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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비극 신화에서 생태부채 신화로: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의 환경 위기에 대한 대응

by 인-무브 2026. 1. 19.

공유지의 비극 신화에서 생태부채 신화로: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의 환경 위기에 대한 대응

 

 

빈재익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초록

본 논문은 Michel Aglietta와 Étienne Espagne((2024))가 제안한 ‘생태부채 dette écologique’ 개념을 중심으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주류 경제학적 신화를 대체하려는 이론적 시도를 검토한다. 저자들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신화를 통해 신고전파 경제학이 자연을 시장 메커니즘과 사적 소유권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전제에 의존해 왔음을 지적하며, 이를 생태부채 신화를 접목한,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전환에 내재해 있는,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의 이해를 제고하면서 두 저자가 제안한 전환의 이론적 의의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첫째,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이 특정한 역사·사회적 맥락을 추상화한 정치적 신화로 기능해 왔음을 검토하고, 둘째, 화폐를 부채와 결제 시스템으로 개념화하는,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의 논리를 분석한다. 셋째, 생태 부채 개념이 인류학적 논의—특히 삶의 부채 또는 시원적 부채,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에 기반해 도입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본 논문은 생태부채가 환경 위기를 시장 외부에서 정치적으로 재사유할 수 있는 강력한 문제틀을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이 지니는 구조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생태부채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 통화·금융질서의 제도화 경로가 충분히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누가 어떤 권력으로 화폐 질서를 전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생태부채 상환을 강제할 수 있는 정치적 행위자의 정당성이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음을 지적한다.

 

주제어

생태 부채, 공유지의 비극,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 생태정치학,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1. 서론

 

이 글은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2024))[1]에 대한 리뷰다.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2024))는 서론, 3부 12장으로 구성된 본론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된 461페이지의 분량을 가지는 책이다. 이 책의 주제는 ① 자본축적 과정과 ② 자본축적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낸 지속가능성 위기의 요인들 그리고 ③ 위기 요인을 일시적으로 종식시키는 전환점들로 구성되는 일련의 지속가능성의 체제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 생태학의 원칙들을 도출하는 것이다.[2]

 

분량은 물론 주제도 광범위한 이 책을 전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이 책의 번역본이 나온 뒤에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글에서는 제2장 “Aux origines anthropologiques de la dette écologique” (생태부채의 인류학적 기원에서)에 기술된 저자들의 이론적 입장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이 장에서 저자들은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 이론을 배제하고 대신 아글리에타 자신이 대표하는 소위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이라 불리는 이론적 입장 그리고 이 이론적 입장에 생태부채라는 새로운 개념이 더해진 것을 환경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다고 기술한다.

 

따라서, 이 글은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글리에타와 에스파뉴가 “공유지의 비극 신화라고 기술했던 ”신고전파 이론을 “생태 부채”의 신화로 대체하는 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저자들의 신고전파 이론의 배제와 생태 부채 개념의 채택을 둘러싼 이론적 배경을 중심으로 기술될 것이다. 먼저, 신고전파의 자연 환경에 대한 이론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하딘 Garrett Hardin의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저자들의 비판을 검토하고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을 소개한 다음, 부채 개념에 기반한, 결제 시스템으로서의 화폐를 살펴보고 이어서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가 제안하는 생태 부채 신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공유지의 비극

1968년 Science에 발표된 논문 « The tragedy of the commons : The population problem has no technical solution ; it requires a fundamental extension in morality »을 통해, 하딘은 신고전학파의 자연환경에 대한 접근의 기반이 되는 개념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제시했다. 하딘에 의하면,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목초지가 있을 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양치기들의 합리적 행위는 자신이 돌보는 양의 수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양치기들은 돌보는 양의 수가 늘어날수록 수입이 증가하지만, 목초지 이용에 따르는 목초지의 유지·관리·보수 비용은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목초지를 이용하는 양치기들이 돌보는 양의 수를 증가시킨 결과는 목초지의 소멸이다. 이것이 하딘이 제안한 공유지의 비극이다. 하딘은 그의 1968년 논문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공유지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을 도입해, 목초지의 소유권자가 당해 목초지의 유지·관리·보수에 소요되는 적정 비용을 이용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을 제안했다.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2024))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효용함수가 단독으로 생산량과 교환량을 결정하는 ‘경제’라는 ‘사회’의 공간에 ‘자연’을 포용하기 위해 경제학이 이용하는 하나의 신화로 간주한다. 여기서 신화는 레비스트로스가 사용한 의미에서 정치 이데올로기와 유사하다[3]. 즉, 신화는 과거의 사건을 기술하는 언어로 표시되지만, 현재 사회와 그에 내재해 있는 적대적 관계를 해석하는데 유효해서 미래의 윤곽을 막연하게 예상하는 데 유효하다.

 

아글리에타와 에스파뉴가 공유지의 비극을 신화라고 할 때, 그 의미는 한정된 자연 자원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를 특정한 사회‧역사‧지리적 맥락에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을 추상하고, 소유권과 수요 및 공급 법칙에 의지하는 것을 공유지의 비극을 예방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제안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유지의 비극은 산성비, 삼림 남벌, 기근 같은 ‘사회’와 ‘자연’의 상호연관 관련 문제에 적용돼 탄소배출권을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공유지의 비극에 내재한 논리는 과잉인구 문제, 재정적자를 억제하지 못하는 의회 같은 사회에 고유한 문제에도 적용돼 왔다.[4]

 

공동체의 고유한 자연 자원의 공동 이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공유지의 비극 신화에 도전한 오스트롬의 접근 방법과는 달리, 아글리에타와 에스파뉴는 공유지의 비극을 생태 부채라는 또 다른 신화로 대체하려고 한다. 저자들은 시장이라는 제도적 장치에 의존하는 관점 대신에 생태 부채에 기반한 또 다른 제도적 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관점을 제안한다. 생태 부채에 기반한 제도적 장치는 결제 시스템을 포괄하는 화폐다. 화폐를 결제 시스템을 아우르는 제도로서 이해하는 것은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관점’이라고 알려진 경제학 사조의 독특한 관점을 반영한다.

