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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기고

Pédés, 머리말

by 인-무브 2025. 8. 8.

Pédés

 

 

- 도서정보: Pédés, collectif, 2023, Points.

https://www.editionspoints.com/ouvrage/pedes-florent-manelli/9791041410224

 

Pédés , Florent Manelli , Documents

Pédés, Florent Manelli , Adrien Naselli , Yoann Idiri , Julien Ribeiro , Nanténé Traoré , Matthieu Foucher , Anthony Vincent , Rubén Tayupo : Décryp...

www.editionspoints.com

 

- 엮은이: Florent Manelli

- 지은이: Jacques Boualem, Camille Desombre, Adrien Naselli, Julien Ribeiro, Ruben Tayupo, Nanténé Traoré et Anthony Vincent

- 옮긴이: 임하은

번역 노트,
동시대 프랑스에서 Pédé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쟁점과 부딪치고 살아내며 써나가는 8명의 작가를 소개하고 싶어 번역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그 이름으로 불렀을 때 생기는 힘을, 이 이야기들과 엮일 또 다른 살아냄을 믿으면서 지금 여기 한국으로 이들을 데려오고 싶습니다. 

-임하은

 

 머리말

 

이 땅을 뒤흔드는 4 글자, Pédé[1]로 불리는 우리는 어디서나 천명, 만 명 존재한다.

 

Pédé. Nous sommes pédés.

 

우리는 Pédé다.

 

Pédé는 고대 그리스의 성적, 교육적인 맥락 안에서 성숙한 남성 l'étaste과 어린 소년 l'éromène의 특정한 관계를 뜻하는 pédéraste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 세기에 의미적, 도덕적 변화를 거치며 pédéraste라는 말은 남성과 성적 관계를 가지는 남성을 정의하게 되었고, 그 여파로 모욕의 의미를 담고 있는 Pédé가 등장했다. 디디에 에리봉이 그의 책 「Reflexions sur la question gay」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이 이 모욕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이는 우리를 형성하고 사회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정짓는 조건이 되었다. 순수함 l'innocence을 정상성의 지표로 삼아야 할 나이에 이러한 모욕을 직면하면 그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흔들리고 약해진다.

 

하지만 스스로 pédé라고 부르는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pédé를 정치적, 역사적, 전투적 도구로 바꾸어 세상과 우리의 몸, 공공장소, 성, 커플, 가족, 직장, 건강, 종교와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pédé라는 주홍글씨[2]를 다시 받아들이고, 그 폭력적인 영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 낙인은 우리를 완전히 새로 구성하며, 우리를 배제하고 억압하는 시스템의 낯짝에 다시 되돌려준다. 이는 우리를 다른 역사와 이야기에 속할 수 있게 하며, 밀려난 삶들을 이야기한다. 이 독특한 움직임은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방식, 자신과 함께 사는 방식, 집단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이는 '타자됨, 타자로 존재함'을 « être autre » 말한다. Pédé는 프랑스에서, 서구에서, 특정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여 쓰여졌고 이 단어를 우리가 스스로 말할 때 이는 강력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불러온다.

 

1949년부터 장 젠트는 자신의 책 「Journal du voleur」에서 자신과 게이들을 지칭하기 위해 'pédé'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동성애는 가능성으로조차 여겨지기 어려웠고, 그에 더해 자부심이나 정치적 주체로 인정받기에는 더욱 어려웠다. 이 책은 또한 우리 앞에 길을 닦아준 이들의 발자취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바로 오늘 우리 각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수 있게 해주는 그 길을 말이다.

 

우리의 사랑과 삶은 오랫동안 억압되고 병리화되어 왔고 우리는 경찰, 사법부, 의료계와 싸워야만 우리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 왔다. 호모섹슈얼 감시 단체, 일명 '게이 부대' la brigade des pédés는 1981년에서야 해체되었다. 이성애자에게는 15세, 동성애자에게는 21 세로 성년 연령을 구분하던 차별적 규정은 1982 년에 폐지되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했다. 이 역사는 최근이며,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이 죄책감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동성애를 비웃는 이들은 그들의 사랑이 화장실, 어두운 공원, 불편한 광고, 인간성을 상실한 어플, 숨겨지고 보이지 않는 밀려난 이야기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뭐. 우리 몸과 삶이 공공 공간에서 배제된 것은 세상이 우리를 침묵과 비밀로 몰아넣은 것의 결과 아닌가. 사회적 수치, 폭력, 또는 죽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숨어야만 했다면. 은밀하고 가려져 종종 화장실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오히려 이를 저항의 행위로 축하해야 하지 않는가, 멀리 밀어내는 대신.

