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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물류센터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이대로 둘 수 없다_쿠팡 물류센터 사례를 중심으로"(2022.11.2)

 

발제1. 쿠팡 부천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사업주의 작업중지의무 위반(정병민 변호사)

발제2.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서 본 물류센터 산안법 위반 실태(오민애 변호사)

발제3. 산안법 위반, 왜 현장에서 바꾸기 어려운가?(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처한 위험은 복합적이다. 우선 상시적인 사고위험에 노출된다. 물류센터는 풀필먼트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대형화, 복잡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계장치와 대형 상품더미들을 지게차와 카트 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가중된다. 손목, 발목, 허리 등 작업자세와 중랑물을 취급하는 작업특성은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서 한국사회의 전 국토는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시의 외곽에 각 기업의 물류센터들의 촘촘한 망으로 뒤덮이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르게 물류의 이동과 배송이 노동자들의 신체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노동의 속도는 야간에도 연장되므로 심혈관계질환과 과로의 위험을 높인다. 물류의 밤과 새벽노동은 신체의 리듬을 파괴하며 한밤 중의 심박수를 한낮의 심박수 만큼이나 올린다. 수면장애, 식이장애, 생체리듬파괴, 대사증후군 위험 증가, 암 발생 등의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지만, 젊고 건강한 신체만이 물류센터의 노동을 버텨낼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물류센터 노동자로서 존재하는 동안은 질병의 위험이 숨겨진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평균치보다 더 높은 우울감을 나타내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형태, 작업장에서의 인권 침해와 일터괴롭힘, 수면부족 등의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동강도가 높을수록 우울감과 자살관련 지표가 높게 나왔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위험은 물류산업 팽창을 위한 뗄감으로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원인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몰위험 상태를 만든다. 

노동자 위험은 기계장치나 화학성분과 같은 물리적인 것이 있지 않다. 위험은 사고나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기 때문에 관념적이며, 인과율과 경험적 축적에 따른 추론에 입각해 위험의 실체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위험은 매우 민감하게 인식할 뿐만 아니라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위험에 대한 과잉인식이다. 반면 어떤 위험은 마치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위험에 대한 무관심을 갖게 한다. 이처럼 가능성으로서의 위험은 위험에 대한 과잉과 과소인식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어떻게 자신을 둘러싼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가.

특정 위험에 대해 ‘위험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은 우선 집단적인 인식이어야 한다. 이는 ‘작업장’이라는 조건 때문이다. 위험에 대한 개별적인 감수성과 인지능력은 다양하다. 그러나 작업장 ‘안에서’ 위험을 위험하다고 감지하기 위해서는 위험에 대한 공통감각(common sense)이 형성되어야 한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상품을 쌓은 카트가 나에게 돌진해오는 속도에 나만 놀란다면, 그 놀람이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험으로 감지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카트에 무관심할까. 위험하다고 인식하지만 그것을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단지 위험에 대한 인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위험하다고 말하기 위해서, 그 위험에 실체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즉 카트가 위험하다고 말해지려면, 곧 ‘안전속도 준수’와 같은 안전표지판, 굳이 내달리지 않아도 되는 작업속도, 안전관리자의 규제 등과 같은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 장치들이 작동되어야 한다. 다시말해 위험이 작업장안에서 말해지고, 이를 들을 수 있기 위해서는 안전이라는 물리적, 제도적 장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안전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위험의 말이 고립되어 개별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또 다른 위험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다른 안전장치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험에 대한 공통감각은 형성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위험에 대해 불감증을 갖고 있거나, 위험을 무시한 결과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하지만, 사회적이고 집단적으로 안전을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없다면 위험은 인식되지 않는다. 

물류센터의 위험은 코로나19라는 사회적인 위험이 작업장 안으로 전이되면서 일시적인 ‘공통감각’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집단감염은 에이스손보 콜센터 노동자들의 집단감염과 함께 작업장의 특성, 작업환경, 노동과정의 특성을 드러내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시하는 위험의 효력은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인식의 약화와 더불어 약화되었다.드러난 위험, 발견된 작업장의 위험이 위험으로 인식되기 위한 장치들이 물류센터 내에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한 상태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주희, "산안법 위반, 왜 노동현장에서 바꾸기 어려운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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