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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1년 1월 26일 열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민간위탁 적절한가' 국회토론회 발표문입니다.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월 1일부로 전면 파업 중에 있으나 건보공단은 정규직 노조의 반대를 방패삼아 어떠한 대화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아래 발표문이 실린 자료집 전체를 함께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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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고용과 통합적 업무의 딜레마 

: 건보공단과 건보고객센터의 이상한 원-하청 구조

 

전주희(서교인문사회연구실)

 

 

1. “나는 공단직원이 아닙니까?” 

 

1) 민간위탁 고객센터 노동자들에게 사번 부여한 건보공단

 

2009년에 입사한 건보고객센터 김** 상담원은 최근까지 4번의 위탁업체가 바뀌었고, 바뀔 때마다 위탁업체에서 부여하는 사번도 바뀌었다. 그러나 입사한 이래 건보고객센터에서 동일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김** 상담원에게 2009년부터 공단사번을 별도로 부여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업무와 근태 및 교육훈련 등의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고객센터 상담원의 사원증이다. 사원증 윗 부분에는 위탁업체의 사번이 아니라 건보공단에서 부여한 사번이 기재되어 있다. 사번은 소속 고객센터와 입사년도 등의 정보를 포함하는 알파벳+숫자 4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가령 서울1 고객센터는 A, 서울2 고객센터는 B 등으로 알파벳을 부여하고 있고, 그 다음 숫자 2자리는 최초 입사연도를 붙이게 된다. 그 다음 숫자 두자리는 입사순으로 부여한다. 

 

상담원들은 공단에서 부여한 사번으로 상담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공단전산망(텔레웹)에 로그인해 상담안내 뿐만 아니라 업무처리를 해오고 있으며, 입사 이후 연차 및 휴가기록, 출퇴근기록(로그인과 로그아웃 시간 기록) 등의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아래 <그림2>를 보면, 휴가(연차)여부, 정상출근 여부, 당일 받은 콜수,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고객센터 노조가 2019년 12월에 결성되기 전까지 공단이 직접 상담원의 직무능력관련 시험을 관장하여 시험감독을 수행하였으며, 현재까지 개별 상담원의 시험내역과 점수내역까지 통합 관리하고 있다. 

공단 사번을 통해 공단이 민간위탁중인 고객센터 상담원들에 대한 정보는 개인 정보를 포함해 근태기록, 업무성과, 교육 내용 등을 망라한다. 

 

○ 공단 사번을 통해 알 수 있는 상담원의 정보. 

- 상담원의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성별. 가족사항, 학력사항. 

 

○ 공단 사번을 통해 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상담원의 근무 기록

- 일별 로그인, 로그아웃 기록

- 인사관리(고객센터 및 팀 변동 이력, 팀 변동일 포함)

- 휴가, 교육 및 정상근무 기록

- 일별 콜실적(통화건수 및 총 통화량)

- 직무관련 시험 내역 및 점수 

 

건보공단은 개별 위탁업체에서 지급하는 임금내역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무능력과 근태관련 정보를 취합, 관리해오고 있다. 

상담원들은 소속된 민간위탁 업체에서 부여한 사번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객센터의 업무를 공단에서 부여한 사번을 통해 매일매일 전산망에 로그인해서 처리하고, 근태현황, 콜 수 등도 다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원들 대부분은 업체 사번을 외우지 못하고 있고, 급여명세서 조회시만 드물게 사용한다. 

 

“우리는 공단사번으로 공단업무를 한다. 그동안 용역 회사는 계속 바뀌었지만 입사 때부터 변하지 않는 것은 공단사번으로 공단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단 전산망에 등록된 나의 사번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나의 업무 기록이 다 나온다. 연차를 언제 썻는지, 언제 무슨 시험을 봤고 점수는 몇 점인지. 콜은 얼마나 받았는지...”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해 전산망에 나의 사번으로 로그인을 하고 업무를 본다. 

공단 전산망의 내 기록은 내가 어느 용역업체 소속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불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기록상으로만 보자면 나는 **년에 건보공단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원청)직원으로 보인다.”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

 

2) 건보공단은 왜 아웃소싱된 노동자들에게 사번을 부여하고 노무관리 하는가?

