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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Project/희대의 노동

[보고서] 산업안전보건분야 스마트 기술도입의 윤리적 철학적 원칙 제안을 위한 연구

by 인-무브 2025. 12. 6.

산업안전보건분야 스마트 기술도입의 윤리적 철학적 원칙 제안을 위한 연구

 

발행일: 2025. 7. 30

연구진:

최진일 류현철 이광석 이혜은
전주희 구은회 오정순 조영희 

 

*이 연구보고서는 재단법인 일환경건강센터의 부분 연구용역으로 연구되었음을 밝힌다.

 

[요약문 중 발췌...]

 

본 연구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실시간 영상감시, AI 장비, 스마트 장비 등 첨단 기술 도입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심층 분석하고,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보호하면서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윤리적 철학적 기본 원칙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편향, 책임 공백, 공공재원의 낭비, 인간 소외 등 다양한 윤리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국내외 스마트 안전보건기술의 도입 및 정책 현황을 조사하였고, 관련 언론 동향을 분석해 스마트 안전보건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파악하였다. 또한, 윤리적 기본원칙 제안을 위해 국내외 관련 법령 및 가이드와 학술논문 등을 분석하였다. 국내 산업 현장의 기술 도입 사례는 직접적인 인터뷰를 통해 수집 및 분석하였으며, 해외의 사례는 간접적으로 문헌 등을 통해 수집 및 분석하였다. 또한 산업안전보건, 인공지능 윤리, 스마트안전보건기술 등 관련 분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하였다.

 

(...)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스마트안전보건기술의 도입에 있어 관철되어야 할 윤리적 기본 원칙으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증진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할 ‘인간중심성’, 안전보건 목표를 달성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기술이 도입되며, 덜 침해적인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비례성과 필요성’,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데이터 수집 등이 공개되어야 하고 알고리즘의 판단이 설명되어야 할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기술 도입 과정에서 노동자와 집단으로서의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동의가 보장되어야 할 ‘작업장 민주주의’, 시스템의 오류와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책임과 피해에 대한 구제방안이 명시될 ‘책임성’ 등을 제안한다. 또한 스마트안전보건기술의 도입 과정에서 기획, 설계, 도입, 운영의 각 단계에서 검토되어야할 윤리적 과제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며 이상의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사업주, 노동자 및 노동조합, 기술 개발자 및 공급자, 정부 및 감독기관이 견지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제안하였다.


스마트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스마트 안전기술
  
현시점에서 작업장에 도입되고 있는 ‘스마트 안전기술’은 두 가지 방향에서 모호하되 한가지 목표는 분명한 거 같다.

우선, 스마트 안전기술의 ‘스마트함’의 모호성이다.
앞의 다른 장에서 지적한 무엇을 스마트 안전기술로 볼 것이냐는 기술범주적 특성 외에도, 현장에서 시도되고 있는 스마트 안전기술의 ‘똑똑함’의 모호한 지향성이다. 노동자의 ‘불안전행동’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스마트 안정장비들(스마트 에어조끼, 스마트 안전모, 스마트 안전벨트와 각종 설비에 장착된 센서류들 등)은 현실에서 노동자의 불안전행동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노동자의 불안전행동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야기한다. 이는 노동자의 불안전행동을 보완하는가, 아님 그 불안전함을 되레 지목하고 지적하는가.

다른 하나는 스마트 안전기술의 ‘안전’의 모호성이다.
안전의 정의를 ‘위험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한다면, 스마트 안전기술이 해결하고자 하는 위험에 비해, 그것이 야기하는 또다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나아가 의도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작동되는 산업안전보건법제의 경직적이고 나열적인 제도의 해결되지 않는 모순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압박을 받아 스마트 안전기술이라는 발빠른 해법을 찾은 것 같다.
또한 작업장의 위험 해결이라는 차원에서는 노동자의 과실과 경영자의 책임이라는 오랜 쟁점 위에 스마트 안전기술이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자 과실론’은 한국사회에서 산업재해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사회적 난제로 고착화되도록 만든 강력한 이데올로기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고, 이는 ‘노동자 과실’을 ‘경영자 책임’으로 전환하려는 사회적 시도였다.

