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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통의 비판이론(2/2)

 

엠마누엘 르노(Emmanuel Renault)
번역: 백선우(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계속)

 

사회철학의 세 가지 모델

 

사회철학의 여러 가능한 지향들을 구분하기 위해, 사회철학에 대한 호네트의 정의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 사회철학은 기술적 접근방식과 규범적 접근방식 사이의 밀접한 상호연결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실천철학의 한 부문을 의미한다.[1] 앞서 말했듯이 기술적 측면은 사회적 환경의 본성과 그것이 개인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규범적 접근방식의 독특성은 규범적 접근방식이 사회적 경험에 특수한 규범들에 기반한 특수한 종류의 사회적 비판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사회적 병리학의 식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두 접근방식의 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회철학의 기술적 구성요소와 규범적 구성요소가 강한 의미나 약한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이 구성요소들의 강한 의미와 약한 의미의 가능한 결합들은 사회철학의 세 유형을 정의한다. 사회철학의 강한 프로그램에서는 기술적 측면과 규범적 측면에 대한 강한 이해가 서로 결합된다. 마찬가지로 사회철학의 약한 프로그램에서는 기술적 측면과 규범적 측면에 대한 약한 이해가 서로 결합된다. 혼합 기획은 규범적 측면에 대한 강한 이해와 기술적 측면에 대한 약한 이해를, 혹은 규범적 측면에 대한 약한 이해와 기술적 측면에 대한 강한 이해를 결합한다.

 

사회철학의 기술적 측면에 대한 가능한 두 가지 이해부터 시작해보자. 사회철학의 기술적 부분에 대한 약한 이해가 철학적 인류학의 논증들을 참조하는 반면, 강한 이해는 사회이론이나 사회적 경험에 대한 이론에 기초한다.

 

루소부터 니체에 이르기까지 사회철학의 고전적 형태들에서, 사회철학의 기술적 측면은 철학적 인간학을 통해 발전됐다. 철학적 인간학은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것이 제도들에 의존하는지, 또 어떻게 이것이 제도들에 의해 변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철학적 인간학의 기술적 기능은 이중적이다 : 이것은 인간의 삶에 본질적인 일련의 제도들을 기술하고, 이것의 현존 혹은 부재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여기서 사회적 경험은 인간의 삶으로 환원되고, 사회적인 것은 좋은 삶을 위해 요구되는 제도들로 환원된다.

 

사회적인 것에 대한 기술은 사회이론에서 더 강한 의미로 발전된다. 사회이론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의 규정들에 관한 이론을 의미한다 : (a) 상호작용들, (b) 제도들, (c) (제도들 사이의 체계적 관계들뿐만 아니라, 계급적, 젠더적, “인종적지배의 구조들과 같은) 사회구조들, (d) (합리화의 동학, 자본주의의 동학, 불안정화(precarization)의 동학 등과 같은) 일반적인 사회적 과정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2]은 이러한 종류의 사회에 대한 철학적 접근방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이론에서, 기술적 기능은 사회적 층위들과 과정들의 다양한 결합과 관계되며, 또 그것이 사회화와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과도 관계된다. [이를] 철학적 인간학과 비교하면 이중적 전환이 발생한다 : 1) 사회적인 것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화로부터 사회적인 것의 층위들과 과정들의 동학에 대한 이론으로의 전환과 2) 인간의 삶에 대한 개념화로부터 사회적 행위에 대한 개념화, 즉 사회화와 상호작용의 구조와 특징들에 관한 이론으로의 전환. 이 두 번째 접근방식에서는 첫 번째 접근방식이 무시할 수 있었던 다양한 방법론적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사회과학은 스스로를 위해 사회적 상호작용들, 제도들, 사회구조들, 일반적인 사회적 과정들에 대한 기술들과 이론들을 발전시키고 있으므로, 철학적 담론은 이러한 학문들과 결합되어야만 하고, 사회과학의 설명들에 대한 종합을 사회적인 것에 대한 구별된 개념화와 사회과학의 인식론에서 근거지워야만 한다. 여기서 다시 하버마스는, 사회과학에서 정보는 얻은, 그리고 (체계와 생활세계의 구분과 함께) 사회적인 것에 대한 구별된 개념화와 (실용주의적, 해석학적, 실증주의적, 체계이론적 인식론과의 대결을 통해) 인문과학의 인식론에 근거한 발전된 사회이론을 수립함으로써, 이러한 요구들을 만족시키기는 뛰어난 시도를 보여준다.[3]