 

저자들이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관점을 채택한 것은 아글리에타 자신이 이 관점의 대표적 주창자라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관점은 주류 경제학이 화폐를 이해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은 화폐를 시장에 종속된 것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 화폐는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화폐의 존재는 다른 상품의 경우처럼, 균형 가격에서 일정 양의 수요 존재 여부에 좌우된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화폐에 대한 이해에는, 가격이 영, 다시 말해 화폐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 않으면 화폐를 교환의 매개로 사용하고, 화폐 단위로 가격을 표시하던 화폐경제가 일시에 물물교환경제로 전환할 수 있고 이는 가역적인 변화라는 것이 내포돼 있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관점’은 화폐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상기한 신고전파의 논리는 목초지 혹은 자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공유지로 이용될 경우, 목초지의 유지 및 관리 비용의 명목으로 개인들이 부담하는 가격은 목초지 이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작았지만, 목초지 이용의 가격이 상승하면 목초지는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관리돼 공급될 수 있다는 가정이 전제돼 있다. 하지만 주체들 간의 경제적 관계를 규정하는 사회적 규범으로 정의되는 제도를 전제하는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에 의하면, 목초지를 이용하는 목축업도, 투입된 노동과 자본을 감안할 때, 목초지 이용 가격의 신호에 따라 생산방식을 유연하게 변화할 수 없다. 공유지로서 목초지를 이용했던 목초지 주변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유연하게 변화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목초지의 소유권도 공유지였다가 사유지로 순조롭게 전환할 수 없다.

 

저자들이 공유지 비극 신화 대신 생태 부채 신화를 선택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경이 지배하는 시장 대신 화폐 경제에 내포된 결제 시스탬을 이용해 개별 경제 주체 간의 상호의존성을 담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다음 장에서는 화폐를 결제 시스템으로 개념화하는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관점’을 간략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3. 결제 시스템으로서의 화폐[5]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관점’은 결제 수단으로서 화폐가 상품거래의 방법을 규정하고 이를 통해 노동의 사회적 분업구조의 존재를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가정을 전제한다. 이 가정에 의하면, 화폐가 결제 수단이 되는 사회는 노동의 사회적 분업체계로 인해, 아담 스미스가 기술한 바와 같이, 모든 개인들이 교환을 통해서 생존하는, 다시 말해, 모두가 상인이 되는 사회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화폐 혹은 목초지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사회에 대한 이러한 개념화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화폐는 결제 시스템으로서 존재한다. 결제 시스템으로서 화폐는, ① 경제적 관계를 가격이나 부의 규모처럼 수량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회계 단위; ②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작용하는 “화폐화(monnayge)”; ③ 화폐경제에서 등가성 원칙의 표현으로서 잔고 정산의 원칙 등 세 가지 구성요소를 포함한다.

 

첫 번째 구성요소인 공통의 회계 단위로서 화폐는 개인 간 관계를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화폐 이론의 첫 번째 개념이다. 즉 회계 단위는 시장에서 개인의 개별 행동이 가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서 개인 간 경제관계에 대한 이론화에 필요한 출발점이다. 특정 측정 단위를 정의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계산 단위로서 화폐는 주권의 개념과 연결돼 있다. 공통 회계 단위의 사용은 시장 경제의 경계를 설정하지만, 이는 정치적 주권의 경계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공통의 회계 단위로서 화폐를 정의하고 운용하는 주권은 특정 영역 내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그리고 시장의 흥망성쇠 속에서도 특정 회계단위가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이는 주권이 사회적 제도를 활용해 조절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구성요소인 화폐화는 시장에서 상품거래가 개시되기 전에 공통의 회계 단위로 표시되는 결제 수단을 개별 경제주체가 획득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다시 말하면, 거래를 통해 개별 경제주체가 결제 수단을 획득하기 이전에, 시장에서 소요될 결제수단을 선취하는 것을 화폐화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화폐화를 통해서 획득한 결제 수단은, 시장에서 판매할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자재, 원재료 혹은 중간재를 구입하거나 또는 시장에서 거래가 진행되는 동안 생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비재를 구매하는 데 소요된다. 이처럼 화폐화를 통해 개별 경제주체가 결제 수단을 획득하면, 해당 주체는 원자재 혹은 기자재 구매, 소비재 구매, 서비스 구매 등 시장에서 자신이 선택한 행위를 자의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화폐화는 시장에서 개별 경제주체의 행위 능력을 결정한다. 공통의 회계단위가 시장에서 개인이 개별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면 화폐화는 시장에서 개인의 개별적 행동을 위한 충분조건이다.

 

이러한 화폐화에는 시장 이전에 이미 개별 경제주체간에 어떤 사회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가정이 전제돼 있다. 이는 교환경제를 기반으로 삼은 주류 경제학이 개별 경제주체들 간의 교환관계를 통해 사회가 구성된다고 보는 것과는 구별된다. 화폐화에 내재해 있는 사회적 관계는 이중적이다. 우선, 모든 개별 경제주체들은, 앞서 언급한 공통의 회계 단위로 정의된 결제수단을 공유하는 관계다. 두 번째로는, 화폐화가 판매하기 이전에 필요한 구매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화폐화를 통해서 공여받은 결제 수단은 일정 기간 동안 시장에서 거둬들인 판매수익을 이용해 상환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화폐화에 전제된 사회적 관계는 부채로 분류될 수 있다.

