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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미시정치: 맑스와 현재 이전의 역사』 서문(1/2) 『자본의 미시정치: 맑스와 현재 이전의 역사』 서문(1/2)"현재와 같은 시간은 없다"제이슨 리드번역: 이승준(연구공간 L) * 원문 – Jason Read, The micro-politics of capital: Marx and the prehistory of the present, New York: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03.  맑스주의 이론은 역사에 뒤처질 수 있으며, 심지어 그것이 도래했다고 믿는다면 그 자신에게도 뒤처질 수 있다. — 루이 알튀세르, 「철학에서 맑스주의자가 되는 것은 간단한가?」 20세기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저 수적인 약어나 텅 빈 계열, 혹은 명목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 2023. 6. 20.
예브게니 픽스 <플레시카의 이론> 플레시카의 이론 예브게니 픽스 번역, 서문, 해제: 이종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지난 2월 서교연 컨퍼런스에서 라는 글을 발표한 적 있습니다. 토론자셨던 김수환 선생님께서 이 글의 챕터들은 각각 하나의 글로서 펼쳐져 상세하게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이 글에서 분석되고 있는 논문, 작품들을 번역해 보고자 합니다. 이 글의 시작점이 되는 예브게니 픽스의 짧은 논문 은 그의 사진 프로젝트 (2013)의 이론적 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짧고 엉성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간략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웹진 인-무브 - 미하일 쿠즈민의 와 러시아 퀴어 문학 (3) (tistory.com) 미하일 쿠즈민의 와 러시아 .. 2023. 6. 13.
문턱을 넘자 이미지가 쏟아졌다 문턱을 넘자 이미지가 쏟아졌다 (오션 브엉, 《총상 입은 밤하늘》을 읽고) 길혜민(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본 글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현대시세미나 에 참여하고 정리한 원고입니다. 0. 지상에서 우리는 힘이 들어간 주먹 사이로 흘러나오는 모래는 이미지의 클리셰라 불릴 정도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나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될 것만 같다.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가능한 것처럼, 모래로 비유되는 것의 정체는 시이다. 그 자체로는 마음껏 힘을 쓸 수 없는 종류가 시를 읽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했다. 별안간에 시는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은 그 안에 갇힐 수도 있다고 오션 브엉이 말한다. 우리는 시를 읽다가 익숙한 해석의 길을 잃고, 그것의 바깥으로 밀려나버리는 .. 2023. 5. 23.
프랑크푸르트 학파 개괄 프랑크푸르트 학파(Frankfurt School) 개괄 번역: 한상원(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이 글은 위키피디아 사전의 ‘프랑크푸르트 학파(Frankfurt School)’ 항목을 번역한 것이다. 일부 부정확한 사실에 대해서는 역자가 번역 과정에서 수정을 가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는 대중적 지식백과인 만큼 엄밀한 이론적 서술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읽어주기를 부탁드린다(원문 링크: https://en.wikipedia.org/wiki/Frankfurt_School) 프랑크푸르트 학파(독일어: Frankfurter Schule)는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의 사회 조사연구소와 관련된 사회이론 및 비판철학 학파다. 유럽 전간기(1918~1939년) 바이마르 공화국(1918~1933년)에 설립된 프랑크푸.. 2023. 5. 22.
역량으로서의 장애, 관계로서의 돌봄(2/2) 역량으로서의 장애, 관계로서의 돌봄(2/2) 진태원(현대정치철학연구회/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계속) 양태로서의 인간: 스피노자의 교훈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질에 관해 다시 한 번 성찰해보게 됩니다. 이처럼 장애라는 것이 특정한 부류의 개인들 및 집단에게만 고유한 특성이나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인간(및 동물, 더 나아가 생명체 일반)이 보편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특성임에도, 우리는 왜 장애라는 것을 특수한 개인들 및 집단들에게 고유한 문제로 여기게 되었고, 왜 장애학이라는 학문을 ‘장애인들’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이들에 관한 특수한 학문이라고 간주하게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철학도로서 생각해본다면, 서양 철학에서 전통적으로 전승되어온 인간의 본질에 대한 특정한.. 2023. 5. 22.
역량으로서의 장애, 관계로서의 돌봄(1/2) 역량으로서의 장애, 관계로서의 돌봄(1/2) 진태원(현대정치철학연구회/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이 원고는 2023년 4월 15일 장애인 권리예산 투쟁에 연대하는 마포-신촌 학술단체 모임 학술 토론회에서 발표한 강연문을 다소 수정한 것입니다.    머리말  우선 발표에 앞서서 오늘 이 자리를 가능하게 해준 두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앞장서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으로 약칭)의 헌신적 투쟁 덕분에 저는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장애인 차별의 문제에 대해, 그들의 고통에 대해, 그들의 열망과 투쟁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차별과 억압에서 드러나는 국가권력의 폭압성에 대해,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뿌리 깊음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 2023. 5. 22.
10월 21일: 비상과 추락의 다큐멘터리 10월 21일: 비상과 추락의 다큐멘터리 윤지혜 | 미술비평.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 회원 “사회적 격변, 이주 과정, 새로운 세계 질서의 가파른 계층적 격차에 의해 생겨난 단층을 내용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형식적 구성의 차원에서도 고려하는 […] 어떤 종류의 다큐멘터리 재고 목록이 있는가?” “이미지가 그 사건들을 보여줄 수 없을지라도 그것은 자체적인 주변화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 이미지의 빈곤은 결여가 아니라, 내용보다는 형식에 대한 정보의 추가적인 층위이다. 이 형식은 그 이미지가 어떻게 취급되고 공개되고 전달되거나, 무시되고 검열되고 삭제되는지 보여준다.” 들어가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아방가르드 세미나에서 히토 슈타이얼의 두 대표 저작 『스크린의 추방자들』 과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 2023. 5. 13.
‘금지’를 통한 애도의 불가능성 ‘금지’를 통한 애도의 불가능성 배경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는 많은 부분에서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젊고 어린 피해자가 많다는 점, 즐거움과 설렘으로 가득했을 순간이 비극으로 변해버렸다는 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국가는 없고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고 사회적 참사를 불의의 사고로 축소하려는 국가만 있다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 더해 국가는 참사 발생 직후 발 빠르게 사건을 수습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책을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슬퍼만 할 것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수학여행이 금지되었고, 문화 예술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었다.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로 “국가 애도.. 2023. 5. 4.
두 행위의 비너스(2/2) 두 행위의 비너스(2/2) 사이디야 하트만 번역: 정규식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 회원) (계속) 되풀이 비너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카이브의 경계를 침범할 것이었기에, 나는 그러지 않길 택했다. 역사는 사실, 증거, 문서고라는 한계를 충실히 지키기로 서약한다. 그 절대적 확실성들이 공포에 의해 생산됐을지라도 말이다. 나는 역사적 허구들 –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과거에 관해 말해질 수 있는 것을 결정하는, 소문, 스캔들, 거짓말, 조작된 증거, 가공된 자백, 변덕스러운 사실관계, 불가능한 은유, 우연한 사건, 공상 등 - 을 초과하는 로맨스를 쓰고 싶었다. 법률 문서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단순한 재발화와 전위(轉位)를 초과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간절히 쓰고 싶었다. 그 이야기는, 아카이브 내 .. 2023. 5. 1.