 

사회적 경험이 사회적 행위로 환원되는 한, 다시 말해 사회화와 상호작용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방식이 그것의 심리적 차원들에 관한 이론에 의해 완결될 수 없는 한, 사회적 경험이 완전히 분석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철학의 기술적 측면을 더 강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행위에서 사회적 경험으로의 이러한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이론과 사회심리학을 연관시켜야만 한다. 1930년대 호르크하이머, 마르쿠제, 프롬(Erich Fromm)에 의해 수행된가족과 권위에 대한 연구 1940년대 아도르노에 의해 수행된권위주의적 인격에 대한 연구에서 사회철학의 기획은 명백히 이러한 강한 의미에서 수행되었다.[4] 동시대에 카스토리아디스(Cornelius Castoriadis)의 『사회의 상상적 구조』[5]는 아마도 이러한 방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강한 의미에서 사회철학의 이념이 더 심각한 방법론적 문제들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완전히 명백하다. 사회학적, 심리-사회학적, 정신분석학적 설명을 결합시킬 수 있는 사회적 경험에 대한 모델뿐만 아니라, 사회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과 같이 매우 논쟁적인 학문분과에 대한 인식론적 개입도 필요하다. 이 방법론적 문제들은 비판이론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나 카스토리아디스에게서는 거의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지만, 아도르노가 1950년대와 60년대에 사회학과 심리학에 대한 저술과 『실증주의 논쟁』에 대한 그의 기고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사회철학의 규범적 측면도 약한 의미와 강한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이것은, 주어진 사회제도들과 맺는 우리의 고유한 관계들을 규범들이 지배해야만 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경험에 고유한 규범들에 관한 이론으로 생각될 수 있다. 실제로 모든 사회제도들이 그것들의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몇몇 규범적 조건들을 충족시켜야만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병리적 경향들을 발전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컨대 경제제도들은 개인들의 물질적 욕구들을 만족시켜야만 한다고, 그리고 가족은 구성원들에게 정서적 지원을 제공해야만 한다고, 또 교육체계는 각 개인들에게 그들의 기술들, 재능들, 비판적 잠재력들 등을 발전시킬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제도들은 개인들에게 그들이 서로 양립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어야 하며, 내적인 갈등과 고통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에 대한 규범적 접근방식들의 대다수(철학적 인간학부터 사회의학과 실용주의 철학[특히 듀이(John Dewey)까지]는 일반적으로 다음 두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는 것이 언급될 수 있다 : 첫 번째는 사회적인 것의 규범들이 제도적 특수성이라는 의미에서 고유한 것이라는 점(그것들은 사회적 삶 일반의 규범이 아니라, 주어진 제도들의 규범이다)이고, 두 번째는 규범적 기대들이 오직 외적으로만 제도들과 연관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호네트의 이론이 가족, , 경제제도들이 만족시켜야만 하는 규범적 기대들에 관한 이론으로 환원될 때, 호네트의 이론이 때때로 이러한 약한 의미로 이해된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하지만 인정이론은 사회이론의 규범적 측면에 대한 더 강한 이해에 의존한다.

 

악셀 호네트

 