 

화폐화 과정에 내포돼 있는 부채는 화폐화를 통해 획득한 결제 수단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구매를 하고 불특정 다수가 결제 수단으로 지불한 판매수익으로 상환한다는 의미에서 화폐화는 이미 자신의 부채를 사회적 결제 수단으로 통용시킬 수 있는, 화폐화 과정에 특화된 개별 경제주체의 존재를 내포한다. 이 경제주체는 화폐화 과정에 내재해 있는 부채의 인수 그리고 상환과 청산 등 일련의 금융 finance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신용화폐제도에서의 상업은행의 기능을 수행한다. 상업은행의 존재로 인해, 화폐화 과정은 개별 경제주체의 부채를 상업은행이 자신의 부채와 교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용화폐제도에서 상업은행의 부채가 사회 일반의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는 것은 주권의 부채 발행 권력을 위임받은 중앙은행의 개입 덕분이다. 상업은행이 발행한 부채의 상환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동요할 때마다, 중앙은행은 주권의 부채와의 교환을 통해, 해당 상업은행의 부채를 주권이 보증하게 함으로써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상업은행은, 화폐화를 통해 발행돼 유통되고 있는, 자신이 발행한 부채를 결제 수단으로서 유효한 것으로 유지할 수 있다. 상업은행의 부채에 대한 중앙은행의 보증을 통해 주권은 화폐화 과정에 혹은 화폐의 기원과 유통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화페화 과정은 개별 경제주체와 상업은행 간의 수평적 관계의 총합은 물론, 회계 단위로서 결제 수단을 정의하는 주권과 그의 대리 기관 중 가장 대표적인 중앙은행 그리고 중앙은행의 보증을 받은 상업은행 등이 구성하는 일련의 수직적 위계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총체성으로서의 사회를 전제한다.

 

화폐화에서 개별 부채와 교환되는 사회적 부채는 결제 체계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순수 금본위제처럼 결제가 전적으로 본위로 지정된 특정 귀금속의 이전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에는, 화폐화는 개별 경제주체가 시장 기간 동안 거래할 예상 규모에 따라 담보로 제출한 일정 규모의 본위 귀금속에, 회계단위 정의에 상응하는 모양과 문양을 주입해, 금화의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순수 금본위제도의 화폐화 과정에서 발생한 금화가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려면 주권을 대신해 화폐를 발행하는 공공기관인 조폐국의 발행이라는 표시가 금화의 화폐 문양에 포함돼야 한다. 조폐국에 의한 문양과 발행표시의 도입을 통해 개별 경제주체가 담보로 제공한 본위 귀금속 덩어리는 주권의 부채로서 사회에서 결제 수단으로 수용된다.

 

신용본위제도에서 화폐화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시장 개시 시점에서 한 개별 경제주체 A가 상업은행 B를 대상으로 화폐화를 통해 특정 규모, 예를 들어, μ 규모의 결제 수단을 획득했다고 한다면, A는 예금계좌에 μ 금액을 가지는 대신, 시장 종료 시점에 μ와 이자율 i에 상응하는 이자를 포함하는 μ(1+i) 금액을 B에게 상환해야 하는 부채를 가진다. B는 A를 대상으로 μ 금액의 채권을 자산으로 보유하지만, 시장 종료 시에 중앙은행이 발행한, 주권의 채무 증서로 결제해야 하는 부채의 규모도 μ다. 이 화폐화 과정에서, 경제주체 A는 시장 종료 시점에서 적어도 화폐화로 획득한 μ와 그에 상응하는 이자를 합한 μ(1+i)를 상환할 수 있는 판매 수익을 소득으로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것으로 상업은행 B에 의해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상업은행이 인정한 소득 창출 능력이 해당 개별 경제주체가 소유한 ‘부’다. 화폐화 과정에서 결정되는 개별 경제주체의 시장 행위 능력은 미래 소득 흐름의 현재 가치, 즉 μ(1+i)/(1+i)에 의해 결정되고 이것은 다시, 미래 소득 흐름의 현재 가치를 자본 또는 부라고 정의한다면, 부 혹은 자본의 양과 이자율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결제 시스템으로서 화폐를 구성하는 세 번째 구성 요소인 잔고 정산의 원칙은 화폐화 과정에서 자본을 인정받고 상업은행과 부채 교환을 통해 결제수단을 획득한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실제로 지출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지출의 합과 수입의 합이 일반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존재 이유를 발견한다.

 

주류 경제학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교환 경제에서는, 구매와 판매가 분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교환의 등가성 원칙에 따라 거래에 참여하는 두 사람은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개별 교환에서 예산 제약이 준수되고 균형이 이뤄진다.