그런데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해법으로 ‘책임’의 문제를 경영의 몫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대한 기업의 대응 중의 하나가 ‘스마트 안전기술’로 나타나고 있다. 경영책임의 일환으로 ‘안전투자’가 진행되고, 안전투자가 주로 스마트 안전기술의 도입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것은 스마트 안전기술이 도입되는 과정 전반에서 야기되는 ‘새로운 위험’이다. 이러한 위험이 적극적으로 평가되지 않는 이유는 ‘안전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과 수용 때문인가, 아니면 ‘안전경영’을 매개로 ‘책임’의 문제를 다시 노동자의 몫으로 되돌리려는 것인가.

스마트 안전기술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논쟁을 활성화하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 장에서는 노동자의 관점에서 스마트 안전기술이 도입되는 실태와 문제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이로부터 도출되는 잠정적 결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스마트 안전기술은 스마트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 안전기술은 노동자에게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있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기업은 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입하려고 하는가이다. 이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다소 명확한데, 생산성 통제와 노동자 감시라는 오랜 ‘통제기술’이 ‘안전담론’을 매개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스마트 안전기술에 대한 노동자의 방어적인 입장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왜 스마트 안전기술에 대해 다소 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재사고 등이 발생할 때마다 노동자들은 ‘설비개선’과 ‘안전투자’의 확대 등을 매번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 안전기술을 둘러싼 기업의 안전패러다임을 살펴볼 때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술은 사회적으로 형성되며, 발명을 포함한 모든 기술은 기술이 배태되어 나온 사회적 관계의 특징과 모순, 갈등을 포함한다(주이 와이즈먼). 뿐만 아니라 기술의 도입과 적용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의 통제적 안전담론은 스마트 안전기술 등 기업의 안전투자를 통해 완화되거나 전환되기 보다 오히려 ‘개인행동기반 안전(Behavior-Based Safety, BBS)’이 스마트 안전기술을 통해 강화되면서 기업의 통제적 안전담론을 갱신시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전근대적인 안전담론이 안전기술의 방향을 편향적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이를 매우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안전을 개별화할 뿐만 아니라 안전의 중앙집중화를 초래한다.
스마트 안전기술은 노동자의 인격과 신체를 통합적인 대상으로 간주하기 보다 특정 행동과 특정 신체부위를 대상으로 하며, 집단적인 행위(작업공정과 작업절차에 따른 집단화된 행동으로서 ‘작업’)에 주목하기 보다 이를 개별화하고 부분화시킨다. 작업장에서 안전을 개별화한다는 것은 단지 ‘개인화’한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절차와 제도 등을 시야에서 지우고 오로지 노동자의 특정 행동만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동시에 이러한 부분화, 개별화된 행위들은 전사적 디지털 관리망에서 실시간 데이터화되어 관리와 통제가 이뤄진다. 이는 스마트 안전기술이 갱신한 기술적 통제장치이다.
오늘날 하나의 사업장 안에 고용형태와 국적이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통합적 안전시스템’의 구축은 기업이 수행해야할 안전투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전사적 디지털 망의 구축을 통한 실시간 안전관리라는 명분은 매우 강력하다. 문제는 이를 통해 전면화되는 ‘노동자감시’의 위험이 의도적으로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고, 노동자의 대응역시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안전기술이 감시통제기술로 손쉽게 전환되는 문제 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안전권이 상당한 속도로 무력화되고 있는 지점이다. 이는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로 요약되는 자유주의적 권리담론이 해결하지 못하는 커다란 공백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견지해야할‘스마트 안전기술’에 대한 태도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집단적 안전권과 통제적 안전담론의 관계이다. 기술이 혁신을 주도하는 만큼 기술은 기존의 퇴행적 안전담론을 재활성화시키기도 한다. 도입 목적에서 도입하는 과정, 그리고 실제 스마트 안전기술이 적용되고 활용되는 과정 전반에 대한 검토와 평가는 일회적이지 않고 매순간 이뤄져야 하며 정기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집단적 안전권이 강화되고 민주적인 안전시스템이 정착되는데 스마트 안전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희, '국내 스마트안전보건기술 도입 사례' (4-1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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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안전보건기술의윤리적철학적원칙제안연구1_최종보고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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