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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Writing/인-무브 서평

쓸모없는 것들의 정치-미학: 소설 『언런던』 서평

by 인-무브 2025. 5. 6.

쓸모없는 것들의 정치-미학

: 소설 『언런던』 (차이나 미에빌 지음, 김수진 옮김, 2011, 아고라)를 읽고

 

 

박기형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노동안전보건월간지 <일터> 통권 251호(2025년 4월호)의 "문화로읽는노동"에 실린 "구원은 예언이 아니라 응답하는 힘에서 온다"를 초고로 삼아 보완 및 발전시켰습니다.

 


 

차이나 미에빌의 장편 소설 『언런던(Un Lun Dun)』은 청소년 문학이라는 장르적 외형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판타지 소설로 치부하긴 어렵다.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정치적 상상력과 장르 실험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런던은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사물과 지배 질서에서 주변화된 존재들이 사는 언더월드다. 이 작품은 런던의 숨겨진 이면인 언런던에서 쓸모없는 것들이 만나서 서로 얽히며, 언런던을 위협하는 스모그(Smog)라는 악당에 맞서 싸우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필자는 『언런던』이 청소년 판타지 장르, 인간 중심 서사, 전통적 독자 모델이라는 세 가지의 전형을 전복한다고 본다. 즉 이 작품에서 미에빌은 세 가지 정치-미학적 재구성을 시도한다. (1) 선택받지 않은 자와 버려진 존재들의 주체화, (2) 비인간 존재들의 인격화, (3) 책과 함께 이야기를 다시 쓰는 독자를 차례로 살펴본다.

 

 

예언 속 선택받은 자에서 응답을 통해 주체가 되기

 

이 소설은 전형적인 ‘선택받은 자’의 서사를 따라가는 듯하다가, 정작 주체의 자리에 비선택적 인물이 서게 되는 구조를 택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언런던』은 우리가 판타지 서사에서 당연하게 여겨온 규범적 상식을 흔들며, 대안적인 주체화 양식을 실험한다.

 

이야기는 런던에 사는 두 소녀, 자나(Zanna)와 디바(Deeba)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한 아이’로 지목된다. 정체불명의 새들이 자나를 따라오고, 거리에서 만난 낯선 노인이 그녀에게 ‘슈와찌(Shwazzy)’라고 적힌 카드를 건네며, “너는 선택된 아이”라고 말한다. 슈와찌는 언런던(UnLondon)이라는 기이한 세계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예언 속 인물이다. 이 세계는 현실의 런던에서 버려진 것들—망가진 사물, 잊힌 기억, 주변화된 존재들—이 모여 형성된 도시로, 현실 세계의 ‘잔여’로 구성된 이중적 공간이다.

 

우연히 지하실로 들어선 자나와 디바는 언런던으로 넘어가고, 그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책과 말(言), 육식하는 기린, 팔다리가 달려 무술을 구사하는 쓰레기통, 날아다니는 버스와 같은 기묘한 존재들과 만난다. 언런던은 지금 강력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도시를 뒤덮으려는 유독성 존재, 스모그다. 언런던 사람들은 예언된 구원자인 슈와찌가 스모그를 물리쳐줄 거라 믿고 있으며, 자나는 당연히 그 예언을 이행할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디바는 예언 속에서 슈와찌의 “우스꽝스러운 조수”로 언급된 인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곧 전통적 판타지의 예측 가능한 흐름을 배신한다. 스모그 추종자들의 공격을 받은 자나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두 사람은 간신히 언런던에서 탈출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이후 자나는 언런던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마치 그런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일상에 복귀한다. 반면, 예언의 중심에 있지 않았던 디바는 언런던에서의 경험과 관계들을 잊지 못한다. 그녀는 스스로 ‘슈와찌의 조수’라는 서사를 거부하고, 언런던을 다시 위협하려는 스모그의 음모를 감지하며 그 세계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예언에 있지 않은 자발적 주체로서, 버려진 사물들과 함께 싸울 준비를 한다.

