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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Writing/인-무브 서평

어떻게 ‘화폐-임금’이 생산의 커먼즈를 파괴했나: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죽음통치의 해부

by 인-무브 2026. 8. 31.

어떻게 ‘화폐-임금’이 생산의 커먼즈를 파괴했나: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죽음통치의 해부

- 피터 라인보우, <목매달린 자들의 런던>,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26에 대한 서평

 

 

김상철 (한국커먼즈네트워크 활동가, 시시한연구소 이사)

 

 

1.

한 체제에 살고 있는 사람은 다른 체제의 등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서에서는 대부분 연표를 중심으로 매끄럽게 주요한 사건들이 나열되기 때문에 전환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없기도 하지만 워낙 장기적으로 수많은 사건들이 누적되면서 진행되는 과정이라 설사 그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생애주기를 훨씬 뛰어넘는 역사 과정을 제대로 감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설명이 구름 위에서 관조하는 듯한 변화의 이미지 때문이겠다. 인클로저를 통해서 전통적인  생산 과정이 붕괴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인구의 도시 유입이 생산과정의 기계화와 맞물려 본격적인 자본주의 생산 체계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교과서적 설명은 오히려 너무 매끄러워서 체감하기 어렵다. 과연 그런 변화가 자연스러웠을까? 도저히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느낀 힘은 없었을까? 그렇다면 이런 구체제에서 신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마찰력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커먼즈 이론가이자 역사학자인 피터 라인보우가 쓴 ‘목매달린 자들의 런던’(권범철 옮김, 갈무리)은 자본주의가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국면을 보여준다. 통상적인 이론서와 다르게 국가나 자본 등의 행위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전환에 놓여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 현장으로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그가 책 전반에서 보여주는 구체적인 인물들은 독자로 하여금 양가적인 감정을 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접근법이야 말로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피칠갑을 하고 억지로 만들어진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읽힌다. 예를 들어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연쇄 탈옥범이다.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감옥을 유유히 탈출한 이 범죄자가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범죄가 어쩔 수 없었다거나 그럴 법하다는 합리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범죄의 내용이 아니라 ‘감옥에서 탈출하는 행위’에 대한 민중들의 감각이다.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이 당연함에도 왜 범죄자가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에 환호하는가, 무지에 가득찬 호기심 때문인가?

 

2.

라인보우가 로빈후드와 같이 익숙해진 의적의 이미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범죄자를 책 머리에 내세운 것은 양가적 감정이라는 낯선 경험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사형수들의 사연들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기는 하지만 명백하게 범죄를 일으킨 이들이 맞다. 그런 데 나쁜 짓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꼭 범죄가 되어야 할까? 그러니까 인과응보는 필요한데 그것이 꼭 국가에 의한 사법체계를 통해서 범죄로서 다뤄져야 할까? 적어도 ‘지금-여기에 필요한 도덕적 인간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독자가 볼 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형수들의 이야기는 동질감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어휴 저 시기에 어떻게 살았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 것의 세계이고, 한 마디로 ‘질서가 없는’ 모습이다. 바로 이 감정, 그러니까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적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이 지점은 이 책을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정치) 예술의 결과물로 만든다.  

 

이런 이질감을 통해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가진 도덕적 힘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사형을 통한 사법체계의 폭력이 강압적으로 자본주의를 수용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저항을 했지만 끝끝내 이런 변화를 내면화하는 근대적 노동자의 탄생을 보여준다. 즉 자본주의가 있기 때문에 프롤레타리아가 있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프롤레타리아가 되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책이고 그만큼 구체적이면서도 두껍다. 그리고 사형수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터라, 연대기적 서술의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낯선 이름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러미 벤담이나 아담 스미스와 같은 이 시기 정치경제학이나 사회공학의 슈퍼 스타들 이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책의 주요한 논지를 이끌어 가는 것은 사형수들이거나 범죄자들이다. 현재 런던의 하이드파크 북동쪽에 해당하는 위치의 타이번은 공개 처형장이 있는 런던 교외의 장원 중 하나다. 이 지명을 따서 사형수의 사회학으로서 타이번학Tyburnography이라는 방법론을 제안하는데 이는 인두세와 난로세를 기반으로 해서 1696년에 그레고리 킹이 시도한 잉글랜드 지역의 조사보고서 방법을 참조한 것이다.

