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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Project/니 비니! нi вiйнi! (전쟁 반대!)

질 들뢰즈, 골칫거리들 (LES GÊNEURS, 1978)

by 인-무브 2025. 8. 22.

골칫거리들

LES GÊNEURS (1978)

 

 

질 들뢰즈 Gilles Deleuze

번역: 갈피

 

*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1975년부터 1995년까지 책으로 정식 출간되지는 않은 들뢰즈의 텍스트들을 모은 선집 중 두 번째[1]인 《광기의 두 체제(DEUX RÉGIMES DE FOUS)》에 열일곱 번째로 수록된 글이자 프랑스 언론 《르 몽드(Le Monde)》지에 실린 짧은 기사 〈골칫거리들(LES GÊNEURS)〉을 번역한 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 국가의 설립이 선포된 이래,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이스라엘 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난민이 되어 아랍 각지로 흩어졌다. 1964년, 카이로 아랍 연맹 정상 회담에 모인 아랍 정상들은 무장 투쟁을 통한 팔레스타인 해방을 결의하였고, 이 결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설립되었다. PLO는 단일 조직이 아니라 여러 정당 및 단체들의 연합체이며, 이들은 PLO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지는 않지만 PLO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민족 회의에 참여하며 여기서 선출된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PLO는 요르단을 시작으로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 등 주변 아랍 국가 여러 곳으로 거점을 옮겨다녔는데, 주변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과의 분쟁 무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때로 스스로가 먼저 나서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공격하기도 하였고 기독교 세력이 정권을 잡을 경우 이스라엘과 결탁하여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탄압하기도 하였다.

 

1968년에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PLO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에 맞서 저항 운동을 일으켰다. 이 싸움은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충돌로까지 이어졌으며,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PLO가 레바논에서 추방될 때까지 이어진다. 특히 1969년에는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국제공항을 폭격, 민간 항공기 13대를 파괴하는 공격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를 타격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였다.[2]

 

이 기사가 발행된 해인 1978년, 3월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침공하였는데, 그 결과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사람 약 1,100~2,000명이 사망하고 레바논 내에서 10만에서 20만명의 이재만이 발생하였다. 이 침공으로 이스라엘 군은 레바논 내에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적대 행위가 발생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78년 3월 19일 결의안 425호 및 426호를 채택하여 이스라엘에게 레바논에서 즉시 철수할 것을 촉구하고 레바논에 유엔임시군(UNIFIL)의 설립을 결정했다.[3]

 


골칫거리들[4]

 

 

어째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나라를 갖지 못하기에 “유효한 교섭 상대들”일 수 있을까? 왜 그들은 나라를 빼앗겼기에 나라를 갖게 될까? 그들에게는 무조건적인 굴복 외에는 어떠한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죽음만이 주어질 뿐이었다. 그들과 이스라엘이 대적한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행한 조치들은 적법한 반격으로 간주되는 반면(그 반격들이 너무나 지나친 듯 보이더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행동은 오로지 테러 범죄로 취급된다. 그리고 아랍 사람들의 죽음은 이스라엘 사람의 죽음과 동등한 크기를 지닌 것으로도, 동등한 무게를 지닌 것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다.

 

1969년 이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폭탄을 투하하고 총탄을 난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최근에 벌어진 레바논 침공이 텔아비브 특공대의 행동(열한 명의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기 위한 삼만 명의 병사들[5])에 대한 반격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련의 군사작전들로서 모두 사전에 계획된 점령임을 명백하게 자인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하여, 이스라엘은 이런 미묘한 뉘앙스 차이들 그리고 다양한 제재 조치들과 함께 다른 국가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암묵적인 동조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도 땅도 없는 사람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모든 이들의 골칫거리들이다. 몇몇 국가들로부터 아무리 많은 군사적 지원과 금전적 지원을 받더라도, 여전히 그들 자신은 완전히 혼자라고 선언할 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 투사들은 또한 그들이 몇 번의 승리를 막 거둔 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레바논 남부에 저항 세력을 몇 남겨놓았을 뿐이었는데, 그들은 잘 유지되는 듯 보였다. 그에 반해, 이스라엘의 침공은 이스라엘 난민들과 레바논 농민들, 모든 빈농들을 무차별적으로 타격했다. 마을과 도시들의 파괴가, 시민들에 대한 학살이 확인되었으며, 여러 곳에서 볼(ball) 폭탄의 사용이 확인된다.[6] 테러리즘적 행위들과 잘 구별되지 않는 이런 이스라엘 병력의 공세로 인해, 레바논 남부의 주민들은 몇 년 동안 수없이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영속적인 탈출 상태에 있다. 현재의 확전 양상은 이십만 명의 사람들을 피난처도 없이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는 1948년 갈릴리와 그 등지에서 입증되었던 방법을 레바논 남부에 적용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를 “팔레스타인”화 하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투사들은 난민 출신이다. 이스라엘은 단지 투사들을 물리칠 것이라고 과신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천의 또 다른 난민들이 생겨나고, 그럼으로 인해 새로운 투사들이 탄생할 것이다.

