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냐
리디야 세이풀리나
번역: 장은재
소비에트 초기(1920-1930년대) 여성과 젠더 문제를 다룬 짧은 소설들을 번역하여 소개합니다.
«타냐»(1934)는 소비에트 시기 러시아의 작가 리디야 세이풀리나(Л. Н. Сейфуллина)가 쓴 단편소설로, 소비에트 사회에서 모범적으로 자라난 소녀 '타냐'의 내적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날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가 타냐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기진맥진해보였고, 피곤한 듯이 타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곧 그가 ‘창시자’에 관해서도, 다른 실수들에 대해서도 모두 잊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버지는 상냥하시기도 하지! 타냐는 폴짝 뛰어올라 그의 목을 세게 껴안았다.
“그래, 그래! 왜 이리 늦었니?”
“나데즈다 콘스탄티노브나가 왔었어요… 우리 소비에트 관례에 따라 기념사진을 찍으러 다녀왔어요.”
부엌 문틈 사이로 소냐의 모습이 보였다.
“들어가자! 뭐 좀 먹고 싶구나. 점심 먹자.”
“오늘은 다 함께 먹나요? 이것이야말로 풍족한 삶이지 뭐예요!”
타냐의 가족은 식사를 자주 함께하지 못했다. 각자에게는 저마다의 일과 회의,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소냐는 가족들 중 가장 이른 시간에 일터로 나가곤 했다. 타냐는 그녀를 아예 보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 덕분에 어린 소녀가 젊은 양어머니와 매우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냐를 향한 타냐의 사랑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만약 날씬한 소냐, 상냥한 얼굴에 소박하고 절제된 농담을 하는 소냐, 오래 괴로워하거나 분노하지 못하는 소냐가 갑자기 타냐의 삶에서 사라진다면 아마 무척 슬플 것이다. 타냐에게는 소냐를 잃는 것이 생모와 떨어지게 된 것보다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소냐를 잃은 슬픔은 알렉산드르를 잃은 슬픔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를 잃는다는 것, 그것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남길 것이다. 타냐는 그것에 대해서는 심지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방금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자신을 향한 믿음으로 충만한 딸의 빛나는 시선 속에서 이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빠, ‘죄’가 뭐예요?”
그는 기계적으로 되물었다.
“죄? 정말 그걸 모르니?”
그는 곧바로 이 무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깨달았다. 타냐는 종교 없이 성장했고, 그것은 육체적으로는 부모님 없이 성장한 것과 같다. 타냐는 새로운 나라의, 완전히 새로운 인간이었다.
“정말 책에서 읽은 적이 없니?”
“책에서 그런 단어를 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오늘 닌카가 ‘너에게 죄가 있으라지!’라고 말했어요.”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적절한 표현을 찾으면서 불분명하게 설명했다.
“죄는 종교적인 개념이란다. 우리의 도덕적 기준에 따르자면 죄는 혁명에 반하는 범죄이자, 계급에 반대되는 범죄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닌카는 순 나쁜 멍청이네요! 만약 제가 정말 ‘죄가 있으라지’라는 말을 들을 만한 사람이라면, 저는 인간도 아닐 거예요.”
소냐가 작고 깨끗한 이마를 찌푸렸다.
