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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연재완료79

5화 아직도, 가족? 5화 아직도, 가족? 지영 | 국문학 연구자 1. 가족을 둘러싼 환상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린다. 나의 문제를 아무 대가없이 해결해 주고, 지친 나의 마음까지 끌어안아줄 것이라고 기대되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가족에 대한 이미지는 “엄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밑에서 화목하게 자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이미지는 고착되어 있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에서 말한 것처럼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엇비슷하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확률적으로 생각해도 후자가 압도적일 것 같은데 왜 우리는 행복한 소수가 만든 가.. 2017. 11. 7.
다섯 번째 엽서 : 원-에크리튀르와 그것을 둘러싼 논쟁의 실마리를 찾아서 다섯 번째 엽서 - 원-에크리튀르와 그것을 둘러싼 논쟁의 실마리를 찾아서 - 최 원 | 독립연구자 안녕하세요? 먼저 지난달에 제가 당신께 엽서를 쓰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 학기가 시작된 데다가 몇 가지 개인적인 사정이 겹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매달 한 장의 엽서를 보내드리고 싶지만 때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기면 그냥 바쁜가보다 또는 아직 생각이 덜 정리 되었나보다 여기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데리다의 원-에크리튀르에 대한 저의 이해를 간략히 말씀드리면서 거기에 기초해서 데리다와 알튀세르 사이의 쟁점 하나를 제기해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데리다의 에크리튀르를 글쓰기 또.. 2017. 11. 1.
2014년 4월 16일 2014년 4월 16일 고준우 | 학생활동가 돌려 말하지 마라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송경동,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2014년 4월은 나의 대학생활이 이제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따뜻한 봄 날씨가 찾아오고 선배들과 매주 밥약(식사 약속)을 잡고 동기들과 어울려 다니는 소소한 대학생활의 시작이었다. 4월 16일의 비극은 그 대학생활의 와중에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4월 16일, 나는 대학에서 만난 선배와 학교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던 중에 식당 한편에 설치된 TV에서 뉴스속보가 흘러나왔다. 한 대형 여객선이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TV는 커다란 배가 가라앉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헬기 영상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자막은 다행히도 ‘전원 구출’이라.. 2017. 10. 31.
고정희의 시대착오 고정희의 시대착오 길혜민 | 국문학연구자 1995년 낸시 프레이저는 「재분배에서 인정으로? -‘포스트사회주의’ 시대 정의의 딜레마」라는 글을 통해서 젠더 정의에 있어서 재분배와 인정의 두 축 중에서 무엇을 우선으로 하여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포스트사회주의’라는 시간을 당면한 상황에서 인권 존중과 평등권을 모두 충족시키기엔 재분배-인정 양쪽의 이해관계가 상호 모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꽤나 까다로운 논의가 되어버립니다. 이 글에서 낸시 프레이저는 긍정적 개선책/변혁적 개선책이라는 문제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재분배와 인정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일종의 ‘사고실험’을 진행합니다. 이 작업물이 발표된 이후, 주디스 버틀러, 리처드 로티, 아이리스 매리언.. 2017. 10. 25.
4화 지옥의 문이 열리면, 죽지 못한 자들이 돌아온다 4화 지옥의 문이 열리면, 죽지 못한 자들이 돌아온다 지영/국문학 연구자 1. 이곳이 ‘지옥’이라고 불리는 이유 2015년 대한민국에서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을 했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에 과거의 시공간을 뜻하는 ‘조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이 단어는 처음에는 디시인사이드에서 통용되는 특수 용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들의 절망을 나타내는 보편 용어로 자리 잡는다. ‘지옥불반도’나 ‘망한민국’ 등과 유사어로 사용되고, ‘N포세대’, ‘노오력’,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의 준말)’ 등과 연결되면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담겨 있는 헬조선닷컴(hellkorea.com)까지 등장하면서 ‘헬조선’이라는 이름은 .. 2017. 10. 11.
나의 학생운동 : 비용이 된 인간 ― 신자유주의와 대학청소·경비·주차노동자 투쟁 비용이 된 인간 ― 신자유주의와 대학청소·경비·주차노동자 투쟁 고준우 | 고려대 학생 활동가 4년차 “새로운 세계의 무질서가 자신의 신자본주의 및 신자유주의를 정착시키려고 시도하는 순간에 어떠한 부인(否認)도 마르크스의 모든 환영들을 물리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헤게모니는 항상 억압을 조직하고 따라서 신들림(hantise)을 확증한다. 신들림은 모든 헤게모니의 구조에 속해 있다.”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마르크스의 유령들(Spectres de Marx)』 중에서 신들림(들) “어떻게/왜 운동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활동가들을 만나면 이렇게 자주 묻곤 한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활동가들의 이야기로부터 운동의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 한국.. 2017.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