누군가는, 하버마스와 호네트가 공유하는 강한 이해에 대해, 사회비판의 규범들이 위에서 언급된 의미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내재성(immanence)의 의미에서 사회적 경험에 고유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여기서 내가 언급하고 있는 모델은 사회적 삶의규범적 전제들에 관한 모델이다. 하버마스와 호네트에 따르면, 사회적 상호작용은 사회적 통합을 조건 짓는 규범적 기대들을 포함하고 있고, 그것들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발전에 대해 설명한다.[6] 사회철학의 규범적 측면에 대한 강한 이해에 본질적인 것은 규범적 기대들이 제도들과 내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강한 이해가 다시 두 가지 방식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규범적 기대들과 제도들 사이의 연결은, 호네트와 하버마스의 경우처럼, 사회적 행위에 관한 이론의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심리-사회학적 용어들로도 재구성(reframed)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특정한 규범적 기대들의 만족이 특정한 제도들이 잘 기능하는 것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하고, 또한 그러한 기대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실천적, 인지적 동학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개인적 발전과 집합적 발전도 기술해야만 한다. 사회철학의 규범적 측면이 이러한 강한 의미로 이해될 때, 사회철학의 규범적 측면이 약한 의미에서 이해되는 동안 무시된 채 남아있을 수 있었던 새로운 방법론적 문제들이 나타난다. 만약 실천적, 인지적 동학이 사회적 삶의 규범적 전제들이 만족되지 않은 상황으로부터 생겨난다면, 그리고 만약 이것들 중 몇몇이 사회적 행위성을 사회비판 혹은 사회변혁으로 바꾸는데 기여한다면, 첫 번째 방법론적 문제는 이러한 비판적 동학에 대한 철학적 접근방식과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의 접근방식 사이의 관계를 기술하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그리고 호네트 역시 『인정투쟁』[7]에서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고자 했다. 두 번째 방법론적 문제는 이 비판적 동학을 이론적 비판으로 더 발전시키는 것과 관련된다. 주지하듯이, 이 방법론적 문제는 호르크하이머가 전통이론과 비판이론을 구분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며, 우리는 비판을 위한 전-이성적 토대로서 고통에 대한 아도르노적 관념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덧붙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론적 문제는 지식사회학이나 정치사회학과 같은 사회학의 분과들에서도 다루어져왔고, 이에 따라 이것은 다시 정치철학과 사회과학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문제를 제기한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사회이론의 강한 프로그램, 약한 프로그램, 혼합 프로그램이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기술적 접근과 규범적 접근을 결합시키는지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하버마스가 사회철학의 강한 프로그램에 대한 예시를 제공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버마스의생활세계의 병리현상들이라는 개념은 사회이론(즉 사회철학의 기술적 측면에 대한 강한 이해)과 사회적 통합의 규범적 전제들에 관한 이론(즉 사회이론의 규범적 부분에 대한 강한 이해)으로부터 유래한다. 하지만 다른 사회철학의 강한 프로그램이 단순히 사회이론을 참조하기보다는 사회적 경험에 관한 이론을 참조할 수 있고, 특수한 제도들이 잘 기능하는 것에 대한 심리-사회학적 접근방식을 참조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기서 협동적 행위로서 노동이 잘 기능하기 위한 조건들로서 인정 기대들에 대한 드주르의 분석과 노동의 나쁜 조건들과 노동자들의 손상된 정신 건강 사이의 악순환에 대한 그의 이론은 하나의 예시로 언급될 수 있다.[8]

 

이 분류법에서 호네트의 기여를 위치지우는 것은, 비록 그가 우리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보다 더 어렵다. 그의 인정이론은 철학적 인간학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심리학으로서도 발전해 왔고, 그는 완전한 사회이론을 정교화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역에 다양한 기여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사회적 병리학에 대한 그의 정의에 주목한다면, 후자가 사회이론이나 사회적 경험에 관한 이론보다는 철학적 인간학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적 병리학에 대한 그의 개념은 주로 인정 기대가 사회적 타당성의 조건이라는 주장과, 이 규범적 기대들이 만족되지 않을 때, 개인들이 그들의 사회적 삶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을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그들의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흥미롭게도 사회적 삶의 규범적 전제들이라는 관념은 (몇몇 제도들이 인간의 삶에 본질적이라는) 철학적 인간학에 속하는 논증이 (몇몇 행동들이 제도들에 본질적이라는) 사회적 존재론에 포함되는 논증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간략히 말해서, 호네트의 모델은 (철학적 인간학과 사회적 존재론으로서) 기술적 측면에 대한 약한 이해와 (사회적 삶의 규범적 전제들로서) 규범적 측면에 대한 강한 이해를 결합하는 사회철학의 혼합 프로그램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기술적 측면에 대한 강한 이해가 규범적 측면에 대한 약한 이해와 결합되는 다른 종류의 혼합 모델이 있다. 푸코의 정치철학은 권력의 상호작용과 제도적 구조들을 다루는 사회이론에 기반하고, 지배의 내면화와 예속을 생산하는 주체화의 제도적 효과들을 비판하는 규범적 입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는 좋은 예시를 제공한다.

 

사회철학의 약한 프로그램의 예시를 찾기 위해서 누군가는 1848년에 쥘 게랭(Jules Guérin)에 의해 만들어진사회의학의 초기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9] 그의 관점에서사회의학은 사회적 환경을 그것이 개인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관점에서 비판해야만 한다. 다른 예시는 제도들이 만족시켜야만 하는 기초적 기대들에 대한 개념화로 이해되는 철학적 인간학의 틀에서 병리적인 것에 대한 진단을 확립하려는 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교육의 기저에 놓인 윤리적 원칙들」[10]에서 학교체계의 병리학적 측면에 대한 듀이의 진단은 사회철학의 이와 같은 약한 프로그램의 예시를 제공한다.