 

앞서 발표한 바대로 건보공단은 고객센터의 업무에 필요한 장소 및 장비, 시설, 전산시스템 등 일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공단의 사번을 부여해 통합적인 노무관리(인사관리, 개인정보 등록, 목표관리, 교육훈련 등)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아웃소싱된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도급업체가 자체 개발한 전산시스템과 장소 및 시설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특히 원청이 직접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사번을 부여해 이력을 관리하고 직무시험을 관장하고 감독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다. 

건보공단이 아웃소싱된 인력을 아웃소싱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객센터의 업무가 공단의 업무와 일정정도 구분되어 독립적으로 수행되는, 통상적이 콜센터의 안내서비스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타 콜센터의 경우도 안내서비스만으로 업무가 구성되어 있지 않고 안내와 관련 업무의 처리, 타부서로의 이관 등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나 민간 콜센터 업무의 경우 어디까지나 고객과의 1차적인 응대서비스 부분을 전담하는 것을 중심으로 업무가 구성되어 있는 것에 비해 건보고객센터의 경우는 

첫째. 건강보험공단 업무의 특성상 고객정보 조회를 바탕으로한 국민 개별의 보험서비스 업무 처리가 핵심이기 때문에 안내와 관련 업무의 처리를 종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 

둘째. 공단의 지사업무가 수행하는 업무와 대부분의 영역이 겹치고 있을 정도로 콜센터만의 독자적인 업무영역인 안내서비스만으로 구별되지도, 한정되지도 않는다는 점 

셋째. 건보공단의 ‘고객’은 특정상품의 소비자가 아니라 전체 국민이기 때문에 고객센터가 감당해야할 고객의 규모 면에서 민간 콜센터와는 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진다. 즉 단순 안내업무만 수행하고 모든 업무를 원청으로 이관할 경우 원청 업무량의 가중과 비효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넷째. 건보공단이 광범위한 전국민의 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있는 만큼 정보의 보안과 관리, 운영을 공단이 직접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건보공단 정규직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 상담사 역시 어떤 내역을 상담했는지, 그리고 임의로 특정 국민의 정보를 열람하지는 않았는지 여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공단 사번을 부여하고 공단 전상망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며 상담사들의 상담 녹취자료, 전산조회내역 등을 포함해 모든 업무 내용의 이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건보공단은 콜센터 업무가 아닌 것을 콜센터 업무로 아웃소싱했는가? 

 

2. 통합 업무를 수행하는 이상한 원-하청 관계. 

 

1) 공단업무와 고객센터업무는 다른가?

 

아래 <표>는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과 면접 과정에서 자신들의 업무와 공단 업무와의 연계성과 독자성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세부업무별로 세 가지 범주로 구별해달라고 요청한 결과이다. 

노동자들이 정리한 고객센터의 주요 상담업무 중 고객센터 고유의 업무는 붉은 색(밑줄)으로 표시한 ‘진료확인번호 승인 및 취소’, ‘홈페이지 등 관련 상담 업무’, ‘cKMS’, ‘외국어 및 수어 상담’, ‘장기요양기관 청구 원격 상담’에 불과하다. 

그 외의 대다수 업무가 공단처리와 고객센터 처리가 동시에 가능한 업무 즉 고객이 지사에 전화 혹은 방문하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동일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임과 동시에 지사와 상호 연계된 업무로 공단 직원과 직, 간접적인 소통 과정을 거쳐야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라고 볼 수 있다. 

 

* 아래 업무 중 공단 처리와 고객센터 처리가 동시에 가능한 업무 (고객이 지사에 전화하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동일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 - 블록 처리

* 지사와 상호 연계된 업무(고객센터에서 1차 처리 후 지사에 이관해야 하는 업무)- 파란색 표시

* 고객센터만 독자로 처리 완료하는 업무. (표 외에 IT 상담, 채팅상담 포함) - 붉은 색 표시. 

 

물론 업무상의 권한에 따른 역할 분담은 공단(지사) 노동자와 고객센터 노동자간의 차이가 분명이 구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업무 숙련도와 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성 및 정보에 대한 파악능력, 업무판단 능력 등은 공단(지사) 노동자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실제로 동일한 문의 건을 고객센터와 지사에 동시에 문의해봤다. 

 

실제 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이 동일하고 응대시간은 약 5분으로 비슷하나 고객응대에 필요한 사전정보 확인, 쿠션어, 호응어 등의 차이로 인해 고객센터 노동자가 공단(지사) 노동자에 비해 4배 정도 더 많이 말했다. 물론 이는 숙련도의 차이가 있어 일반화할 수 없지만 안내 멘트에 대한 기본 스크립트상 반드시 해야하는 안내와 언급이 있어야 하는 고객센터와 달리 지사 담당자의 경우 보다 여유롭게 업무를 처리했다. 