 

“(킹이 실시한) 인구학이 공법의 강제력(과세) 하에서 사유재산을 취하기 위해 고안된 기록에서 기원한 것처럼, 타이번학은 공법을 어기고 사적으로 재산을 취하는 경우 재산을 존중하도록 사람들에게 경고(교수형)하기 위해 고안된 기록에 기반을 둔다.”(131)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의 목적을 ‘사유재산’을 둘러싼 공법적 처벌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전환이라는 맥락을 짚는 것이라 밝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그 밖의 미덕도 찾을 수 있다. 일단 사형수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당시의 교회사에 정리되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따라서 이 책은 일차적으로 특정한 시기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1차 자료에 대한 해설로서 읽힐 만 한다. 나아가 라인보우가 정밀하게 추적한 당시의 법제와 사형수 개개인이 범죄로 이르게 된 다양한 경위들과 맥락은 그 자체로 논픽션의 재미를 준다. 특히 직물, 정육, 설탕, 배의 건조 등 당대에 중요한 생산물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대한 세밀한 정리는 해당 물품의 사회사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읽는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이 책을 볼 것인가에 따라서 중심적 내용과 주변적 내용을 구분할 수 있고, 이런 기준에 따르면 개별 사례를 참고로 해서 라인보우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따라가도 좋다.

 

3.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생산과정에서 공동으로 만들어진 커먼즈의 분배 과정에서 생산자들이 강제로 분리되고 결국엔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생산자가 소외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상황이 공법 상의 범죄화를 통해서 가능했다는 설명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화폐 지불로 상징되는 근대적 임금노동의 등장이라는 것이 자본주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의 승리가 아니라 오히려 노동에 도덕적 족쇄를 씌우기 위한 사형제도의 결과로서 도출된 장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 계급 갈등의 중심지로서 17세기에는 마녀 화형이 순수한 노동력의 재생산에 특징적이었고, 16세기에는 부랑자와 방랑자의 근절이 시초 축적에 전형적이었다면, 마찬가지로 18세기에는 교수형이 임금의 변형을 이해 기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548)

 

흉년이 들면 가난한 농부들은 산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이 공유지의 존재였다. 충분하진 않아도 당장의 배골이는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유지의 자원 취득을 절도로 만들면 그 전까지 가난한 이들에 불과했던 사람들은 범죄 집단이 되고 만다. 받아야 될 품삯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장인들은 자신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이들의 재산을 가져가게 된다. 가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은 집안의 물품 중 일부나 식재료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으로 벌충된다. 담배나 설탕을 하역하고 실어 나르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댓가가 당연하게 담배와 설탕에 더해 있다고 여겼다. 배를 만드는 사람들은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에 자신이 행하는 노동의 몫이 묻어 있다고 여겼다. 즉 자본주의 이전의 생산이라는 것은 재료의 주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누가 그것을 쓸모있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서 관여할 수 있다는 관습이 존재했다. 

 

지금의 자본주의적 윤리에 익숙한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 안되지만, 시골에서 잔치집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일당을 줬다고 빈손으로 보내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그 관행이라는 것이 가진 타당성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자본주의적 생산의 윤리화 과정이 가진 비대칭성이다. 5장에서 주요하게 소개하는 담배 유통과정에서의 범죄화는 흥미롭다. 담배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를 조금 떼어 유용하는 행위는 점차 엄격하게 처벌하다는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담배를 수입하는 사업자는 관세를 줄이기 위해서 신고하는 물품의 무게를 속이는 더 큰 조직적 범죄를 자행한다. 그리고 중소 사업자를 몰아내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담배 수입 규격을 정하고 표준화함으로써 기존 중소사업자의 유통을 ‘밀수업자’로 만들어 버린다. 나아가 정부에 대한 로비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식의 관세 감면 제도를 만들어서 시행함으로써 결국엔 독점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머니에 담배 한 줌을 들고 나왔다고 절도로 처벌받는 노동자 중 누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겠나. 이를 강제하기 위해 세관 관료제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최초의 유급경찰 제도가 등장하게 되고 용기의 표준화를 통한 유통의 계량화가 이뤄진 것이다. 18세기에 발견할 수 있는 사회 이론들의 발전은 단순히 개별적인 발전이라기 보다는 자본주의를 성립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동맹의 결과라 할 수 있다.

 

4.

노동 현장에서 벌어진 개별적인 저항들에 맞선 기득권의 대응은 개별적이지 않았다. 라인보우는 이를 ‘사회계약’이라고 부르는 데 교수형은 군주, 법원, 시티, 교회를 결합시키는 중요한 사회계약의 의식이었다(21)고 표현한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계약이 모두가 평등한 관계에서의 가상적 협약을 통해서 만들어졌다는 자연권 사상가들의 인식이 어떤 역사적 사실을 감추고 있는지 폭로한다. 실제로 이 동맹은 법이라는 공적 권력의 행사 방식을 통해서 합리성의 외피를 쓴다. 영어를 할 수 없는 영국 왕인 하노버 왕가의 조지1세가 등장한 1714년은 형법 체계가 군주제를 활용해서 얼마나 사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 된다. 1715년에서 1723년이라는 단 8년 사이에 만들어진 법들을 보면, 12명 이상이 모이고 소란을 피울 경우 치안판사가 폭동선언문을 읽으며 폭동이라 정하면 1시간 안에 해산해야 하는 ‘폭동법’, 중죄인을 해외 식민지로 보내 플랜테이션 노동에 처하도록 하는 ‘유배법’. 임금 인상 등을 목적으로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합법’ 그리고 각 교구마다 노역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노역소법’과 사형의 목록을 200개 이상 명문화한 ‘블랙법’ 등이 만들어졌다(44-46).