 

단지 우리의 레바논과의 관계가 우리로 하여금 이스라엘 국가가 불안정하고 복잡한 어떤 나라를 암살하고 있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델은 테러리즘의 현행적인 문제들에서, 심지어 유럽에서조차도 결정적이다. 준비 중에 있는 국가들 간의 국제적 합의, 국제적인 치안 조직과 사법 조직, 이런 것들은 필연적으로 점점 더 잠재적 “테러리스트”들과 동일시되는 사람들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스페인이 더 끔찍한 미래를 위한 실험실로 쓰였었던 적이 있음에도, 우리는 스페인 내전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는 실험에 앞장서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는 다른 나라들에서 수익을 창출할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사정에 맞추어질 탄압의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책에는 커다란 연속성이 있다. 항상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을 말로만 규탄하는 유엔 결의문이 실제로는 그들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점령한 영토에서 떠나라는 독촉은 거기에 식민지들을 설치하라는 당위로 변환했다. 지금 현재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으로의 국제 병력 파견을 훌륭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군이 그 지역을 치안 구역 혹은 통제된 황야로 변환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가정하면서 말이다.[7] 이는 주도면밀한 공갈협박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전쟁 상태에 처해 있는 이상 그들이 “유효한 교섭 상대들”임을 끝내 인정받도록 만들 충분한 사회적 압력이 있어야만 전 세계는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1] 첫 번째 선집은 《무인도와 다른 텍스트들(L’Île déserte et autres textes)》으로, 1953년부터 1974년까지의 글들을 모은 것이다.

[2] WIKIPEDIA, “Palestinian insurgency in South Lebanon”, 2024.02.03., url: https://en.wikipedia.org/wiki/Palestinian_insurgency_in_South_Lebanon

[3] WIKIPEDIA, “1978 South Lebanon conflict”, 2024.02.03., url: https://en.wikipedia.org/wiki/1978_South_Lebanon_conflict

[4] 《르 몽드(Le Monde)》, 1978년 4월 7일.

[5] 수십여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팔레스타인 특공대의 텔아비브 북쪽 지역 습격에 대한 보복으로, 몇 주 전 이스라엘 메나헴 베긴 정부가 레바논 남부를 향하여 대규모로 개시한 군사 작전을 말함. 이는 그 당시 이스라엘 국가가 레바논 영토에서 행해진 가장 큰 규모의 군사행동과 관련된 것이었고, 이스라엘은 수백여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 및 레바논 주민을 희생시켰으며, 레바논 시민 수만 명의 수도를 향한 탈출을 유발했다. 그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이스라엘의 공세는 팔레스타인 투사들의 거점을 파괴하는 데에 이르지 못하였으며, 전선은 열려있는 채로 남았다.

[6] [옮긴이] 볼(ball) 폭탄은 확산탄 혹은 집속탄의 한 종류로 하나의 폭탄에 다른 폭탄들이 들어있는 형태의 폭탄을 말하며,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비인도적 무기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7] 레바논 영토의 1/6을 점령한 이스라엘군이 파견된 지 일주일,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란 헬멧”이 레바논 남부에 주둔한다. 


 

*본 번역문은 갈피 님의 블로그에 최초로 게시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고 가자를 기억하기 위해, <니 비니> 코너에 기꺼이 번역문을 보내주신 갈피 님께 감사드립니다.

https://galpieless.tistory.com/23

 

 

Gilles Deleuze, 〈LES PIERRES〉(1988)

* 들어가기 전에(1) 이 글은 들뢰즈가 팔레스타인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ud Darwish)가 편집장으로 있는 문예지 《정원(Al Karmel)》지에 다르위시의 요청에 따라 기고한 것

galpieless.tistory.com

 

 

**드리는 말씀**

독자들에게 요청드립니다. 감히 상상하지 못할 기근과 집단학살을 겪고 있는 가자의 주민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십시오. 현재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사단법인 아디'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가자지구 4차 피해주민 긴급구호(아래 링크 참고)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https://box.donus.org/box/adians/Gaza-4th

 

가자지구 4차 피해주민 긴급구호

사단법인 아디

box.donu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