“타냐, 말을 가려서 해…”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그들의 대화를 더이상 듣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우리가 이룬 것은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혁명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심리적인 혁명을 이룬 것이다. 자본주의의 개념들이 존재하던 세상으로 이 아이들을 되돌려 보내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 소녀에게 느끼는 애착에는 어느정도 자화자찬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것은 남의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었다. 이 ‘자기 자식’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자신의 것’이라는 개념은 타냐에게는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 집이 무엇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한 집에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하나의 가족과 다른 가족과 구별되고, 하나의 혈통이 다른 혈통과 구별되어 존재하던 때를 몰랐다. 타냐는 혈연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던 많은 것들을 몰랐다. 그러나 타냐는 세상을 매우 자연스럽고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나의 어린시절을 지켜주었으며, 나를 길러주고 가르치며 나와 함께 살고,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러니 그는 나의 아버지이다. 만약 알렉산드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고 할 때, 그럼에도 그가 타냐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에게 설명해주기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 그에게 매혹적이면서도 지독한 고통을 안겨주었던, 이제는 낡은 것이 된 생의 많은 부분들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타냐는 다른 새로운 인간들처럼 직선적으로 사고했다. 젠장, 아이들을 키우는 건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젊은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이기주의는 물론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의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에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그는 거역할 수 없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위에 묶여 있었다. 그렇다, 과거에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맡던 역할을 이제는 사상적 동지들이 맡고 있다. 어떤 관계들 안에 있을 때 타냐는 어린아이 같던 과거의 12살짜리 소녀 같곤 하다. 그러나 타냐의 내적 세계는 이미 아이답지 않게 공고해져 있었다.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에 대한 책임감은 거대하다. 그렇게나 대단한 집단 정신이라니! 분명히 과거에 아이들은 지금과 달랐다. 알렉산드르가 자신을 향한 타냐의 사랑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가 그녀의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타냐 안에 있는 바로 이 새로운 인간을 비난할 수가 없었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접시를 옆으로 치워두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소냐가 질책하듯 그에게 손을 뻗었다.
“당신, 무슨 일 있어? 왜 먹지 않는 거야?”
“별로 먹고 싶지 않아. 차를 좀 타 줘. 머리가 아프네.”
아내는 부탁하듯 미소지었다.
“가능하다면 차를 한 대 빌려서 한 시간이라도 교외를 운전하고 오자. 당신은 상쾌한 공기를 좀 쐐야 해.”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광대뼈 부근이 약간 불그스름해졌다. 그는 심술궂게 생각했다.
‘차는 내일은 되어야 빌릴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는 꾹 참고 말을 가려가며 대답했다.
“오늘은 안돼. 일을 해야 하거든. 만약 오늘 시체프가 집에 오면, 나에게 들여보내지 마.”
타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 사람을 집으로 들이면 안돼요! 그 사람은 우리 반의 킴 슈미트처럼 고집이 세요. 아빠,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의 제2차 대회는 런던에서 열렸죠, 그렇죠? 1903년에 말이에요! 그런데 킴은 계속 1902년이라고 자존심을 부리면서 고집을 꺾지 않아요.”
“너는 어디서 본 정보들로 자존심을 부리며 우쭐해 하는구나. 과거의 역사는 하나도 모르면서 말이야. 자, 말해보렴, 농노제에 대해서 뭔가 아는 건 있니?”
“알죠. 그건 표트르 대제 때…”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가 비웃었다.
“너는 과거의 역사에 관해서라면 표트르 대제만 들어본 것 같구나.”
타냐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폐위시킨 니콜라이 황제도 있고요. 그리고 또 몇몇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토지가 없는 농민들에게 자유를 준 사람들이요… 아니에요, 아빠! 저는 꽤 공부를 잘해요. 그렇지만 물론 니콜라이니 루이니 하는 사람들에 관한 건 온통 읽기가 지겹잖아요. 우리는 공산당의 추첨도서[1]를 읽어야 해요. 그렇게 말씀하신걸요…”
소냐가 웃음을 터뜨렸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가 타냐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이, 아가씨, 너는 아직 멍청한 걸! ‘추첨도서’라니.”
