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물류센터 노동조합이 설립되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부천신선센터 집단감염사고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사고를 계기로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조건,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노동·시민단체는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를 구성해 코로나 집단감염에 따른 산재인정을 비롯해 피해자 인권침해 및 노동조건 실태조사에 나섰고, 사회적으로 물류센터 노동조건과 감염상황에 대처하는 반인권적인 쿠팡측의 행태를 고발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된 것이다.
일용직과 단기 계약직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하는 것 자체가 '미션'이자 '미라클'이다.
최근 지난 1년간 조합원에게 지속적으로 쿠팡의 현실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했던 인천물류센터 노동조합 간부 2명이 '계약해지'되었다.
재계약이 안된 근거나 기준은 애초에 없었고, 노동자에게 알려지지도 않았다.
단체협약은 1년이 넘도록 체결되지 않은 채, 사측 변호사들을 내세워 노사협상 자리를 아예 무력화하고 진을 빼오던 터였다.
쿠팡 노동조합과 쿠팡 대책위(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쿠팡 본사 로비를 점거한채 사측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6월 24일 부터 시작된 쿠팡노조와 쿠팡대책위의 본관 로비 점거 농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농성장 하루 일정>
오전 07:20 출근선전전
11:30 중식 선전전
17:30 퇴근 선전전
19:00 저녁 집회
* 코로나19 집단감염사고부터 쿠팡의 노동조건까지 알 수 있는 주요 자료집, 기고글, 토론문, 연구 보고서를 아카이빙합니다. 반드시 들어갔으면 하지만, 빠져있는 글이나 자료가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최신순]
7. [보고서] 생활물류센터 종사자 노동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2021.12.20)
6. [토론회]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환경 및 건강수준 평가 국회 토론회(2021.9.30.)
"물류센터의 중층적인 계약 형태와 배송 노동의 레벨 제도와 같은 장치들은 '로켓배송'을 전면에 내세운 쿠팡의 혁신 성장의 본질이 결국 저임금 노동의 과로 노동이라는 낡은 비밀에 근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쿠팡의 '혁신'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전자감시 시스템과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불안과 모욕감을 경쟁의 땔감으로 사용하는 경쟁 시스템 결합의 결과로 등장했다."
1년 전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노동자는 자신이 곧 재계약에서 탈락할 거라고 말했다. 오는 8일이면 쿠팡물류센터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지 1년이다.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물류센터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기대와 달리 조합원들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쿠팡 노동현실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길 꺼려하는지. 쿠팡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드러난 쿠팡의 노동조건은 오랫동안 노동 분야를 취재해온 기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97%가 넘는 일용직·계약직, 3개월, 9개월, 1년 단위로 단기계약을 반복하는 ‘쪼개기 계약’을 통한 고용불안, 극단적인 노동강도로 인한 과로사, 휴대폰조차 반입되지 않는 전례없는 작업장 통제, 선풍기 몇 대로 여름을 나고, 핫팩으로 겨울을 나는 작업환경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였는데, 노동조합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이렇게나 적을 수가.
일각의 주장대로 쿠팡노동자들이 단기 일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2021년 9월 김형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수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계약직과 일용직들의 70%는 ‘부업’이나 ‘투잡’이 아니라 오직 쿠팡에서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려 77%의 노동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쿠팡에서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러니까 일용직과 3개월, 9개월, 1년 단위의 고용구조는 실제 쿠팡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실의 정반대로 설계되어 있다. 엄청난 노동강도와 인격적 무시, 그리고 야간노동으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지표는 최악으로 나왔음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희망하는 77%의 숫자 사이에, ‘쪼개기 계약’이 있다. 상시 노동을 분할하여 노동이 쪼개어 질 때, 노동3권은 무력화된다. 노조를 하게 되면 재계약에서 탈락할 거라고 체념했던 노조 창립 멤버는 올봄이 오기 전에 재계약에서 탈락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현장에 냉난방 장치를 설치해달라고 회사 입구에서 피케팅을 했던 노조 간부 2명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단기 일자리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아니다. 상시적인 일임에도 몇 개월 단위로 재계약의 허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문을 쉽사리 두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조건이 열악할수록 노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노동이 쪼개져 있는 곳에 노동조합은 매우 드물고 귀하다. 쪼개기 계약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노동자들이 노동강도와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모으기 어렵다. 노조 활동으로 재계약에서 탈락한 노동자들이 쿠팡에 맞선 공포의 ‘본보기’가 될 때, 노동자들의 재계약 불안이 더 심화될 때, ‘노동조합 해봤자 안 된다’는 무기력이 팽배해질 때, 쿠팡은 비로소 노동3권이 사라진 장소가 될 것이다. 이는 개별기업에서 일어난, 노사자율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선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탈법과 편법을 규제하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역할이다. 노동부는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쿠팡과 같은 극단적인 쪼개기 노동이 더욱 확산되고야 말았다."(경향칼럼, "노동이 쪼개기면 일어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