 

규범적 측면
기술적 측면
약한 이해
(제도들에 외적인 규범적 기대들)
강한 이해
(사회적 삶의 규범적 전제들)
강한 이해
(주어진 제도들의 잘 기능함에 중요한 규범적 기대들)
약한 이해
(철학적 인간학)
-듀이의 학교체계의 병리학
-게랭의 사회적 병리학
-호네트의 사회적인 것의 병리학  
강한 이해
(사회이론)
-푸코의  주체화의 제도적 효과들에 관한 이론 -하버마스의 생활세계의 식민화  
강한 이해
(사회적 경험 이론)
    -드주르의 노동의 발병(pathogenic) 조건들

 

 

사회적 고통은 어떤 종류의 사회적 병리학인가?

 

이제 내 주요 주제인 사회적 고통과 사회적 병리학의 관계로 돌아가자.

 

19세기 중반 사회의학에서 고통에 대해 많은 언급하는 것에서 증명되는 것처럼, 사회철학의 약한 프로그램에 고통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예컨대 게랭의 저술에서, “사회적 병리학이라고 이름 붙여진 집합적 고통에 대한 기술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사회적 치료학”) 고통의 사회적 원인들에 대한 연구(“사회적 병인학”)와 연관된다. 따라서 사회적 고통은 사회적 진단이자 정치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도인 사회비판의 부분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방식의 한계는 명백하다 : 이 경우에 고려되는 것은 사회적 경험으로서의 고통이 아니라 질병으로서의 고통이며, 여기에는 질병이 사회적 원인 때문이라는 의학적 설명을 정당화하는, 그리고 사회적 병리학과 연관된 정치적 치료학을 정당화하는 사회이론이 없다.

 

또한 사회철학의 혼합 모델에서 사회적 고통을 고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회적 고통에 대한 호네트의 지속적인 언급은 이러한 가능성을 위한 많은 증거들을 제공한다.[11] 기술적 측면에서, 제도들이 더 이상 그것들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개인들에게 좌절과 고통을 생산하는 상황을 식별하기 위해서 완전한 사회이론을 발전시키는 것은 확실히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만약 사회적 고통(혹은 새로운 형태의 고통)[12]이 사회적 행위의 수준에서 정의된 사회적 병리학의증상으로 환원된다면, 사회적 경험에 대한 완전히 발달된 이론의 관점에서 이 고통을 기술하는 것 역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13] 규범적 측면에서는, 사회적 삶의 규범적 전제들 안에 고통에 대한 투쟁을 도입하지 않고서도, 사회적 맥락에 의해 구조적으로 생산된 고통이 좋은 삶과 자기-실현에 심각한 장애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고통에 대한 이러한 설명들은, 그것들이 사용하는 사회적 병리학의 모델이 그들 자신의 자기-규정적 목적들의 관점에서 고려되는 한에서, 완벽하게 일관적이고,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사회적 고통의 이론적 연연관성과 정치적 연관성에 의해 제기된 문제들과 대결하고자 한다면, 사회철학의 더 강한 프로그램, 즉 인문과학의 비판적 인식론과 연관된 사회적 경험에 대한 구별된 이론이 요구된다.

 

