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자
리디야 세이풀리나
번역: 장은재

2월의 하늘에서는 눈도 비도 아닌, 축축하고 불쾌한 것이 내내 떨어지고 있었다. 와이퍼는 자동차의 앞유리를 제대로 닦아내지 못했다. 보도를 따라 침울한 표정의 사람들이 걸어다녔다. 그들은 마치 젖어버린 집 안의 새, 날지 못하는 새와 닮아 있었다. 운전 중인 바실리 세묜코프의 옷깃을 타고 물기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바샤[1]는 스물한 살의 청년으로, 아주 건강했고, 그의 세계 주변을 둘러싼 그 모든 희망으로 가득찬 것보다 자신을 더 희망찬 존재로 여겼다. 따라서 이런 불쾌한 날씨에도 그는 기분이 좋았다. 운전을 하며 그는 마음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 로망스는 논나가 자주 부르는 것이다. 이 노래는 구닥다리고 멍청하게 느껴진다. 그 밖에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이를테면 이런 가사 말이다. “나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어. 조금씩 다가가며 너의 입술에 입 맞추는 거야.” 어째서 조금씩 다가가야 하는가? 어이, 멍청한 아줌마, 경적 소리를 좀 들어요! 차가 멀리 있을 때에는 바보처럼 멍하니 서 있더니, 지금은 차에 돌진하려 하다니. 이런 겁 많고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정말로, 어째서 “조금씩 다가가며”가 있어야 하는가? 그는 논나에게 아주 강하게, 강하게 입맞춘다. 소중한 여자, 사랑스러운 여자. 오늘 그들은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는 중요한 대화를 할 것이다! 때가 되었다. 이렇게 사랑한다면 결혼해야 한다. 양심적으로 고백하자면, 그들이 7년제 학교를 막 마쳤을 무렵 바샤는 그녀를 꽤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 후에는 자존심을 부리며 피해다녔다. 왜 그랬을까? 다른 많은 동지들처럼 그는 이 여자가 거만하다고 생각했다. 그건 실수였다. 남을 조금 깔보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는 분명히 어떤 우스운 지점도, 어리석은 지점도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름인 “뉴라” 대신 “논나”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데에도 말이다. 그녀는 좋은 여자다. 사랑스러운,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다. 그녀는 그의 소중한 아내가 될 것이다. 오늘 아침 바샤는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지난 해 그녀는 콜호스[2]에서 교육을 받고 문맹에서 벗어났다. 비록 실수가 많지만, 이제 그녀는 평소 말하는 것처럼 격언을 섞어 활발히 글을 쓴다. 오늘 그녀는 시 구절로 편지를 시작했다. “너, 편지야, 날아라, 날아라. 높이 날아올라 그 누구의 손에도 닿지 말고 내 마음 속 소중한 사람, 내 하나뿐인 아들 바신카[3], 결혼 안 한 총각 바신카에게만 닿아라.” 어머니는 아들의 결혼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교육받지 않았음에도 똑똑하다. 논나를 제대로 평가할 줄 안다. 자신의 아들이 그녀와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 그는 행복해질 것이다! 지금 그들의 관계가 “구름 낀 날” 같다는 것쯤이야 별 것 아니다. 그는 논나를 사랑한다. 그들은 실습 중에 가까워졌다. 세묘노프는 수도의 대형 신문사에서 일했다. 이 신문사 산하에 파일럿 학교가 만들어졌다. 교육은 생산으로부터 분리되지 않고 이뤄졌다. 실습을 위해 사관생도들은 휴가를 반납했다. 그곳, 그 캠프에서 그는 논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바샤는 떠올렸다. 이 기적 같은 여름의 꽃향기를, 7월의 어느 깜깜한 밤을. 그리고 청년의 심장은 날카로운 행복의 감각으로 인해 마치 불행 속에 있을 때와 같이 애타며 죄어들었다. 그는 하마터면 차를 세워야 할 현관을 지나칠 뻔했다.