마치 타냐의 흐리멍텅한 역사 지식 속에 그에게 어떤 위안을 주는 것이 숨어 있다는 듯, 알렉산드르는 그녀를 환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는 자리를 뜨려고 일어났으나, 뜻하지 않게 잡혀 있게 되었다. 오늘 그는 고독이 두려웠다. 가정부 옐레나 미헤예브나가 차를 가져왔다. 소냐가 친절하게 식탁을 치웠다. 불타는 듯한 어두운 눈을 가진, 이 밝은 아마빛 머리의 야윈 여자를 마주할 때면 소냐는 늘 약간 겁을 먹곤 했다. 타냐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타냐는 옐레나 미헤예브나의 존재를 마치 피할 수 없는 악천후인 것처럼 억지로 견디곤 했다. 그녀는 잠깐 투덜거리다가 곧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옐레나 미헤예브나 역시 타냐를 적대시하곤 했다. 그녀는 어떻게 ‘남의 자식’이 한 가족 안에서 이렇게나 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 결코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적대적 태도가 대놓고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타냐와 신에 관하여 날선 논쟁을 벌인 이후부터였다. 그날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못마땅해하며 딸에게 조언했었다.
“이 전투적인 무신론자야, 너는 사람들을 대하는 법을 좀 배워야 한다…”
이들의 집에 음식과 옷이 늘 완전한 상태로 준비되어 있고, 청결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옐레나 미헤예브나의 고된 노동 덕분이었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만약 옐레나 미헤예브나가 떠나버린다면 그들에게는 한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부랑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어진 아스팔트 이동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것. 옐레나 미헤예브나는 자신을 존중하는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의 태도를 소중히 여기곤 했다. 그녀는 오늘 그가 왠지 모르게 괴로워하고 지쳐있으며,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가 좋아하는 쓰고 진한 차가 든 찻잔을 건네며, 옐레나 미헤예브나는 다정하게 말했다.
“시체프가 왔다갔는데, 저는 그가 방에 들어오도록 허락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쉬셔야 해요. 저는 ‘주인 부부가 안 계시니,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지요.”
타냐는 날선 태도로 알아듣기 힘들게 중얼거렸다.
“‘허락하지 않았어요’에다가 ‘주인 부부’라니. 곧 있으면 «크로커다일»[2]에서나 쓰듯 ‘주인 나리가 야체이카[3]에 가셨습니다’라고 말하겠네.”
옐레나 미헤예브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타네치카 아가씨, 저는 새로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저는 옛날 사람인걸요. 아가씨가 보기에는 꽤 흉하겠지요.”
타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그 눈이 내보이는 건조한 시선을 보자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스스로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잖아요. 어디 나갈 때마다 거울 앞에 그렇게 오래 서 있으시면서… 그리고 더 나이든 사람들 중에도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걸요.”
소냐가 꾸짖었다.
“타냐,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가 화가 나 소리쳤다.
“당장 조용히 해!”
옐레나 미헤예브나는 식탁 위의 더러운 접시들을 요란스레 치웠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목이 메인 탓에 목소리가 뚝뚝 끊겼다.
“저들은 아직 삶을 몰라요.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고 나를 욕하곤 하죠. 그렇지만 절대 믿음을 버릴 수 없는 걸요! 그 누구도 나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을 때, 오직 하느님만이 나를 가엾이 여겼죠. 저들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에요. 저는 소비에트 정부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하느님은 부정할 수 없어요… 저들은 내가 식모라고 해서…”
“제가 언제 식모 얘기를 했어요? 저는 당신의 신에 대해 얘기했어요. 식모에 관해서라면 레닌 동지가 말씀하시기를…”
“레닌은 모든 일꾼들을 존경하셨어요. 그렇지만 아가씨는 이미 다 차려진 식탁에 앉았으면서도 가정부들을 더럽다고 생각하지요…”
“아니에요! 사실이 아니에요!”
“타냐!”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가 지친 듯 입을 열었다.
“옐레나 미헤예브나, 진정하세요. 다 쓸데없는 이야기예요.”
