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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Project89

“유감”의 용법에 대한 분노의 아카이브: “유감”의 용법에 대한 분노의 아카이브: 리뷰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유감(Regret)”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열렸던 故김용균 추모 5주기 특별기획전시가 지난 12월 3일에 막을 내렸다. 언뜻 추모 전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감’이라는 단어는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전시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은 12월 7일 대법원의 판결 속에서 다시 반복되었다. 대법원의 기각판결로 김용균의 산재사망에 대한 원청의 무죄가 확정되었고,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던 유감이라는 강렬한 글자가 대법원의 판결 속에서 (실제로는 그 단어를 내뱉고 있지 않지만)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유감이지만) 원청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사망사고는 유감이나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법정 발화.. 2023. 12. 11.
케인스 플랜(Keynes Plan)의 제자리 찾기 케인스 플랜(Keynes Plan)의 제자리 찾기 박기형(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1. 케인스의 귀환이라고? 본 글은 케인스의 국제통화체제 개혁안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걸 목표로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의 귀환’에 관한 담론이 널리 퍼졌다. 그와 함께 ‘케인스의 귀환’를 외치는 흐름도 강해졌다. 그런데 케인스는 정말 ‘복귀’하는 걸까? 귀환 또는 복귀라고 말하기 위해선, 본래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 아래에선 국제통화체제 개혁에 관한 케인스의 아이디어, 즉 케인스 플랜을 검토한다. 그럼으로써 케인스의 복귀를 외칠 때, 흔히 놓치고 있는 지점을 밝힌다. 그동안 케인스는 ‘시장 대 국가’의 도식 아래에서 시장의 자유를 제약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때 자주 소환되었다. 특히 국제자본의 이.. 2023. 12. 4.
애도의 범위: 주디스 버틀러, 폭력과 폭력에 대한 규탄(condemnation)을 쓰다. 애도의 범위 : 주디스 버틀러, 폭력과 폭력에 대한 규탄(condemnation)을 쓰다. 번역: 배경진(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감수: 조지훈, 한상원 편집자 서문 이 글은 45호에 실린 주디스 버틀러의 글 '애도의 범위(The Compass of Mourning)'를 번역한 것이다. 원문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lrb.co.uk/the-paper/v45/n20/judith-butler/the-compass-of-mourning 이 글은 주디스 버틀러가 10월 7일 하마스의 군사행동이 벌어진 직후 작성한 글이다. 따라서 글의 논조는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를 비롯해 하마스의 행동을 변호하는 입장들을 비판하고 하마스의 행위를 규탄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이스라엘의 식민지배라는 역사.. 2023. 11. 26.
신탁의 제도화: 화폐, 회사 그리고 국민국가 웹진 인-무브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코너 은 현대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법제도와 사회조직에 관한 연구들을 소개한다. 현대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새로운 유형의 관념에 기반한다. 법적 인격과 그것들이 맺는 관계, 거기에 결부된 권리들의 체계가 자본주의에 특유한 소유 형태를 가능케 했다. 전통적인 자본주의 비판에서는 주식회사, 은행, 중앙은행, 각종 영리 및 비영리 법인체들의 형성 과정과 본질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켐, 소스타인 베블런, 루이스 멈퍼드와 같은 이들, 독일역사학파나 오스트리아학파와 같은 이들로부터 자본주의를 법제도와 사회조직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길 중 하나가 "신탁(trust)"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탐구다. 신탁은 현대 .. 2023. 11. 21.
아우성-이미지: 현장 퍼포먼스로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 아우성-이미지 현장 퍼포먼스로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 정지영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이 글은 2023년 11월 5일 wrm에서 진행된 〈디자인 문화 강연/워크숍: 신중한 질문들〉에서 썼습니다. 표면이 찢기고 긁힌 스티커들이 승강장 벽을 덕지덕지 메운다. 지난 21년 12월부터 시작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 촉구 시위의 흔적이다. 시위는 끝났지만, 4호선 삼각지역 벽을 광활하게 드리운 스티커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한동안 오가는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스티커 시위”(이하 전장연 스티커 시위)의 위력을 금세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는 일반적으로 불법 부착물이나 청소 노동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그.. 2023. 11. 14.
부채에 대항하는 연합 전선 부채에 대항하는 연합 전선(1987) 토마스 상카라(Thomas Sankara) 번역 | 박기형(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연설자 소개: 토마스 상카라(1949-1987)는 부르키나베 마르크스주의(Burkinabé Marxist) 혁명가이자 범아프리카주의자로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을 역임했습니다. 연설문 전문 의장님, 각국 대표단장 여러분. 이 순간 저는 또 다른 긴급한 문제인 부채 문제, 즉 아프리카의 경제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건 평화만큼이나 우리 생존의 중요한 조건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몇 가지 추가 사항을 우리의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두려움에 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유엔 회의를 비롯해 그와.. 2023.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