교대 시간에 바샤는 보로파예프를 만났다. 그 역시 파일럿 학교에서 공부했다. 보로파예프는 바샤에게 그들 모두를 가르쳤던 비행 교관의 슬픈 운명에 대해 알렸다. 그 사람은 지금 품행이 나쁜 아내 때문에 술독에 빠져 사람 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거 알아, 세묜코프? 사람들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걸 보는 건 참 안타까워! 여자 때문에 무너지다니. 이것보다 더한 일이 어디 있겠어!”
바샤는 젊고 단호한 입술을 깔보듯이 샐쭉거렸다.
“여자가 무슨 상관이야! 본인이 나약했던 거고, 불행한 사랑을 탓하는 거지.”
보로파예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능청스레 히죽거렸다.
“어이, 너무 자만하지 말라구! 너에 관해서는 아직 말할 게 없으니 다행이지. 그래도 조언하자면, 네 예쁜이를 잘 지켜봐. 내가 영화관에서 그녀가 그놈의 잭이랑 같이 있는 걸 봤으니까… 쯧쯧…”
“그 따위 농담은 하지마!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니! 우리 사이의 우정만 아니었어도 나는 널 때려눕혔을 거야. 헛소문이나 퍼뜨리다니! 싸우기 전에 얼른 가.”
“잠깐만, 화내지 마!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사과할게.”
세묜코프는 화가 난 채 손을 흔들고 출구로 향했다. 창고의 문 앞에서 그는 논나와 부딪힐 뻔했다. 예상치 못한 만남에 그는 당황하기까지 했다.
“너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무슨 일이야?”
날이 좋지 않던 낮은 이미 침울한 저녁으로 넘어갔다. 가로등에 불이 켜졌다. 그 빛들도 가물거리고 음울해 보였다.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이 무척 피로하고, 늙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안개 낀 공기와 이 미약한 불들 때문일 것이다.
“나는 널 만나려고 나왔어. 약속했던 11시에는 어려울 것 같아… 지금 얘기하자.”
“우리 둘 다 저녁 수업이 있잖아…”
“한 번 빠져, 이 우등생 콤소몰레츠[4]야! 나는 지금 해야 돼. 지금 말하고 싶어. 네가 원하지 않는 건 네 사정이야!”
그녀는 빽빽한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홱 돌아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세묜코프는 쫓아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것 봐,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네 변덕 때문에 우리는 캠프에서도 헤어질 뻔했잖아…”
“헤어질 '뻔'… 너 돈 있어?”
“왜 그래… 너 얼마가 필요한데?”
“내가 필요한 게 아니고, 우리 둘이 필요할 거야. 아마도 넌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거고, 나도 배가 고파. 어디 스딸로바야[5]나 카페에 좀 가자. 아니다, 바샤, 먹을 걸 사서 거리로 나가자. 거기서 먹으면서 얘기하자.”
“무슨 일이야, 자기야! 날씨가 우울해서 그런가. 뭐, 괜찮아. 알았어. 너 오늘 정신이 없어!”
거리는 쌀쌀했고 불쾌했다. 그들은 젖은 벤치에 바싹 붙어 앉았다. 사랑스러운 어깨가 가까이 붙어있는 덕에 바샤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논나를 즐겁게 하려고 했고, 그녀를 단단히 안은 채 농담을 시도했다. 여자는 침울하게, 그러나 서둘러 음식을 먹었고, 이상한 적개심을 가진 채 드문드문 그에게 답했다. 다 먹고 난 뒤, 자그마한 손으로 몇 번 잽싸게 손을 놀려 자신과 바샤의 외투에 떨어진 빵조각들을 털어내고나서 그녀는 좀 더 멀리 떨어져 앉았다.
“너 왜 그래? 가까이 와! 더 따뜻할 거야. 그리고…”
“'그리고'는 없어. 나는 너를 떠나려고 왔어… 그러니까 헤어진다는 거지.”
바샤는 처음에는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얼굴에서 완전히 낯선, 아주 악한 시선을 발견한 후에는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가 차올랐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런데 이따위 농담은… 바라지 않아. 네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만나자.”
