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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édés,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와 연결된 소녀/딸 (Fille à) Nanténé Traoré번역: 임하은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믿음입니다. 파스칼의 결혼식에서 저는 어떤 사람이 ‘그 모든 일, 필립을 뒤로 하고 그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니 다행이다.’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어요. 필립 크루치, 그의 음악, 그의 이미지들, 어머니, 공간을 가득 채우던 그의 미소, 그 웃음에 대한 기억, 어머니가 사무실에 간직해 둔 사진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집에서 울고 있던 필립, 그리고 밖에서 울고 있는 크루치, 밤에, 우리는 그의 삶을 공유했고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랑과 작별이 나에겐 그의 죽음과 연결되지 않아요. 내가 태어났을 때 크루치는 이미 죽었.. 2025. 11. 5.
질 들뢰즈, 돌멩이들(LES PIERRES, 1988) 돌멩이들(LES PIERRES, 1988)[1] 질 들뢰즈 Gilles Deleuze번역: 갈피 *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1975년부터 1995년까지 정식 출간되지 않은 들뢰즈의 텍스트들을 모은 두 번째 선집[2]인 《광기의 두 체제(DEUX RÉGIMES DE FOUS)》에 마흔여덟 번째로 수록된 기고문 〈돌멩이들(LES PIERRES)〉로, 들뢰즈가 팔레스타인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편집장으로 있는 문예지 《정원(Al Karmel)》지에 다르위시의 요청에 따라 기고한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이 ‘돌덩이들’인 것은 ‘인티파다(Intifada)’와 관계가 있다. 아랍어로 인티파다는 ‘봉기’, ‘항쟁’을 뜻하며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벌인 항쟁을 의미.. 2025. 11. 5.
토이사이드(toycide), 장난감의 학살 토이사이드(toycide), 장난감의 학살 박용준 (역사교사ㆍ대학원생) 가자의 어린이들‘에게도’ 인형이 있다. 전쟁과 학살 중에 찍힌 그들의 손과 품에는 인형들이 소중히 안겨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위태로워보이는 이 인형들을, 공습이나 포격이 벌어지면 놓치기도 한다. 그러면 잠시의 틈을 찾아 어린이들은 그것들을 되찾으러 온다. 손을 잃어버린 아이는 다른 손으로 그걸 주워 올리고, 저만큼 날아가서 따뜻한 피가 쏟아지고 있는 아이의 인형은, 이윽고 곧 죽게 될 다른 아이가 주우러 오는 것이다. 무수한 인형들이 포탄 한 발, 총알 한 발마다 떨어졌다가 주워지고, 다시 떨어지길 반복한다.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수많은 학살과 파괴에 비하면, 인형과 장난감들의 ‘죽음’이란 정말로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 2025. 10. 22.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1편] 조르주 바타유의 죽음과 주권 주권론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딜레마 강길모 (현대정치철학연구회) 연재를 시작하며 푸코는 『안전, 영토, 인구』 강의에서, 사회주의 정치의 기획이 성립하려면 다른 통치성과는 구별되는 사회주의 통치성이 발명되어야 했으나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주권적 폭력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채 국가폭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주의 국가들과 대동소이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 그 외의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국가장치에 통치를 의존했었던 사실 등은 현실사회주의가 사회주의 이전의 국가들과 다른 통치성을 발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시일 것이다. 반면 오늘날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 지배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2025. 10. 22.
상상의 채석장,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Konstellation)': 김수환, 『비교의 산파술: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 겹쳐 읽기, 문학과지성사, 2025. 상상의 채석장[i],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Konstellation)’[ii]:김수환, 『비교의 산파술: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 겹쳐 읽기』, 문학과지성사, 2025. 조정훈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인 ‘비교의 산파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요컨대, 내게 필요했던 것은 단순한 연결과 대질의 작업을 넘어설 수 있는 어떤 것, 이를테면 외견상 결코 서로 연결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대상과 주제들을 다소간 ‘폭력적으로’ 연결시키고, 그와 같은 부딪힘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기술이었다. 한마디로 내게는 ‘비교의 산파술(maieutics)’이 요구되었던 것이다.”[iii](16)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의 흥미로운 교차점들, 저자 식으로 말하자면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의 빛나는 .. 2025. 10. 19.
뫼비우스의 우주를 넘어서 뫼비우스의 우주를 넘어서 필자: 수차미 “예술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건 ~다’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작품에서 요소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무엇과 무엇이 대립하고, 무엇이 무엇과 유사한 관계가 있는지 하는 짜임새(구조)를 관찰한다. 작품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꽤 어려운 작업으로, 많은 작품을 통해 연습해야 한다. 아마 이게 어려워서 도중에 관찰을 포기하고 ‘이 요소는 사실 작가의 이런 메시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식의 수수께끼 풀이로 바뀌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지바 마사야) 지바 마사야의 글 「예술 작품이란 '풀 수 없는 문제'다」를 읽었다. 이 글의 주요 논의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대개 ‘.. 2025.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