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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연재완료79

7화 변신의 정치경제학 7화 변신의 정치경제학 지영(국문학 연구자) 1. 자살 방지 그물 과로는 인간의 육체만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절대 시간, 불규칙한 수면, 균형이 깨진 영양 상태 등을 동반하는 과로는 정신적 안정과 더불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훼손한다. 그래서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높게 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동 시간이 많은 국가와 기업을 중심으로, ‘과로’와 ‘자살’이라는 사회의 두 문제 영역이 결합된 ‘과로 자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 역시 필연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타이완 기업이자 아이폰의 부품을 생산하는 ‘팍스콘’에서는 2010년 한 해 동안 노동자 14명이 연속해서 투신자살을 하였다. 이 상황을 직면하고 .. 2018. 12. 24.
너의 음식은 그림자처럼 싱거워 - 게오르기 오볼두예프의 시 몇 편 너의 음식은 그림자처럼 싱거워- 게오르기 오볼두예프의 시 몇 편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레기스트라치야지난 6월 중순에 프세볼로트 네크라소프에 대한 글을 쓰고 한동안 연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게오르기 오볼두예프를 소개하겠다며 호언장담하고 그의 시집 두 권을 중고책 직거래로 구해 읽어보았는데 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여름마다 모스크바에 찾아오는 잡다한 손님들을 맞이하며 돈을 좀 벌었고 바로 집 옆에 있는 티미랴젭스키 숲에 가서 보드카를 좀 마셨고 가장 더울 때는 조지아를 다녀왔습니다. 신비로운 트빌리시에서는 포도주 찌꺼기를 증류한 독한 술 ‘차차’를 마셨고 탄산수로 유명한 보르조미에서는 계란 썩은 냄새가 나는 약수를 마셨고 산마루에 있는 유황온천에서 수영도 했습니다. 흑해 연안에 있는 바.. 2018. 11. 12.
나는 사후의 영광을 바라는가? - 프세볼로트 네크라소프의 시집 『리아노조보』 - 나는 사후의 영광을 바라는가?- 프세볼로트 네크라소프의 시집 『리아노조보』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네크라소프 1, 2, 3 러시아 작가들 중에는 네크라소프라는 성을 가진 유명한 세 사람이 있습니다. 우선 19세기 대표적인 리얼리즘 시인인 니콜라이 알렉세예비치 네크라소프(Н.А. Некрасов, 1821-1877)가 있습니다(‘네크라소프 1’이라고 하겠습니다). 그의 시 「신문풍자시」(Газетная, 1865)의 한 구절은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 2018. 6. 12.
어떻게 사물을 응시할 것인가: 재현과 실재의 문화사회학 어떻게 사물을 응시할 것인가?: 재현과 실재의 문화사회학 김현준ㅣ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모든 시선과 표상은 문화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문화를 통해, 문화와 함께 행동하며, 사회는 문화적 퍼포먼스로서 재현된다. 이 연재 글에서는 문화주의, (포스트)구조주의, 구성주의, 실재론 등 사회과학 및 문화연구방법론을 통해 재현과정, 즉 문화-사회적 텍스트를 응시하고 해석/해체하는 기초적인 관점을 다룬다. 이 연재는 2016년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한 문화연구방법론 "응시와 재현의 문화사회학" 강의원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학술논문이 아니므로 인용은 삼가해 주세요. 문의는 이메일(hyunjun79@daum.net)로 주시기 바랍니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본 것을, 또는 보고 있.. 2018. 5. 17.
형제복지원, 혹은 문명화 과정의 효과로서 야만(2) 3.물신화된 규율과 폭력의 문화적 과정 유신정권 이후 들어선 전두환 정권에서도 부랑인 정책의 기조는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었다. 내무부 410호 훈령은 전두환 정권의 말기인 1987년 2월에서야 폐지된다. 같은 해 1월 형제복지원의 실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의 일이다. 형제복지원 역시 기본적으로는 내무부 410호 훈령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랑인의 타자화와 배제의 전략 속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자로 규정되어 ‘건전한 사회질서’로부터 배제된 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야만적 폭력’의 지대였다. 그곳에서 행해진 잔혹한 폭력과 끔찍한 인권유린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형제복지원은 야만이 지배하는 상태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때 ‘야만적’이라는 느낌은 정확히 문명적인 것의 반대편에 있어야.. 2018. 5. 11.
시라는 것을 아는 뻔뻔함 - 얀 사투놉스키의 후기 시 시라는 것을 아는 뻔뻔함- 얀 사투놉스키의 후기 시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지난 4월 10-11일, 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에서 이라는 제목의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문학작품의 ‘제목’만을 주제로 다루는 이 학술대회는 올해로 벌써 개최된 지 스물두 번째 해를 맞이했습니다. 운 좋게 저도 여기서 발표하게 되었고 제 발표 주제는 였습니다. 에피그라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발표에서 써 먹었으니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사투놉스키가 쓴 ‘시에 대한 시’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얀 사투놉스키(Ян Сатуновский, 1913-1982)는 필명이고, 본명은 야코프 아브라모비치 사투놉스키(Яков Абрамович Сатуновский)입니다. 그는 리아노조보 그룹의 다른 시인들보다 열 살 정도 나이가 많습.. 2018.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