나는 사회적 고통에 관한 현재의 연구 프로그램들이 사회적 고통의 심리적 차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통의 특정한 사회적 원인들을 식별하고자 한다는 것을 이미 지적했다. 또한 고통의 사회적 조건과 심리적 조건의 구분은, 여기서 쟁점이 되는 문제가 개인들의 고통이 사회적 기원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 그리고 사회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논쟁의 정치적 차원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사회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의 분절에 관한 이론적 쟁점과 정치적 쟁점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철학이 (가능한 사회적 병인들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사회이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 고통의 사회적, 전기적 원인들을 구분하고, 명료화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경험에 관한 구별된 이론도 발전시켜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학문분과적 경계들을 가로지르는 혹은 학제 간 프로그램들을 발전시키는) 사회적 고통에 대한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들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회과학의 인식론을 발전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고통에 대한 기술과 역사적 진단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모든 시도는, 사회적 경험에 관한 이론이나 인문과학의 인식론과 연관된 사회이론 없이는, 필연적으로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 요구사항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사회철학의 강한 모델을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것이 사회비판에서 고통에 대한 강한 참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고통은 여러 사회적 문제들 중 하나 이상일 수 없으며, 사회적 진단의 요소들 중 하나 이상일 수도 없다. 사회적 고통은 우리 사회의 가치의 궁극적인 척도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어떤 작동중인 척도에 의해 나쁜 혹은 잘못된 것으로 정의될 수 있는 어떤 것으로도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고통이 정치적 공론장에서 고려되어야만 하고, 이러한 고려를 위해 유용한 모델들을 제공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학이 고통에 대한 정치적 숙고와 대립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철학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정치적 방향성이다. 여기서 아도르노가 이미 썼던 것 외에 덧붙일 것은 없을 것이다 : 우리 사회는 반드시 사회의 구성원들의 고통을 가능한 한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조직되어야 하지만, 누구도 이것이 어느 정도로 성취될 수 있는지 사전에 말할 수 없다.[14]

 

 (끝)

 

 

 

Emmanuel Renault

teaches Philosophy at the École Normale Supérieure de Lyon. His publications include: Marx et l’Idée de Critique (Marx and the Idea of Critique, Paris, PuF, 1995); Hegel, La Naturalisation de la Dialectique (Hegel, The Naturalisation of Dialectic, Paris, Vrin, 2001); Où en est la Théorie Critique? (Critical Theory at the Crossroads), co-edited with Yves Sintomer (Paris, La Découverte, 2003); Mépris social. Ethique et Politique de la Reconnaissance (Social Contempt. Ethics and Politics of Recognition, Bègles: Editions du Passant, 2nd edn, 2004); L’Expérience de l’Injustice. Reconnaissance et Clinique de l’Injustice (The Experience of Injustice, Paris: La Découverte, 2004) and Souffrance Sociale (Social Suffering, Paris, La Découvert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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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ult, E. Forthcoming 2011. “De la philosophie sociale à la théorie sociale”. Recherche sur la philosophie et le langage. Special Issue : “Histoire et définitions de la philosophie sociale”. Wilkinson, I. 2005. Suffering. A Sociological Introduction. Cambridge: Polity Press.


 


각주

[1] Fischbach, Manifeste pour une philosophie sociale.

[2] Jürgen Habermas,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Cambridge: Polity Press, 1986).

[3] See Jürgen Habermas, Knowledge and Human Interests (Cambridge: Polity Press, 1986), Communication and the Evolution of Society (Cambridge: Polity Press, 1991); On the Logic of Social Sciences (Cambridge, MA: MIT Press, 1988).

[4] Theodor Adorno, The Authoritarian Personality (New York: Norton and Co, 1996).

[5] Cornelius Castoriadis, The Imaginary Institution of Society (Cambridge: Polity Press, 1987).

[6] See, for instance, Nancy Fraser and Axel Honneth, Redistribution or Recognition? A Political Philosophical Exchange (London: Verso, 2003).

[7] Axel Honneth, The Struggle for Recognition: The Moral Grammar of Social Conflicts (Cambridge: Polity Press, 1995).

[8] See Christophe Dejours, “Subjectivity, Work and Action”, Critical Horizons 7 (2006): 45–62 as well as his contribution in this issue.

[9] See Emmanuel Renault, “Biopolitics and Social Pathologies”, Critical Horizons 7 (2006): 159–77.

[10] John Dewey, Ethical Principles Underlying Education (Chicago, IL: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03).

[11] Jean-Philippe Deranty has shown that this reference remains throughout Honneth’s intellectual evolution; see his Beyond Communication. A Critical Study of Axel Honneth’s Social Philosophy (Leiden: E. J. Brill, 2009).

[12] See for example, “organised Self-Realisation: Some Paradoxes of Individualisation”, European Journal of Social Theory 7(4): 463–78.

[13] See especially, A. Honneth, “A Fragmented World: on the Implicit Relevance of Lukacs’ Early Work”, in The Fragmented World of the Social: Essays in Social and Political Philosophy (New York: SuNY Press, 1990), 50–60; “A Social Pathology of Reason” and “A Physiognomy of the Capitalist Form of Life: A Sketch of Adorno’s Social Theory”, in Pathologies of Reason, 19-42 and 54-70.

[14] Adorno, Negative Dialectics,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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