즉 동일한 문의건에 대해 고객센터와 지사의 처리내용은 동일하나, 고객센터에 있어서는 보다 엄격한 안내 대응 매뉴얼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고객이 지사 담당자 연락처를 요청하는 경우는 상담사가 바로 안내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위의 경우처럼 1차, 2차 방어를 한 뒤에 고객이 계속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서 연락처를 알려주거나, 원칙적으로는 상담사가 고객센터내 고객만족팀에 전달하고, 고객만족팀은 공단의 고객상담부로 이관해서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2) 호전환 업무 사례. 

 

공단과 고객센터 업무가 불리불가능하다는 것은 지사와의 호전환 업무(지사와 상호 연계된 업무로 고객센터에서 1차 처리 후 지사에 이관해야 하는 업무)를 통해 알 수 있다. 

민간 콜센터의 경우 고객에게 안내 후 별도로 처리해야할 업무가 있을 경우, 상담사에게 권한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요청사항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통상 ‘이관 업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공단 콜센터의 경우 지사로 이관하는 업무는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업무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에 대해 판단하고 고객에게 관련 자료 요청 등 업무 처리와 관련된 안내를 동시에 수행하며,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과 근거를 모두 정리하여 관할 지사의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해야 한다. 

 

“고객이 전화해 ‘피부양자 등록하고 싶은데 어떤 서류 필요한가요?’라고 문의했다고 치자. 우리가 하는 일이 안내에 그친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만 안내하고 나머지 처리해야 할 사안들은 지사에 넘기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은 본인확인하고, 고객의 재산정도, 소득정도를 다 파악한 후 그 고객이 피부양자가 해당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해당된다면 증명하는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그 서류는 언제까지 어떻게 내야하는지 등을 다 확인해서 공단(지사)에 넘겨야 한다.”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

 

“1차로 고객센터에서 안내하고 최종 전산 등록은 공단에서 한다. 공단에서 우리가 보낸 이관 내용을 보고 전산등록을 할 수 있도록 이관하더라도, 정확하게 어떤 근거로 어떤 경로를 거쳐 처리해야한다는 내용을 보내야 처리된다. 안 그러면 다시 반려된다. 

가령 내가 소득자료 다 확인했고, 피부양자 이력 확인되었다. 서류가 필요하면 어떤 서류가 필요하다고 안내를 했다는 내용까지 다 근거를 남겨서 이관한다. 그 중에 뭔가 상담사가 잘못 확인해줬다거나 오안내를 했다면, 상담사가 책임지고 다시 고객에게 안내를 해서 다시 처리해야 한다.”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

 

 

콜센터 노동자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듯이 노동자들의 업무를 ‘안내’로 규정하기에는 실질적인 업무 처리 과정의 대부분을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1차적인 판단과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다. 그래서 건보 고객센터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센터’라는 명칭상의 제한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공단업무는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고, 콜센터는 기본 스크립트에 따라 일반적인 안내나 업무 처리를 위한 안내와 전달로 이해해서는 건강보험 고객센터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위의 <그림>처럼 공단(지사)와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업무처리와 관련해 단순히 고객센터에서 공단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단(지사)에서 고객센터 담당자에게 처리 업무와 관련 문의하고, 고객센터 담당자가 공단(지사) 담당자에게 관련 업무와 관련해 상호 확인,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업무가 처리되기도 한다. 

이러한 업무처리 과정은 원청과 하청으로 분할된 업무라고 볼 수 없으며, 고객센터의 업무역시 일반적인 콜센터 업무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콜센터 업무상 관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관’ 업무는 전달이 아니라 사실상 ‘업무처리 결과보고 서류’의 작성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담내용에 기반해 처리 근거, 처리 경로, 처리 결과 등을 포함해 정리해서 지사에 넘기는 과정, 그리고 이후에 별도의 업무 소통과정을 보면 흡사 각기 다른 부서간에 업무처리를 위한 실무협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객센터 상담 업무가 공단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공적업무이기 때문에 효율적 업무처리 및 관리적 측면에서 직영화가 되어야 합니다.”