 

성소수자 해방 운동이 사회적 진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은 여전히 cisheteropatriarchal 시스-이성애 중심 규범의 조건에 종속되어 있으며, 관찰되고, 분석되며, 의심받고, 나머지 사회의 판단에 맡겨지거나, 때로는 성적 페티쉬 Fetish 대상으로 취급된다. 만약 주변부로 여겨지는 이러한 삶 속에서, 들척지근한 분노와 그로부터 살아냄, 거기서 생성된 우리만의 코드가 그 모든 것을 압도한다면.

 

우리에게 'pédés'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남자를 사랑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히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험을 끊임없이 사적인 감정 문제나 단순한 인간관계 이야기로 축소시키면, 우리 경험과 문화가 지닌 비판적 힘과 정치적 차원을 무력화시키고, 정체성을 매끄럽게 다듬어 시스-이성애자 모델에 맞춘 수용될 수 있는 사랑으로 덮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더 이상 두려움을 주지 않도록, 잘 통제되기 위해 다듬어진 모양으로 갉아진다.

 

이 책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pédés'라는 글자가 우리에 대해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 모욕, 기쁨, 발견, 폭력.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의 자리를 대신할까? 우리의 이야기는 의도하지도, 알지도 못했던 채로 서로 연결되는 실을 엮어간다. 각자의 살아냄 속에서 우리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가능한 대화의 장을 보여준다. 'pédés'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를 동성애 혐오 집단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를 'pédés'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를 동질적인 집단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각자의 경험은 시스-이성애 중심적, 남성 중심적, 인종 차별적, 장애 차별적, 계급 차별적, 성차별적, 자본주의적, 가부장적인 공간 속에서 특별하다.

 

이 책은 호모들의 투쟁을 더욱 나아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투쟁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우리를 분열시켰던 1980~1990년대 HIV/AIDS 유행기간에 우리를 방치해 죽게 만든 시스템에 의해 깨진 연대를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한 세대의 사랑, 예술가, 게이 활동가들을 빼앗아 갔으며, 많은 이들을 트라우마에 빠뜨려 우리 선택한 계보에 큰 공백을 남겼다. 이 호모들의 연대, 'pédérité'는 국가와 기관들이 우리에 대한 증오를 방치함으로써 자주 훼손되어 왔고, 이제는 이를 되찾는 것이 절실하다. 아직도 우리를 향한 폭력, 모욕, 살인은 무관심 속에서 계속되며 이 혐오가 담긴 무관심은 미디어에서, 우리를 보호해야 할 기관들에서, 때로는 우리의 커뮤니티 내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난다.

 

이 책은 #MeTooGay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운동은 2021년 1월 성폭력 피해자 수천 명이 커뮤니티 내에서 겪은 경험을 공개적으로 증언하는 드문 사례를 쏟아내며 시작되었다. 또한 2023년 1월 7일 동성애 혐오로 인해 자살한 13세 루카스의 죽음, 같은 달 케냐의 동성애자 활동가 에드윈 치로바 살해 사건, 그리고 전 세계에서 발생한 수많은 동성애 혐오 살인 사건이나 시도들에 대한 응답으로 기획되었다.

 

우리는 글을 통해 자신과 타자,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의 긴 여정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존재의 자유를 외치기 위하여 필수적이다. 커뮤니티 내부의 투쟁 속에서도 서로도움 entraide의 형태로 우리를 다시 묶고, 글쓰기와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여덟 명의 진실된 작가들을 데려온다.

 

우리 성소수자 몸이 혁명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견디는 모욕을 넘어 단결할 수 있다. 타자를 점점 더 밖으로 밀어내려 하는 사회 안에서 우리는 계속된 투쟁으로 지친 커뮤니티를 마주한다.

 

낙인 찍히고

모욕 당하며

살해되지만,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편견보다 훨씬 풍부하고

복잡한

자부심으로

필요한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생기넘치고 창의적인 커뮤니티를 위해,

우리는 이 단어, 이야기, 서사를

미래를 향해 쓴다.

 

Jacques Boualem,

Camille Desombre / Matthieu Foucher,

Florent Manelli, Adrien Naselli,

Julien Ribeiro, Ruben Tayupo,

Nanténé Traoré, Anthony Vincent

 

ⓒ 2025. 김사라. All rights reserved.



[1] 우리 말로 호모라는 단어로 옮길 수 있겠지만 그대로 사용합니다.

[2] 낙인의 전복_ retournement du stigmate이라는 개념은 사회로부터 낙인 찍힌 집단(피부색, 신체적 장애, 성적 지향 등 때문에)이 반응하는 방식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러한 집단은 자신들을 낙인 찍는 요소를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이자 자부심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주장함으로써, 이 낙인을 전복한다. 


 

"인-무브 기고" 코너는 공개 모집을 통해 접수된 원고를 게재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지닌 필진들과 함께하기 위한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원고에 담긴 의견이나 입장은 필자의 개인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서교연의 공식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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