“걱정하지 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상이야. 어쨌거나 비정상이었긴 했지.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던 적이 있으니까. 너를 심지어… 너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너에게 흥미 자체가 없어. 알겠어?”
세묜코프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팔을 떨어뜨렸다. 그는 웃음을 터뜨려야 할지, 침을 뱉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소리를 질러야 할지, 그녀에게 욕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그냥 떠나버리는 것일 테다. 그러나 그 순간 논나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 눈에 담긴 시선은 순수하게 슬픈 것이라고 믿을 법했다. 바샤가 천천히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논나, 캠프에서 있었던 일 기억나? 언젠가 한번 네가 이랬던 적이 있어… 아니, 이렇게 못되지는 않았어! 나에게서 멀어지려 했던가… 한 세 걸음 정도 멀어졌다고 하자. 그때 나는 너에게서 여섯 걸음 멀어지려 했잖아. 그게 나에게 쉬운 일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나 혼자만의 문제겠지만. 그리고 네가 스스로 다시 나에게 매달렸잖아! 나는 당연히 기뻤지. 나는 널 사랑해.”
“네가 날 사랑한다고? 그게 나에게 무슨 상관이지?”
“첫째로, 너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을 주었어. 그런 사랑은 나와 같은 것이라고 했어. 그건 쉽사리 할 만한 농담이 아니야. 우리의 사랑이 이러한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보통 남자들처럼 너를 가지지 않았어. 그럴 만한 기회가 있었지만 말이야. 나는 너와 하룻밤만 보내고 싶은 게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너는 도망가네. 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은 필요 없어. 누구에게서도 그런 건 원하지 않아. 특히 너에게서는 말이야. 너는 내 소중한 여자야. 나는 너를 지켜줬어. 물론 그럼으로써 스스로도 지켰지… 사람들이 네가 속물이라고 말할 때 말이야. 네가 우리한테는 오만하게 굴면서, 윗사람들한테는 여자들 마냥 아양을 떨고 비위를 맞춘다고. 쉽게 말해 들이댄다고. 나는 그런 말들을 믿지 않았고, 지금도 믿지 않아. 나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그런 말들에 굴복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를 슬픔으로 몰아넣진 말아줘. 오늘 너는 날 힘들게 해… 나는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닌걸…”
논나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른 땅에 발을 구르며,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순 없어!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됐네… 고자질쟁이. 그렇게 말할 순 없어! 첫째로, 나는 여자야. 둘째로, 너는 나보다 두 살 어리고, 나를 가르칠 수 없어!”
“너는 우리가 입맞추고 껴안던 그 해들을 기억하지 못한 거야…”
논나가 탄식을 내뱉더니, 쓸쓸히 벤치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나를 비난해봐! 내가 널 유혹했다고 말해봐.”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거야. 나는 바보도 백치도 아니고, 직접 너에게 반한 거야. 그리고 만약 우리의 사랑이 아직 순수하다면, 나는 너를 소중하게 여길 거야. 네가 나와 같은 마음이란 걸 알게 되지 못했더라면, 나는 너에 대한 내 사랑을 숨겼을 거야.”
여자는 자세를 고치더니 고개를 벤치에 기댔다.
“어떻게 알게 되었다는 거야? 내 말을 듣고 판단한 거야? 내가 너에게 입맞췄던 것 때문에? 나는 너를 속이고, 너를 조롱한 건데?”
청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이야. 속물적인 여자들은 뭔가를 얻어내려고 그런 걸 하지. 너는 나에게 얻어낼 만한 게 없어. 너는 심지어 나보다 돈도 잘 벌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너는 속물이 아니잖아.”
“휴… 내가 어떻게 속물이 아니야? 윗사람들 비위를 맞추는데… 꼭 마치 여자들처럼.”
바샤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고 지금도 믿지 않는다고.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겠어! 나는 역겨운 여편네 한 명을 알고 있어. 그 여자는 자식이 둘인데, 아버지가 누군지는 몰라. 그 여자는 그걸 즐기면서 자기가 스스로 암시하면서 다녀.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리도록. 자기 자식들이 어떤 “고위층” 동지의 자식이라고 사람들이 수군대도록 하는 거야. 네가 정말 그런… 쓰레기들과 닮았다고…?”