 

“장기 근속자로 건강보험공단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나 급여에서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직접고용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하는 건강보험 상담사 0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것이 저희의 첫 인사말입니다. 저희는 건강보험 업무를 하지만 공단 소속은 아닙니다. 도급사는 무리한 경쟁속에 상담사들의 복지는 안중에도 없으며 원청은 이런저런 핑계로 상담사들의 고충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공기업에서 하청이 왜 필요합니까? 건강보험이란 제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업무가 고객센터 업무입니다. 우리 업무는 공단에서 핵심업무입니다.”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

 

 

3. 분리된 고용구조가 야기한 문제들. 

 

1) 건강보험서비스에서 “친절”의 의미

 

흔히 콜센터는 친절하게 응대해야하는 것이 최선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통화품질과 응대멘트, 쿠션어, 호응어 등의 규칙들이 제시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서비스는 일반 상품과 달리 고객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해지가 자유로운 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의무이자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시민이 문의를 해올 경우 그에 대한 답변내용은 정확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 시민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사회보장혜택을 적절하게 받지 못하거나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예방해야한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친절’은 민간 콜센터의 친절함과 다른 성격을 지닌다. 그것은 전문성과 종합적인 정보제공이 핵심이며, 이것은 곧 건강보험공단이 가지는 공공성의 취지와 연결된다.  

이에 따라 고객센터는 시민이 특정 문의건으로 인입하더라도 그 시민과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에 비해 지사의 경우 업무 구분에 따라 부서별로 인입된 시민의 정보를 부분적으로만 조회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1개 도급사에 의해 분할 운영되고 있는 건보콜센터는 전형적인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성과중심의 운영과 원-하청간의 업무상 분할로 인한 절차의 증식으로 인해 전문성과 종합성에 기반한 업무가 훼손되고 있다. 

 

2) 원-하청 구조의 폐해 : 실시간 콜압박으로 종합적 안내 제약

 

앞서 살펴보았듯이 건보콜센터 업무는 건보공단의 통합적 시스템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업무상에서도 그 연계성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통합성, 연계성이 오히려 콜센터 노동자들에게는 강도 높은 노동을 강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단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공단과 도급사 관리자들이 상담사를 실시간 콜 업무 성과를 관리하고 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압박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위의 <그림>처럼 실시간 개별 콜수를 바탕으로 팀별 경쟁, 팀내 순위, 전체 순위를 매기고 이를 전체 노동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압박하며, “응대시간이 3분이상 넘어가면 ‘빨리 끊으라’는 쪽지가 관리자들에게 계속 날라온다. 통화시간이 5분 이상 넘어가면 관리자가 나와 고객이 통화하는 내용을 실시간을 청취하고 채팅으로 지시나 내려진다. ”고 이야기한다. 

2019년 기준 상담 인력 1인당 하루 콜수는 평균 120콜이다. 하루 근무시간 중에 통화만 하는 시간은 6시간 10분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하루 120콜을 채우려면 한 통화당 4분 안으로 통화를 종료해야한다고 말한다. 안내로 끝나는 통화도 있지만 위의 사례처럼 호전환 업무나 추가적인 서류작업, 안내해야할 기본 정보량이 이미 4분을 뛰어넘는 상담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목표콜에 대한 압박은 단지 목표콜을 채우는 것을 넘어 초과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180콜 받으면 5점 가점’ ‘상위 3%에게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과 같은 프로모션을 수시로 개최해 상담사들로 하여금 더 많은 콜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합적인 정보에 대한 안내는 애초에 포기될 수밖에 없다. 상세한 상담은 오히려 저성과자로 가게 되는 지름길이며,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해 한 번의 상담으로 끝낼 수 있는 경우에도 고객들이 2-3차례 반복해서 전화하도록 하면 악성민원으로 증폭되기도 한다. 

반대로 필수적인 안내를 하다가도 시간에 쫓겨 한 가지라도 안내에서 누락되는 경우 그에 대한 책임과 나아가 금전적 보상까지도 모두 상담사의 몫으로 전가된다. 

 

“(안내할게 많으니까 여러 창을 띄우면서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많다) 가령 피부양자의 경우가 그렇다. 내가 이력이 있었는지, 몇년전 부터 있었는지, 있었더라도 소득이 맞는지, 부양가족이 있는지, 부양가족 중 분리된 사람중에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없는지까지를 다 봐야한다. 한명의 정보만 확인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타고 타고 가서 확인해야 한다. 그랬는데도 나중에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한 가지 때문에  그걸 잘못 처리해서 이관하면 처리불가되어 패널티를 받게 된다. 그 처리도 다시 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 고객이 ‘너 때문에 처리 못했어’ 민원 넣으면 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고객이 보상을 요구하면 해당 상담원이 모든 금전적인 배상을 해줘야 한다. 도급사나 공단은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는다.”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

 

3) 애매한 업무구분에 따른 업무량 가중, 책임은 아래로 성과는 위로. 