 

하지만 화페경제의 결제 시스템에서는 판매와 구매는 분리된다. 화폐는 개별 경제주체가 원하지만 소유하지 않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게 하거나 지출로 인해 발생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모든 개별 경제주체가 자신이 보유한 상품을 제공하는 대가로 화폐를 받아들인다. 화폐를 이용해, 개별 경제주체가 별도로 실행하는 구매와 판매의 등가성을 검증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면, 개별 행동의 상호의존성은 결제 행렬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화폐경제에서 개인의 지출과 소득은 결제 행렬, $(A = (a_{ij}), (i = 1, 2, ..., n; j = 1, 2, ..., n))$을 통해 표시될 수 있다. (a_{ij})는 i번째 개별 경제주체가 j번째 경제주체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의미하기 때문에, i번째 개인의 지출(d_{i})은 $\sum_{j=1}^{n} a_{ij}$, 즉 결제 행렬 i번째 행의 금액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 반면, j번째 개인의 소득(r_{j})은 $\sum_{i=1}^{n} a_{ij}$, 즉 결제 행렬 j번째 열의 금액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 결제 행렬을 통해 드러나는 이런 구체적인 의미에서 소득은 다른 관점에서 본 지출인데, 이는 개별 경제주체의 상호의존성을 의미한다.

 

각 경제주체는 화폐화 과정에서 시장 상황을 전망하고, 자신이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또는 삶을 영위하는데 소요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산정하고 이를 구매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배정한다. 시장이 개시되면 해당 경제주체는 화폐화 과정에서 획득한 화폐를 이용해 계획한 바에 따라 실제 지출을 이행한다. 이는 여타 모든 경제주체들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이런 개별 행동의 사회적 결과는 시장가격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j번째 재화의 시장가격은 $\sum_{i=1}^{n} a_{ij}$ 즉, 경제주체들이 j번째 재화의 소비에 지출한 금액을 j번째 경제주체가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 공급한 j번째 재화의 양으로 나누면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 기간 종료 시점에서, 개별 경제주체의 지출 규모가 여타 개별 경제주체들의 지출 결정에서 유래하는 수입 규모와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 즉, 개인의 소득(r_{j})과 지출(d_{i})의 차액으로 정의되는 잔고(s_{i})는 0이 아닌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0이 아닌 잔고는 개별 경제 주체의 예산제약 그리고 등가성의 원칙의 위반을 의미한다. 잔고 정산의 원칙은 결제 시스템에서 등가성의 원칙을 확인하는 것인데, 물물경제와는 다른 화폐경제의 특성을 반영한다. 화폐경제에서 등가성의 원칙은 결제 시스템으로 표현되는 총체성으로서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잔고 정산은 “시장의 제재”라고 기술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별 경제주체들은 개별적으로 이행한 구매와 지불 등 경제행위의 사회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개별 경제주체들은 잔고 정산 과정을 통해 결제 시스템이 인정하는 부 혹은 자본을 보유한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잔고 정산의 방식은 결제 시스템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순수 금속 화폐 시스템에서는 지출의 규모는 화폐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금속의 양에 의해 사전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잔고는 지출의 규모를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화폐화 과정에서 보유 금속을 담보로 제공하고 획득한 금속 주화를 모두 지출했으나 시장에서 그에 상응하거나 초과하는 소득을 거두지 못하면, 화폐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했던 금속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잔고는 자동적으로 정산된다. 그러므로 순수 금속 화폐를 채택한 결제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결코 등가성의 원칙을 위반할 수 없다.

 

화폐를 공통의 회계 단위, 화폐화 과정 그리고 잔고 정산 원칙 등의 구성 요소로 구성된 결제 시스템으로 정의하는,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을 이해하기 위해서 ‘카지노’의 비유를 사용할 수 있다.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 모든 게임 참가자들은, 해당 카지노의 고유 문양과 디자인으로 식별 가능한 ‘칩’을 사용해야 한다. 게임 참가자는 자신의 ‘부’의 일부를 카지노 ‘칩’으로 교환한다. 게임이 끝난 후에 참가자는 남은 칩을 다시 ‘부’로 교환하거나 교환한 칩을 다 잃고 추가로 게임 빚을 진 경우 자신의 부를 추가적으로 이용해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에서 사용되는 현실의 제도는 상업은행, 중앙은행 그리고 정산 시스템이다. 화폐화 과정을 통해 상업은행과 부채 맞교환을 통해, 공통의 화폐단위로 표시된 지급 수단을 확보한 개별 경제주체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상업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개별 경제주체의 자율적 행동의 결과로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시장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시장 기간 종료 과정에서 잔고 정산의 원칙이 적용되어, 개별 경제주체들은 화폐를 정의할 때 ‘본위 standard’ 역할을 했던 부의 증감을 통해 사회적 존재로 재정의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화폐경제의 결제 시스템은 교환 경제의 시장 메커니즘을 대체한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결제 시스템의 작동에 관여하는, 중앙은행이나 정치 지배자와 비지배자 간의 주권적 관계 같은 정치적 층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정치적 층위는 주류 경제학이 시장이라는 제도적 장치 속에 숨기려고 했던 것이다.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2024))의 제목이 “생태 정치학을 위하여”가 된 것은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을 따른 필연적 결과다.

 