 

미에빌이 『언런던』에서 보여주는 가장 급진적인 서사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판타지 장르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예언’과 ‘선택받은 자’의 도식을 해체한다. 디바는 예언의 주인공이 아니다. 살아 있는 책은 그녀에게 반복해서 “너는 그 사람이 아니다”, “예언에 네 역할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디바는 예언을 따르지 않고, 자신에게 할당된 자리를 벗어난다. 그녀는 책과 논쟁하고, 스모그에 맞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선다. 그러한 행동은 영웅적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런던에서 만난 존재들—말하는 우유갑 커들, 반(半)유령 헤미, 자신들을 도와준 존스 차장과 버스에 같이 탔던 사람들, 슬레이트 러너들 등—과 맺은 관계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들이 처한 위기에 대한 감응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미에빌은 이처럼 주체화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명령이 아니라, 타자의 요청에 응답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는 자나와 디바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예언의 중심에 있던 자나는 언런던의 사람들과 사물들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경멸적인 태도를 보인다. 디바가 스모그 부하들을 따돌려준 버스 기사와 차장이 잘 도망쳤을지 걱정할 때도, 자나는 무심하게 “아 그래, 그랬다면 좋겠다”라고 답한다. 우유갑에게 커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디바에게 “쟤 이름도 있어?”라고 못마땅해하기도 한다. 언런던에 지낼 때도 그곳의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다. 오직 자기 집과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사람들이 ‘넌 슈와찌야.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해도, 자신의 사명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런던에 돌아와 건강을 회복한 뒤에 디바가 언런던에서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려고 하자, 자나는 마치 언런던에서의 일을 기억하길 거부하는 듯 고통스러워하며 피했다. 반면, 디바는 선택받지도 누군가에 의해 대표되지도 않았지만, 언런던 사람들이 베푼 따뜻한 호의, 활기찬 삶, 그곳에 드리운 공포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과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존재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관계를 맺고, 그 관계에 응답하기 위해 행동했다. 그녀는 ‘비 선택된 자’였지만, 바로 그렇기에 스스로 주체화할 수 있었다.

 

언런던이라는 도시 역시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다. 언런던은 런던이라는 현실 세계에서 버려지고 밀려난 것들, 즉 쓰레기들이 사는 곳이다. 이곳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유령, 곧 런던의 유령처럼 존재한다. 하지만 언런던은 죽은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그곳은 쓸모없음, 실패, 잉여라는 낙인을 감응과 연대의 장으로 전환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다. 그곳의 쓸모없는 존재들은 스모그의 위협과 그에 대항하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보듬는다. 미에빌은 기능 중심의 도시 질서, 계급화된 공간 구조를 전복하며, ‘폐기된 것들의 도시’에서 새로운 윤리와 정치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언런던의 존재들은 누군가의 사명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응답 속에서 스모그에 맞서 투쟁한다.

 

『언런던』은 우리에게 주체성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미에빌은 디바라는 인물을 통해, 주체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거기서 맺어진 관계들에 대한 응답 가운데서 구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주체는 ‘정당한 자격’으로 위치를 부여받는 게 아니라, 어떤 관계에서 마주한 타자의 고통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 『언런던』은 선택받지 않은 자의 윤리를 통해, 판타지의 정통적 문법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적 주체화 양식을 제시한다.