 

업무특성상 높은 연계성은 거꾸로 원청과 하청간의 업무구분이 명확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급계약상에 콜센터 업무의 명확하지 않은 규정의 틈으로 더 많은 업무가 콜센터로 하방하게 된다. 

다시말해 업무의 특성상 콜센터의 업무가 단순 안내 이상이라는 점과 원-하청간의 모호한 업무구분이 교차되면서 콜센터의 업무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게 된다. 또한 콜센터 노동자들이 책임지고 처리해야할 업무의 범위가 많다는 것이 곧 노동자들의 권한이 그만큼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서류작업이 과잉되면서 업무량이 증가하는 반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전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단의 지사별, 개인별, 팀별 달성해야할 성과나 성과를 둘러싼 경쟁 때문에 발생하는 업무량이 고객센터로 이관되면서 고객센터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가령 공단 지사에서 건보료 체납자들에게 대량 문자를 발송해 징수율을 높이는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지사별, 개인별 팀별로 수 만건씩 보내는 문자내역이 모두 고객센터로 인입되어 잘못된 안내에 대한 정정 안내나 관련 처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결과 징수율이 올라가게 되면 그 성과는 모두 공단 직원들의 성과금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박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사에서 건보료 체납이나 건강보험료 공지 보내는 내용들을 문자로 보낸다. 그런데 지사에서 건보료 체납되었다고 문자를 발송하면 관련 안내는 고객센터로 문의하라고 남긴다. 그럼 고객센터로 인입되는데, 우리가 안내를 하고 가상계좌를 부여하는 등 처리를 하면 성과는 원청 직원이 챙긴다. 업무실적이 올라가니까.”

 

“지사마다 경쟁이 있다. 징수율, 가입율 등에 대해서. 한 번에 한 두통이 아니라 몇 만건씩 문자발송을 보낸다. 그러니 문의건 폭탄을 맞는다. 

지사마다 개인이 보낼 수도 있고, 팀으로 보내기도 한다. 수시로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그 회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잘못 발송된 문자가 더 많다. 가령 건보료 미납이 아닌데, 미납이라거나 암이 아닌데 암환자라고 보내거나, 검진 대상이 아닌데 검진 문자를 보내거나... 가장 큰 문제는 지사에서는 보낸 문자를 발송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는 거다. 미리 공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누가 어떤 내용을 보냈는지 파악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문자 건에 대한 상담사들의 고충이 많다. 사전공지가 없다는 게 가장 문제이다.”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

 

또한 호전환의 경우, 업무처리 절차에 있어 원-하청의 구조상 여러 단계와 절차를 거치다보니 해당 지사에서 처리를 거부하거나 고객센터로 책임을 미루는 경향도 있다. 

 

“상담사에게 그 업무를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지사에서 처리를 우리한테 미루거나, 원래 처리해야할 지사가 있는데, 그 지사에서 업무 이관을 거부하면 가운데서 상담사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서로간의 책임회피 때문에 고객의 불만족이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악성콜이 계속 오게되면서 불필요한 콜이 늘어나게 된다.”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

 

4. 분리된 고용과 통합적 업무의 딜레마, 해법은?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1632명으로 공공기관 최대 규모이다. 이는 건보공단과 건보고객센터의 업무상의 높은 연계성과 분리된 고용구조상의 모순을 증폭시킨다. 

원청과 하청간의 관계가 문제시 되면 원청업체에서는 불법파견의 문제나 공공부문의 경우 직접고용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업무관련성을 최대한 단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더더욱 비효율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건보공단은 전체 국민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업무이기 때문에 통합적인 시스템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스템은 통합적으로 운영하되 민간위탁과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려고 시도하거나 공단의 지휘, 감독 및 업무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공단 업무의 특성상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곧 종합성,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공적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업무를 아웃소싱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관리업무의 증가를 동반하기 때문에 어떤 업무는 아웃소싱이 오히려 비용을 더 많이 증가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고객센터의 공영화 문제를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에 따른 비용의 발생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시스템의 구축을 통한 효율성과 공공성의 강화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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