4. 부채와 화폐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우리 사회가 화폐에 부여하는 중요성에 비해, 신고전파 이론 체계에서 화폐가 차지하는 지위와 그 기능의 괴리를 중심으로 주류 경제학을 비판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상정하는, 부존 자원으로 받은 재화와 효용함수로만 정의된 개인들로 구성된 경제에서 화폐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연역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물물교환 원리에 기반해 시장에서 재화 간의 모든 교환을 균형 상태에 위치시킬 교환 비율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화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화폐는 균형 교환비율을 발견하고, 그에 따라 교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교환의 매개 기능을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존재로서 도입된 중립적 neutral 도구다. 이 때, ‘중립적’은 개인들이 재화에 대해 가지는 선호체계나 재화 간 교환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화폐, 화폐화 과정 그리고 결제 시스템을 포함하는 일련의 제도를 기본 가정으로서 경제 분석 체계에 포함시킨다. 주류 경제학이 시장을 수요 및 공급 법칙에 의해 균형 교환비율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상정하는 반면,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화폐를 이용하는 결제 시스템으로서 시장을 상정한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인류학이나 역사학의 연구 성과를 이용해, 인류 역사에서 화폐 없는 사회와 화폐를 사용하는 사회의 구분할 때, 화폐의 존재를 ‘삶의 부채 dette de vie’ 혹은 ‘시원적 부채 la dette primordiale’라는 개념을 통해 도입한다. 실제로, 1998년에 출판된, 아글리에타와 오를레앙 André Orléan이 편저한 “La Monnaie Souveraine”은 화폐에 대한 고대 로마, 고대 인도 베다 문명에 대한 역사적 연구 혹은 아프리카와 멜라네시아 지역의 인류학적 연구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 연구[6]에 포함된 예를 들면, 유럽 문명의 기원 중 하나인 인도의 신화에 의하면, 인간은 죽음의 신으로부터 삶을 위탁받아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 자체가 신에 대한 부채로 이해됐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삶의 부채 dette de vie’ 혹은 ‘시원적 부채 la dette primordiale’라는 개념을 사용해, 문명에 따라, 인간이 공동체 내에서 정의되는 자신의 삶을 신, 조상, 성인 혹은 베다 Védas 등 초월적 존재에 대해 부담하는 부채라는 인식을 일반화했다. 인간은 그의 생애 동안 이 부채를 변제하지 못하더라도 상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존재로 전제됐다.

 

삶의 부채 또는 시원적 부채는 개인의 사회 전체에 대한 종속을 표현하는 동시에, 사회를 구성하는 관계다. 이 부채를 인정하면서, 개인들은 공동체의 조상신 혹은 신 등 초월적 존재에게 정기적으로 의례, 희생, 공물 등을 받치는 것으로 채무를 이행한다. 이러한 채무이행의 반복 과정에서 여전히 초월적 존재를 정점으로 하는 위계적 질서는 유지되지만, 의례, 희생, 공물을 주제하는 사제, 수장 등이 공동체 통치권력을 장악해, 상기한 위계 질서에서 초월적 존재와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부채 또는 시원적 부채가 세대를 이어 전승되면서 공동체의 세속권력은, 의례, 종교 영역에서 법, 재무, 군사 영역 등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세속권력의 확대 과정에서 화폐가 주조되기 시작했다. 화폐는 총체성으로서 사회가 성립하기 위해서 최초의 구성원들이 신이나 조상신 등 초월적 존재와의 수직적 관계에서 부담하게 된 부채의 상환 과정에서 유래했고, 시원적 부채를 물려받은 동일한 사회의 후대의 구성원들에게 화폐는 사회에 내재된 위계화된 가치 질서를 표현하고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화폐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경전이나 법률 등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달리 표현하면, 화폐에는 주권에 종속된 신민을 정의하는 사회관계가 내포돼 있다. 화폐를 사용하는 인간 사회는 결코 사전적으로 정의된 개인들 간의 교환, 계약 등 수평적 관계로 환원할 수 있는 전체가 아니다. 사회는 초월적 존재 뿐만 아니라 세속적 통치세력 등을 포함하는 수직적 위계 질서 속에 일련의 상호 호혜적 수평적 관계를 포함한다.

 

하지만 채무이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삶의 부채 또는 시원적 부채는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부채의 영속성이야말로 당해 사회의 영속성 그리고 총체성으로서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하는 위계적 권위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발생한 화폐의 유통도 영속적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삶의 부채 또는 시원적 부채는 ‘금융 finance’의 개념을 통해 사회의 구성을 설명한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금융과 이로부터 파생된 화폐는 모두 상품의 교환과는 독립적으로 발생했고 훨씬 선행했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Claude Lévi-Strauss의 방법론을 준용해, 부채에 기반한 화폐 개념을 보편적인 원칙으로 제안한다. 레비-스트로스는, 현장 연구의 축적을 통해 일반화로 나아가는 대신, 언어학, 정신분석학 등 연관 학문의 도움으로 일반 법칙을 연역한 다음, 현장 연구에 적용해서 연역적으로 도출한 일반 법칙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법을 제안했다[7].

 

이러한 방법론적 토대 위에서,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부채에 기반한 화폐 개념이, 법적으로 평등하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수평적 결사체로 정의되는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도 총체성으로서의 사회와 그 동학을 고려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근대 화폐경제에서 부채는 개인을 노동의 사회적 분업구조의 구성원으로 정의한다. 공통의 회계단위를 정의하는 주권으로부터 화폐의 창출과 분배를 위임받은 중앙은행과 이의 감독을 받는 상업은행으로 구성된 화폐금융제도가 화폐화 과정에서, 적정한 수익성 전망을 갖춘, 재화를 생산하는 상업적 프로젝트를 제안한 개인에게 신용을 공여하면, 당해 개인은 자신이 수립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여받은 신용을 매개로 구입함으로써 자율적인 경제주체가 된다. 반면, 화폐화 과정에서 신용을 공여받지 못한 개인은 화폐화 과정에서 신용을 공여받은 경제 주체의 상업적 프로젝트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조건 하에서만, 소비와 저축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종속적인 경제주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주체를 정의하는 부채를 통해 신용의 형태로 경제에 투입된 화폐는 시장에서 재화의 생산과 유통을 매개한다. 한 경제 주기의 종료와 함께, 개별 경제추체들은 ((+)) 혹은 ((-)) 화폐 잔고를 가지게 되고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 ((-)) 화폐잔고를 가진 경제주체는 ((+)) 화폐잔고를 가진 경제주체에게 채무 상환을 약속하고 금융을 받아서 화폐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시장 시기에 그는 화폐화 과정에서 더 이상 신용을 공여받지 못하고 종속적 경제주체로 전환될 것이다.