 

라인보우가 자본주의의 제도화에 결정적인 국면으로 칭하는 1780년의 고든 폭동 시에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뉴게이트 감옥으로 향했던 이유가 있다(그리고 우리는 이 비슷한 풍경을 프랑스 혁명 당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탈출한 사람이 117명인데 이 중 80면의 신원이 확인된다(414). 5명이 살인 등 대인범죄자고 절도범 등 재산 범죄가 73명에 달했다. 그러니까 당시 도시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감옥 바깥에서 폭동을 일으킨 자신들이나 감옥 안에서 범죄라로 갇혀 있는 이들이나 같은 사람들로 여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타이번이라는 장소를 통해서 작동하던 공개적인 죽음정치는 1783년 마지막 공개처형을 끝으로 뉴게이트감옥의 내부로 옮겨 간다. 더 이상 공개처형이라는 공포가 사람들을 옭죌 수 없다는 것이 드러 났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언어의 비공식적 사용은 해당 언어가 가진 이중성을 드러내는 장치다. 이를테면 계정 혹은 계좌라는 의미를 가진 어카운트account는 인클로저 그것도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배제하는 내부적 식민주의의 과정에서, 토지를 부당하게 차지한 이들이 지나는 길목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노상 강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6장의 설명을 보자. 노상강도는 특정한 소유 토지가 아니라 소위 공유지라고 부르던 길에서 발생했는데, 이 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유료 도로가 생겨났고, 아예 현금 소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은행이 생겨났다. 특히 지방은행들이 등장한 것은 약탈의 합법화 과정에서 등장했다. 인클로저에 의해 자신의 생산수단과 생산물에서 분리된 이들이 하는 노상강도도 어카운트라고 불렸다는 것은 원래 자신의 몫이 포함된 이익을 계산하여 돌려받아야 한다는 감각을 보여준다. 비단에서 면으로 옮겨간 계급관계의 표상은(357) 초기에 자연스로운 권리였던 짜투리 천의 점유를 양심의 문제로 만들면서 고도화된다(동료가 작업장에서 도둑질 하는 것을 보고 양심의 가책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례가 언급된다 358).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는 자원의 점유를 통해서 보완해왔다. 하지만 가죽을 제단하고 신을 만들던 하나의 노동이 제단하는 사람과 신을 만드는 사람을 분리하는 분업체계를 통해 클릭킹을 원천 봉쇄되고 자투리 천을 남기지 않는 방식의 규격화는 더 이상 낮은 임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았다. 즉 생존을 위해 더 긴 임금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5.

자본주의는 중세 시대의 가난했을 뿐인 이들을 프롤레타리아로 만들었다. 원래 자유민을 의미하는 평민과 대비되어 자녀를 생산하는 역할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 프롤레타리아였다. 자본주의는 무능력 혹은 잉여, 부랑자에 가까운 이들을 한 군데 정주시키고 노동력으로서 강제하는 조치들을 시행함으로써 기존의 가난해서 떠도는 이들을 프롤레타리아로 고정했다. 라인보우는  “이것이 노동가치론의 발견과 양적 인구 분석의 시작이 18세기 초 중상주의 국가의 두 가지 지적기둥을 구성했던 이유”(184)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노동이 가치를 생산한다는 말은 노동이 위대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래서 노동이 쉴 새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노동시간에 기반한 노동가치론이 향하는 방향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랑자를 의미한 프롤레타리아는 빼앗길 거라곤 노동력 밖에 없는 이들로 다시 만들어졌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출현은 하나의 단일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매우 다양한 층위에서 작동한 이해관계의 결과다. 책의 앞 부분에 등장하는 몰록=상업적 제국주의, 벨리알=화폐와 형법제도, 마몬=계량화(85-89)이라는 루시퍼의 3대 악마 비유는 자본주의가 태동하게 된 복합적인 힘을 설명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당연하게 몫을 주장할 수 있었던 전유를 박탈당한 이들을 노동자로 재구성하는 경제학자, 경찰 그리고 기술전문가라는 역할과 대응한다. 