 

 

 

사물들에 고유함과 행위성을 깃들이기: 명명하기 & 수선하기

 

『언런던』은 인간 중심의 서사를 탈피하여 비인간 사물들에 고유한 행위성을 부여한다. 살아 있는 우유갑 커들이나 말을 거는 쓰레기 더미, 부서진 우산 등은 단순한 배경으로 머물지 않고, 서사의 중심에 자리한다. 그것들은 사건의 흐름에 개입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우유갑 커들은 언뜻 보면 사소한 보조 출연자 같다. 하지만 커들은 이 서사의 중심에 항상 자리한다. 우선 디바가 주체화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커들은 디바가 직접 이름 붙인, 버려진 우유갑이다. 그런 커들은 디바를 진심으로 따르며, 디바는 그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돌본다. 하여 디바가 차마 언런던을 잊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된다. 물론 커들은 자신이 쓸모없는 폐기물이라는 자기 위치를 벗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디바와 얽히면서 스모그에 맞선 여정을 함께 하는 집합체로 배치된다. 커들은 디바와 언런던의 버려진 존재들 간의 우정의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고리다. 항상 디바 곁에 있으면서 그녀가 선택받지 않았다는 점을 걱정하며 좌절할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다. 스모그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위험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고 스모그를 물리치는 데 힘을 보탠다. 아마도 그것의 도움 없이는 스모그를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스모그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사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디바가 수선한 우산(rebrella)이다. 커들 덕에 디바는 우산을 고치면 뭔가 달라진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이 존재는 ‘unbrella’라고 불리며, ‘부서진 우산 씨(Brokkenbroll)’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수동적이고 기능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디바가 그것을 바느질로 꿰매고 고치는 순간, 이 사물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깨어났다. 생동하는 물질로 재탄생한 것이다. 마치 생명체가 잠에서 깨어나듯이 말이다. 수선한 우산은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휙휙 날아다녔다. 부서진 우산 씨가 말하는 대로 행동할 필요 없이, 누군가의 의도에 종속되지 않은 채로, 자유롭게 움직였다. 이제 수선한 우산은 디바를 도와 스모그에 맞섰다. 디바가 따로 명령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것은 그저 ‘우산(an umbrella)’이 된 것이 아니라, 고유한 사물(its own thing)이 되었다.

 

흥미로운 건 수선을 통해 이러한 고유성이 부여 또는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사물은 고쳐짐으로써 명령과 지배로부터 해방된다. 버려진 물건이 자신의 기능을 회복하고 고유한 존재로 행동하게 된다. 이 수선된 우산들은 한때 ‘부서진 우산 씨’와 그의 은밀한 동료인 스모그의 도구에서 벗어나 디바, 커들과 함께 동맹을 구성하여 저항의 집합체가 된다. 스모그가 도시를 장악하도록 만든 도구가 이제는 스모그를 향하며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언런던』에서 커들과 수선한 우산은 쓸모없는 것들의 집합체를 구성함과 동시에 스모그에 맞선 인간과 비인간의 동맹의 핵심 노드가 된다. 디바의 돌봄을 통해 이 여정에 얽히게 된다. 이 얽힘은 어떤 자유 의지로 선택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의도치 않은 우연한 만남 속에서 이뤄진다. 선택받지 않은 자와 쓸모없는 존재들은 서로 돌보며 기존의 영웅 서사를 해체하고 새로운 서사를 써낸다.

 

 

책과 독자의 다툼과 쓰기로서의 읽기

 

마지막으로 미에빌은 예언서를 스모그에 맞선 동맹의 구성 요소이자 새로운 서사 쓰기를 추동하는 요소로 제시한다. 『언런던』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치 중 하나인 살아 있는 책이다. 그것은 살아 있는 인격체처럼 사고하고, 말하고, 고집부리며, 무엇보다 오류를 범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책의 인격화는 단순히 유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책은 스모그와 슈와찌에 관한 예언을 소설 속 인물들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그럼으로써 기존 판타지 서사를 미리 안내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책의 예언은 소설 중반부에서 무효가 되고 서사로서의 권위를 잃는다. 말하는 책이 권위를 잃는 결정적 장면은 디바가 자신을 책 속에서 찾으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하는 대목이다. 그녀는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이에 말하는 책은 그녀가 포기하겠구나 싶어 안도한다. 하지만 디바는 곧 말하는 책이 제대로 된 예언을 하고 있는지, 그런 예언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긴 하는지를 묻는다. 책 자체를 의문에 부치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는 전통적 책-독자 모델을 겨냥하고 있다. 미에빌은 이 대화를 통해 텍스트의 일방향적 권위, 즉 텍스트가 말하고 독자는 따른다는 구도를 부정한다. 응답하는 주체로서 언런던에 돌아온 디바는 말하는 책과 끊임없이 언쟁을 벌인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자임하며, 책에 담긴 정보와 책이 말하는 내용에 맞선다. 나아가 자신만의 여정을 인간-비인간 동맹과 함께 써내려 간다. 즉 청소년 판타지의 전통 서사를 해체하고 재서술하는 것이다.

