 있지만, 연구자로서 각자 연구활동을 서교연의 이름으로, 서교연의 장 안에서 펼쳐내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 차원과 조직적 차원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에서는 연구실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대학원 과정을 통해 수련한 인원들이 박사 논문을 써서 졸업하고 제도 내에서 연구자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또는 박사를 졸업한 성원들의 경우엔 그들의 생계 활동이 안정될 수 있도록 구직 활동이 잘 풀리길 기대하는 것이다. 후자에서는 서교연에서 공동 연구를 모색하면서 자신의 개인적 활동을 연구실의 조직적 활동과 연계시킬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가는 것이다. 앞선 목표에 연구실이 직접적으로 기여해줄 수 있는 바는 많지 않다. 대신 자신의 연구활동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연구실에서의 활동을 삼아낼 수 있게 두 가지를 연계, 동조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세미나에서 함께 연구할 동료를 찾아보는 것, 강의를 통해 연구주제를 찾거나 연구를 정리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 그리고 강의를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외부에 알리는 것, 또는 웹진에 기고하여 번역서/저서를 출판할 기회를 가져보는 것, 웹진에 기고한 글로 또 다른 연구활동/출판활동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다양한 동조화 경로를 만들어갈 수 있다.
(2) 물리적 거점에 중심을 둔 활동의 다변화?
다음으로 연구실 활동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서교연은 연구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거점 삼아 세미나/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원 간 교류가 이뤄지며 연구실 운영에서도 물리적 공간 관리가 핵심을 이룬다. 지금까지는 회원 다수가 서울에서 살며 마포구와 그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서교연 회원들이 졸업, 취업 등 삶의 변화를 겪으며 지리적으로 분산될 경우를 고려해야 하며, 신규 회원이 지리적으로 먼 곳에 거주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어떤 형태로 서교연 활동에 그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인지, 단순 참여만이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나눈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시도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참여에 대한 장벽은 낮아진 상황이지만, 온라인을 통한 소통의 한계도 있고 온라인의 경우엔 구상과 실행의 분리 등의 문제가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여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대면 참여를 필수라고 사전에 논의하거나 분기에 한번은 대면 참여를 하도록 의무 사항을 만드는 등의 규정 차원의 개입도 고민 중이다.
(3) 대학 밖 학술단체 간 연대
서교연은 개소 초기부터 새로운 연구자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논의를 지속해서 거쳐왔다. 그 중 한가지 방향이 연구집단들, 연구단체들 간의 적극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선 회원들 사이의 문제의식 수준이 달랐다. 그럼에도 외국에서 특정 학자나 새로 제기된 논의들을 받아들이는 데 급급할 뿐, 동시대 한국의 연구자들에 무관심한 경향을 비판해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였다. 하여 동시대 국내 연구자들 간 교류를 모색하기 위해 몇 가지를 시도하였다. 맑스코뮤날레 등의 연대 경로도 존재하였으나, 당시 상황과 지난 경험, 기존 연대체들의 특성 등에 비춰보아 새로운 시도를 통해 또 다른 장을 열어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특히, 마포구와 서대문구에 자리한 “대학 밖, 제도 밖 학술단체들의 연대”라는 의미에 주목하였다. 일종의 공동학술대회 형식을 취했는데, 2018년 알튀세르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출발점이었다. 중간에 코로나19로 공동 학술대회 개최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다가, 전장연 지하철 투쟁에 연구자/연구단체가 연대하자는 제안이 제출되면서 2023년 4월 “역량으로서의 장애 – 장애인 권리예산 투쟁에 연대하는 마포-신촌학술단체 모임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이후 서교연, 현대정치철학연구회,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등이 참여하는 <마포-신촌 학술단체 네트워크>가 구성되었다. 해당 네트워크 이름으로 개최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2024년 5월 “네그리의 주제와 유산 – 안토니오 네그리 추모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렇게 대학 밖 학술단체들의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 또한 서교연의 중요한 전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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