 

“우리는 세 가지를 구별할 수 있다. 첫째 새뮤얼 벤담이나 윌리엄 본 같은 기술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노동 도구를 혁신하여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기 때문에 노동계급을 사물의 생산자로 이해한다. 둘째는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같은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에게 노동계급은 자본주의 양적 측면, 즉 노동 시간에 따라 가치를 생산하는 자들이다. 셋째는 콜쿠혼과 해리엇 같은 경찰이다. 이들은 노동계급을 게으름, 주취, 무질서의 생산자로 이해한다. “(525)

 

결국 폭발한 1790년의 고든 폭동은 실패하고 만다. 라인보우는 이 혁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으로 화폐를 제시한다. 구체적인 생산물의 일부가 아니라 화폐라는 추상적인 보상 수단을 통해서 노동의 대가를 수령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노동 사이의 차이는 작업의 차이가 아니라 가치의 차이가 된다. 중요한 노동과 그렇지 않은 노동의 차이는 그에 부여되는 화폐의 크기에 의해 상호 비교된다. 이렇게 도입된 화폐를 통한 임금의 지급은 작업장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전통적인 전유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을 전제로 가능했다. 또한 조선소 노동을 표준화하고자 했던 벤담은 임금인상이 착취율의 증가와 완전히 양립(490)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성과급 형태의 인센티브가 노동현장의 단일성을 없애고 상호 경쟁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해군이 통제하는 조선소에서 나무조각을 훔쳐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조치들에는 배 건조의 표준화, 정기적인 재고의 확인, 작업장의 요새화, 보안 요원의 상시고용, 공식적인 채용 제도, 주머니가 없도록 의복을 제한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범죄화와 함께 일급을 폐지하고 성과급 노동을 도입한 것이 포함된다. 화폐를 통한 임금의 지불은 전통적인 생산자인 전통적인 장인들이 프롤레타리아 일부가 되도록 만들었고 결국 노동 과정에 대한 기술적 재구성을 묵안하게 된 배경(535)인 것이다. 이런 특징은 우리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살던 집에서 쫒겨나는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은 주거이전비와 같은 화폐 보상이고, 골프장이나 송전탑 때문에 농지가 수용된 이들에게도 화폐 보상이 주어진다. 문제는 살 집과 농사지을 땅이 사라진 사람에게 화폐를 통한 보상이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임금 노동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켜서 자기 재생산 밖에 못하는 프롤레타리아로 머물 수 밖에 만든다는 점이다.

 

6.

국가에 의존한 신용의 구체적 수단으로서 화폐가, 그리고 이를 통해서 성립된 표준화된 임금노동이라는 구조가 오히려 공유지에 기반한 전통적인 공유생산 과정을 해체하고 노동을 재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했다는 설명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주장임과 동시에 커먼즈에 기반한 생산과 분배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또한 영국의 유급 경찰제도의 시작이 조선소에서의 목재 점유를 막고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해양경찰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은 근대 국가의 ‘치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즉 치안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구의 존재는 결코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 이들이 판단하는 합법과 불법이야 말로 구체적인 생활세계에서 개인들을 끊임없이 자본주의적 도덕 주체가 되도록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생각하도록 한다. 1720년 초기에 총리였던 로버트 월폴의 재임기는 로비노크라시(로빈후드와는 상관없고, 월풀 총리의 별명인 로빈에서 유래)라고 불렀는데 이 시기에 월폴 정부에 반대했던 야당들은 “만악의 근원인 화폐로 지배하고, 인민의 부패를 토대로 자신의 부정한 지배를 확립한다”(158)고 평가했다. 자본주의를 만들어가는 시대에 대한 절묘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정작 아이폰을 살 수 있을 만큼의 화폐-임금을 받지 못하는 역설은 라인보우가 이 책에서 담고자 하는 커먼즈적 생산과정의 파괴와 커머너들의 프롤레타리아화 과정을 통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서두에 이야기한 매끄러운 과정으로서 자본주의의 시초 축적과 생산 양식의 도입이 기존에 존재했던 커먼즈적 생산양식을 폭력적으로 파괴했는데 특히 전유의 형태로 나타난 비공식적인 커머닝들을 범죄화하고 공개적으로 처형함으로써 확립되었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근대적 합리성으로 가장한 계량화와 규격화가 사실은 더 많은 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산업적 기술에 가깝고 그 과정에서 사라진 자투리들은 오로지 화폐로 지급되는 임금에만 의존하는 노동자를 만들어냈다. 생산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획득했던 공동의 관점은 사라지고 오히려 전통적인 전유를 범죄로 인식하는 윤리를 내면화하게 되었다. 타이번에서 벌어진 공개 처형이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은 결국 이루어졌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일반화다. 과연 이런 일이 지금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청구되었던 천문학적인 배상금은 이 과정이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에 여전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AI를 통한 숙련 노동의 대체는 다시 임금 노동자들의 2차 프롤레타리아화를 가속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라인보우의 이 책은 역사서이자 또 반복되는 인클로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