 

이렇듯 『언런던』에서 미에빌은 디바와 말하는 책의 관계를 통해 책이라는 매체와 독자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예언이 부정되면서, 책은 더 이상 정보와 의미의 저장소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디바로 대표되는 독자의 역할이 달라진다. 미에빌에게 독자는 책에 담긴 내용을 수용하는 존재가 아니다. 더욱이 책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 또한 넘어선다. 해석은 이미 책에 어떤 정보나 의미가 담겨 있고, 그걸 독자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걸 함의한다. 하지만 디바는 책 자체를 새롭게 쓴다.

 

미에빌은 소설을 읽는 독자가 더 이상 이야기의 결말을 추측하는 수동적 존재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대신 디바를 새로운 독자 모델로 제시하며, 독자가 텍스트의 공동제작자가 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그녀는 책의 가르침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을 호명하지 않는 텍스트, 자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텍스트에 대해 저항한다. 일련의 여정 속에서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책의 예언을 부정하거나 수정한다. 디바는 점차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책과 ‘말다툼하는’ 독자가 된다. 예언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예언 중 원하는 부분만 골라 읽을 수 없다는 책의 충고에, 그녀는 이건 틀렸다고, 예언 따윈 잊어버리라고 단호히 맞선다. 그녀는 언런던에서의 여정을 따라가며 마주하는 잘못된 기호를 바로잡고 버려진 말을 복원하면서 새로운 소설 쓰기의 공모자가 된다. 그렇게 디바는 스스로 주체성을 구성하며 새로운 사건의 흐름을 말하는 책과 함께 만들어낸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디바가 책과 다투는 이유다. 그녀의 읽기는 언런던의 사물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한 경험과 감정에 반응하며 이뤄진다. 예언의 진리 여부를 놓고 다투는 게 아니라, 그들을 돌보고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놓고 다툰다. 이 점에서 디바의 읽기는 책에 국한되지 않고, 책을 포함한 실재하는 관계들로부터 시작된다. 더욱이 책 자체도 전지적 권위를 가진 예언서의 지위를 점차 내려놓게 된다. 디바의 질문과 도전에 반응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수정하고 자신의 내용을 의문시하며 스모그에 맞설 방안을 고민한다. 이는 커들이나 망가진 우산이 디바와의 얽히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리하여 미에빌은 기존의 아동·청소년 문학이 설정하는 위계, 즉 책이 가르치는 자의 위상을, 독자는 가르침을 받는 대상으로 위치하는 걸 비판한다. 대신 말하는 책이라는 인격화된 사물을 통해 두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말하는 주체가 더 이상 어른과 같은 인간 존재에 한정되지 않는다. 둘째, 비인간 존재인 책 또한 지식과 사유를 가능케 해주지만, 그러한 가능성은 책 자체에 내재해 있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는 독자, 그 독자의 읽기라는 실천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하여 미에빌은 읽기라는 행위 자체를 정치적 실천, 응답하는 윤리의 장으로 끌어올린다.

 

이처럼 미에빌은 『언런던』에서 쓸모없다고 여겨진 것들, 비인간 존재들, 그리고 선택받지 않은 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 ‘언런던’이라는 기이한 저편의 세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편의 세계에서 무엇을 듣고, 누구를 볼 것인지, 어떻게 응답할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