 

결제 시스템으로서의 화폐에 내재해 있는 ‘부채’의 위계적 질서를 상술해 보자. 화폐화 과정을 통해, 개별 경제주체는 시장에서 판매가 실현되기 이전에 구매에 필요한 결제 수단을, 자신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지는 부채로서 획득한다. 그리고 시장 기간 동안 거둬들인 판매 수입을 이용해 화폐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첫 번째 층위에서는 개별 경제주체의 부채를 화폐화 과정에서 부채 교환을 통해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신의 부채로 전환하는 특정 경제주체가 있다. 시장에서 일상적 결제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부채를 발행하는 경제주체는 일반적으로 상업은행이라고 한다. 두 번째 층위에서는 화폐화 과정을 통해 제공한 자신의 부채에 대한 원리금 지급을 어떠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상업은행이 이행할 것을 보증하는 중앙은행의 부채가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어나는 뱅크런 bank run은 결제수단으로서 상업은행의 부채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가 동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 주권으로부터 화폐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의 부채는 중앙은행의 부채로 교환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결제수단으로서, 해당 상업은행의 부채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화폐가 부채라는 원칙은,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에 의하면, 보편성을 가진다. 화폐와 연관된 부채는 동등한 두 개별 주체 간의 경제적 계약으로 환원될 수 없다. 전근대적 사회에서 화폐의 기원과 연관된 시원적 부채는 개인과 총체성으로서의 사회를 잇는 구조적 원리다. 부채 관계를 기반으로 도입된 화폐는 인간 사회와 초월적 존재 간의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총체성으로서의 사회와 경제 주체를 구성하는 개념이다. 화폐화 과정이 보여주듯이, 근대 사회에서도 화폐 도입에 연관된 부채는 개인과 사회를 잇는 구조적 원리다. 그리고 시원적 부채와 함께, 채무이행 수단으로서 유래한 화폐는 경제 영역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통치권의 상징이다.

 

5. 생태부채로의 전환

주류 경제학이 자연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개인 소유권의 정립과 시장의 작동을 제안하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신화에 맞서기 위해,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는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에 고유한 부채의 개념을 준용해, ‘생태 부채 dette écologique’라는 신화를 제안한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을 문제를 기존에는 공유지였던 목초지에 사적 소유권을 도입해,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목초지 이용에 따른 수익과 목초지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균형을 발견해 목초지의 지속성을 담보하고자 했다. 반면,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는 산업화된 국가와 현재 세대가 축적한 생태 발자국을 생태 부채 개념으로 전환한다.

 

생태 부채의 개념에는 자연을 단순히 개발하고 개척해야 할 재화를 포괄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 종이 지속하기 위해서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의 지속성에 대한 책임을 인간이 져야 한다는 인식이 함의돼 있다. 부연하자면, 선진국들과 현재 세대가 오랜 산업화 과정과 그 정점에 대응하는 생산 및 소비 양식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자연 자원을 단순히 투입요소로서 여기고 대량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축적된 생태 발자국이 일정 지역 또는 부문에서 생태 용량 biocapacity 을 초과하여, 환경 고갈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수질·대기·토양 오염, 생물종 다양성 위기 등을 초래했는데, 이러한 환경 위기가 선진국과 현재 세대가 개발도상국과 미래 세대에 대해 축적해 온 생태 부채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신화를 대체하기 위해,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는 인류학과 역사학의 성과를 동원하는데, 생태 부채의 개념은 특히 프랑스 인류학자 데스콜라 Phippe Descola를 인용하면서 도입한다. 데스콜라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맺는 관계를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성 혹은 불연속성을 기반으로 네 가지 존재론적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 유형들이 존재론적인 이유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에 존재하는 연속성 혹은 비연속성에 따라 생성되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관계 유형이 사회 집단의 존재 형태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유형은 비인간 존재와 인간이 물리적으로는 비연속성을 가지지만, 내면적으로는 연속성을 가진다고 보는 애니미즘 animisme; 이와는 반대로 비인간 존재와 인간의 물리적 연속성을 인정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불연속성을 주장하는 자연주의 naturalisme; 특정 부족과 생물 종에 한해,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물리적 그리고 내면적 연속성이 있다고 보는 토테미즘 totémisme; 그리고 끝으로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물리적 그리고 내면적으로 다르지만 동일한 위계질서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아날로지즘 analogisme이다.

 