“그래서 그게 뭐?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질투하는 거겠지. 그렇지만 만약 내가 너랑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다면, 누가 나를 질투하겠어?”
바샤가 슬픈 듯 혀를 차며 가볍게 논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휴, 너 정말… 어떤 훌륭한 여자가 널 질투할 거야. 아마 한 명이 아니겠지. 무엇보다 왜 너에게 보통 사람들의 질투가 필요한 거야?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말하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은 채 남아있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유명해지려고! 어떻게든 사람들이 나를 가리키고, 군중 속에서 나를 알아내도록 만들려고! 너는 유명하지 않은 채로 있고 싶어? 명예를 원하지 않아? 사람들은 모두 명예를 얻으려고 해!”
세묜코프는 분노한 채 벤치에 주먹을 내리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제 더이상 이해가 안돼! 너는 멍청하거나 아주 똑똑한 걸 거야. 명예라니, 할 말이 없네… 퉤, 심한 말을 할 뻔 했어!”
청년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자제한 채 말을 했다. 두 번 정도 목소리가 떨렸을 뿐이다.
“너, 잘 들어. 나는 젊어. 내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아.”
그는 가로수길을 빠르게 걸어갔다. 길은 젖어있었고, 차갑고 더러웠다. 그러나 출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는 갑자기 되돌아왔다. 논나는 추위에 움츠러든 채 아름답고 젊은 얼굴을 푹 숙이고 앉아있었다. 바샤는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만약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너에게 진짜 명예가 뭔지 말해줄게. 나는 얼마 전 레프 톨스토이를 오랫동안 읽었어. 한 부상당한 장교가 있었는데… 공작이고, 있어야 할 건 다 있어. 이 공작 장교는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죽음 앞에서 그토록 얻으려 했던 명예에 대해서 생각하는 거지. 그는 이렇게 생각해. 명예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할 때 얻어지는 것이라고. 가까운 사람은 물론이고 온갖 사람들, 모르는 사람, 나를 싫어하는 사람까지도 나를 사랑할 때. 나도 그런 명예를 원하지만, 조건이 있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사랑에는 난 반대야. 그런 사랑은 날 더럽힐 거고, 그런 것 따위에 나는 물들고 싶지 않아. 명예롭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명예로워지고 싶지 않아.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서 명예를, 그리고 사랑을 원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에 명예로운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거야. 그리고 그들이 역시 동등하게 명예로운 나를 알아봐주기를. 이게 바로 내가 자주, 아주 뜨겁게 꿈꾸는 거야!”
논나가 아이처럼 애처롭게 거센 숨을 들이쉬며 흐느꼈다.
“네가 꿈꾸는 동안… 한 해 한 해가 지나갈 거야. 그래서 나는 널 떠나는 거야. 내가 바로 명예를 얻을만한 사람 아냐? 사람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해서 내가 하지 않은 게 뭐가 있어. 낙하산 점프에서 기록도 세우지 않았어? 지금은 파일럿 학교를 다니는데, 여기서는 심지어 너마저 나를 잊고 있어. 아냐,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만약 너라도 눈에 띄었다면 내가 이렇게 수치스럽진 않았을 텐데…”
“오, 논나! 네가 이렇게 어리석어도 나는 어쨌든 너를…”
논나가 그에게로 몸을 던져 목을 끌어 안고, 벤치가 있는 뒤편으로 끌어당겼다. 바샤가 다치지 않게 벤치를 붙잡았다. 그들은 벤치에 앉았다. 그의 목에 격한 숨을 들이쉬던 여자는 흥분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내가 널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눈을 감을 때마다 작업복을 입은 네 모습이 보여. 너는 그게 엄청 잘 어울리거든! 그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 가슴 속에 있는 심장이 뛰어. 마치 지금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너는 내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나에게 이런 사람은 늙어서도, 무덤에 가서도 절대, 절대 없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나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너와 있을 수만 있다면 굶어도 좋고, 빵이 없어도 괜찮아! 단지 너랑 살 수만 있다면. 나에게 해진 원피스 한 벌만 있다고 하더라도, 닳아빠진 부츠만 있다고 해도 좋아. 거기서 발가락이 삐져나온다 하더라도 말이야! 우리가 묵을 곳이 없어서, 비나 눈이 내리는 밤에 어딘가 무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해도… 네가 나를 안아주기만 한다면! 너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바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논나, 내 사랑스러운 논나치카. 아, 너는 내 사랑이야!..”