“저에게는 쓸데없지 않아요. 저에게 하느님은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소비에트 정부 역시도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는 소비에트 정부의 중등과정을 다니고 있고, 그 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예요! 당신은 저보다 아마 더 많이 배웠으면서도, 무슨 일만 있으면 신에게 기도하잖아요…”
“아가씨가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서는 일꾼들을 경멸하시죠. 저는 아가씨에게 바닥에서 연필을 깎지 말고, 종이들을 널브려 놓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네, 제가 직접 치우고 청소할게요! 제가 다 혼자서 할게요… 옐레나 미헤예브나! 근데 당신은 제가 당신이 하는 대로 따라하려 하면, 오히려 더 신경질을 내시잖아요.”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가 타냐의 어깨를 붙잡았다.
“됐다, 앉아라.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말버릇을 배웠니? 응?”
소냐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타냐, 너는 거울 얘기를 꺼내서 엘레나 미헤예브나를 심하게 모욕했어. 사실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저 분은 교태를 부리고 다니는 유형의 여자가 아니야. 얼마 전에 결혼도 하실 뻔 했는데, 아무리 설득해도 스스로 원하지 않으셨단다. 남자를 무척 싫어하시지!”
타냐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신을 믿지 않고 다섯 명의 남자를 끼고 사는 편이 나았을 텐데요. 남자에게만 관심있고, 신에 대한 건 모두 미신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소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내 웃었다.
“다섯 명이라니! 타냐!”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 역시 씁쓸하게 미소지었지만, 타냐는 눈물을 삼키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양아버지를 향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그녀의 눈은 눈물을 참느라 반짝거렸지만, 시선은 확고했다.
“저는 아마 독감에 걸린 거 같아요. 뭔가 눈에서 흘러내려요. 오늘 하루가 온통 엉망이네요.”
타냐는 서둘러 방을 나왔다. 소냐가 그녀를 따라갔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손가락으로 식탁 위를 톡톡 두드려 댔다. 또 얼마나 엉망인 날들이 이 불쌍한 소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는 아이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타냐가 세 살이 되던 해였다. 그는 타냐의 어머니이자 당시 그의 아내였던 나탈리야 세르게예브나와 함께 그들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했었다. 집은 전기가 나가 있었다. 병 속에 꽂힌 다 녹은 초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유모는 부엌에서 차를 끓이고 있었고, 타냐는 커다란 안락의자에 혼자 앉아있었다.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만 같은 커다란 눈으로 아이는 방 안 깊은 곳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좇고 있었다. 아이는 자주 혼자 남겨지곤 했기에, 어둠도, 적막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머니는 타냐의 손을 잡고 죄책감 섞인 뜨거운 입맞춤을 볼에 퍼붓고서는, 아이를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에게 안아 들어 보였다.
“이 분이 너의 아버지란다.”
타냐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흔들더니 조용히 말했다.
“저는 아버지가 없어요.”
나탈리나 세르게예브나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흐느껴 울었다. 그리곤 다시 타냐에게 입맞추기 시작했다.
“없었지! 그렇지만 이제는 있단다! 우리는 세 명이서 살 거야. 아주, 아주 잘 살거야!”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전기수리공이 왔다. 어머니는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타냐가 갑작스레 그녀의 원피스를 붙잡았다. 나탈리야 세르게예브나는 아이를 향해 몸을 숙였다.
“내 착한 아기, 무슨 일이야?”
타냐는 전기수리공을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침착하게 물었다.
“엄마, 이 사람도 내 아버지예요?”
아이는 분명 오늘처럼 낯설고 짙은 어둠 속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가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는 타냐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는 그의 입을 유심히, 오랜 시간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서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만지더니, 그에게 물었다.
“이곳에 없는 동안 어디에 가 있었어요?”
이 날을 회상하자,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의 마음이 다정함과 애수로 따뜻하게 물들었다. 방으로 들어온 소냐에게 뭐라고 대답했는지, 그 자신도 기억하지 못했다.
(<타냐>(3)에서 계속됩니다)
원문 출처: Сейфуллина Л.Н. Таня // Собр. соч.: в 3 т. Т. 4. М.: Художественная литература, 1969. С. 26–45.
그림 출처: https://rusmuseumvrm.ru/data/collections/painting/19_20/zh-10324/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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