저자들이 데스콜라를 인용하는 것의 바탕에는 유사한 자연 환경에 처한 인간 공동체가 취하는 사회 조직 형태가 다양하다는 관찰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구성하는 물리적 혹은 내면적 연속성 또는 불연속성이 사회 조직의 다양성을 설명한다. 물리적 또는 내면적 측면에서, 비인간 존재와 연속성 혹은 불연속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사회 속 인간 존재는 비인간 존재 혹은 다른 인간 공동체와 증여, 선물 그리고 의례, 희생제의 같은 상징적 행동을 통해 사회적이고 물질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물질적인 동시에 상징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상품 교환은 부분적 그리고 부차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주변 환경에서 관찰되는 특정 자연적 형태를 통합하면서 다른 자연적 형태는 거부하거나, 혹은 인근 환경에서 관찰되는 구조를 모방하여 자연에 속하는 비인간 존재와 한편으로는 특정한 증여don 및 보상 증여 contre-don 관계를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연속성을 만든다. 이러한 관계는 당해 사회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결코 청산될 수 없는 부채 관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유지의 비극은 자연주의 존재론이 지배적인 사회에 한정된 문제라는 인식이 내재해 있다. 자연주의에 의하면, 내면성을 갖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하기 때문에, 인간이 내면성에서 기인하는 의도, 의지, 언어 등을 이용하여 가족, 씨족, 부족, 국가 등 사회·정치 조직과 노동의 사회적 분업구조를 형성하고 ‘문화’와 ‘문명’을 구축하기 위해, 내면성을 갖지 못하는 비인간 존재를 포함하는 ‘자연’을 개발하고 개척하는 것이 인간의 존재 이유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는 인류학적 또는 역사적 사례 연구에서 인용되는 의례나 희생제물에 근거해, 생태 부채의 개념이 낯선 것이 아니라고 서술한다. 생태 부채 개념이 일부 토테미즘 사회와 애니미즘 사회에서 발견됨을 보임으로써, 인간이 환경에 대한 의존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고 이를 통해 환경과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자 노력해 왔음을 보였다. 인간이 자신의 삶의 주변에서 발견하는 환경을 주체로 인식해, 환경이 삶에 필요불가결한 것들을 인간에게 증여하고 인간은 환경의 증여를 받아들이고 대항 증여를 통해 되돌려줘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환경을 ‘자산’으로 간주하고 이용 대가를 정립하려고 하기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다.

 

생태 부채 개념을 통해,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는 지구를 초월적 존재로 받들기보다는 산업화된 국가와 저개발 및 개발도상국 그리고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에 환경적 그리고 사회적 종속 관계를 구성한다. 생태 부채와 그에 따른 채무이행은, 선진국과 현재 세대가 개발도상국과 미래 세대에 대한 연대라는 윤리적 관점에서, 생태발자국을 축소하면서 인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내포한다. 이어서, 저자들은 산업화된 국가와 현재 세대가 생태 부채를 인정하고, 청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상환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저자들에게 생태 부채 개념은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의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마치 이차대전 이후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수출에서 발생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브레튼우드 및 포스트 브레튼우드 국제금융 질서의 기반으로 작용한 것처럼, 산업화를 이미 이룬 국가나 현재 세대가 상환해야 하는 생태 부채를 국제 통화금융제도의 기반으로 삼아 전지구적으로 사회경제의 탄소 의존도를 축소하는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화폐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미국의 헤게모니와 달러의 지배에 기반한 브레튼우드 및 포스트 브레튼우드 국제 금융 질서와는 달리,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는 달러 지배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대신, 생태 부채에 기반한 국제 금융질서는 참여 국가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성립돼야 한다고 한다. 즉,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는 자국 내에서 생태 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전략인 생태 계획 planification écologique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국가들의 자발적인 관계와 국가 간 관계에, 생태 부채에 기반한 화폐화라는 공통의 기준을 부과함으로써 실체를 부여해 효율성을 담보하는 국제기구로 구성된다. 생태 부채가 포함하고 있는 미래 세대와 저개발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기반으로, 이 국제금융 질서에 속하는, 국가적 차원이든, 지역 차원이든, 혹은 세계적 차원이든, 모든 기관은 스스로 협력해야 하며, 바로 이러한 협력을 통해 이전의 성장 체제가 야기한 모든 생태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구조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의 주장이다.

 

생태 부채에 기반한 화폐의 개념에는 누가 원리금을 상환하고 어떤 결제수단을 사용하는가 등의 정치적 또는 국제정치적 문제가 내재해 있다. 그리고 채무자와 결제 수단이 확정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국내 혹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생태 부채 상환의 실효성을 담보할 사회·정치·금융 기관의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생태 부채의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환원할 수 있다. 또한, 생태 부채의 신화는 결제 시스템 구축이라는 제도화에 내재해 있는, 환경 위기를 초래한 세력과 환경 위기의 피해자 위치에 처한 세력 간의 갈등을 해결할 능력을 갖춘 행위자의 정당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상기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으로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는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 구축을 제안한다. 즉, 산업화된 국가들이 생태 부채에 내포된 윤리적 태도를 통해, 저개발 및 개발도상국 그리고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탄소 발자국을 저감하고 저탄소 내지 탈탄소 사회‧경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태 계획 formes émergentes de la planification écologique’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국제 금융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생태 계획은 유럽연합이나 한국 등에서 수립한 그린 뉴딜 Green New Deal등에서 기본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린 뉴딜에는 지구적 차원에서 저탄소 경제 및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금융 질서에 대한 고려가 결여돼 있다. 저자들에 의하면, 저탄소 혹은 탈탄소 사회‧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하려면, 저탄소 혹은 탈탄소 사회·경제로의 전환에 부합하는 통화질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전지구적 차원에서 생태 부채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는 참여 국가들의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실효성을 부과할 수 있는 국제기구로 이뤄져야 한다고 두 저자는 제안한다.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2024))는 생태 부채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가 저탄소 사회·경제로의 전환에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을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화폐금융질서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의 구조주의적 특성으로 인해, 제안이 충분히 명확하지 못하다. 즉, 총체성으로서 사회를 상징하는 그리고 발행과 유통에 관여하는 많은 제도로 구성된 화폐를 누가, 어떤 권력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6. 결론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신화에서 생태 부채 신화로 전환을 통해서, 아글리에타와 에스파뉴는 환경 위기에 맞서기 위해 전능한 시장 대신 화폐·금융질서와 함께 정치적 층위의 분명한 개입을 주장한다. 정치적 층위를 배제한 시장 대신 정치적 층위를 중심으로 조직된 화폐·금융질서가 수요·공급의 법칙을 대신한다. 정치적 층위가 국내에서는 새로운 생태 계획와 그에 부합하도록 국내 통화금융질서를 개선하고 전지구적 차원에서는 국가간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참여를 통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글리에타 & 에스파뉴에 의하면, 생태 부채의 신화는 경제학의 사고 범위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상호의존적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요구한다. 인간이 자연을 대상으로서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개발하는 것을 전제하는 주류 경제학과는 달리,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 대한 상호의존성에 대한 고려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 부채 신화를 기반으로 삼은 경제학은 기존의 생산 및 소비 양식 그리고 경제 및 정치 제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요 투입요소로서 화석 연료나 천연 광물에 의존하는 재화의 생산과 소비는 화폐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걸려져야 한다.