그가 그녀에게 길게 입맞췄다. 그들의 입맞춤은 거의 끊김이 없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모자가 눈이 녹아 지저분해진 자리 위로 떨어졌다. 논나는 간신히 숨을 끊어 쉬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팔이 몸을 따라 힘없이 떨어졌다. 바샤가 그녀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고 마치 치통을 앓는 사람처럼 흔들어댔다. 논나가 숨을 두 번 깊이 들이쉬고, 하마터면 그에게 기댈 뻔하며 일어났다. 그녀는 서둘러, 마치 고백하듯 말 끝을 흐리며 말했다.
“그치만 바샤, 너와 함께하는 이 소박한 생활 속에서 나의 젊음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를 괴롭히는 게 자존심인지, 다른 무엇인지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그러면 어떻게 하지?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사람들은 내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했어. 사람들은 나를 가리키곤 했고, 나를 향해 시선들이 향했어. 그리고 당연히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쳐다보곤 해. 그렇지만 이제 내 아름다움은 예전만큼 힘을 가진 무언가가 아냐.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게 되지만, 헤어지는 순간 잊어. 그리고 여자들에겐 다른 힘이 생기게 되지. 아, 사람들이 그걸 얼마나 높이 치는지! 뭐, 물론, 이 힘은 내가 가진 아름다움보다 높은 무언가야. 이제는 아주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노력, 재능, 뛰어난 낙하산 점프, 학업적 성취로 명성을 얻고 있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모든 걸로 말이야! 이 여자들은 왕눈이거나 다리가 굽었거나, 심지어 늙은 경우도 있어. 어쨌거나 사람들은 그들을 높이 평가하고, 그들을 가리키고, 그들에 대해서 속삭여대. 미인들도 그들을 질투해. 그런데 나는 시들어 버리는 순간, 사람들은 날 쳐주지 않을 거야. 나는 그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아! 나는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어떤 사람이 있는데, 나를 영화배우로 만들어줄 수 있도록 후원해주겠대. 나는 그 사람이랑 내일 혼인신고하러 가. 바샤, 나를 용서해줘!”
세묜코프는 그를 향해 뻗은 그녀의 팔을 힘껏 뿌리치고 주먹을 들었다. 그녀를 때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다 대고 쉰 목소리로 소리만 질렀을 뿐이다.
“더러운 것!”
청년은 어떻게 가로수길을 떠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몇 시간동안 이어지는 고통에 바샤는 이 고통이 얼마나 더 오래갈 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는 하필 그녀, 이렇게나 속물적인 낯선 여자를 만나야 했던 걸까? 대체 어쩌다 이런 여자를 택한 걸까! 그의 자랑스러운 순수한 젊은 시절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랑스러운 또래 여자들 사이에서!
아침이 되어서야 그는 그에게 일어난 일을 침착하게 숙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 길진 않았다. 밤에 논나가 남쪽 어딘가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비통함이 그를 덮쳤다. 아마도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 그녀의 주머니 속에는 이미 기차표가 있었을 수도 있다. 분노, 불면, 모욕적 회한으로 가득찬 몇 주 동안 바샤는 살이 빠지고 얼굴이 노래졌다. 마치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운 병을 앓은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몸도 마음도 건강했고, 고독을 좋아하지 않았다. 첫 도덕적 모욕의 쓴맛을 겪고 난 뒤, 그는 원래의 환경 속에서 이전의 명랑하고 강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참고문헌
Сейфуллина Л.Н. “Чужая”. Повести, рассказы, статьи. (ред.) Е.С. Шарина, Новосибирское книжное издательство, 1957, С. 14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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