 

두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반성은 다시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상호관계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인간 및 비인간 존재의 상호의존적 관계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새로운 생태 정치학으로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생태 정치학은 자연을 ‘타자’로서 바라보는 인간이라는 단일한 관점 대신 다양한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간 존재와 그 환경 속에서 인간 존재와 다양한 관계를 맺는 다양한 비인간 존재의 관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데스콜라의 분류에 의하면, 애니미즘적 존재론이 인간 및 비인간 존재의 다양한 관점을 포함한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정치적 층위의 분명한 개입을 명시함으로써 주류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화폐에 대한 이해를 주장한다.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화폐를 제도 즉 그 복잡성이 단일 분과 학문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사회적 관계라고 규정한다. 화폐를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정신분석학 등 여타 인문 및 사회과학의 고유한 개념적 성취를 수용해서 자신의 화폐에 대한 이론을 구축해 왔다. 이 과정에서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인간 집단 또는 사회가 성립 과정에서 초월적 존재와 맺는 수직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부채의 개념을 통해 화폐를 이해했으며 이를 통해 화폐와 금융이 근대 사회뿐만 아니라 인류의 초기 사회에서도 총체성으로서의 사회 구성과 영속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은 부채에 기반한 화폐 개념의 보편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까이에 Alain Caillé[8]는 시원적 부채에 기반한 전근대 사회의 화폐와 근대 화폐경제의 화폐가 동등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하는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에 동의하지 않으며 부채에 기반한 화폐 개념의 보편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 중에서도, 특히 Jean-Marie Thiveaud[9]의, 초월적 존재와 인간 간의 수직적 관계를 기반으로 인간의 상호호혜적 수평적 관계가 발전했다는 주장에 반대하면서, 까이에는 레비-스트로스를 인용하며 근친상간의 금지가 족외혼을 강제함에 따라 여성의 교환을 포함하는, ‘주고’, ‘받고’, ‘되돌려 주는’ 의무를 포함하는 증여와 대항 증여의 관계가 최초의 사회적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인간과 인간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에 초월적 존재와의 수직적 관계가 우선인지 아니면 인간 간 혹은 공동체 간 수평적 관계가 우선인지에 대한 인류학적 논쟁에 관여할 의도를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화폐에 대한 프랑스 제도주의적 접근을 화폐가 존재하는 사회에 대한 구조주의적 분석을 통해 초월적 존재와 인간의 수직적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서 기원하는 삶의 부채 또는 시원적 부채와 부채로부터 유래하는 금융과 화폐 개념을 도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인간 간의 수평적 관계가 우선이라는 까이에의 비판은 우회할 수 있다.

 

이로부터, 저탄소 혹은 탈탄소 사회‧경제로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생태 부채 개념에 기반한 화폐의 발행과 유통 그리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제도화가 전지구적으로 형성돼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1] Michel Aglietta et Etienne Espagne (2024) Pour une écologie politique : au-delà du capitalocène, Paris, Odile Jacob, coll. « Économie »

[2] 참조: Cahen-Fourot, L. (2025). Michel Aglietta, Étienne Espagne, Pour une écologie politique: au-delà du capitalocène, Paris, Odile Jacob, 2024, 461 pages. Developpement Durable & Territoires, 16(1), Article 25289

[3] 참조: https://www.philo5.com/Les%20philosophes%20Textes/LeviStrauss_StructureCulturelle.htm

[4] Ostrom, Elinor(1990),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 p. 3, Cambridge University Press

[5] 참조: Aglietta, Michel & Jean Cartelier(1998), “Ordre monétaire des économie de marché”, p.129∼ 157, La Monnaie Souveraine, Aglietta, Michel & André Orléan, Edition Odile Jacob.

[6] 구체적으로 Charles Malamoud, “Le paiement des actes rituels dans l’Inde védique”, pp. 35∼52, Jean-Marie Thiveaud, “Fait financier et instrument monétaire entre souveraineté et légitimité. L’institutionfinancière des sociétés archaïques”, pp. 85∼126. 참조

[7] 참조. 레비-스트로스의 제자인 데스콜라(Phippe Descola)가 2019년 콜레쥐 드 프랑스(collége de France)에서 한 강의 ‘비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Qu'est-ce que comparer ?)’의 강의자료: https://www.college-de-france.fr/fr/agenda/cours/qu-est-ce-que-comparer 그리고 https://www.philo5.com/Les%20philosophes%20Textes/LeviStrauss_StructureCulturelle.htm

[8] Alain Caillé, « Quelle dette de vie ? », L’Homme, 162 | 2002, 243-254

[9] Jean-Marie Thiveaud(1998), “Fait financier et instrument monétaire entre souveraineté et légitimité. L’institutionfinancière des sociétés archaïq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